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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 외이염

귀 진료를 안 보는 동물병원이 있을까요?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귀 진료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진료이자, 가장 흔하게 보는 진료이면서,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저년차 때 예방 접종과 함께 제일 먼저 보게 되는 진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귀 진료를 못 보는 수의사는 없지만, 워낙 저년차 때 귀 진료를 처음 접하고,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간 이후에는 좀 더 팬시한 진료를 쫓아가다보니, 귀 진료는 생각만큼 디테일하게 잘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부가 그렇듯, 귀 진료도 (기초를 잡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 뿐이지) 디테일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진료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모든 걸 담을 수야 당연히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흔하게 보는 귀 진료들을 오늘동물병원에서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귀가 안 좋아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의 귀 사진입니다.

귀가 안 좋아서 내원하는 환자들의 히스토리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귀를 긁어서 오는 경우도 있고, 귀에서 냄새가 나서 오는 경우도 있고, 귀가 빨개져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미용을 하러 갔다가 귀가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내원하시기도 하죠. 대부분의 경우 외이염이고, 외이염이라는 걸 아는 건 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외이염이 왜 생겼는지,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지를 아는 것이 실제 중요한 부분이죠. 왜 생겼는지, 왜 잘 안 낫는지, 어떤 약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외이염을 PSPP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각각 첫글자를 따서 Primary factor(외이염이 생긴 원발성 원인), Secondary factor(외이염을 악화시키는 속발성 원인), Perpetuating factor(외이염을 잘 안 낫게 하고 지속시키는 요인), Predisposing factor(외이염에 잘 걸리게 만드는 위험 요인)입니다. 어떤 환자가 왔을 때 이 네가지 요인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면,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각각의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흔하게 보게 되는 primary factor로는 알러지나 기생충, 내분비 질환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많이 보게 되는 건 아무래도 알러지나 기생충입니다. 특히 어린 고양이에서 외이염이 있다면 어떤 수의사든 귀 진드기를 제일 먼저 의심하죠. 귀 진드기는 그 자체로 외이염을 유발하는 primary factor이기 때문에 진드기만 잘 치료가 되면 원발 원인이 사라지는 것이니 어렵지 않게 치료가 됩니다. 며칠 전 왔던 새끼 고양이가 그랬습니다. 귀 안에는 시꺼먼 귀지들이 많았고, 검이경 검사를 했을 때 귀진드기가 귀 안을 돌아다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죠.

실제로 이 귀지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이렇게 징그럽게 생긴 귀 진드기(Otodectes)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귀 진드기는 레볼루션 같은 심장사상충약이나 덱소릴 같은 귀연고를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합니다. Primary factor인 귀 진드기를 사멸시킨 후에는 재발하는 경우도 거의 없죠.

반대로 알러지 같은 경우 primary factor는 진단이 애매하게 떨어지거나, 확인도 쉽지 않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외이염을 만성적으로 앓는 상당수의 강아지들이 알러지를 기저 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알러지 자체가 primary factor이다 보니 이런 환자들은 알러지를 관리해주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외이염을 앓게 됩니다. 이렇게 알러지를 primary factor로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서 외이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바로 secondary factor입니다.

Secondary factor에는 (귀나 피부 때문에 병원을 다녀봤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말라세지아나 세균 같은 것들이 있죠. 이런 것들은 정확히 어떤 것인지만 명확하게 확인이 되면 치료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보통 재발하는 원인인 primary factor가 관리가 어렵지, seconday factor는 관리가 어렵지 않은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당장 환자가 괴로워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secondary factor인 경우가 많아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도말 검사를 진행합니다. 도말 검사 상에서 동글동글하게 생긴 구균이 나오는지, 눈사람(혹은 조랭이떡) 모양의 말라세지아가 나오는지, 길쭉길쭉하게 생긴 간균이 나오는지에 따라 사용하는 귀 연고를 다르게 해서 좀 더 효과적으로 secondary factor를 치료하죠. 오늘동물병원에 오는 외이염 환자들은 모두다 이 귀 도말 검사를 합니다. 위쪽에 사진으로 보였던 환자의 귀 도말 현미경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살표로 표시된 것을 보면 무언가 길쭉길쭉해 보이는 것들이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죠. 이런 걸 막대기 모양의 균이라고 해서 간균(rod)이라고 합니다. 이런 게 보이는 환자들은 secondary factor 중에서도 관리가 까다로운 녹농균(Pseudomonas)이 있는 건 아닌지 명확하게 확인을 위해 배양 검사를 보냅니다(녹농균은 재밌는 케이스라 별도의 포스팅으로 좀 더 자세하게 써볼까 합니다).

