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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

IMHA(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은 댓글을 통해 몇 번인가 포스팅을 요청받았던 적이 있는 질환입니다. 괜찮은 케이스가 생기면 소개해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다할 케이스가 있진 않아서 포스팅을 미루고 있었는데, 교과서처럼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IMHA에 대한 얘기를 해봄직한 케이스가 최근 치료를 끝마쳐서 소개해봅니다.

포스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고양이의 IMHA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원발성 IMHA(Primary IMHA)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인데, 그래서 만약 고양이에서 IMHA가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면, 바로 면역을 억압하는 치료를 하기보다는 IMHA를 유발시킬만한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은지 확인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IMHA를 유발할만한 약을 먹었던 적이 있진 않은지, FIP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감염되어 있진 않은지 같은 것들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하고, IMHA를 유발할만한 원인이 있었다면, 면역 억압치료를 하기보다는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식의 관리를 하죠. 그래서 만약 고양이인데, 원발성 IMHA를 진단받았다면, 놓친 게 있지는 않는지 두번세번 살펴봐야 합니다. 고양이에서 원발성 IMHA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진단이 정확한지 되살펴봐야할 정도로 고양이에서는 원발성 IMHA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케이스의 이야기는 강아지에 관한 얘기입니다. (고양이도 만약 원발성 IMHA라면 치료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환자는 8살의 중성화한 수컷 치와와로 일반적인 IMHA 케이스와는 다른 증상을 주증으로 내원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많이 싸는 증상이 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식욕이 떨어졌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IMHA보다는 신부전 같은 케이스에서 보게 되는 히스토리죠. 그래서 처음에는 신부전이 왔나 싶었습니다(관절염 때문에 진통소염제인 NSAIDs를 최근까지 복용했던 히스토리가 있는 환자라서 신부전이 오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혈액 검사를 진행했고, 환자의 생화학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ALB

3.4 g/dL

2.3 – 4

ALKP

75 U/L

23 – 212

ALT

62 U/L​

10 – 125

BUN

▲ 44 mg/dL

7 – 27

Ca

10 mg/dL

7.9 – 12

CHOL

▼ 97 mg/dL

110 – 320

CREA

▲ 1.9 mg/dL

0.5 – 1.8

GGT

5 U/L

0 – 11

GLOB

3.6 g/dL

2.5 – 4.5

PHOS

4.5 mg/dL

2.5 – 6.8

TBIL

▲ 1 mg/dL​

0 – 0.9

TP

7 g/dL

5.2 – 8.2

예상했던대로 신장 수치가 경미하게 높아져 있었습니다. 다음/다뇨가 있는 환자에서 이렇게 CRE과 BUN 수치가 높아져 있으면 신부전을 강력하게 의심할 수 있습니다. 헌데 조금 이상했던 건 Total Bilirubin 수치가 높아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의 CBC(전혈구검사)와 엮어서 생각하면 일반적인 신부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CBC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RBC

1.8 M/uL

5.65 – 8.87

Hct

▼ 18 %

37.3 – 61.7

Hgb

▼ 4.9 g/dL

13.1 – 20.5

MCV

100 fL

61.6 – 73.5

RETIC

1187.3 K/uL

10 – 110

WBC

▲ 17.34 K/uL

5.05 – 16.76

NEU

9.59 K/uL

2.95 – 11.64

LYM

▲ 6.32 K/uL

1.05 – 5.1

MONO

▲ 1.19 K/uL

0.16 – 1.12

EOS

0.24 K /uL

0.06 – 1.23

BASO

0 K/uL

0 – 0.1

PLT

388 K/uL

148 – 484

흔히 빈혈 수치라고 하는 Hct(Hematocrit) 수치가 18% 정도로 낮게 확인이 됐습니다. 신부전에서도 빈혈이 있을 수 있지만, 보통 3기나 4기 정도로 신부전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나타난다는 걸 감안하면, CRE 수치가 1.9 밖에 안되는데, Hct 수치가 이 정도로 낮은 건 무언가 앞뒤가 살짝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죠. 일단 빈혈이 있으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피가 만들어지는 빈혈인지(=재생성 빈혈인지), 피가 안 만들어지는 빈혈인지(=비재생성 빈혈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때 보게 되는 수치가 RETIC(Reticulocyte, 세망적혈구) 수치입니다. (CBC 검사 장비에 따라 세망적혈구 수치가 나오는 장비가 있고, 아닌 장비가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은 세망적혈구 수치가 나오는 CBC 검사 장비를 사용합니다.)

