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소개/면역매개성 혈소판 감소증(IMT)
케이스

면역매개성 혈소판 감소증(IMT)

종종 보게되는 병들 중에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상하게 궁합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되는 병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 옛날에는 자궁축농증이 그랬고, 요즘에는 IMT(Immune-mediated Thrombocytopenia, 면역매개성 혈소판 감소증)가 그랬습니다. 자궁축농증은 치료만 제 때에 하면 예후가 나쁘지 않은 병인데, 이상하게 제가 맡은 자궁축농증 환자만 패혈증이 온다든가, 수술 후에 잘 회복하는 것 같더니 사망한다든가 하는 일이 있었고, IMT는 진단을 놓치거나, 진단을 잘 했는데, 환자가 출혈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었죠. 딱히 어려운 병이 아닌데, 이상하게 징크스처럼 그 병만 만나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징크스처럼 그런 일이 몇 번인가 반복되다가 잘 맞는 케이스를 만나 환자가 수월하게 회복하면 그 징크스가 깨지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IMT 징크스를 깨준 케이스에 대한 얘기입니다(=예후가 좋았고, 잘 풀렸다는 얘기). 최근 오늘동물병원을 찾았던 IMT 환자 둘을 두고, 어느 정도는 동일한 치료 프로토콜을 따르되, 조금은 다르게 접근했던 부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첫번째 환자는 6살의 비숑으로 잘 지내다가 갑자기 피부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3개월 전쯤 건강검진을 했을 때만 해도, 별 문제가 없는 환자였는데, 갑자기 보라색 멍들이 배쪽에 생기기 시작했죠. 멍이 든다는 걸 제외하면 환자에게 별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밥도 그럭저럭 잘 먹었고, 활력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죠.

이런 피부의 멍을 보면, 수의사들은 누구나 응고계 문제, 혹은 혈소판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혈소판 수치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만약 혈소판에 별 문제가 없다면 응고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를 의심하죠. 이런 피부의 멍은 때로는 아주 모호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그런 경우 피부병이 아닌가 싶어 병원을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에게 IMT 징크스를 만들어준 (진단을 놓쳤던) 케이스는 평소 피부염을 자주 앓던 환자라 피부염이 또 생겼다고 생각하고 점상 출혈을 간과한 경우였죠. 교과서에서는 (제가 했던) 이런 실수를 막기 위해 의심되는 병변이 있으면, 점상 출혈이 맞는지 슬라이드 글라스로 꾹 눌러보라고 합니다. 압시법(Diascopy)이라고 하는 이 방법을 통해 병변이 하얗게 변하면(=blanching lesion) 염증 때문에 혈관확장이 있는 피부염일 가능성이 높지만, 하얗게 변하지 않으면(=nonblanching lesion) IMT의 점상 출혈 같은 조금 더 심각한 병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죠.

두번째 환자는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피부병이 생긴 것 같아서 피부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한 경우였죠. 9살의 푸들이었는데, 내원 당시 피부 모습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피부 알러지가 있는 환자들이 주로 간지러워하는 귀나 허벅지 안쪽 같은 곳에 이런 애매한 병변이 생기면, 긁어서 상처가 난 건지, 점상 출혈인지 다소 애매할 때가 있죠. 평소 피부가 안 좋은 적이 없었던 환자라면 갑자기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평소 피부병을 자주 앓는 환자라면 수의사도 피부병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어쨌든 일단 피부병이 아니라 출혈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이 명확해지면, 진단을 위한 다음 단계는 혈액 검사를 해보는 것입니다.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지 CBC 검사를 해보죠. 두 환자의 CBC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첫번째 환자(비숑) 결과

