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를 뒤져보니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2020년에 케이스 포스팅을 했었더군요. 6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 때 이후로 뭐가 달라진 건 없습니다. 2020년에 쓴 포스팅이 여전히 유효하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같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두고, 진단보다는 치료 방법에 초점을 두고 글을 써볼까 합니다. 먼저 고양이가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진단되는 경우, 어떤 치료 옵션이 있나를 살펴보죠. 치료 옵션은 크게 총 4가지가 있습니다.
1. 메티마졸 약물 치료
가장 흔하게 쓰이는 치료 옵션입니다. 메티마졸이라는 약을 꾸준히 먹이면서 갑상선 호르몬(total T4) 수치를 정상 범위 내로 유지하는 관리를 하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효과가 확실한 편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메티마졸은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 약이라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면서 약을 먹이게 됩니다.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평생 약을 먹여야 하죠.
2. 갑상선 절제 수술
두번째는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이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보통 갑상선에 혹(=양성 종양)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병이라, 갑상선을 제거하는 옵션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보통 루틴하게 선택하는 옵션은 아닙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노령묘들에게 생기는 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취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 경우들이 종종 있고, 이렇게 갑상선을 제거한 고양이들의 49%에서 반대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더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치료 후의 합병증에 대한 관리 때문에 잘 선택되지 않는 옵션이죠.
3.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세번째는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가 있습니다. 131I 라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주사된 131I는 갑상선의 기능항진성 여포(hyperfunctioning follicle)에 모여 국소적인 조직 파괴를 유발합니다. 갑상선 호르몬을 과하게 분비하는 세포들 위주로 없애버린다는 얘기죠. 보통 주사 한 번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치료하게 되고, 그 이후로는 약물 관리 없이 지냅니다. 관리가 아닌 치료라는 점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치료 옵션들 대비 비용이 비싸고, 치료 이후에는 한동안 환자가 몸 밖으로 방사선을 배출하기 때문에 (방사선을 배출하지 않을 때까지) 납으로 된 차폐 시설에 입원해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시설이 있는 곳이 한국에는 2곳(충북대 동물병원과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 뿐이라 치료를 기다리는 대기 환자가 많다는 것도 단점이죠.
4. 식이 요법
갑상선 호르몬은 요오드가 있어야 만들어지기 때문에 요오드를 아예 먹이지 않으면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착안한 게 식이 요법입니다. 처방 사료 중에는 힐스에서 나오는 y/d라는 사료가 요오드를 완전히 제한한 갑상선 처방 사료죠. 사료만 바꾸면 된다는 장점이 있고, 사료는 어차피 사야하는 거니까 비용적인 면에서도 가장 부담이 적지만, 요오드 제한 식이를 해야하기 때문에 y/d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을 관리하는 경우에는 사료 외에 다른 것은 일절 먹여서는 안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보통 진료실에서 대화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동위원소 치료를 하느냐 아니냐는 보호자분마다 다르지만, 동위원소 치료를 하고자 하는 경우더라도 당장 바로 다음날 치료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일단은 메티마졸이나 식이 요법을 고려합니다. 식이 요법의 경우, 메티마졸과는 달리 일관되게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정상 범위 내로 돌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은 메티마졸을 치료 방법으로 선택합니다. 메티마졸로 갑상선 관리를 하되, 관리 중에 동위원소 치료 대기를 걸어놓거나 하는 식이죠.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환자들도 그랬습니다. 첫번째 환자의 경우는 첫 내원 시, total T4(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어마무시하게 높았습니다. 그래서 메티마졸을 시작했죠. 지속적인 체중 감소 때문에 내원한 두번째 환자도 똑같았습니다. 두 환자의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 첫번째 환자(11살 코숏) | 두번째 환자(13살 코숏) | 정상 범위 |
| total T4 | ▲ > 20 | ▲ 8.3 | 0.8 – 4.7 ug/dL |
첫번째 환자의 경우는 앞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단은 메티마졸 치료를 우선시하기로 했습니다. 메티마졸 치료 3주차가 됐을 때 즈음엔 갑상선 수치도 꽤 많이 떨어지고, 체중도 다시 늘었죠. 구토가 주증상 중 하나였는데, 구토 빈도도 꽤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 즈음에서 평소 환자에게 보지 못했던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예전에는 그랬던 적이 없었는데, 얼굴을 심하게 긁기 시작한 거죠. 얼마나 심하게 긁었는지 피가 날 정도였습니다.

