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내원한 아이는 고양이에게는 희귀한 질환을 가진 케이스였습니다. 이미 여러가지 질환들을 가지고 있어서 지속적인 관리 중인 아이였는데, 그 중에는 고양이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신부전부터, 전세계적으로도 기록된 케이스가 그리 많지 않은 고양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머리를 다쳐서 약 5년 전쯤 MRI 촬영을 통해, 공뇌증(외상으로 뇌의 일부가 소실된 질병)과 함께 뇌하수체 위축을 진단받았고, 당시 뇌하수체 위축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함께 진단받은 아이였습니다. 나중에는 고양이 천식도 진단을 받았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진단 받았을 때 어린 나이였음에도 신부전을 진단받아서 보호자님이 아이와 함께 한 지난 5년간 계속해서 신부전 관리를 해주시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최근 잦은 구토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신부전이 악화된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내원하였습니다. 예전에 타원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도 지속적으로 신장 수치(크레아티닌, BUN, 인 수치)가 높았던 아이였고, 이미 신부전 2기로 진단을 받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아이였습니다. 잦은 구토를 한다는 얘기는 신장 기능이 더 떨어져서 수치가 더 높아졌다는 걸 뜻할 수 있는지라 보호자님의 걱정이 크셨습니다. 다양한 중증 질환을 복합적으로 가진 환자였고, 보호자님께서 그동안 관리를 잘 해주셨지만, 보호자님께는 늘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느낌을 주는 아이이기도 했고요.
보호자님과 상의 후, 아이에게 필요하다 생각되는 검사들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검사들을 진행했지만, 그 중에서 관련이 있는 검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검사명 | 결과값 | 정상 범위 |
| ALB | 2.5 g/dL | 2.2 – 4 |
| ALKP | 18 U/L | 14 – 111 |
| ALT | 17 U/L | 12 – 130 |
| BUN | 35 mg/dL | 16 – 36 |
| Ca | 9.3 mg/dL | 7.8 – 11.3 |
| CHOL | 192 mg/dL | 65 – 225 |
| CREA | ▲ 2.7 mg/dL | 0.8 – 2.4 |
| GGT | 0 U/L | 0 – 4 |
| GLOB | 4.5 g/dL | 2.8 – 5.1 |
| PHOS | 4.5 mg/dL | 3.1 – 7.5 |
| TBIL | 0.3 mg/dL | 0 – 0.9 |
| TP | 7 g/dL | 5.7 – 8.9 |
| Na+ | 153 mmol/L | 150 – 165 |
| K+ | 3.4 mmol/L | 3.5 – 5.8 |
| Cl- | 116 mmol/L | 112 – 129 |
| Total T4 | 1 ug/dl | 0.8 – 4.7 |
신장 수치가 이전 타원의 검사 결과에 비해서는 개선된 상태였습니다만, 신부전은 항상 소변 검사와 엮어서 확인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변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단백뇨가 있지는 않은지, 단백뇨가 있다면 정량 검사(UPC)를 해서 약을 먹어야 되는 상태는 아닌지 확인을 해야합니다. 아이의 소변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검사명 | 결과값 | 단위 |
| BIL | negative | mg/dL |
| BLD | negative | Ery/uL |
| GLU | negative | mg/dL |
| KET | negative | mg/dL |
| LEU | negative | Leu/uL |
| pH | 6 | |
| PRO | negative | mg/dL |
| URO | negative | mg/DL |
| USG | 1.005 | |
보통 신부전인 환자들은 소변의 농축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양이의 경우) 요비중(USG)이 1.035 미만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나 아이는 낮아도 비중이 너무 낮았습니다. 이 정도로 비중이 낮으면 신부전이 아니라 다른 질환을 떠올리게 됩니다. 보통 1.006 미만이면 신부전보다는 다른 원인 때문에 비중이 낮은 건 아닐까 의심을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요붕증(Diabetes insipidus)이 있습니다. 요붕증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ADH(항이뇨호르몬)가 충분히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중추성 요붕증(Central DI)과 ADH는 잘 분비되는데, 신장에서 ADH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신성(Nephrogenic) 요붕증으로 구분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뇌하수체 위축이 있다는 기왕력이 명확했기 때문에 중추성 요붕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추성 요붕증은 고양이의 경우 문헌상으로 기록된 케이스가 약 20 케이스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희귀한 질병입니다. (사족이지만 이 아이가 앓고 있는 뇌하수체 위축으로 인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전세계적으로 한 케이스 밖에 보고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고되지 않은 케이스를 생각하면 더 많은 아이들이 이 병을 앓고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고양이에서는 희귀한 병이죠.)
그럼 신부전은 어떻게 된 걸까요? 요붕증이 있으면 물을 마시는대로 물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항이뇨호르몬은 몸에서 수분을 재흡수하는 역할을 해서 체내의 수분 밸러스를 맞추는 일을 하는데, 항이뇨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서) 수분이 몸을 스쳐지나갑니다. 그래서 물처럼 아주 맑은 소변이 나오고, 몸은 몸대로 물을 제때 마시지 못하게 된다면 만성적인 탈수를 겪게 됩니다. 이렇게 만성적인 탈수 상태에 있는 아이들이 혈액 검사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CREA 수치와 BUN 수치가 올라가는 것입니다. CREA 수치와 BUN 수치는 신부전이 있을 때도 올라가지만, 탈수가 있을 때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요붕증과 함께 신부전도 함께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확인하기 위해 신장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또 다른 검사인 SDMA 검사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 검사명 | 결과값 | 정상 범위 |
| SDMA | 12 ug/dL | 0 – 14 |
SDMA 검사는 정상 범위 이내로 신장 기능은 CREA 수치랑은 다르게 정상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 환자의 경우 신장 수치는 만성적인 탈수 때문에 오른 것이지, 신부전 때문에 오른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의 경우 요붕증을 치료하면 탈수가 개선되면서 신장 수치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호자님께서는 지난 5년 동안 아이가 신부전이라고 알고 계셨는데, 사실은 신부전이 아니었던 거죠. 신부전은 앞으로의 진행을 늦출수만 있을 뿐, 치료는 불가능한 병인데, 중추성 요붕증의 경우는 데스모프레신이라는 약을 쓰면 치료가 가능한 병입니다. 이제 처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맛있는 걸 많이 주실 수도 있을테고요.
이처럼 중증 복합 질환은 질병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검사 결과의 해석이 중요합니다. 검사 결과를 잘못 해석하면 없는 병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불필요한 치료를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우는 다행히 오진으로 인해서 아이에게 해가 될 치료는 없었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에게 해가 되는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병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이런 부분이 중요합니다.
이제 신장 처방식은 그만 먹어도 될테고, 밤에 화장실 가느라 깰 필요도 없어질테니 아이의 삶의 질은 조금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보호자님이 신장 수치 때문에 더이상 걱정할 일도 없을테고요.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느라 고생했을테니, 오늘 하루는 집에서 맛있는 간식 먹으면서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복합질환 혹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 때문에 고생 중이라면 상담만 받고 가셔도 괜찮으니, 오늘동물병원으로 연락주세요. 별다른 검사를 하지 않아도, 이전 병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담을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