두번째 환자(푸들) 결과

정상 범위

Hct

53.2 %

50.8 %

37.3 – 61.7

WBC

6.83 K/uL

16.49 K/uL

5.05 – 16.76

NEU

5.29 K/uL

13.2 K/uL

2.95 – 11.64

LYM

▼ 0.98 K/uL

2.3 K/uL

1.05 – 5.1

MONO

0.24 K/uL

0.78 K/uL

0.16 – 1.12

EOS

0.26 K /uL

0.12 K /uL

0.06 – 1.23

BASO

0.06 K/uL

0.09 K/uL

0 – 0.1

PLT

▼ 6 K/uL

▼ 2 K/uL

148 – 484

둘 모두 다른 수치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지만, 혈소판 수치가 몹시 낮게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보통 혈소판 수치가 30K/uL 미만이면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자발 출혈을 보일 수 있다고 얘기하죠. 이렇게 혈소판 수치가 낮으면 무조건 IMT부터 떠올리는 건 아닙니다. 혈소판 수치는 면역매개성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다른 원인에 의해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IMT는 IMT를 진단해주는 진단 검사 같은 게 있지 않고, 혈소판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한 이후에 진단이 이루어집니다. 이 두 케이스처럼 혈소판 수치가 바닥을 찍는 경우와 달리 애매하게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있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런 케이스는 진단이 조금 더 까다롭고 어려워지죠.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은 IMT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는 질환은 아무래도 가이드라인을 따라 진단과 치료를 하게됩니다. 가이드라인의 진단에 대한 부분을 먼저 살펴보죠.

알고리즘만 봐도 머리가 아픈데, 대충 혈소판 감소증이 명확한지 확인하는 부분에서 시작하되, 혈소판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라는 얘기입니다. 어딘가 출혈이 있어서 혈소판이 소비된 건 아닌지, 패혈증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닌지, 혹은 감염이 원인이 되어서 혈소판 감소증이 생긴 건 아닌지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고, 혈소판 수치가 낮게 나올만한 대부분의 원인을 배제한 이후에 IMT라고 진단하라는 얘기죠.

두 환자들의 경우, 혈소판 수치가 이 정도까지(각각 6,000개/uL와 4,000개/uL) 떨어지면 높은 확률로 면역매개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배제할 것들은 배제를 했습니다. 빈혈 수치(Hct)가 낮지는 않았으니, 출혈에 의한 혈소판 감소는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멍이 든 걸 제외하면 다른 증상은 없었으니, 패혈증 가능성도 떨어졌죠.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가이드라인은 이렇게 IMT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응고계 검사를 해보는 걸 권합니다. 첫번째 환자(비숑)의 응고계 검사 결과를 보면 이렇습니다.

결과

정상 범위

PT

16 sec

11 – 17

aPTT

91 sec

72 – 102

IMT는 면역이 혈소판을 공격해 혈소판이 파괴되는 병이지, 응고계의 문제가 있는 병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PT나 aPTT 같은 응고계 검사들을 해서 혈액 응고가 지연되는지를 보게 되죠. 이게 지연이 되는 경우에는 혈소판 수치 감소가 IMT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한 가능성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예컨대 DIC(파종성 혈관내 응고) 같은 게 있으면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는데, 이 때는 응고계 검사에서 문제가 있는 게 확인되죠. 혹은 PT나 aPTT가 지연되는데, 혈소판이 줄어들어있다면, 선후 관계가 달라져서 응고 장애 때문에 출혈이 있어서 혈소판이 소비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IMT라면 이런 응고계 검사는 케이스에서 보듯이 정상으로 확인이 되죠.

한국의 IMT 환자에서 또 하나 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감염원의 배제입니다. 바베시아 같은 진드기 매개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면역 억압 치료를 하기 전에 감염원을 배제하는 걸 중요하게 보죠. 어느 정도 선까지 감염원을 배제할 것이냐는 수의사의 진료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느 최소 에를리키아(Ehrlichia spp), 바베시아(Babesia spp), 아나플라즈마(Anaplasma spp)까지는 배제를 하라고 합니다.

