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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강아지 고양이 특발성 발작

안녕하세요. 이번에 케이스를 통해서 살펴볼 내용은 특발성 발작 환자의 항경련제 처방에 관한 얘기입니다. 특발성 발작은 보통 어떻게 관리되는 것이 추천되고, 어떤 식으로 관리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 케이스에서 살펴볼 환자는 2살이 된 수컷 고양이로 이미 발작 때문에 타원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MRI 촬영을 통해서 특발성 발작을 진단 받았고(혈액 검사나 MRI 상에서 환자가 발작을 할만한 뚜렷한 이유나 병변이 확인되지 않으면 특발성 발작, idiopathic epilepsy로 진단이 됩니다), 조니사마이드라는 항경련제로 발작 관리를 하는 중이었는데, 최근 들어 발작이 좀 더 잦아져서 보호자분께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이미 진단이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작을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에 관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약을 바꿔볼 것인지, 기존 약으로 관리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상담이 필요했습니다.

먼저 발작 관리를 할 때는 보통 약을 여러 종류 먹지 않고, 한 종류만으로 관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건 조금 재밌는 부분인데, 진통제의 경우 multimodal analgesic이라고 해서 여러가지 진통제를 조합해서 최대한의 진통효과를 끌어내지만, 항경련제는 가능하면 약을 최소한으로 쓸 것을 권장합니다. 대부분의 개와 고양이가 하나의 항경련제만으로 발작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일 약물 치료(monotherapy)를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항경련제가 치료 과정에서 항경련제의 치료 농도 모니터링을 권장하기 때문에 약을 여러 종류 쓰면 모니터링해야하는 약물의 수도 많아지고, 관리 비용이 비싸진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항경련제를 쓸 것인가는 환자가 다른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발작의 빈도는 평상시 얼마나 되는지, 보호자분께서 비용적인 부분에 여유가 얼마나 있으신지, 항경련제의 부작용을 어디까지 감내하실 수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 동물병원에서 발작을 막기 위해 쓰는 항경련제에는 페노바비탈, 조니사마이드, 포타슘 브로마이드(KBr), 레베티라세탐 같은 약이 있습니다. 각각의 약들이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케이스에 나오는 환자의 경우에는 조니사마이드를 먹고 있었습니다. 조니사마이드는 최근에는 단독으로도 발작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 발작 컨트롤을 할 때 단일 약물로 많이 선택되는 약 중 하나입니다. 사람에서 단독 약물로도 효과적으로 발작을 컨트롤한다는 얘기가 있고, 동물에서도 최근에는 (특히 개에서) 단독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입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2015년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는 조니사마이드의 단독치료를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최근 경향은 신경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강아지의 발작 관리를 할 때 퍼스트 초이스로 많이 사용되는 편입니다.)

고양이는 항경련제의 선택이 개보다 적은 편인데, 포타슘 브로마이드(KBr)을 부작용 때문에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고양이의 발작 관리는 페노바비탈이나 조니사마이드, 혹은 레베티라세탐으로 귀결됩니다. 이 중에서 레베티라세탐은 반감기가 짧아서 하루 세 번을 먹여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서 장기 관리를 할 때는 선호되지 않는 편이고, 보통 페노바비탈이나 조니사마이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페노바비탈이나 조니사마이드는 반감기가 길어서 2주 정도가 지나면 혈중 농도의 변화폭이 적어지는 steady state에 도달하게 되는데, 일단 steady state에 도달하게 되면 한 번쯤 보호자분이 약을 깜박하셔도 이미 혈중 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발작을 하지 않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1) 조니사마이드 용량을 증량해보는 방법, 2) 페노바비탈로 항경련제를 변경하는 방법을 보호자분께서 선택하실 수 있게 옵션으로 드렸고, 보호자분과의 상의 끝에 페노바비탈로 항경련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페노바비탈은 조니사마이드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조금 더 있는 약입니다. 보통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많이 싸고, 밥을 많이 먹는 부작용을 보이는데, 고양이의 경우 개와 달리 화장실을 칼같이 가리기 때문에 이런 페노바비탈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보호자분을 덜 곤혹스럽게 합니다.

약물이 steady state까지 도달하는 2주 동안의 시간 동안 발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페노바비탈로 약을 전환한 첫날에는 로딩 도즈(loading dose, 고용량을 주사해서 약물의 혈중 농도를 높이는 방법)를 주사했습니다. 2주 후 steady state에 도달했을 때, 혈중 페노바비탈 농도가 얼마나 됐는지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페노바비탈 혈중 농도의 원내 검사가 가능합니다.)

