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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고양이 소화기 림프종(Low-grade Intestinal Lymphoma)

고양이의 소화기 림프종은 하고 싶은 얘기가 꽤 많은 병입니다. 고양이는 요물(?)이라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은 케이스가 될 수도 있고, 이런 경우가 있으니 어떻게든 섣부르게 추측하지 않고, 교과서적으로 진단 검사를 다 해야하는구나… 라는 교훈을 주는 경우가 될 수도 있을듯 싶습니다. 조금 글이 길어질 수도 있을듯 싶은데, 차근차근 써보도록 하죠.​

먼저 케이스를 소개하기 전에 개념 정리부터 조금 하고 가죠. 소화기 림프종에 관한 용어 정리입니다. 오늘동물병원 블로그를 꾸준히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미 블로그에 소화기 림프종에 대한 케이스 포스팅이 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왜 똑같은 케이스가 또 올라오나…를 궁금해하실 수도 있지만, 이번에 얘기하고자 하는 건 이전의 소화기 림프종과는 다른 종류의 림프종입니다.​

고양이의 소화기 림프종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됩니다. 종양 세포의 크기를 기준으로 large cell lymphoma와 small cell lymphoma로 구분할 수 있죠. 이전에 소개했던 소화기 림프종은 이 중에서 large cell lymphoma라는 것으로 보통 HGAL(high-grade alimentary lymphoma)라고도 합니다. Grade가 높은 흉악한 종양으로 예후가 몹시 불량한 편이죠. 반면 small cell lymphoma는 LGAL(low-grade alimentary lymphoma)라고 하는 종양으로, 한 때 EATL type 2라고 얘기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조직학적으로 (WHO의 구분법인) EATL(Enteropathy-associated T-cell Lymphoma)이 사실 고양이의 small cell lymphoma와는 조금 다르다고 해서 EATL type 2라고는 안하고, LGITL(Low-grade Intestinal T-cell Lymphoma)이라는 명칭으로 부릅니다. 이름이 여러개라 복잡해보이지만, 쉽게 생각해서 무서운 놈과 조금 덜 무서운 놈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건 조금 덜 무서운 놈입니다).​

이 저등급 소화기 림프종은 덜 무서운 대신 진단이 아주 까다롭고 어려운데, 그래서 오죽하면 어떻게 진단을 해야하는가에 관한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의 가이드라인이 있을 정도입니다. 치료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오로지 어떻게 정확하게 진단을 하는가에 관한 얘기만 하는 가이드라인이죠. Large cell lymphoma가 세포학 검사(FNA)만으로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small cell lymphoma는 오로지 조직 검사로만 진단이 가능합니다. 어떤 경우엔 조직 검사만으로는 모호해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죠.

고양이의 염증성 장질환(LPE, 흔히 IBD로 퉁쳐지는 병)과 소화기 림프종(LGITL)을 구분하기 위한 ACVIM 진단 가이드라인

Small cell 소화기 림프종의 진단이 까다로운 건 이 질환이 흔히 IBD라고 말하는 만성 장병증과 같은 스펙트럼 선상에 있는 병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IBD는 염증이고, 림프종은 암이지만, 이 둘을 칼같이 구분하기가 어렵고, 아마도 IBD와 림프종이 같은 선상에서 어떤 연속성을 가진 질환이 아니냐…라는 얘길 하죠. 그러니까 진단이 칼같은 구분이라기보다는 정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small cell 소화기 림프종을 언급할 때는 늘 IBD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라면 이미 5년 전에 어떤 식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해 블로그로 설명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부 용어가 달라지고, 21년의 약품 수급과 26년의 약품 수급이 달라졌지만, 진단 과정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만성 구토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있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시다면 21년 포스팅을 읽고 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게 이 글을 더 이해하기 쉬울테고요.) 21년도 포스팅에서 썼던 소화기 증상이 있는 고양이의 진단 과정을 다시 한 번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감염성 요인 배제(=구충)
  2. 소화기 이외의 문제 배제(=Minimum database 검사)
  3. 식이 관리
  4. GI Panel 검사
  5. 장 생검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이 4번까지는 모두 하지만, 전신 마취와 개복이 필요한 장 생검까지는 잘 하지 않으시죠. 비용도 비용이지만, 마취와 칼을 댄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시기 때문입니다. 장 생검을 하면 환자가 IBD(=정확히는 LPE, lymphoplasmacytic enteritis)인지, 소화기 림프종(LGITL)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항암이 부담스럽고, 어차피 IBD든, 소화기 림프종이든 스테로이드를 먹이면 개선을 보인다는 걸 알고 있으면 약물 반응을 우선적으로 보고자 하시죠.​