메티마졸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인데, 그런 부작용 중 하나로 facial excoriation(얼굴을 심하게 긁는 건데, 굳이 번역하자면 얼굴 피부 긁기 정도가 됩니다)라는 게 있습니다. 메티마졸로 인해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면 약을 중단해야만 하죠(어설프게 약을 감량한다든가 하는 건 안됩니다. 약을 중단하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긁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명확한 facial excoriation이 있었고, 이렇게 되면 갑기항의 치료 옵션 중에 메티마졸은 환자에게 더이상 선택지가 아니게 됩니다. 이 환자는 좋든 싫든 다른 치료 옵션을 선택해야하죠.
메티마졸은 (갑기항 환자가 많은만큼) 루틴하게 처방되는 약이지만,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약 중 하나입니다. 가벼운 소화기 부작용까지 감안하면 투약한 환자의 대략 20% 정도가 부작용을 겪는다고 볼 정도죠. 이런 부작용 중에는 용량을 조금 줄여서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있는가하면, 반드시 약을 중단해야만 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 자극으로 식욕부진이나 구토, 무기력증이 나타나는 건 (용량 조절없이) 그냥 버티거나, 약을 잠깐 중단했다가 용량을 조금 줄여서 다시 시작하면 부작용 없이 약을 먹일 수 있지만, 이 케이스처럼 facial excoriation이 나타나는 건 반드시 약을 중단해야만 합니다.
메티마졸이 갖는 치명적인 부작용은 facial excoriation 외에도 있습니다. 조혈장애(blood dyscrasias)가 부작용으로 나타나서 심한 호중구감소증이나, 혈소판감소증, 빈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복불복으로 간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흡사 림프종이라도 생긴듯 말초 림프절이 커지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들은 모두 약을 중단해야만 하죠. 다행히 보통 약을 중단하면 사라지지만, 간혹 중단을 하지 못하고 약 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접근하게 되는 경우, 나중에는 돌이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조혈장애의 경우, 약을 중단하지 않으면 비가역적인 골수 손상을 유발해서, 나중에는 메티마졸을 끊어도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 호중구감소증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죠.
첫번째 환자가 메티마졸 투약 이후 부작용으로 인해 약을 중단해야만 했다면, 두번째 환자의 경우는 메티마졸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 환자는 초진 때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진단됐는데, 동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혈소판감소증이 확인됐습니다. 어중간한 혈소판 감소가 아니라 조금 겁이 나는 정도의 혈소판 감소증이었죠.
| | 결과 | 정상 범위 |
| PLT | ▼ 9 | 151- 600 (K/uL) |
(혈소판 감소증에 대한 부분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는 별개로 따로 진단되어 별도 관리중입니다만) 이렇게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있는 환자라면 설사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메티마졸을 투약하기란 아무래도 겁이 납니다. 메티마졸을 투약했다가 조혈 장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을 수 있고, 향후 혈소판 감소증이 잘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 이게 애초부터 있던 병이 관리가 잘 안되는 건지, 병과는 별개로 메티마졸 부작용에 의해 혈소판감소증이 추가적으로 또 생긴 건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두번째 환자의 경우는 처음부터 메티마졸 투약을 보호자분께 추천드리지 않았고, 바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예약을 잡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두 환자 모두 메티마졸 투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두 환자의 보호자분들은 모두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하기로 결심하셨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한다는 게 문제가 됐죠. 그 기간 동안 환자를 아무런 관리없이 방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메티마졸이 옵션이 아닌 경우, 어떤 치료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졌습니다. 메티마졸을 대신할 수 있는 치료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4가지 옵션을 토대로 보자면 일단 식이 요법이 가장 우선적인 대안이 되겠지만, 식이 요법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메티마졸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메티마졸 말고 다른 약이 없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약은 프로필티오우라실(Propylthiouracil)이라는 약입니다. 