감염원에 대한 배제를 중요시한다면 외부 실험실에 PCR 검사를 의뢰하기도 하고, 간략하게 큼직한 것만 배제하겠다고 하면 원내에서 키트 검사를 통해서 확인을 하기도 하죠. 이 케이스의 경우에는 두 환자 모두 원내 키트 검사를 통해서 배제를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수의사의 진료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IMT 환자들의 경우, 감염에 의해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나는 환자들보다 더 낮은 혈소판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보니 혈소판 수치 하나만으로도 IMT 가능성을 제일 높게 보는 상황이었기에, 빠른 면역 억압 치료를 위해 원내 검사가 가능한 키트 검사로 감염원을 배제한 거죠. 두 환자 모두 에를리키아, 아나플라즈마, 바베시아는 음성이었습니다.

이 외에 다른 검사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혈소판 감소증 때문에 출혈이 있을 수 있으니, 영상 검사(방사선이나 초음파)를 통해서 폐나 복강 내에 출혈이 있지 않은지 확인해볼 수도 있고, 보통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혈액 검사 베이스라인을 잡는다는 의미에서 생화학 검사도 하게 되죠.


이렇게 IMT인 게 맞는 것 같다는 대략적인 확신이 들면, 그 때부터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면역이 문제인 병이니까, 면역을 억압하는 치료를 하죠. 면역억압에 있어서 수의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약은 단연코 스테로이드입니다. 스테로이드를 주면서 면역이 억압되고, 골수에서 다시 혈소판이 만들어지길 기다리게 됩니다. 약물 반응이 좋은 편이라면 4-7일 정도에 혈소판 수치가 그럭저럭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정도(=자발 출혈이 생기지 않는 정도)까지 올라오게 됩니다.

일반적인 IMT는 입원 치료를 통해 혈소판 수치가 안정화될때까지 병원에서 환자를 관리하지만, 이 포스팅의 환자들 경우엔 입원 치료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IMT 환자들이 입원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출혈 문제 때문에 계속해서 혈변을 보고 식욕이 떨어지는 바람에 탈수를 막기 위해 수액 치료가 필요하다든가, 이미 폐출혈이 확인되어서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든가, 출혈로 인한 빈혈 때문에 수혈이 필요한 케이스들은 병원에서의 입원 관리가 필수적이죠. 하지만 빈혈 수치가 안정적인 환자들의 경우, (보호자분이 하루 한 번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셔서 혈액 수치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면) 통원으로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혈소판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까지 올라오기까지는 환자를 마치 당장이라도 깨질 수 있는 와인잔같이 다루셔야 한다고 얘기드립니다. 혈소판 수치가 낮다는 얘기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을 사소한 충격에도 환자가 출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딘가 부딪히지 않게 운동제한을 철저히 해주셔야 하고, 딱딱한 개껌 같은 것들도 잇몸에서 출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시면 안된다고 말씀드리죠. 언제까지 그렇게 관리해야할까요? 통상 혈소판 수치가 30K/uL 미만에서 임상증상을 보인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혈소판 수치가 30K/uL이 되기까지는 와인잔처럼 다루셔야 하고, 치료 목표를 100K/uL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100K/uL을 넘기기 전에는 (와인잔까지는 아니더라도) 맥주잔 정도라고 생각하고 다루셔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자발 출혈에 대한 걱정을 어느 정도 안해도 될 때까지가 IMT 환자들의 고비가 되죠. 이 시기에 뇌출혈이나 폐출혈 같은 게 생기게 되면 IMT로 무지개 다리를 건널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스테로이드를 기본 베이스로 두되, 조금 더 나은 치료 반응을 위해서 처음에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빈크리스틴이라는 항암제입니다. IMT는 암이 아닙니다만, 빈크리스틴은 혈소판이 조금 더 빨리 만들어지게 하고, 혈소판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잡아먹히는 일(phagocytosis)을 줄입니다. 그래서 IMT 진단 첫 날 빈크리스틴을 주는데, 실제 빈크리스틴을 주사한 환자들은 조금 더 빠르게 혈소판 수치가 올라가고,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비슷하게 입원 기간을 줄여주고, 초반에 혈소판 수치를 빠르게 올려주는 주사로 HIVIG(Human Intravenous Immunoglobulin, 상품명 리브감마)도 있습니다. HIVIG의 경우에도, 투약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문 근거가 있죠. 빈크리스틴도 효과가 있고, HIVIG도 효과가 있다면, 둘 중엔 뭐가 더 좋을까요? 이것도 논문이 있습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둘 사이에 뭐가 더 낫다는 건 없습니다. 둘 다 비슷하게 입원 기간을 줄여주고, 혈소판 수치가 빨리 올라갈 수 있게 도움을 주죠. 하지만 HIVIG는 빈크리스틴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싸고, 사람의 면역글로불린을 주사하는 거니까, 약간은 수혈처럼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해야하기 때문에 보통은 빈크리스틴을 HIVIG에 비해서 우선시합니다.