RETIC 수치가 이 케이스처럼 정상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값이 나오면, 환자는 피가 만들어지는 재생성 빈혈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신부전에서 나타나는 빈혈이 조혈인자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비재생성 빈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빈혈이 신부전 때문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는 또다른 근거가 되죠. 이렇게 일단 빈혈이 재생성 빈혈로 확인이 된다면, 보통 빈혈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적혈구가 깨지는 용혈(hemolysis)이 있거나, 적혈구가 소실되는 출혈(hemorrhage)이 있다고 구분할 수 있죠. 그 때 보게 되는 것이 환자의 빌리루빈 수치와 소변 검사 결과입니다. 용혈이 있는 경우는 적혈구가 깨지면서 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빌리루빈의 경우 간에 문제가 있거나, 담도계에 문제가 있을 때 올라가곤 하지만, 이렇게 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용혈이 있는 경우에는 수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실제 이 환자의 다른 간수치는 모두 정상입니다). 흔히 황달 수치라고도 하는데, 이 케이스처럼 경미하게 올라간 경우에는 육안 상 신체검사에서 황달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간담도계 질환이나 용혈에 대한 생각을 해야하죠.

그러면 이 환자는 용혈성 빈혈도 있고, 신부전도 있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엄밀하게는 둘 다 있는 게 맞지만, 이 경우에도 인과 관계가 있습니다.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은 2가지 경우로 구분할 수가 있는데, 혈관 내에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혈관내 용혈(intravascular hemolysis)와 혈관 밖에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혈관외 용혈(extravascular hemolysis)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이 둘의 구분은 소변 검사를 통해서 할 수 있죠. 소변 검사 상에서 혈색소뇨(hemoglobiuria)가 나타나면 혈관내 용혈이 있다고 봅니다. 혈관외 용혈은 대식세포(macrophage)에 의해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것이기 때문에 헤모글로빈이 나오지 않지만, 혈관내 용혈이 있는 경우에는 소변색이 약간은 갈색처럼(혹은 심하면 혈뇨처럼) 보이게 됩니다. 병원에서는 소변의 색과 소변 스틱 검사를 통해서 혈색소뇨가 있지 않은지 확인하죠. 이 환자의 경우에는 뚜렷한 혈색소뇨가 있었습니다.

혈관내 용혈과 혈관외 용혈의 구분이 왜 중요할까요? 혈관내 용혈의 경우,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혈관내에 헤모글로빈이 많아지게 되는데(=hemoglobinemia), 헤모글로빈은 그 자체로 신장에 독성을 보입니다. 즉, 이 환자의 경우는 아마도 혈관내 용혈로 헤모글로빈혈증(hemoglobinemia)이 발생하고, 헤모글로빈혈증이 신부전을 유발했다고 추론해볼 수 있었죠. 선후관계가 신부전에 의한 빈혈이 아니라, 용혈성 빈혈에 의한 신부전이었던 겁니다.

그럼 용혈성 빈혈이 왜 생겼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용혈성 빈혈의 감별진단 목록은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제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이 포스팅에서 얘기하는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이고, 혹은 감염성 요인에 의한 빈혈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일전에 얘기했던 바베시아 같은 것들이 예죠. 양파나 마늘 같은 것을 먹었을 때도 독성 반응에 의해 용혈성 빈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전질환에 의해 용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DIC(파종성 혈관내 응고)나 종양 같은 것들이 있을 때도 적혈구가 깨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죠.

용혈성 빈혈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 환자는 다양한 검사들을 추가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해서 복강 내에 종양(특히 비장 종양)이 있지 않은지 확인을 했고, PCR 검사를 해서 감염성 요인에 의해 빈혈이 생긴 건 아닌지도 확인을 했죠. 히스토리 상으로 무언가 잘못 먹은 게 있는 건 아닌지도 확인을 했습니다. 환자의 PCR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염성 요인은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됐고, 영상 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확실치는 않아도, 무언가 이상한 걸 먹었을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하셨죠.