이런 부분이 소화기 림프종이 진단까지 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조직 검사를 하지 않으면 어디까지나 추측에 의한 가진단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늘 얘기하듯, 교과서에서 하라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케이스는 그런 이유를 보여주는 케이스입니다.


환자는 10살의 페르시안 고양이로 최근 식욕이 떨어지고, 구토를 했다는 히스토리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보호자분께선 매년 오늘동물병원에서 꾸준히 건강검진을 해주셨었는데, 1년 동안 체중도 많이 줄어있는 게 확인됐죠. 24년도에 건강검진을 할 때는 4kg 정도였던 환자였는데, 25년에 봤을 때는 3.07kg까지 체중이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심장사상충 예방도 꾸준히 해서 기생충성 질환 가능성은 낮은 환자였기에 건강 검진도 할 겸 기본적인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아주 깨끗했죠. 어느 것 하나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것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혈액과 소변 검사에서 이상한 점이 확인되지 않는데, 환자에게 임상 증상이 있다면, 보통 수의사는 둘 중 하나를 떠올립니다. 하나는 종양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소화기 질환의 가능성입니다. 소화기 질환의 경우 이렇다할 바이오마커 검사가 없어서 건강검진이나 기본적인 혈액 검사에서 아무것도 안 뜰 가능성이 높죠. 이 환자의 경우는 25년 8월 검사 당시 영상 검사(=복부 초음파)에서도 이렇다할 이상이 확인되지는 않아서 소화기 질환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소화기 패널(GI Panel)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결과정상 범위
Spec fPL2.40.0 – 4.4 ug/L
TLI(Trypsin-like Immuno-reactivity)118.1012.00 – 82.00 ug/L
Cobalamin (B-12)907276 – 1,425 ng/L
Folate10.18.9 – 19.9 ug/L

fPL 수치를 볼 때 췌장염도 아닌 걸로 생각됐고, TLI 수치를 보면 췌장의 소화 효소 분비 문제도 아닌 것으로 보였죠. 보통 이런 환자들이 코발라민이나 폴레이트 수치가 틀어져 있는 경우들이 꽤 많은데, 이 환자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있었고, 통상적인 만성 소화기 증상(만성 구토나 체중 감소)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보호자분과 상의 후, 스테로이드 투약을 우선시해보기로 했습니다. 교과서적인 접근법보다는 약물 반응을 토대로 가진단을 내리는 꼼수를 우선시해보기로 한거죠. 헌데 이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 투약 이후의 임상 증상 개선이 조금 애매했습니다. 식욕이 떨어졌었던 부분은 스테로이드 투약 이후 개선됐고, 구토 빈도도 줄었는데, 여전히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죠. 무언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진단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장 생검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여태까지 한 검사 결과는 모든 것이 다 정상이었습니다. 오로지 증상만 있었죠. 심지어 심한 소화기 질환이 있는 환자들 중에는 영상 검사에서 장이 확연하게 두꺼워져 있어서 수의사가 소화기 문제라는 걸 뚜렷하게 밀고갈 수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환자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환자의 복부 초음파 사진을 보면 이렇습니다.

