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있다보니, 명절 때 아이를 강아지 호텔에 맡기고자 병원에 접종 기록을 문의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애견 호텔 업체 측에서,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는 최근 1년 이내의 다섯가지 백신에 대한 접종 기록이나 항체가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 얘기를 들은 보호자분께서 병원에 기록을 요청하시는 거죠. 오늘동물병원은 한국의 관행대로 백신 접종을 하기보다는 AAHA(미국 동물병원협회)WSAVA(세계소동물수의사회)의 백신 가이드라인을 따라 접종하기 때문에 이 접종 기록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따라 백신을 잘했는데, 정작 애견 호텔에서 강아지의 입장을 거부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니까요.

블로그에서 백신 가이드라인에 대해 얘기했던 적은 많습니다만, 실제로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어떤식으로 백신을 접종하는가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 온 환자에게 백신 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토대로요.


먼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어떻게 강아지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꽤 많은 자료들(나름 동물 관련 사업을 한다는 이런 업체라든가)이 있는데, 보통은 일종의 프로토콜처럼 진행이 됩니다. 생후 6주령부터 접종을 시작을 하되, 2주 간격으로 총 5차나 6차까지 접종을 하게 되죠.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1차 접종: 종합백신(DHPPi) 1차 + 코로나 장염 1차

  • 2차 접종: 종합백신(DHPPi) 2차 + 코로나 장염 2차

  • 3차 접종: 종합백신(DHPPi) 3차 + 켄넬 코프(기관지염) 1차

  • 4차 접종: 종합백신(DHPPi) 4차 + 켄넬 코프(기관지염) 2차

  • 5차 접종: 종합백신(DHPPi) 5차 + 인플루엔자 1차

  • 6차 접종: 인플루엔자 2차 + 광견병

이 접종 프로토콜이 얼마나 루틴하게 이루어지는 거냐면, 네이버에서 “강아지 예방접종”이라고 검색하면 반려동물 예방 접종일 계산기라는 게 나올 정도입니다. 강아지의 생일을 입력하면, 대충 언제쯤에 뭘 접종해야하는지 알려주죠. (사족을 붙이자면 고양이도 알려주는데, 고양이도 엉터리입니다.)

이렇게 어릴 때 6차에 걸쳐 총 5가지 백신에 대한 기초접종을 하고 나면, 각각의 백신이 접종된 마지막 날짜를 기준으로 죽을 때까지 평생에 걸쳐 1년에 한 번씩 보강 접종(=부스터샷)을 맞춰야 한다고 보통 안내가 됩니다. 백신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등 백신 부작용이 걱정되는 경우라면, 항체가 검사를 해서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해서, 항체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올 때만 추가 접종을 하라고 설명이 되기도 하죠.

이런 관행적인 프로토콜은 백신 가이드라인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매우 많은데, 실제 환자를 예시로 들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죠.


소개할 환자는 2023년 12월 18일에 태어난 믹스견입니다. 보호소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셨는데, 실제 생일은 12월 10일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길 보호자분께서 하셨죠. 특별히 어디가 아프거나 한 아이는 아니었고, 그냥 건강한 어린 강아지였습니다. 펫샵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시는 경우, 보통 샵에서 1차나 2차 접종을 진행하고 오게 되는 경우들이 많긴한데, 이 환자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접종을 해 본 적이 없는 환자였습니다. 이 환자의 백신 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기초접종을 해나가는지 살펴보죠.

관행대로 접종을 한다면, 생애 첫 접종으로 1차 접종을 할 차례이니, 종합백신(아데노 바이러스, 파보, 홍역을 막아주는 백신)과 코로나 장염 백신을 했어야 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AAHA와 WSAVA의 백신 가이드라인은 코로나 장염 백신을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가장 최신의 AAHA 백신 가이드라인은 코로나 백신에 대한 언급조차 없습니다).

2가지 이유 때문에 코로나 장염 백신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생애 첫 접종을 보통 모체이행항체(어미의 초유를 통해 얻게 되는 항체)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6주령에 시작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6주령 미만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 접종 이전에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더라도 보통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장염 증상이 해소된다는(self-limiting된다고 합니다) 것입니다.

백신이라는 것은 (그게 어떤 백신이든) 백신에 의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되, 항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병으로부터 보호된다는 이득)이 명확할 때 접종을 합니다. 하지만 강아지의 코로나 장염 백신은 병을 예방해주는지도 모호하고, 이 병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백신의 리스크/베네핏을 계산했을 때, 베네핏이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는 거죠.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은 강아지의 기초접종 때 코로나 백신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기초 접종을 하게 되는 총 5가지의 백신 중에서 코로나 백신이 빠지게 되면 이제 남은 백신은 4가지가 됩니다.


가이드라인이 관행과 달라지는 두번째 포인트는 백신을 구분해서 보호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입니다.