이 케이스가 골치아파진 건 이때부터입니다. 수의사들이 용혈성 빈혈 케이스에서 가장 먼저 의심하는 질병 중 하나가 IMHA인데, 이 환자의 경우 IMHA와 관련된 검사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다. IMHA를 확인하고자 할 때 수의사들이 확인하는 것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혈액 도말 검사를 했을 때 구상적혈구(spherocyte)가 보이는지

2) 혈액이 자가응집반응(auto agglutination)을 보이는지

3) DAT(Direct Antiglobulin Test, 통칭 Coomb’s test)에서 양성이 확인되는지

이 3가지 검사에서 하나 이상이 확인되면 IMHA를 의심하게 되죠. IMHA가 의심된다면, 용혈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어느 정도 적절히 배제한 이후 IMHA라고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이 환자도 그래서 이 3가지를 확인했습니다(사실은 PCR 검사나 영상 검사를 하기 전에 이걸 먼저 했습니다).

환자의 혈액 도말 검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말이 아주 이쁘게 되진 않았지만, 구상적혈구에서 볼 수 없는 적혈구의 창백한 중심이 뚜렷하게 보이는 게 확인되죠. (Central pallor라고 하는 게 없으면서 적혈구의 사이즈가 정상보다 조금 작은 걸 구상적혈구라고 합니다.)

도말에서도 확인이 되지만, 적혈구가 자기들끼리 뭉치는 자가응집도 보이지 않습니다. 자가응집반응은 실제로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적혈구와 생리식염수를 적당량 섞어서 확인을 합니다. 이 환자의 케이스에서는 아래처럼 자가응집반응이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가응집반응이 있으면, 사진처럼 부드럽게 섞여있는게 아니라 고춧가루 뿌려놓은 것처럼 적혈구가 뭉쳐있는 걸 볼 수 있죠. 보통 IMHA를 진단하고자 하면, 이 두 검사에서 대략적인 견적(?)이 나옵니다. 상당수의 케이스에서 이 둘 중 하나(혹은 둘 다)가 이상하게 나오니까요. 이 환자는 그렇지 않았고, 다른 검사에서도 모두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번째 검사인 Coomb’s test까지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쿰즈 테스트에서도 결과는 음성이었죠.

2019년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는 IMHA의 진단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가이드라인의 알고리즘을 그대로 가지고 와보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3가지 검사 중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게 있느냐에 따라 IMHA 가능성을 높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는 건데, 이 환자는 셋 중 무엇도 확인이 되지 않았죠. (알고리즘만 따라 가자면 IMHA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면 수의사의 악몽이 시작됩니다(빈혈은 언제든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밤에 발 뻗고 자기가 힘들죠).

초기 진단 검사에서 IMHA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 환자는 당장 면역억압치료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IMHA 이외에 용혈을 유발할만한 가능성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죠. 감염성 요인을 (앞서 결과에서 보였던 것처럼) PCR 검사로 배제했고, 보호자분이 무언가 먹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하셨지만, 확신을 하지는 못하셨기 때문에 무언가 먹었을 가능성(=중독)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서 당장 면역억압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먹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빈혈 수치를 모니터링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헤모글로빈의 신장 독성 때문에 신부전이 발생한 부분은 해결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입원을 하고 수액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혈관내 용혈의 경우, 신부전이 확인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케이스처럼 헤모글로빈 때문에 신장에 손상을 줄 가능성을 고려해 수액 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이건 IMHA로 진단이 되든 되지 않든 똑같이 하게 되는 치료죠. 실제 IMHA 환자 중에서는 혈관내 용혈 없이 비장과 간에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혈관외 용혈 환자들도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수액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뒤에 언급하겠지만) IMHA는 혈전 생성 가능성 때문에 급사의 리스크가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혈전 생성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정맥 카테터는 수혈이 끝나면 (수액 치료가 필수가 아니니) 바로 제거하곤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이런 환자들은 수혈이 끝나면 입원 없이 통원으로 관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어쨌든 이 환자는 수액이 반드시 필요했고, 입원 기간 동안 환자의 신장 수치와 빈혈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내원 첫 날 결과