환자의 소화기 복부 초음파 사진

25년 8월,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 구토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 처음 검사를 하고, 최종적으로 장 생검을 하기로 한 게 12월이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장 생검을 결정하시는 게 쉽진 않으셨겠지만, 막상 보호자분께서 장 생검을 하겠다고 하신 이후에는 걱정이 수의사의 몫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소화기일 것 같긴한데, 혹시나 아니면, 배까지 열었는데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두려움이죠(원래 수의사들은 뭔가를 안 하겠다고 하는 보호자보다, 모든 걸 다 하겠다고 하는 보호자를 더 무서워하는 법입니다). 배를 열기 직전, 혹시라도 놓친 게 있지 않은지 복부 초음파를 한 번 더 봤습니다. 8월과 12월 사이에는 4개월 정도의 텀이 있긴하지만, 이 때는 복부 초음파에서 뭔가 이상이 있었습니다. 8월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간에 무언가 이상한게 보였죠. 초음파 사진은 이렇습니다.

환자의 간 초음파 사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조금 찝찝한 병변이 있었죠. 보기에 따라서는 종양처럼 보이기도, 흡사 종양이 아닌 간병증처럼 보이기도 하는 무언가 이질적인 게 확인됐습니다. 여태까지 모든 검사가 다 정상이었는데, 유일하게 “이상”이라고 할만한 것이었죠. 이러면 예정대로 당장 배를 열기보다는 일단 간 병변에 대한 감별이 조금 더 우선이어야 합니다. 개복을 해서 이질적인 간 병변을 찾아 조직 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CT 촬영을 하면 치료적인 목적의 수술이 지시되는 상황은 아닌지를 알 수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CT 촬영을 했습니다. 타원 의뢰 검사로 진행된 CT 소견은 이렇습니다.

CT 소견서

간에 종양이 있고, 악성인지 양성인지 명확히 판별은 어려우나 CT 상으로는 악성 가능성이 조금 더 높게 생각됐죠. 수술이 가능한 종양이냐 하면 여러 엽에 걸쳐서 크고 작은 종괴들이 다수 확인됐기 때문에 (악성이라 하더라도) 수술이 가능한 종양으로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드디어) 검사 상에서 명확한 이상이 확인됐으니, 그동안의 임상 증상이 사실은 소화기의 문제가 아니라 간 종양 때문이었겠구나 싶었죠.​

간엽 하나에만 종양이 있었다면, 다음 플랜은 간엽 절제 후 조직 검사가 됐겠지만, 이 경우엔 그렇지가 않았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이게 악성이 정말 맞는지, 항암치료나 색전술 같은 걸 고려해봐야 하는 종양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 (간엽 절제가 아닌 종양의 일부만 떼어내는) 조직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간 종양만 조직 검사를 하기로 한 건 아니고, (간이 문제라고 생각한 상황이지만, 사실 알고봤더니 간 종양이 양성이면 그 때는 또 수의사가 할 말이 없어지니까) 혹시나 싶어 애초 계획했던 장 생검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개복을 했을 때 간과 소화기를 모두 생검하기로 한 거죠.​

생검 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했습니다. 간의 경우, 복강경을 이용한 생검이 적극 권유되는 장기이기 때문에 복강경을 이용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조금 떼어냈습니다. 장의 경우는 복강경을 이용한 생검이 불가능한데, 간 생검을 위해 복강경을 썼기 때문에 복강경의 도움을 받는(이런걸 laparoscopic-assisted라고 합니다) 생검을 했습니다. 복강경으로 장을 훑어보고, 생검할 부분을 몸 밖으로 꺼내서 밖에서 생검을 하고 꼬매준 후에 다시 뱃속에 넣어주는 거죠.

복강경의 도움을 받아 생검할 장을 몸 밖으로 꺼내서 생검. 배를 크게 여는 것 가지만 의외로 절개 부위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이제 남은 건 조직 검사 결과입니다. 기다림 끝에 받은 결과는 이렇습니다.

Liver

INTERPRETATION:

Liver. BIliary cystic lesions, see comments.

Margins: Incisional biopsy; proliferative cells extend to all tissue margins.

