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강아지 환자의 상처 사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피가 나는 상처를 잘 보지 못하시는 분들은 보지 말아주세요.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진료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갈 때쯤 급하게 병원에 내원한 2살짜리 강아지입니다. 평상시 집에 잘 있던 아이가 갑자기 집을 뛰쳐나갔다가 돌아왔는데, 다리를 다친 상태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다리에 피가 상당히 많이 보였고, 보호자분께서 주변 이웃들의 말을 들으신 바로는 교통사고가 난 것 같다고 합니다.

이렇게 외상(Trauma)가 있는 환자에서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건 환자의 바이탈입니다. 혹시 의식이 없는 상태는 아닌지, 쇼크 상태는 아닌지, 호흡은 잘 하고 있는지 같은 걸 살피게 됩니다. 이 환자는 다행히 바이탈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좌측 뒷다리의 상처(Wound)만 아주 심한 상태였습니다. 먼저 뼈에 이상이 있는지 방사선 사진을 찍어서 확인했습니다. 골절이 있는 경우, 단순한 상처 관리 뿐만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사선 사진을 보니 좌측 뒷다리의 4번째 발가락 뼈가 부러진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상처의 심각도에 비해서 발가락 골절에 그쳤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발가락 골절은 때론 수술적으로 교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따로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아지의 발가락이 움직이지 않게 밴디지를 해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보통은 밴디지도 잘 하지 않습니다. (급성의 통증 완화를 위해서 잠깐 정도 하는 게 전부입니다) 사람은 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해야해서 손가락이 골절되는 경우, 수술을 해야만 하지만, 강아지는 발가락으로 베토벤 교향곡을 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잘 걸어다닐 수만 있으면 진통 처치 정도가 치료의 전부입니다.

골절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에 대한 세척과 드레싱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상처가 워낙 심했고, 괴사되어 가는 조직을 제거해야할 필요가 있어서 보호자분과 상의 후, 수면 마취를 진행했습니다.

잔인한 사진이 나옵니다. 잔인한 사진을 잘 보지 못하시는 분은 보지 말아주세요.


가장 상처가 심했던 좌측 뒷다리는 혈관과 인대가 노출될 정도로 피부 결손이 심했습니다. 이런 상처를 보게 되면 상처 부위를 생리식염수를 이용해서 깨끗이 세척하게 됩니다. 아주 많은 양의 생리식염수를 거의 상처에 붓는 정도로 사용합니다. 상처 부위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세균의 수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오염된 상처는 바로 봉합을 해서 피부를 닫기보다는 상처를 열어둔 채로 관리합니다. 오염된 상처를 봉합했다가 안에서 감염에 의해 곪기 시작하면, 상처가 더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첫날은 털을 깎고, 상처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하는(debridement) 시술을 진행했습니다.

상처가 발생하고, 회복하기까지는 보통 크게 4가지의 과정(phase)을 거칩니다.

상처가 생기면 1) 지혈 단계, 2) 염증 단계, 3) 증식 단계, 4) 리모델링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첫날이 지혈 단계였다면, 둘째날부터는 염증단계의 모습을 보입니다. 다음날은 상처가 전날에 비해서 심하게 붓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진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리가 전반적으로 붓기도 했지만, 상처의 경계면에 있는 피부 색깔이 변하면서 괴사가 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처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이런 죽은 조직들과 오염된 조직들을 깨끗하게 제거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변연제거술(debridement)라고 합니다. Debridement를 하는 방법에는 드레싱을 이용하는 방법과 외과적으로 직접 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surgical debridement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상처를 치료할 때는 다양한 debridement 방법을 모두 사용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외과적인 방법과 드레싱을 이용한 방법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하는 것처럼 상처에 설탕을 뿌리지는 않고, 의료용 마누카 꿀과 상처의 삼출물을 충분히 빨아들일 수 있는 칼슘 알지네이트 드레싱이 합쳐져 있는 드레싱을 사용했습니다. 삼출물을 충분히 제거하고, 꿀의 항생효과가 세균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삼출물이 양에 따라 드레싱 교체 주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환자의 경우는 보통 하루에서 이틀이면 드레싱을 교체해줘야했기 때문에 보호자분께서 병원을 한동안 자주 내원하셨습니다.

어떤 세균이 자라고 있는지, 세균에 적합한 항생제는 무엇인지 세균 배양과 항생제 감수성 검사도 함께 진행하게 됩니다.

적합한 항생제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보호자분의 비용 지출을 줄이고,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감수성 검사 결과에 맞춰서 적합한 항생제를 사용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잦은 주기로 계속해서 상처의 지저분한 부분을 세척하고, 괴사된 조직을 제거하고, 드레싱을 교체하면서 새살이 생기길 기다립니다. 그 때까지의 과정을 사진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조금씩 더 깨끗해지고, 노출됐던 혈관 위로 새 살이 돋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피부를 열어둔 채로 육아조직이 차올라서 상처를 회복시키는 걸 2기 유합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상처의 경우 2기 유합을 하는 것도 좋지만, 흉터가 크게 남을 가능성이 높고, 2기 유합이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되어 보호자분과 상담 후, 피부를 봉합하기로 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처럼 다리 쪽에 상처가 크게 나는 경우, 피부 봉합은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다리 쪽은 피부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피부를 당겨서 봉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환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피부를 늘리는 쪽으로 치료 방향을 정했습니다. 피부에 지속적으로 일정한 텐션을 주는 경우, 피부는 텐션에 적응하면서 조금씩 늘어나게 되어있는데, 그 효과를 이용해서 상처를 최대한 작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됩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의 피부에 봉합사를 걸고, 봉합사를 매일 당겨줄 수 있는 앵커를 봉합사의 양쪽 끝에 답니다. 매일 조금씩 피부가 늘어난만큼 봉합사를 조금씩 더 당겨서 최대한 양쪽의 피부를 붙이려고 하는 거죠. 이 때부터는 드레싱을 교체하면서 봉합사도 매일 조금씩 더 당깁니다.


마지막 사진을 보면 처음에 비해서 상처가 굉장히 많이 작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충분히 작아졌다 싶을 때는 걸어놨던 봉합사를 제거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작은 상처는 집에서 보호자분이 관리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병원에 내원하는 간격이 길어집니다. 봉합사를 제거한 후, 일주일 후의 재진 때 사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드레싱을 푼 환자가 넥카라를 넘어서 집에서 상처 부위를 핥아 조금 덧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내원 당시의 상처와 비교하면 피부만 조금 까진 정도로까지 개선이 된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상처는 굳이 병원에 내원하지 않아도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치료는 종료됩니다.

외상 치료는 병원에 내원해야하는 횟수도 많고, 재진 간격도 아주 짧기 때문에 보호자분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꽤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산책을 좋아하는 아이라 드레싱을 하고 불편하게 산책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드레싱을 제거하고 다리를 조금씩 딛으면서 잘 걷는 모습을 봐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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