입원 2일차

입원 3일차

입원 4일차

정상 범위

BUN

▲ 44 mg/dL

45

50

27

7 – 27

CREA

▲ 1.9 mg/dL

1.7

1.4

0.8

0.5 – 1.8

PHOS

4.5 mg/dL

5.4

4.9

3.6

2.5 – 6.8

RBC

1.8 M/uL

1.79

2.14

2.17

5.65 – 8.87

Hct

18 %

18.3

21.8

20.9

37.3 – 61.7

MCV

100 fL

102.2

101.9

96.3

61.6 – 73.5

RETIC

1,187.3 K/uL

1,170.1

1,371.7

1,378.6

10 – 110

수액이 들어가면서 신장 수치는 정상화됐지만, 시간이 지나도 빈혈 수치는 약간의 변동만 있을뿐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IMHA 환자들은 대부분 강력한 면역 반응(항원-항체 반응) 때문에 적혈구가 빠르게 파괴되면서 많은 경우, 피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파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수혈이 필요한 수준의 빈혈을 겪게 됩니다. 보통 Hct 수치가 10 초반 혹은 15 근방의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상당수의 IMHA 환자들은 내원 당일에 (앞서 언급한 3가지 검사를 통해 진단이 나고) 수혈까지 받게 되곤 합니다.

이 환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재생 반응이 워낙 강력했으면서, 동시에 면역반응이 그리 세지 않았기 때문인듯 싶은데, 적혈구가 파괴되는 속도와 새로 만들어지는 속도가 엇비슷했는지, 빈혈 수치가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았죠. 독성에 의한 용혈이었다면, 독성 반응이 해소될 때쯤 파괴되는 정도가 줄어들테니 점점 수치가 올라가야했지만, 이 환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 반응이 아니라는 걸 점점 더 뚜렷하게 보여줬죠.

면역매개성 질환들의 특징 중 하나가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면서 진단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이 환자도 결국에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모니터링을 하기보다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보호자분과 상의 후, IMHA라고 보기엔 근거가 없는 편이지만, 용혈을 유발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질환이 배제된 상태이니 스테로이드로 면역억압을 해보고 빈혈 수치가 개선을 보이는지 확인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내원 첫 날은 독성에 의한 용혈을 고려했던 상태이니, 스테로이드를 바로 먹였을 때 빈혈 수치가 높아진다면, 이게 독성 반응이 해소되면서 개선이 되는건지, 스테로이드 때문에 좋아지는 건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성 반응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만약 스테로이드 투약으로 빈혈 수치가 개선된다면, 면역매개성이라고 거꾸로 생각할 수 있게 되니까요.


면역억압 용량으로 스테로이드를 투약하고 일주일이 지나자 매번 비슷한 수준(Hct 20 근방)에서 유지되던 환자의 수치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사 항목

스테로이드 투약 직전 결과

스테로이드 투약 1주일 후

정상 범위

RBC

2.48 M/uL

3.61

5.65 – 8.87

Hct

▼ 22.1 %

28.1

37.3 – 61.7

MCV

▲ 89.1 fL

▲ 77.8

61.6 – 73.5

RETIC

861.3 K/uL

▲ 450.5

10 – 110

면역억압 치료를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유의미한 정도의 수준으로 Hct 수치가 증가한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치료 효과가 있다는 얘기였죠. 이 때부터는 IMHA라고 보고, 지속적으로 면역억압치료를 진행했습니다.

IMHA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했듯, ACVIM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약간의 변형은 있을 수 있겠지만, IMHA 치료의 스탠다드라고 볼 수 있죠. 이걸 기준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의사의 경험을 가미해 조금씩 치료를 바꾸게 됩니다.