COMMENTS:

This patient’s liver lesion is a benign cystic biliary lesion. Such lesions arising in the liver and lined by biliary-type epithelium were previously referred to as biliary adenomas or cystadenomas. More recent literature classifies these benign masses as non-neoplastic biliary anomalies or malformations. Biliary cystic lesions may enlarge over time, and prognosis is generally dependent upon the degree of hepatic involvement. Removal of a single large cystic mass may be curative, whereas numerous intrahepatic cysts may compromise hepatic function and could ultimately result in liver failure.

Cystic masses may be singular or multifocal, and may be acquired or represent progression of congenital lesions. Congenital lesions generally fall under the umbrella of ductal plate malformations and may have a range of histologic appearances. Typically they consist of a proliferation of variably sized bile ducts supported by fibrous stroma.

In some cases, particularly in Persian and Persian-cross cats, biliary cystic lesions are accompanied by renal cysts and these cats have an identified mutation in the PKD1 gene. Given this patient’s signalment, renal evaluation may be warranted.

References: https://comparativehepatology.org/wp-content/uploads/2021/09/chapter_9.pdf; Cullen, J.M. and Popp, J.A. (2017) Tumors of the Urinary System. In: Meuten, D.J., Ed., Tumors in Domestic Animals, 5th Edition, John Wiley & Sons Inc., Ames, 616-617.

HISTOPATHOLOGIC DESCRIPTION:

Liver. Hepatic lobules are multifocally occupied and expanded by multiple, partly demarcated, unencapsulated, expansile foci comprising multilocular, cystically dilated biliary ducts subdividing pre-existing hepatic lobules. Constituent biliary ducts are lined by single layers of well-differentiated, plump cuboidal epithelium with distinct cell borders and a small to moderate amount of finely granular, pale eosinophilic cytoplasm. There is minimal anisocytosis and anisokaryosis. Frequently, cystically dilated bile ducts are surrounded by dense bands of fibrosis, which extend into adjacent lobules and often entrap hepatocytes.

Intestines

INTERPRETATION:

Small intestines. Lymphocytic proliferation with plasma cells and eosinophils, see comments.

COMMENTS:

Histologic findings in the intestinal samples from this patient demonstrate lymphocyte-predominant infiltrates. There is concurrent plasma cell and eosinophil presence as well, suggesting enteritis, but inflammatory bowel disease and small cell intestinal lymphoma may be very difficult to differentiate by biopsy alone, unfortunately.

Definitive differentiation may require clinical evaluation of progression and response to therapy. The distinction between severe lymphocytic inflammatory disease and insidious or emerging small cell lymphoma is not clear and these may actually represent a continuum of dysregulation of lymphocyte proliferation.

Clonality testing is available as a stand-alone assay for confirmation of feline, small cell, epitheliotropic lymphoma and differentiation from chronic IBD.

Immunohistochemistry is no longer required in conjunction with clonality testing in this subset of cases. Please contact IDEXX reference laboratories Customer Support to initiate the process (888-433-9987).

Please note that this only applies to feline, small cell, intestinal, epitheliotropic lymphoma. All other lymphoma cases submitted for PCR clonality testing will require immunohistochemistry due to the complexity of phenotypes.

(For lab use only: test code US 2860; Canada CLON 1 (T-cell); use block B for site 2)

References: Am. J. Pathol. 1995;146(2):509; JVIM 1990;4(2):49

HISTOPATHOLOGIC DESCRIPTION:

Small intestines. Several sections are examined. The lamina propria is diffusely, moderately expanded by increased numbers of lymphocytes which occasionally admix with plasma cells and eosinophils. Individual lymphocytes often extend into the epithelium. The mucosa is intact.

PATHOLOGIST:

Vanessa Oakes, DVM, MPH

Diplomate,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Pathologists

IDEXX 조직 검사 결과

영어로 복잡하게 쓰여있는데, 요약하면 간은 양성 종양(Biliary cystic lesion)이고, 소장은 염증 같아보이긴한데, 림프종일 수도 있으니 확실하게 알고 싶으면 추가 검사(Clonality test)를 하라는 얘기죠.

