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컷의 중성화 수술은 개든 고양이든 수술보다는 시술에 가까운 매우 간단한 술기입니다. 술기가 간단하다보니, 수의사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수술이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늘동물병원은 개와 고양이의 수컷 중성화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암컷과 달리 수컷의 경우 개복 수술을 하지는 않습니다. 잠복 고환이 아니라면 음낭 내에 고환이 내려와있는 것을 촉진으로 확인한 후에 수술을 진행하게 되고, 그럴 경우 피부 절개만 하면 바로 고환이 노출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수술에 걸리는 시간도 5분 이내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수술이 끝나게 됩니다.
수컷의 중성화 수술은 암컷과는 달리 건강 상의 이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암컷은 죽을 수 있는 자궁축농증과 유선종양을 중성화 수술로 예방할 수 있는 반면, 수컷의 경우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회음부 탈장이나, 양성 전립선 비대(BPH), 항문주위선종, 공격적 성향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마킹이라든가,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행동학적인 부분들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수컷 중성화 수술의 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형견 수컷의 경우 오히려 너무 이른 시기에 중성화 수술을 하면 관절 질환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이른 시기에 하기보다는 1살 이후에 중성화를 하는 것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한 환자들은 암컷과 마찬가지로 오전 중에 병원에 내원합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전신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기 때문에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줄이고, 환자가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하도록 마취 전에 2-3시간 정도 충분히 수액을 맞습니다. (암컷 중성화 케이스에서 했던 얘기이지만, 마취 전 수액은 사람에서의 연구 결과를 외삽해서 동물에서도 그대로 적용합니다.)
수컷 중성화 수술이 암컷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취를 주사마취로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때론 보호자분들이 호흡 마취가 주사 마취보다 안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호흡 마취를 더 선호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호흡 마취는 호흡 마취대로의 장점이 있고, 주사 마취는 주사마취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호흡 마취의 경우, 마취의 깊이(심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고, 장시간의 마취에 적절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호흡 마취제 자체가 저혈압 리스크를 높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주사 마취제는 심도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단시간의 마취에서는 호흡 마취보다 더 유용합니다. 수컷 중성화 수술의 경우 호흡 마취는 거의 이득이 없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수컷 중성화 수술 시에 응급 상황에 대비해 삽관을 하고 환자의 기도를 확보해둔 상태로 산소 공급을 하지만, 마취 자체는 주사 마취를 진행합니다. 삽관을 하기 때문에 과정 자체는 호흡 마취와 동일하지만, 호흡 마취제를 환자에게 노출시키지는 않아 마취 중 저혈압의 리스크는 줄이고, 주사 마취제가 약효를 내는 시간 내에 빠르게 수술을 끝냅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진통을 소홀히 하지는 않습니다. 국소 마취는 최근 수의학에서는 스탠다드에 가까운데, 모든 중성화 수술 환자에서 국소마취제를 이용해 진통을 2중, 3중으로 합니다. 암컷과 동일하게 전신 약물로 마약성 진통제와 NSAID를 주고, 고환 자체에 국소마취제를 주소하고, 피부 절개 부위에도 국소마취제를 적용해서 최대한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합니다.
암컷 중성화 수술의 경우, 고양이에서 수술법이 (정중절개냐, 옆구리 절개냐) 달라지지만, 수컷 중성화 수술은 강아지에서 수술법이 달라집니다. 음낭을 절개(Scrotal castration)하느냐, 음낭 앞쪽(Pre-scrotal castration)에서 절개하느냐는 수의사에 따라, 병원에 따라 다릅니다. 오늘동물병원은 개와 고양이 모두 음낭 위에서 절개하는 수술법을 선호합니다.
전통적으로 수의학에서는 음낭 앞쪽에서 절개하는 중성화 수술법(Pre-scrotal incision)을 조금 더 선호했습니다. 음낭에서 절개를 하면 강아지들이 더 많이 핥고, 그로 인한 피부 자극이나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5년 정말 그런가를 확인한 논문이 있었습니다. 이 논문은 437마리의 강아지 중, 206마리는 음낭 앞쪽에서 피부를 절개하고, 231마리는 음낭에서 피부를 절개해서, 두 그룹 사이의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수술 직후의 통증과 48시간 이내의 부종은 음낭에서 절개한 부분이 더 많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음낭 앞쪽에서 절개한 그룹이 많았습니다. 수술 부위 출혈이나, 환자가 계속 신경을 쓰고 핥는 부분이라든가, 수술 후 2시간/4시간/8시간/24시간/72시간 이후이 부종이 전부 음낭 앞쪽에서 절개한 그룹이 더 많았습니다. 또한 수술 시간도 음낭 앞쪽 절개는 평균 5분 정도가 걸렸지만, 음낭 절개는 3.6분 정도로 음낭 절개가 더 짧았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에비던스를 토대로 강아지에서도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음낭 절개를 선호합니다. 음낭 절개의 장점 중 하나는 음낭의 피부가 쭈굴쭈굴하기 때문에 피부를 당겨서 절개하면 실제 절개 부위가 음낭 앞쪽에서 절개할 때보다 작다는 것도 있습니다. 게다가 수술 부위를 닫을 때도, 음낭 앞쪽의 경우 피부 봉합을 따로 해야하지만, 음낭의 경우 의료용 생체 본드를 이용해 접합하면 피부 봉합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봉합사를 사용하지 않고, 재내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정관과 혈관을 묶을 때도 정관 자체를 봉합사 없이 정관을 꼬아서 결찰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체내에 무언가를 남기지 않고 수술을 합니다. 자가 결찰이라고 하는 방법입니다.
EB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Evidence-Based Medicine의 약자로 경험이나 관행(혹은 전통)을 따르기보다는 최신의 과학적인 논문 근거를 토대로 의학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뜻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모든 수의학적인 판단을 EBM에 맞춰 진행합니다. ‘예전에도 그렇게 했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최신 논문이 조금 더 낫다고 하는 방법이 있으면 그 방법을 선택합니다. 항상 환자에게 스탠다드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