이렇게 간균이 보이지 않는 케이스라 하더라도 구균이나 말라세지아가 보이는 경우도 있죠. 아래 사진은 귀 도말 검사에서 동글동글한 구균이 다수 확인되는 경우를 보여줍니다.

눈사람 모양(조랭이떡 모양이라고도 하고, 아령 모양이라고도 합니다)의 말라세지아도 외이염 환자에서 어렵지 않게 보게 되는 효모균(yeast)입니다.

도말 검사에서 무엇이 나오느냐에 따라 적용하는 연고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의 국가답지 않게 한국에는 없는 약이 많은데, 귀 연고도 예외는 아니라서, 좀 더 효과적인 연고가 있는 걸 알면서도 차선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곤 합니다만, 그래도 한국에 있는 것 중에서 최선이다 싶은 걸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많이 쓰시는 귀 세정제도 secondary factor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좀 더 효과적인 게 달라질 수 있죠. 예를 들어 말라세지아가 잔뜩 있는 귀라면 말아세틱 오틱 같은 귀세정제가 조금 더 효과적일 수 있고, 녹농균이 있는 귀라면 Triz-EDTA 같은 귀 세정제가 조금 더 효과적입니다. 구균이라면 대부분의 귀 연고에 어렵지 않게 치료가 되겠지만, 간균이라면 퀴놀론 계통의 항생제가 들어가 있는 오리존 같은 제품들이 더 효과적인 연고입니다. Primary factor로 앞서 언급했던 귀 진드기는 대부분 레볼루션 같은 전신약물을 이용해 치료하지만, 연고로 치료한다면 덱소릴 같은 제품이 더 효과적인 연고입니다.