​수의사들 사이에서의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초음파는 현미경이 아니다”라는 말이죠. 초음파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 대부분의 영상 장비에 해당됩니다만, 진단을 내려주는 건 조직 검사고, 영상 검사는 조직 검사까지 가기 위해 의심되는 병변을 알려줄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도 그렇습니다. 초음파와 CT에서 간에 문제가 되는 병변이 있다는 걸 알았고, CT에서는 악성의 가능성을 양성의 가능성보다 조금 더 높게 봤지만, 실제 조직 검사를 했을 때는 양성이라는 결과가 나왔죠. 영상 검사만으로 섣불리 진단을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랄까요.

​이는 반대의 경우로도 적용가능합니다. 영상 검사에선 소화기의 문제는 전혀 의심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상 검사만이 아니라,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소화기는 (증상 외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증상을 고려해 (간이 양성일 경우를 대비한) 장 생검까지 진행했고, 조직 검사에서 증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소화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경우엔 팬시한 검사들에 의존하기보다는 환자의 증상을 토대로 감별 진단 목록 줄을 잘 세워야 한다는 교훈이 되겠죠.


간의 경우, 이와 같은 낭성 병변(cystic adenoma)는 외과적으로 제거가 가능하다면 수술을 해주기도 하지만, 병변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모니터링을 하기도 합니다. 현재 수준에서는 당장의 임상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은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문제는 소화기입니다. 조직 검사까지 했는데도 IBD(=LPE, lymphoplasmacytic enteritis)인지 LGITL(소화기 림프종)인지 명확치 않은 거죠. 실제 ACVIM의 소화기 림프종 진단 가이드라인은 조직 검사 단독으로는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진행이 꽤 된 경우에는 병리학자가 조직 검사만을 토대로 림프종이라고 자신감있게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애매한 경우에는 꼭 추가 검사를 하라고 권합니다.

IBD와 림프종을 구분하려면 조직 검사는 필수인데, 애매한 경우에는 면역조직화학 검사나 clonality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ACVIM 가이드라인.

이 케이스의 경우, 병리학자가 추가 검사로 권한 것은 클론성 검사(Clonality test)였습니다. 조직 내에서 단일한 암세포(=클론)가 증식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죠. 이 검사가 꽤 비싼 편인데, 보호자분께서 항암까지 고려 중이신 상황이라 검사 진행에 동의하셨고, 결과를 기다렸죠. 거의 한 달을 기다린 끝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HISTORY

Chronic vomiting and decreased appetite. Ultrasound = hyperechogenic lesion in the liver, with multiple lesions present in several lobes. Incisional GI biopsy IDEXX = “Small intestine: Lymphocytic proliferation with plasma cells and eosinophils.” Stand-alone PARR testing requested to screen for small cell lymphoma.

SPECIMEN

Paraffin scrolls plus IDEXX biopsy report 0000000000, block B = GI.

METHODS

PCR for antigen receptor rearrangement was performed at VDx on DNA extracted from formalin-fixed paraffin-embedded tissue using published revised primer sequences to feline T cell receptor gamma. Amplicons were analyzed using capillary based electrophoresis and was performed in duplicate for quality control.

RESULTS

TRG2 = clonal, with a moderate polyclonal background

INTERPRETATION

Molecular clonality results, in conjunction with the provided history and biopsy report, support a diagnosis of early emerging epitheliotropic small cell small intestinal lymphoma within and arising from a background of chronic reactive or inflammatory change.

PATHOLOGIST

John R. Peauroi, DVM, MPVM

Diplomate,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Pathologists

IDEXX T-cell Clonality test

최종적으로는 조직 검사 결과와 클론성 검사를 종합했을 때 소화기 림프종(LGITL, Low Grade Intestinal T-cell Lymphoma)로 확정 진단이 됐죠.


