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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 틈새 탈장(Hiatal Hernia)

최근에 블로그로 소개해봄직한 케이스들이 몇 가지 있는데, 날씨가 좋으니 귀차니즘도 덩달아 심해져서 포스팅을 거의 못하고 있네요. 조금 후다닥 쓸 수 있는 소재가 뭘까 생각하다가 얼마 전 내원했던 틈새 탈장(영어로는 hiatal hernia, 한국말로는 틈새 탈장, 혹은 식도열공 탈장이라고 합니다)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식도열공 탈장이라고 하면 뭔가 말이 어려워보이니, 그냥 틈새 탈장이라고 하죠(한국어가 입에 잘 안 붙는 병 중 하나입니다.)

환자는 11살의 코리안 숏헤어, 중성화한 수컷 고양이로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건 최근 잦아진 기침 때문이었습니다. 보호자분 표현에 의하면 숨 넘어갈 것처럼 기침을 한다고 하시더군요. 콧물 같은 다른 상부호흡기 증상이 딱히 없었는데, 기침만 한다고 해서 하부 호흡기 쪽의 문제가 있지 않은지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환자의 흉부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사선 사진에서 화살표로 표시해둔 부분이 무언가 이상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는 횡격막의 바로 앞쪽으로 폐가 있어야 하는 곳인데, 폐와 겹쳐서 무언가 지저분한 게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죠. 방사선에서 저렇게 보이면 폐 종양 같은 조금 무서운 것도 감별진단 목록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이 환자는 음식물처럼 보이는 게 비교적 명확하게 내부에 확인되어서 위가 횡격막을 넘어서 탈장됐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식도와 위의 일부가 함께 횡격막을 넘어버린 걸 틈새 탈장(hiatal hernia)라고 합니다. 선천적인 경우가 조금 더 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른 문제 때문에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어렸을 때의 방사선 사진이 없으니, 선천적인 문제인지 후천적인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탈장 자체만 놓고 보면 틈새 탈장 중에서도 조금 많이 튀어나온 상태였죠.

틈새 탈장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보자면, 틈새 탈장은 크게 4가지 타입으로 구분합니다.

  • Type 1: 정위치에 있어야 하는 위식도 연접부(Esophagogastric junction)과 위의 일부가 횡격막 앞쪽으로 탈장되는 케이스(흔히 sliding hiatal hernia)라고 함. 강아지 고양이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타입.

  • Type 2: 위식도 연접부는 정위치에 있는데, 식도의 옆쪽으로 위의 일부가 튀어나온 케이스.

  • Type 3: Type 1과 Type 2를 합쳐놓은 케이스. 위식도연접부도 앞쪽으로 살짝 튀어나오고, 위도 식도 옆으로 삐져나온 케이스.

  • Type 4: 식도랑 위 외에 다른 복강 장기가 흉강 내로 튀어나온 케이스.

강아지 고양이에서는 첫번째 타입이 가장 흔한데, 이 환자도 그랬습니다. 위식도연접부가 앞쪽으로 튀어나와있었고, 위의 일부가 (꽤나 많이) 흉강 내로 탈장되어 있었죠.

이렇게 틈새 탈장이 있으면 음식물이 위 안에 간직된 상태로 있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음식물이 다시 식도쪽으로 역류(regurgitation)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식도염 같은 게 생기기도 합니다. 구토를 하는 경우도 많아지죠. 평상시 신물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쩝쩝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흉강 내의 공간을 위가 차지하면서 (숨 쉴 때 부풀어야 하는 폐가 잘 부풀지 못하면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기침을 할 수도 있죠.

기침은 틈새 탈장 때문에 하는 건지, 아니면 틈새 탈장이 기침 때문에 생긴건지 다소 애매할 수 있는데, 이 환자가 딱 그랬습니다. 기침을 심하게 하면 기침 과정에서 복압이 상승하면서 탈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선후 관계가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 환자의 경우는 방사선 검사에서 탈장 부위가 꽤 큰 편으로 확인되고, 밥을 먹고 나면 확장되는 위가 흉강 내로 뚜렷하게 들어간 게 보여서 외과적인 교정을 우선시하고 기침 증상이 사라지는지 보기로 했습니다.

틈새 탈장은 이 환자처럼 탈장이 심하거나, 증상이 뚜렷한 게 아니라면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방사선 검사에서 우연하게 발견된 틈새 탈장을 가지고 있는 무증상의 강아지 고양이들이 꽤 많은 편인데, 이런 환자들은 약을 주지도, 수술을 하지도 않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바로 외과적인 교정을 우선시하기보다는 내과적인 약물 관리를 먼저 시도하기도 하죠. 약으로는 탈장 자체를 교정할 수 없지만, 구토나 식도염을 관리해주는 약을 먹이면서 증상이 완화되는지 보는 겁니다.


어쨌든 이 환자는 보호자분과 상의 후, 외과적인 교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술은 이렇습니다.

몇가지 방법을 조합해서 수술을 하게 되는데, Hiatus(식도 열공)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그 부분을 분리해서 탈장된 부위를 원래 위치로 당겨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탈장이 되지 않도록 식도 열공 부위를 다시 닫아주고, 위식도연접부(esophagogastric junction)를 횡격막 단위에서 봉합해서 앞으로 끌려가지 않게 고정해놓죠. 그리고 위가 딸려나가는 경우를 막기 위해 위의 일부를 좌측 복벽에 봉합해서 붙여줍니다. 환자도 이 방법대로 수술을 진행했고, 환자의 수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술이 종료된 직후의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측 사진만 올려보죠.


흉강의 뒤쪽에서 확인됐던 탈장 부위가 사라진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2주차가 되어서 피부 봉합을 제거하러 왔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탈장은 확인되지 않았고요. 보호자분께서 수술 후 기침 증상도, 쩝쩝대던 증상도 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틈새 탈장은 보통 외과적으로 교정하는 경우가 아주 많은 병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냥 탈장인 상태로 살거나, 증상이 있으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을 먹고, 식이를 (저지방 식이처럼 소화가 잘되는 걸 먹이는 식으로) 관리하곤 하죠. 하지만 탈장 부위가 아주 크거나, 탈장에 의한 임상 증상이 명확하다 판단되면 수술을 고려합니다. 다행히 수술 예후도 좋은 편이고요. 수술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명확하게 보이던 게 사라지니 나름 보람도 있는 수술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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