물론 빈크리스틴이든, HIVIG든, 환자의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거나,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이 있는 경우에는 주사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환자(비숑)의 경우에는 빈크리스틴을 주사했고, 두번째 환자(푸들)의 경우에는 (통원으로 관리했기 때문에) 집에서 항암제 투약 이후 대소변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셔서 빈크리스틴을 주사하지 않았습니다.


스테로이드 외에 추가하는 면역억제제(second-line immunosuppressive)는 어떨까요? 언제 추가적인 면역억제제를 먹여야하느냐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대충 이렇습니다.

  •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임상 증상(복강내 출혈이나, 뇌출혈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

  • 스테로이드를 단독 투약했는데, 7일 이내에 빈혈 수치(Hct)가 안정화되지 않는 경우.

  • 스테로이드를 단독 투약했는데, 7-10일 이후에도 혈소판 수치가 40K/uL 미만인 경우.

  • 스테로이드를 단독 투약했는데, 7일 이후에도 수혈을 필요로 하는 경우.

  •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

  • 스테로이드 감량(tapering) 중에 혈소판 감소가 다시 나타나는 경우.

보통 이런 기준을 토대로 수의사의 재량에 따라 면역억제제를 추가하곤 하죠. 늘 가이드라인대로 기계적인 진료가 이루어지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세컨라인 면역억제제들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7-14일 정도를 기다려야하는데, 스테로이드 반응을 7일이나 보고 나서 면역억제제를 추가하면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은데, 보호자분에게 또 7-14일을 기다리자고 해야하기 때문에 수의사의 짐승같은 감으로 예후가 좀 불량해보이는 경우에는 조기에 면역억제제를 추가하기도 하죠(나쁘게 말하면 짐승같은 감이고, 좋게 말하면 art라고 합니다).

케이스의 환자들은 둘 모두 처음엔 면역억제제를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치료 도중 두번째 환자가 스테로이드에 의한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빠른 스테로이드 감량을 위해 면역억제제(이 케이스의 경우에는 사이클로스포린)를 추가했죠. 추가 면역억제제 없이 스테로이드만으로 치료한 첫번째 환자(비숑)의 혈소판 수치 변화는 이렇습니다.

검사 항목

진단 1일차

2일차

3일차

4일차

6일차

3주차

정상 범위

Hct

53.2 %

48.6

43.5

47.8

44.5

45.5

37.3 – 61.7

PLT

▼ 6 K/uL

▼ 6

8

40

117

478

148 – 484

4일차가 되어서는 이제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다 싶었고, 6일차가 되어서는 스테로이드 감량하면서 재발 문제만 생기지 않으면 되겠다 싶었죠. 실제로 이 환자는 3-4주에 한 번씩 스테로이드를 25-50%씩 감량하면서 특별한 문제 없이 IMT를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치료 기간 내에 스테로이드 외에 다른 약은 먹지 않았죠(수의사의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쉬운 IMT 케이스).

반면 두번째 환자(푸들)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 환자의 혈액 수치 변화를 보죠.