외이염 발병을 확인하고 primary factor와 secondary factor를 모두 컨트롤하면 쉽게 치료가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predisposing factor입니다. Predisposing factor(외이염에 잘 걸리게 만드는 위험 요인)에는 이전의 부적절했던 치료나 귀의 구조적인 문제, 행동학적인 문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부적절했던 치료는 사실 수의사들이 흔하게 보게 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보호자분들께서 귀 세정제와 외이염을 치료하는 약물 구분을 잘 하지 못해서 귀가 안 좋은데 집에서 세정만 열심히 하고 온다든가, 역가 자체가 낮은 스테로이드가 들어있고, 항생제나 항진균제는 들어있지 않아 효율적으로 외이염을 치료하기 어려운 자이목스 같은 귀세정제만 쓰다가 이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진 상태로 온다든가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혹은 잘못된 귀세정 방법으로 귀 안에 상처를 입히고 뒤늦게 내원하는 경우도 있죠. 조금 의학적으로 가자면, 오늘동물병원에서 봤던 predisposing factor 중 하나로 고양이 외이도의 입구에 생기는 cystadenoma(낭선종)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게 귀 입구에 자리잡고 있으면 아무래도 외이염이 잘 생길 수 밖에 없고, 잘 낫지 않기도 하죠. 치료는 cystadenoma를 제거한 후 외이염을 관리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초반에 잘 관리가 되어서 predisposing factor를 교정하고, primary factor와 secondary factor를 잘 관리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혹은 primary factor인 알러지 관리가 잘 안되는 환자가 있을 수도 있죠. 이런 환자들은 만성 외이염으로 진행됩니다. 만성 외이염으로 진행됐을 경우에는 perpetuating factor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Perpetuating factor는 외이염이 잘 낫지 않고 지속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이도가 협착된다든가, 부종이 생기면서 증식성 변화가 생기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흔하게 보게 되는 것 중 하나죠. 이런 환자들은 primary factor를 컨트롤해도 외이염이 잘 낫지 않고, secondary factor를 컨트롤하기 위해 넣어야 하는 귀연고를 이도 내에 잘 넣을 수가 없게 됩니다. 너무 심하면 귀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TECA, Total Ear Canal Ablation)까지 해야하죠. 외이염 치료에 사용하는 귀 연고를 이도 내에 넣을 수 없으니, 이도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의사가 외이염을 확인하고 귀 연고(혹은 물약)를 처방할 때에는 이런 요인들을 모두 고려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귀 연고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병원에 따라서는 적응증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외이염에 동일한 귀 연고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디테일하게 귀 진료를 잘 보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외이염이 있는데, 도말을 해보니 말라세지아와 구균이 다수 확인되고, 이도 부종이 심한 케이스에서는 루틴하게 사용하는 수로란 같은 연고보다는 오토맥스를 더 선호하는 식으로 연고를 다르게 쓸 수 있습니다. 오토맥스의 경우에는 베타메타손이라는 스테로이드가 들어가 있는데, 수로란에 있는 프레드니솔론에 비해서 좀 더 역가가 높은 스테로이드기 때문에 이도 부종을 수로란보다 더 효과적으로 케어해줄 수 있습니다. 반면, primary factor로 쿠싱(=몸에서 스테로이드가 너무 많이 분비되는 병)이 있어서 외이염이 생겼다면, 오토맥스처럼 스테로이드 역가가 센 걸 쓰기엔 부담스러우니 역가가 낮은 스테로이드인 하이드로코티손이 들어간 이소틱을 처방하는 식입니다.

최근에 정식으로 국내 출시된 장기지속형 귀연고 넵트라의 경우도 적응증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도말 검사를 했는데, 만약 간균이 나왔다면 넵트라에 들어간 항생제인 플로르페니콜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넵트라는 구균이나 말라세지아가 secondary factor로 확인되는 외이염에서 효과적인 귀 연고죠. 가격이 사악한 편이기 때문에 외이염에 의한 통증 때문에 집에서는 귀를 못건드리게 하고, 연고를 매일 넣어주기 힘든 케이스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한 번 넣으면 30일 정도 약효가 유지되니 병원에서 귀 연고를 넣고 가면 집에서는 따로 뭘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만약 secondary factor로 간균이 확인되는 케이스라면 항생제로 퀴놀론 계통의 마보플록사신이 들어간 오리존을 다른 연고에 비해서 조금 더 선호하게 됩니다. 한국에는 약이 없지만, 잘 컨트롤 되지 않는 말라세지아 외이염이라면 강력한 항진균제인 포사코나졸이 들어간 포사텍스, 증식성 외이염 때문에 아주 강력한 스테로이드가 필요하다면 플루오시놀론이 들어간 시노틱 같은 연고를 써볼 수도 있죠.(포사텍스 제조사 머크와 시노틱 제조사 조에티스가 일을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디테일하게 연고를 적응증에 맞춰 다르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primary factor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강아지들의 경우 상당수가 primary factor로 알러지 질환을 가지고 있어서, 알러지(아토피든 푸드 알러지이든)를 컨트롤해주지 않으면 외이염은 지속적으로 재발하죠. (사실 이 부분이 강아지 외이염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외이염 진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알러지 진료로 진료가 이어져야하니까요.)

여러 케이스를 가지고 포괄적으로 외이염을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하다보니 다소 두서가 없어진 느낌이긴한데, 외이염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체계를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귀연고를 선택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환자의 귀 상태에 따라서 세정제도 제일 적합한 걸 선택해드리죠. 여기서 수의학적으로 디테일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외이염 환자에서 먹는 항생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배양 검사(+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외이염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인지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진료지만, 동물병원의 모든 진료가 그렇듯, 잘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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