이 약은 메티마졸과 비슷한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에서는 오히려 메티마졸보다 부작용이 더 심하다는 문제 때문에 잘 쓰지 않는 약이죠. 혈소판감소증이나 용혈성 빈혈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더 흔하다는 얘기가 있어 잘 쓰지 않지만, 메티마졸이 옵션이 아닌 경우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담낭조영술에 사용되는 경구제(cholecystographic agent)인 Calcium Ipodate나 Iopanoic acid가 있습니다만, 한국에선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에 직접 작용하지는 않더라도 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약들도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몸을 흡사 과도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만듭니다. 이 때 아테놀롤이나 프로프라놀롤 같은 약(베타 블로커라고 합니다)들은 이런 작용을 억제해줍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리게 뛰게 해주고, 고혈압이나 과흥분 같은 증상을 눌러주죠. (그래서 사실 메티마졸 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임상증상을 빠르게 컨트롤하고자 할 때 같이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L-카르니틴 같은 약은 별 부작용 없이 써볼 수 있는 또 다른 대안 중 하나입니다. L-카르니틴은 직접적으로 total T4 수치를 바꾸지는 않지만, 말초 조직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걸 억제합니다. 그래서 갑상선호르몬에 의한 작용을 조금 경감시켜주는 역할을 하죠.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약이랄까요.
물론 이 환자들은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컨트롤하면 됐던 환자들이고, 부작용이 더 심할 수 있는 프로필티오우라실 같은 약물 옵션보다는 식이 요법을 우선시하기로 했습니다.

두번째 환자에 비해서 첫번째 환자는 아주 심한 갑상선기능항진증(total T4가 20ug/dL 이상)이었기 때문에 y/d만으로 관리가 될지 걱정이었지만, 어쨌든 환자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옵션이었기에 사료를 먼저 바꾸기로 했습니다. 둘 모두 식이 변경 이후, 3-4주 정도가 됐을 때 다시 한 번 혈액 검사를 했습니다. 변화는 이렇습니다.
| | 진단 시점의 total T4 | y/d 식이 관리 이후의 total T4 | 정상 범위 |
| 첫번째 환자 | ▲ > 20 | 4.2 | 0.8 – 4.7 ug/dL |
| 두번째 환자 | ▲ 8.3 | 2.3 |
당분간 간식 없이 사료만 먹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꽤나 성공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개선된만큼 임상증상도 빠르게 개선되어 병원에 올 때마다 조금씩 체중이 늘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이만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갑상선기능항진증까지 관리할 수 있느냐는 논문이 있습니다. 처음 y/d가 나왔을 때는 경미한 수준에서 중등도 정도의 갑상선기능항진증(mild to moderate hyperthyrodism)을 관리하는 걸 목표로 마케팅이 됐습니다만, 이후 논문에서는 중등도에서 심한 수준(moderate to severe)의 갑상선기능항진증도 y/d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y/d 식이 관리 중에 동거묘가 있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y/d를 먹어야 하는 환자들은 y/d 이외의 다른 걸 먹으면 안되기 때문에 동거묘도 사료를 통일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거묘만 다른 사료를 먹이기가 보통 쉽지 않으니까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아닌 환자에게 y/d로 극단적인 요오드 제한 식이를 해도 괜찮을까요? 다행히 괜찮더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동거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 될 수 있지만, y/d 식이를 해야하는 고양이가 집에 있다면, 모든 고양이가 간식을 끊고 y/d만 먹으면 되죠.
포스팅에서 얘기한 환자들은 근시일 내에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분명 있죠. 비용적인 부분이나 다른 이유 때문에 동위원소 치료 자체가 옵션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환자들에서 불가피한 이유로 메티마졸 투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 포스팅에서 얘기한 것들을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조금 더 관리가 수월한 동위원소나 메티마졸에 비해서 불편은 있습니다. 좋아하는 간식을 주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원하는만큼 충분히 갑상선기능항진증 관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어떻게든 관리를 하고자 하면, 다 방법이 있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