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멍이 뚫린 곳에서는 농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피부에 무언가 생기기 때문에 보통 처음에는 피부병을 의심하거나, 눈 근처니까 안과 질환을 의심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케이스의 상당수가 치과 질환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상악의 8번치아(4번째 전구치)의 뿌리 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그 부분에 찬 농이 피부 아래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다가 시간이 지나면 draining tract(배액로)를 형성해서 구멍이 뚫리는 거죠. 그래서 이런 케이스는 피부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치과 문제로 접근을 해야 깔끔하게 치료가 가능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환자는 (위 사진의 환자와 비슷한 증상으로 내원한) 13살의 스피츠입니다. 보호자분의 주호소는 얼굴이 부었다는 것이었고, 내원 당시의 환자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은 게 어쩐지 조금 귀여워보이기도 하지만, 우측에 비해서 좌측이 확실히 부어있는 게 확인되죠. 가장 먼저 의심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치근단 농양이었고, 환자의 육안상 치아 상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초진 당시 남겨둔 사진이 없어 치료할 때의 사진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치석이 많이 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치근단 농양의 경우, 단순히 치석이 많이 낀 것만으로 생기는 건 아니고, 보통 치근(Periapical)에 감염이 있어야 발생합니다. 치근까지 감염이 있으려면, 치수강(pulp cavity)의 노출이 있어야하죠. 치수강이 노출이 되려면 보통 치아가 부러져 있어야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치석으로 덮여져 있었지만, 치아가 부러져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예상할 수 있죠.
어쨌든 환자는 보호자분과 상의 후, 치과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치과 치료를 할 때 환자의 치석을 제거한 이후를 보면, 역시나 치수강이 노출된 치아 파절이 있었습니다. 보통 치근단 농양은 4번째 전구치에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는데, 4번째 전구치가 씹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치아이고, 무언가를 씹다가 판상형으로 파절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생기는 파절을 slab fracture라고 합니다. 환자의 사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 더 파절과 치수강 노출이 명확하게 보이는 다른 환자의 사진을 보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slab fracture가 생기면, 언제 감염이 전파되느냐는 시간의 문제만이 남았을 뿐, 언젠가는 거의 반드시 치근단 쪽으로 감염이 생기게 됩니다. 치수강이 노출되는 치아 파절을 전문 용어로는 complicated fracture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파절이 확인되면 그 치아는 치료가 필요하죠. 치료는 보통 2가지 중에 하나로 결정됩니다. 치수를 제거하고, 그 안에 감염을 전파하지 않는 충진물을 넣는 신경 치료를 하든가, 문제가 된 치아를 아예 발치해버리는 치료 중 하나를 합니다. 보통 어떤 치아가 파절됐느냐에 따라 손쉽게 발치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다소 중요한 치아(송곳니와 4번째 전구치는 strategic teeth라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치아라고 봅니다)라 하더라도 비용적인 부분(신경치료는 몹시 비쌉니다) 때문에 신경치료 대신 발치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치아가 파절이 되고 치수강이 노출되면 당연히 환자는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보통 파절되고 24-48시간 정도에 통증을 가장 심하게 느낍니다. 예민한 보호자분들은 이 시기를 캐치하시기도 하죠. 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염증이 치수로 전파되면서 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신경이 둔해지니까 통증도 덩달아 둔해집니다. 시간이 지나서 염증 때문에 치수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치수는 괴사가 되는데, 이렇게 괴사가 되면, 괴사조직을 통해 세균이 치근단 쪽으로 전파되죠. 그러면 티를 잘 내지는 않지만, 만성적인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들 중에는 통증 때문에 한쪽으로는 잘 씹지 않는 아이들이 생기곤 하죠. 그런 환자들을 치과 치료할 때 보면 한쪽은 거의 쓰지 않아 치석이 상당히 많지만, 자주 쓰는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걸 보게 되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slab fracture는 너무 딱딱한 것을 씹다가 발생합니다. 터무니없이 딱딱한 개껌이라든가 같은 것들이 원인이죠. 사람이 씹었을 때 딱딱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강아지한테도 주시면 안됩니다. 어쨌든, 다시 원래의 케이스로 돌아와서 이 환자의 치과 방사선 사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상했던대로 치수강을 따라 감염이 있었고, 방사선 사진에서는 치근단(periapical lesion)의 뼈가 녹아 약간 어둡게 보이는 것(이런 걸 periapical lucency라고 합니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치아는 발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됐고, 보호자분께 말씀드렸던 대로 발치를 진행했습니다. Periapical lucency가 있는 환자 중에는 농양(농이 찬 것)이 아니라 연조직염(cellulitis)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발치 중에 농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농양이라는 걸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죠.
환자의 발치 후 방사선 사진과 봉합면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고, 이빨을 발치한 부위는 녹는 봉합사를 이용해 이쁘게 봉합해줍니다. 이렇게 치료가 끝나면 얼굴이 조금 더 부었다가 염증의 원인을 제거했기 때문에 금방 붓기가 빠지게 됩니다. 발치 후 4일이 지났을 때의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좌측 눈 아래쪽의 붓기가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좋아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4번째 전구치를 뽑았기 때문에 씹는 건 이빨이 있을 때에 비해서는 조금 불편해지겠지만, 치근단 농양을 달고 살면서 만성적인 통증을 느끼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더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근단 농양은 진단과 치료만 정확하게 이루어지면 예후는 매우 좋은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