IMHA 환자가 사망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 입니다. 급성기에는 빈혈 때문에 제때 수혈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사망하거나, 혈전에 의해 PTE(Pulmonary Thromboembolism, 폐 혈전색전증)가 생기면서 사망하게 되고, 진단이 나고 어느정도 관리가 된 이후라면 스테로이드 부작용 때문에 사망하거나, IMHA가 재발해서 사망합니다. 즉, IMHA를 치료하고 관리한다는 건 급성기에 환자가 빈혈과 혈전 때문에 죽지 않도록 관리하고, 통원으로 만성 관리를 할 때는 적절한 타이밍에 스테로이드를 줄여서 약물 부작용을 줄이되,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죠.

이 환자는 수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혈과 관련된 얘기는 다음에 다른 케이스에서 기회가 있다면 하고(수혈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몇 시간씩 떠들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방대합니다), 면역억압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ACVIM에서 권고하는 IMHA의 치료 알고리즘입니다.

진단이 됐다고 모든 IMHA 관련 치료법을 다 쏟아붓는 것은 아닙니다. 이 포스팅의 환자 외에 타원에서 IMHA를 진단받고 오늘동물병원에 치료를 위해 내원한 케이스도 있었는데, 그 환자의 보호자분은 이전 병원에서 줬다면서 IVIG(intravenous immunoglobulin, 정맥용 면역글로불린)을 주사해달라고 들고 오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IVIG는 알고리즘 상에서 보이다시피, 이런저런 다른 치료들을 했는데 개선이 없는 경우, 혹은 재발하는 경우에 할 수 있는 치료입니다. IVIG는 그 자체로 사람의 것(human IVIG)을 강아지에게 사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알러지 반응, 혈전 생성 리스크 상승, 신부전, 저혈압 등)의 리스크만 높이게 됩니다. (실제로 그 환자는 별다른 이득없이 리스크만 있다고 생각되어서 IVIG를 주사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IVIG 없이 스테로이드와 또 다른 면역억제제만으로 성공적으로 IMHA 치료를 끝냈습니다.)

보통 심한 빈혈로 환자가 내원하는 경우, 스테로이드와 함께 첫날부터 세컨 라인 면역억제제(second-line immunomodulatory drug)를 함께 시작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단독으로도 꽤 괜찮은 치료 반응을 보여줬기 때문에 굳이 약값을 올릴 수 있는 세컨 라인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스테로이드 단독치료만 진행한 거죠.

처음에 고용량으로 스테로이드(PDS, Prednisolone)를 투약한 이후에 빈혈 수치(Hct)가 안정적으로 유지가 된다면(=Hct 30 이상으로 잘 유지가 된다면), 매 3주마다 한번에 25%씩 스테로이드를 감량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입니다. 감량을 하고 나면, 혈액 검사를 해서 감량 이후에도 Hct 수치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보죠. 또한 중간중간 스테로이드 때문에 간수치가 심하게 올라가지는 않는지도 확인합니다. 이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PDS

투약전 결과

1주 후

2주 후

3주 후

(PDS 감량)

4주 후

6주 후

(PDS 감량)

9주 후

(PDS 증량)

11주 후

(PDS 감량)

14주 후

(PDS 감량)

17주 후

(PDS 감량)

20주 후

(치료 종료)