검사 항목

진단 1일차

3일차

4일차

6일차

3주차

4주차

정상 범위

Hct

50.8 %

45.4

41.7

44.1

32.9

35.9

37.3 – 61.7

PLT

▼ 2 K/uL

▼ 25

60

103

211

253

148 – 484

혈소판 수치는 아주 순조롭게 잘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만, 3주차가 되었을 때,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데도 경미한 빈혈이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 설사와 기력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3주차 때 확인한 간수치도 스테로이드 때문에 크게 올라간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주차 때 이 환자의 간수치는 이랬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ALB

3.1 g/dL

2.2 – 3.9

ALKP

▲ 6,465 U/L

23 – 212

ALT

▲ 752 U/L​

10 – 125

AST

▲ 230 U/L

0 – 50

GGT

▲ 482 U/L

0 – 11

TBIL

0.5 mg/dL​

0 – 0.9

이렇게 빈혈이 생기고, 간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한 이후 9kg였던 환자가 1달 사이에 8kg까지 살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보통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면 식탐을 늘리는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때문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밥을 많이 먹고 살이 찌는 게 조금 더 일반적입니다만, 이 환자의 경우는 스테로이드에 의한 위장관 자극과 간수치 상승이 환자에게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상태가 되면 스테로이드를 최대한 빨리 줄여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를 빠르게 줄이는 과정에서 IMT가 재발하고 혈소판 수치가 다시 떨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면역억압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약값이 들더라도) 세컨라인 면역억제제를 붙여서 써야 하고요. 이렇게 면역억제제를 추가하고 빠르게 스테로이드를 감량하면서 체중 변화가 어떻게 됐는지 보죠.

IMT의 치료에서 어떤 약을 쓸 것인가는 대략적인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 포스팅에서 보는 것처럼 개별 환자에 따라, 보호자분의 지갑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이 케이스들은 다행히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정도만으로 어렵지 않게 완치가 됐지만, 이런 통상적인 방법에도 개선을 보이지 않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치료를 하게 됩니다. 치료의 티어(Tier)를 구분한다고 할 때, 스테로이드와 세컨라인 면역억제제를 베이스로 두되, 1티어로 추가하는 치료가 빈크리스틴이나 HIVIG이고, 2티어는 면역억제제의 혈중 농도 모니터링을 통한 용량 조절입니다만, 2티어에서 해결이 안되면 3티어까지 가게 됩니다.

3티어에 해당하는 치료가 로미플로스팀이라는 약과 비장전적출 수술입니다. 그러니까 로미플로스팀이나 비장전적출은 일단 다른 것들 다 해봤는데, 계속 재발하고 개선이 잘 안될 경우 고려하는 마지막 보루 같은 치료법이죠. 로미플로스팀의 경우, 적혈구 만드는 조혈주사(DPO)처럼 혈소판을 만드는 조혈주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혈소판이 파괴되는 속도보다 만드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일종의 반창고 같은 치료지만, 면역억압이 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비장적출은 다른 내과적인 치료가 모두 실패했을 때 고려해볼 수 있는 옵션입니다. 다른 모든 걸 다 했는데, 여전히 혈소판이 문제가 되는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하는 치료 방법이죠. 비장을 제거한다고 모든 IMT 환자가 완치가 되냐하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논문을 보면 7마리 중 3마리는 비장적출 후에 IMT가 완치(complete remission) 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완치되느냐가 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치료 옵션이지만, 다른 모든 수단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까지 해야되는 케이스가 많지는 않습니다.)


IMT를 잘 치료한 이후에도 재발하는 케이스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초반의 무서운 시기(=PLT 40K/uL 미만인 시기)를 잘 견디면, 예후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IMT 환자의 70-90% 정도가 생존한다는 데이터가 있죠. (이렇게 예후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하는 병에서 지속적으로 나쁜 예후를 경험하면 그게 수의사의 징크스가 됩니다) 이 포스팅의 환자들도 둘 모두 각자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잘 회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달아 보게된 두 케이스가 모두 잘 회복해서 저의 개인적인 IMT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줘서 어쩐지 두 강아지 모두에게 정이 가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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