백신은 코어 백신(=Core vaccine, 필수 백신)과 논코어 백신(=Non-core vaccine)으로 구분합니다. 코어 백신은 병의 위험성과 전염성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추천되는 백신이고, 논코어 백신은 강아지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접종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보호자의 선택권이 생기는 접종이죠.

한국에서 루틴하게 접종하는 5가지 백신 중에서 코어 백신에 해당하는 것은 종합백신과 광견병 백신이고, 나머지 코로나 장염, 켄넬 코프, 인플루엔자는 논코어 백신에 해당합니다. 코로나는 추천되지 않는 백신이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논코어 백신 중에 실제 접종 여부를 고민하게 되는 건 켄넬코프와 인플루엔자 백신이죠.

켄넬 코프와 인플루엔자는 서로 예방해주는 병원체가 다르지만, 둘 모두 CIRDC(Canine Infectious Respiratory Disease Complex, 통칭 강아지 감기)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CIRDC는 강아지의 호흡기에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체가 감염되어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을 통칭합니다. 이 때 원인체가 되는 것으로는 켄넬 코프(=기관지염 백신)에서 타겟팅하는 보데텔라(Bordetella bronchispetica)같은 세균이나,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예방하고자 하는 Canine Influenza virus(H3N2)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겨울철에 접종하는 독감 백신을 떠올리면 된다고 말씀드리죠.

이렇게 CIRDC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들은 그 자체로는 병을 100% 막아주지 않지만, 감염이 됐을 때 증상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효과들이 있습니다.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서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죠.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은 수의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보호자분의 성향이나 아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보호자분께 어떤지를 여쭤봅니다. 평소 강아지 유치원이나 놀이터, 호텔 같은 곳을 자주 다녀서 다른 강아지를 만날 일이 많은지, 산책 중에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먼저 다가가서 킁킁대는 사교적인 성격인지 같은 것들을 여쭤보죠. 만약 아이가 거의 집에만 있고, 산책을 나가더라도 사교적이지 못해서 다른 강아지를 겁내는 편이라면 논코어 백신을 꼭 접종해야하는가는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보호자분께서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시는 분이었고, 강아지가 생겼을 때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들이 있는 분이었죠. 애견 카페 같은 곳에도 데려가보고 싶으셨고, 아이와 함께 할 것들에 대한 계획이 꽤 많은 상태였습니다. 논코어 백신에 대한 설명을 드렸을 때, 보호자분께서 접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한국에서 강아지의 논코어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은 렙토스피라를 예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사실상 CIRDC를 예방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렙토스피라가 추천되는 건 명확하게 이게 지리적으로 감염이 리스크가 높다는 확립된 에비던스가 있을 때입니다. 서울 시내는 그런 리스크가 그리 높지 않아 오늘동물병원은 렙토스피라 논코어 접종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통상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보통 종합백신에 같이 들어있어서, 5종 종합이라고 하는 걸 맞추면, 렙토스피라 백신을 하게 되는건데, 예방해주는 게 많아질수록 백신에 의한 부작용의 리스크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거라, 이 경우에도 렙토스피라를 했을 때의 리스크/베네핏을 따지게 되죠. 이 경우는 코로나와 달리 임상증상이 경미하지는 않겠지만, 감염의 리스크가 경미한 편입니다.)

CIRDC를 유발하는 병원체 중에서 뭐가 제일 리스크가 높으냐에 따라 기관지염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 둘 중에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논코어로 CIRDC를 예방하기로 했다면, 이 둘을 같이 접종하곤 합니다. CIRDC를 유발하는 병원체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흔한 순서대로는 대충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Parainfluenza virus: 4종 종합백신이나 기관지염 백신으로 예방

  • Bordetella bronchiseptica: 기관지염 백신으로 예방

  • Adenovirus type 2: 종합백신으로 예방

  • Influenza virus H3N2: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예방

  • Streptococcus zooepidemicus: 그닥 흔하지 않음.

  • Mycoplasma cynos: 무증상 환자에서도 확인되는 경우가 있음.

백신으로 예방되는 것들이 꽤 있고, 일부는 코어 백신으로 분류되는 종합 백신으로 예방되는 것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CIRDC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들에 대해서 국내 현실을 고려해 조금 더 생각해보죠. 흔히 기관지염 백신이라고 하는 켄넬 코프 백신의 제품은 국내에 출시된 것을 기준으로 대략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 조에티스 브론카이신: Bordetella bronchiseptica만 예방, 피하 접종

  • 베링거 인겔하임 리콤비텍 Oral KC: Bordetella bronchiseptica만 예방, 경구 백신

  • MSD 노비박 KC 비강: Bordetella bronchiseptcia와 parainfluenza를 예방, 비강 접종 (중앙백신에서 나오는 국내제품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 중에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추천하는 백신은 비강 접종을 통해 진행하는 노비박 KC입니다. 항체 생성에 있어 비강이 가장 유리하고, 그 다음이 경구, 마지막이 피하 접종이라고 얘기하죠.