정상 범위

RBC

2.48 M/uL

3.61

4

4.26

4.62

6.52

6.01

5.93

6.4

6.47

6.75

5.65 – 8.87

Hct

▼ 22.1 %

28.1

28.7

29.7

32.2

42.1

39

39.6

44

43.9

46.3

37.3 – 61.7

MCV

▲ 89.1 fL

▲ 77.8

71.8

69.7

69.7

64.6

64.9

66.8

68.8

67.9

68.6

61.6 – 73.5

RETIC

861.3 K/uL

▲ 450.5

228.8

308.9

147.4

113.4

299.9

383.7

235.5

186.3

138.4

10 – 110

생화학 검사

ALKP

75 U/L

394

203

98

23 – 212

ALT

62 U/L

560

484

143

10 – 125

AST

36 U/L

94

67

31

0 – 50

GGT

5 U/L

80

37

16

0 – 11

TBIL

1 mg/dL

0.3

0.5

0.2

0 – 0.9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투약 시에는 ALKP나 GGT 같은 간수치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ALKP나 GGT에 비해서 간 실질의 손상을 조금 더 대표하는 ALT 수치가 올라가서 찝찝한 마음에 Hct 수치가 30 이상이 아니었을 때 스테로이드를 감량하기 시작했습니다(이렇듯 스테로이드 감량 타이밍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는 3주 간격 감량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환자의 간수치나 치료 반응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수의사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에는 치료 시작 첫 주에 22.1%에서 28.1%로 Hct 수치가 크게 상승한 반면 2주차부터는 더디게 수치가 올라가는데, RBC 수치가 지속 상승 중이라는 부분 때문에 재생반응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Hct 수치는 계산된 값으로 RBC와 MCV 수치를 곱한 값을 100으로 나눠서 계산합니다. MCV 수치는 재생반응이 뚜렷할 때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재생반응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정상 범위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세망적혈구 수가 측정되는 CBC 검사 장비를 사용해서 재생반응을 볼 때 MCV 수치를 확인하지는 않지만, 빈혈이 개선되면서 덩달아 재생 반응이 낮아지니(실제 RETIC 수치가 조금씩 낮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재생 반응이 낮아지면서 MCV 수치가 하락하는 부분 때문에 적혈구의 절대 갯수(RBC)가 증가했음에도 Hct 수치가 더디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었죠. 그래서 치료 3주차에는 Hct 수치가 30이 넘지 않았다는 점보다는 ALT 수치가 생각보다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해서 스테로이드를 감량했습니다. 감량하고 4주차에 재검을 했을 때, 예상대로 MCV 수치는 크게 변화가 없는 반면, RBC 수치가 증가하면서 Hct 수치는 증가한 걸 확인할 수 있었죠.

비슷한 생각은 9주차에 스테로이드를 증량할 때도 합니다. 이 때는 Hct가 30 이상으로 빈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RBC 수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때는 스테로이드(PDS) 용량이 0.75mg/kg 하루 한 번으로 크게 고용량이 아니었고, 스테로이드를 점진적으로 감량하면서 ALT 수치도 같이 떨어진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걷자는 느낌으로 증량을 합니다. 이후 다시 Hct 수치가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을 보고 다시 감량을 하죠.

이런식으로 중간중간 간수치와 빈혈 수치를 보면서, 조금씩 계속해서 약을 줄여나갔고, 치료를 시작한지 약 5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는 약을 완전히 중단하고, 약 없이도 빈혈이 재발하지 않고 잘 유지되는지를 확인합니다. 환자는 컨디션도 좋았고, 치료 중단 이후에는 간수치도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 모습을 볼 수 있죠(마지막 검사는 스테로이드를 중단하고 1주일이 됐을 때 한 검사입니다).

이렇듯 메인이 되는 것은 스테로이드이지만, 이 환자와 다르게 수혈까지 가는 면역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IMHA 환자들은 통상적으로 빠른 스테로이드 감량을 위해서 면역억제제를 추가로 투약합니다. 이 때 투약하는 세컨라인 면역억제제를 무엇을 쓰느냐는 역시나 몇 시간씩 떠들 수 있는 주제이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보도록 하죠. 또한 혈전 생성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시작 시점부터 스테로이드를 완전히 끊을 때까지 거의 반드시 혈전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약(이 케이스에서는 클로피도그렐을 처방했습니다)을 씁니다.

IMHA는 통상 평생 약을 먹이지 않고, 이렇게 완전히 관해(remission)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하는 보람이 있는 병입니다. 수혈을 하거나 세컨 라인 면역억제제를 먹는 경우, 잦은 혈액 검사 비용에 더해서 치료비가 적지 않게 나오는 병이지만, 그래도 5-6개월 정도 치료를 하면 낫는다는 건 좋은 일이죠. 너무 짧은 기간 치료하면(=스테로이드를 너무 빠르게 줄이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너무 길게 치료하면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볼 가능성이 높아져서, 잘 치료가 되는 케이스들은 이 케이스처럼 5-6개월 정도를 치료하게 됩니다. 상당수 내과 중환자 케이스들이 평생 관리를 필요로 하다보니 보호자분과 웃으면서 치료 종료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IMHA는 치료가 끝나는 날, 5-6개월 동안 자주 만나뵌 보호자분과 서로 웃으면서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내과 질환 중 하나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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