검사 항목

결과

치료 농도

Phenobarbital

42.4 mcg/mL

15 – 45 mcg/mL

(이상적인 수준 20-30 mcg/mL)

2주 동안 발작은 없었지만, 치료 농도가 이상적인 수준인 20-30 mcg/mL보다 높게 나타났고, 페노바비탈은 혈중 농도가 30mcg/mL를 넘어가면 간독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분과 상의 후, 치료 농도 안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약을 감량하기로 했습니다. 페노바비탈 농도를 감량하고, 다시 2주가 지나서 원했던 농도에 들어갔는지 다시 한 번 모니터링 검사를 진행했고, 감량 후 2주차의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감량 후 2주차 결과

치료 농도

Phenobarbital

30.5 mcg/mL

15 – 45 mcg/mL

(이상적인 수준 20-30 mcg/mL)

이 정도 농도에서 환자는 발작 없이 유지가 됐고, 이런 상황이면 이제 환자에게 적합한 페노바비탈의 용량을 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발작만 컨트롤하는 용량을 찾은 거죠. 이 때부터는 별다른 게 없습니다. 용량을 정해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동일한 용량으로 약을 먹이면서 발작을 하는지만 확인합니다. 발작이 약을 먹고 정말 줄었는지 평가할 때는 약물의 steady state에 도달한 직후, 이전의 발작과 횟수를 비교해보면 됩니다. 2주차 이후에도 발작을 아예 안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보호자분이 감내하실 수 있는 수준 정도로 발작 횟수가 줄었고, 이 때부터는 정기적으로 약만 받아가셨습니다.

그러다가 3개월 정도가 됐을 때 정기 모니터링의 차원에서 한 번 더 혈액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페노바비탈은 동일 용량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환자가 약물에 적응(정확히는 inducing된다고 합니다)하면서, 혈중 농도가 낮아질 수 있는데, 혈중 농도가 낮아졌다면 발작 관리를 위해 다시 증량을 해야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하곤 합니다.

검사 항목

투약 3개월차의 결과

치료 농도

Phenobarbital

23.7 mcg/mL

15 – 45 mcg/mL

(이상적인 수준 20-30 mcg/mL)

동일한 용량의 페노바비탈을 먹었음에도 혈중 농도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 농도 안에 있었고, 그 동안 발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자분과 상의 후 페노바비탈 용량을 변경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한 달이 지나고 아이가 1달 안에 발작이 있었다는 보호자분의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미 기존 혈중 농도를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시 30 mcg/mL를 목표로 약을 증량했고, 2주가 지난 후 다시 한 번 페노바비탈 농도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항목

용량 증량 후의 결과

치료 농도

Phenobarbital

31.6 mcg/mL

15 – 45 mcg/mL

(이상적인 수준 20-30 mcg/mL)

증량 이후 원했던 수준의 치료농도에 도달했고, 30mcg/mL보다 조금 아래인게 좋겠지만, 용량을 변경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되어 다시 한 번 아이에게 적합한 용량을 찾아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아이는 페노바비탈 혈중 농도가 30 근처에 있을 때 가장 발작 컨트롤이 잘 된다고 볼 수 있었고, 앞으로도 발작 빈도가 늘어난다면 페노바비탈 혈중 농도가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페노바비탈 농도를 늘리는 식으로 관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약물의 혈중 농도 검사를 통해서 환자에게 맞는 약 용량을 찾는 것이 발작 관리의 기본 원칙입니다. 하나의 항경련제가 발작 관리에 실패했다고 판단하려면 최대 유효 치료 농도까지 도달해야만 하고, 그 전에는 치료 실패라고 보지 않습니다. 만약 하나의 항경련제가 최대 치료 농도에 도달했는데도 발작을 한다면, 그 때 치료 실패라고 보고, 다른 약물을 시도하거나, 혹은 추가 약물을 붙여서 약을 두 종류 이상 먹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모니터링해야하는 약물도 2개가 되니, (약값만 비싸지는 게 아니라) 모니터링 비용도 늘어나게 됩니다.

발작 관리를 하는 환자들은 보면 때로는 너무 빠르게 약을 바꾸거나, 치료 실패라고 인정해버리고 다른 약을 붙여쓰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적당히 약 용량을 경험에 의존해서 늘리다가 중간에 발작을 또 하면 (설사 그게 steady state 도달 이전이라 하더라도) 쉽게 다른 약으로 바꿔버리는 거죠. 그건 가이드라인대로의 치료도 아니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발작 관리는 적절한 약물 농도 모니터링 아래에서 인내를 가지고 약이 효과를 나타낼 시간을 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수의사와 보호자분 사이에 없으면 환자는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고요.

발작은 진단도 중요하지만, 치료와 관리도 중요합니다. 외과적으로 관리되기보다는 대부분 내과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보호자분과 수의사 사이에 해야되는 상담도 꽤 많습니다.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욱 잘 관리받는 것이 중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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