LGITL은 분류상으로는 암이지만, 고양이에서는 예후가 상당히 좋은 암에 속합니다. 스테로이드와 항암 치료를 병행했을 때 평균 생존 기간은 2년 이상(3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으로 암이라는 걸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기간이죠. 보통 스테로이드와 함께 클로람부실이라는 약을 먹입니다. IBD 포스팅을 썼던 21년만 해도 국내에서 클로람부실은 정식 유통되지 않는 약이었는데, 26년도인 현재는 클로람부실은 국내에서도 정식 유통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정식 유통 중인 클로람부실(상품명 류케란 정)

치료를 시작하고 임상 증상이 개선되기까지는 보통 4-8주 정도가 걸리고, 임상 증상이 관리되더라도 소화기 내의 암세포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종양의 관해(remission)가 어렵지 않게 달성되는 편입니다. 진단까지의 문턱이 매우 높은 편이고, 치료는 (암이라는 걸 감안하면) 비교적 수월한 편이죠.


이 케이스가 주는 교훈들은 꽤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팬시한 검사에 의존하기보다는 환자의 증상을 쫓아야 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확정 진단 없이 가진단에 기반한 꼼수(=생검 없는 스테로이드 투약)는 어디까지나 꼼수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 논리적으로는 IBD든, 소화기 림프종이든 증상 관리가 안되면 클로람부실을 투약한다는 걸 머리로 알고 있어도, 명확하게 림프종이라는 진단이 없으면 항암제를 선뜻 고양이에게 먹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항암제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나, 비용 문제, 항암제 투약 이후 부작용 확인을 위한 잦은 병원 내원 같은 걸림돌들을 넘으려면 림프종이 확실하다는 병리학자의 도장(?)찍힌 진단이 필요하죠.

​실제로 진료를 보는 수의사 입장에서 (어떤 명확한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스테로이드 투약 이후 소화기 증상이 개선된 환자들에서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여나가는) 테이퍼링 과정 중에 증상이 재발하기 시작하면, 장 생검을 권하거나 항암제 투약을 옵션으로 보호자분께 드리는데, 이 옵션을 선택하시는 보호자분들은 정말 손에 꼽습니다. 전신마취와 개복 리스크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든, 항암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든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면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피하고자 합니다.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는 성향이 있기에 그렇죠.​

하지만 진단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건, (처음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처음부터 스테로이드와 항암제를 함께 먹일 수도 있고, 약물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클로람부실 외에 다른 항암제(예컨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나 L-Asparaginase)를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필요하다 싶은 경우엔, 여러가지 부작용이나 진단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난한 상담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할 수 있죠. 예후 평가 차원에서도 그렇습니다. IBD는 기대 수명을 얘기하지 않는 병이지만, LGITL은 기대 수명을 언급하게 되는 병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LGITL 환자 중 일부는 large cell lymphoma가 생기는 경우도 있죠. 삶의 마지막 즈음에 아이가 밥도 잘 먹지 않고, 약을 먹여도 반복적인 구토를 한다면 그저 막연히 환자의 기력이 쇠하는 모습을 원인도 정확히 모른채 지켜보는 게 아니라, 명확한 진단을 토대로 환자의 마지막을 준비해줄 수 있습니다. 림프종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 환자에게 마지막이 왔다는 걸 알고 어떻게 더 편안하게 해줄까를 고민하지만, 이걸 모르면 환자의 기력이 쇠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소화기 림프종 가능성을 추측하더라도, 다른 게 원인이지 않을까를 의심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반복적인 이런저런 검사를 하게 되죠.​

현미경으로만 진단이 가능한 병이니(조금 더 엄밀하게는 현미경 단독으로도 진단이 안되는 병이니), 진단의 문턱이 높은 건 당연합니다. 진단의 문턱은 높은데, 꼼수의 문턱은 아주 낮은 편이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수의사인 저도 꼼수를 우선시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하라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높은 문턱을 넘어 명확한 진단을 냈을 때,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와 관리를 해줄 수 있는 건 당연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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