피하 접종의 경우, 기초 접종 시 2차에 걸쳐 접종해야한다는 단점도 있고, 항체 생성에 있어서 비강이나 경구에 비해 다소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어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피하 주사를 이용하는 조에티스의 브론카이신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는 보통 경구 백신이나 비강 백신을 사용하는데, 이 둘도 장단이 있죠. 한국의 경우, 출시된 모든 종합 백신이 4종 이상의 종합백신으로, 종합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경우, 보통 코어로 구분되는 3가지(아데노 바이러스, 파보, 홍역)에 추가적으로 parainfluenza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강아지의 기초 접종은 (콧구멍이 작아서 비강 접종이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해) 경구 백신을 조금 더 선호합니다.

한편으로, 뒤에 한 번 더 언급하겠지만, 기초 접종이 끝나고 보강 접종을 하는 성견들의 경우, 한국의 관행과 달리 가이드라인에서는 3년 간격의 코어 백신 보강 접종을 권고하는데, 이렇게 3년 간격으로 접종을 하는 경우엔 종합백신에 붙어있는 parainfluneza를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듯) 1년 간격으로 접종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게 한국에 출시된 종합백신들이 라벨에서 1년 간격 접종을 권고하는 이유입니다. 종합백신에 들어있는 총 4가지의 항원들 중에서 아데노와 파보, 홍역은 3년 간격 접종이 가능하지만, parainfluenza는 1년 간격 접종을 해야하니까, parainfluenza를 위해서 그냥 1년에 한번씩 접종하라고 하는 셈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CIRDC 예방에서 parainfluenza가 흔하 병원체 중 하나라는 것을 고려해서, 종합백신 보강 접종을 하는 해에는 (종합백신에 parainfluenza가 들어있으니까) 조금 더 접종이 수월한 경구 접종을 진행하고, 종합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해에는 보데텔라와 parainfluenza가 모두 들어있는 노비박KC(비강 접종)을 하는 식으로 접종을 하죠.

경구나 비강 접종의 장점은 피하 접종과 달리 한 번의 접종으로도 기초 접종을 끝낼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비용 부담과 내원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라인이 한국의 관행과 다른 점 중 하나는,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초 접종 시 종합백신의 접종횟수를 정해놓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앞선 네이버 계산기에서 보듯이 한국의 관행은 종합백신을 2주 간격으로 총 5번을 맞추는 걸 권고합다만, 가이드라인은 6주령에 첫 접종을 시작해서 16주령 이상에서 접종을 종료하되, 일정 간격으로 맞추는 식으로 종합백신을 접종하라고 하죠. 이건 기초 접종 플랜을 잡을 때 꽤나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얘기하는 일정한 간격은 (한국이 2주로 간격을 정해두고 있는 것과 달리) 2-4주를 얘기합니다. 보호소처럼 전염병에 걸린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크는 강아지는 2주 텀으로 접종 간격을 짧게 하고, 가정집처럼 전염병의 리스크가 그리 높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는 강아지에게는 4주 텀도 괜찮다고 보죠. 이 또한 개별 환자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부분이니, (예컨대 관행같은) 프로토콜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종합백신의 기초 접종 플랜을 짠다고 하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12월 18일에 태어났고, 내원했을 당시 대략 7주령 정도가 됐을 때였습니다. 16주령 “이상”에서 접종이 종료되도록 2-4주 텀 간격을 잡아보죠. 4주 간격 접종이 가능한 환경에서 크는 환자였지만, 이렇게 할 경우, 7-11-15주차에 접종을 하게 됩니다. 16주령 이상에서 기초 접종이 종료되려면 19주령이 됐을 때도 접종을 한 번 해야하죠. 3주 간격을 잡으면 어떨까요? 7-10-13-16주로 접종을 하게되니,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생일이 12월 18일이 아니라 10일일 수도 있다고 하셨기에, 생일이 정확하지 않다 하더라도 17주령에 접종이 종료되는 것이니 이상적이라 할 수 있죠.

만약 이 환자에게 한국의 관행대로 접종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7주령에 1차 접종을 한다고 하면, 7-9-11-13-15주령에 종합백신을 접종하게 되고, 접종 횟수는 다섯 번이지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듯 16주령 이상에서 접종이 종료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16주령 이상에서 접종을 종료하라는 권고는 (백신에 의한 항체 생성을 방해하는) 모체이행항체가 언제 사라지느냐에 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어서, 최악의 경우 접종은 다섯 번이나 했지만, 항체가 생성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갖게 되죠.

어쨌든 보호자분께 이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드리고, 이 환자는 7-10-13-16주로 3주 간격, 총 4번에 걸쳐 종합백신을 접종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종합백신의 접종 일정이 정해지면, 논코어 백신은 보통 하나씩 끼워넣게 됩니다. 7주령 접종 때, (1회 접종만으로 기초 접종이 가능한) 기관지염 경구 백신을 접종하고, 10주령과 13주령에는 2회 접종이 필요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기초 접종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16주령에는 광견병 접종을 같이 하게 되죠.

총 6번의 내원이 필요한 관행과는 달리, 4번의 내원만에 접종이 종료되고, 접종 빈도가 줄어드니까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도 줄어듭니다. 또한 관행처럼 16주령 미만에서 5차 접종이 끝나는 바람에 항체가 안 생길 가능성도 없어지게 되죠.

오늘동물병원은 기초접종이든 보강접종이든 백신 접종을 위해 내원하는 모든 환자에게 이런 개별적인 접종 플랜을 짜서 알려드립니다.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태어난 시기를 고려해 커스터마이징(?)된 플랜을 짜고 접종을 하는 거죠.


이렇게 기초 접종을 다 한 환자들은 네이버 계산기에서 얘기하듯이 관행대로 항체가 검사를 하기보다는 이미 제대로된 접종을 통해 항체가 생성됐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항체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항체가 검사 자체의 신뢰도 문제도 있고, 백신 접종을 가이드라인대로 한 것만으로 항체가 검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항체가 검사의 쓸모없음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포스팅으로 여러번 썼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걸 알게되면 수의사 입장에서는 호텔링하는 곳에서 항체가 검사 결과를 요구할 때 어처구니가 없어지죠.)

기초 접종을 잘 끝낸 강아지들은 향후 보강 접종을 필요로 합니다.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16주령(=4개월령)에 접종이 종료가 잘 됐다면, 보통 1년 4개월령이 됐을 때, 코어백신과 논코어 백신 모두의 보강 접종이 필요합니다. 이후에는 한국처럼 평생에 걸쳐 1년 간격의 보강 접종을 하는 게 아니라, 코어 백신은 3년, 논코어 백신은 1년 간격으로 접종을 하게 됩니다. 만약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논코어 백신을 안하기로 했다면, 코어 백신만 3년 간격으로 접종을 진행하게 됩니다.

펫샵에서 분양된 강아지들은 보통 1차까지(혹은 2차까지) 접종을 이미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불필요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오게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부작용 없이 접종을 했다면, 강아지에게 해가 된 건 아니겠지만, 안해도 되는 걸 한 셈이니까요.

간혹 3년 간격으로 보강 접종을 하는 게, 혹은 기초 접종 시 접종 간격을 2주가 아닌 3주나 4주로 늘리는 게 전염병이 창궐(?)하는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얘길 하는 수의사 선생님들도 있습니다만, 백신 가이드라인이 전염병의 창궐(?) 여부와 별개로 최소 3년 동안은 항체가 유지된다는 개념이라는 걸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크는 강아지들만 항체가 1년만에 없어지는 특이체질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면 어차피 똑같은 해외 제약사(조에티스나 베링거 사의 제품)의 백신을 접종하면서 한국 강아지만 1년에 한 번 접종하라고 하는 건 설득력이 없죠.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차이가 많이 납니다. 병원에 따라 접종 비용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충 백신 하나에 3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퉁쳐서 계산하면 관행대로는 내원할 때마다 2대씩 총 6차에 걸쳐 12번의 백신을 맞으니 36만원의 기초접종 비용이 듭니다. 반면 가이드라인대로라면 (소개한 환자의 경우) 내원 4번에 걸쳐 총 8대의 백신을 맞으니 24만원의 비용이 들죠(만약 8-12-16주로 종합백신을 맞으면 21만원). 보강 접종까지 생각하면, 평생에 걸쳐 예방 의학에 쓰는 돈은 더 줄어듭니다.

관행 자체가 공고하고(저도 인턴 때 백신을 관행대로 배웠습니다), 이렇게 하는 병원들이 적지 않다보니 애견 카페나 호텔에서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5가지 백신의 1년 이내 접종 기록이나 항체가 검사 결과를 요청하는 걸 마냥 탓하기만도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탓하기 쉽지 않은 거랑 그 얘길 들었을 때, 수의사 입장에서 기가 차는 건 별개의 문제…) 한국도 점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쉽게 변하지만은 않는 것 같고요.

접종은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생애 처음으로 병원을 찾는 이유입니다. ‘주사 몇 대 맞는건데, 병원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포스팅에서 구구절절 썼던 것처럼 어쩌다보니 한국에서는 병원에 따라 차이가 꽤 많이 날 수 있는 진료가 되기도 하고요. 수의사 입장에서 백신은 팬시하지 않은 분야다보니, 과거의 관행대로 새로운 걸 공부하지 않고, 관성에 젖은 진료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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