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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반응성 조직구증(Histiocytosis)

흔하게 보게 되는 질환은 아닙니다만, 반응성 조직구증(혹은 조직구증식증)이라는 흥미로운 케이스가 하나 생긴 김에 수의사들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얘기를 한 번 해보죠. 수의사들은 진료를 볼 때 보호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합니다만, 같은 수의사들끼리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같은 병원의 다른 수의사 선생님과 케이스에 관한 디스커션을 하기도 하고, 어떤 진료에 관해 다른 병원의 수의사들과 말을 나누기도 하죠. 1차 병원에서 24시 입원 관리가 필요한 입원 환자를 2차 병원에 의뢰하게 되면 1차 병원과 2차 병원의 수의사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현재 어떤 처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지 얘길하기도 하고, 치료가 잘 이루어지고 통원 관리가 가능해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어떤 처치가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얘기를 나눕니다.

이런 수의사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환자를 관리하는데 필수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보완하면서 환자를 관리하는 개념이니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진료가 산으로 갈 수 있고, 환자에게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기가 힘들어지죠.

하지만 많은 수의사들이 이런 수의사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라면, 아마도 의뢰 검사로 진행되는 세포학 검사나 조직 검사에서 병리학자와의 소통을 잘 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조직구증식증은 진단을 위해서, 현미경으로 보게되는 조직의 모양만큼이나 일선의 임상 수의사와 병리학자(=이 사람들도 병리”수의사”입니다) 사이의 소통이 중요한데, 케이스를 확인하면서 어떤 부분이 그런지 한 번 살펴보죠.


환자는 9살의 중성화한 암컷 말티즈로 피부에 무언가 오돌토돌하게 만져지는 게 있다는 이유로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우측 뒷다리 대퇴부와 등쪽으로 오돌토돌하게 만져지는 것이 있었는데, 피부에 생겼다기보다는 피부 아래(피하)에 생긴 종괴였습니다. 크기는 기껏해야 4-5mm 정도로 작았고,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개가 오돌토돌하게 만져졌죠. 털을 밀고 보면 이랬습니다.

처음엔 FNA(세침 흡인 검사)를 먼저 해봤습니다. 세포학 사진을 보니 림프구도 있고, 뭔가 염색질이 조악해보이는 세포도 있고, 이게 뭔가 싶더군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자주 보게 되는 육안 병변이 아니라서 세포학 검사를 외부 의뢰로 한 번 더 볼지, (종괴의 크기가 크지 않으니) 그냥 빠르게 확정 진단을 내려줄 가능성이 높은 조직 검사를 바로 할지 고민하다가 이 환자의 경우엔, 보호자분과 상의 후 조직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크기가 크지 않으니, 국소 마취 정도로도 뗄 수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국소 마취 후 대표성을 띌 법한 가장 큰 종괴의 조직 검사를 의뢰했죠.

보통의 경우, 조직 검사는 (특히나 종양성 병변에서는) 확정 진단을 내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의사들한테는 문제집의 가장 뒤쪽 해답지를 펴보는 듯한 느낌을 주죠. 하지만 해답지를 볼 때도 어느 정도 성의는 필요합니다. 병리학전문의가 현미경 사진을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진단을 내려줄 수 있도록 환자의 충분한 히스토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죠. 그게 조직 검사를 의뢰하는 일선의 임상 수의사가 갖는 책임입니다. 이 히스토리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병리학자가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진단을 내릴 수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직구증식증은 그럴 가능성이 꽤 있는 병 중 하나죠.


어쨌든 케이스의 얘기이기 때문에 조직구증식증(Reactive Histiocytosis)에 관한 얘기를 조금 하고 넘어가죠. 조직구(Histiocytes)는 일종의 면역세포 중 하나로 그 안에서도 3가지 타입으로 구분이 됩니다만, 세포의 타입으로 구분하는 것보다는 병의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것이 조금 더 임상적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세포는 잠깐 잊고) 병의 카테고리로 구분하자면 크게 2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하나는 조직구증식증(조직구가 정상작동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자가면역성 염증성 질환)이 한 가지고, 조직구가 종양으로 변하는 종양성 질환이 다른 한가지입니다. (종양으로 변하는 조직구종(histiocytoma)이나 조직구육종(histiocytic sarcoma complex)은 이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 중에서 조직구증식증(reactive histiocytosis)은 다시 2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하나는 국소적인 피부 조직구증식증(cutaneous histiocytosis)이고, 다른 하나는 전신적인 조직구증식증(systemic histiocytosis)입니다. 병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신적인 증상이 나타나느냐 아니냐가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카테고리 구분에도 불구하고, 조직 검사에서는 이것들이 모두 다 동일하게 보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종양성 조직구 질환이나 염증성 조직구 질환이나 똑같은 조직구의 문제이기 때문에 광학 현미경만을 이용한 조직 검사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유사하게 보이죠. 조직구 중에서도 어떤 세포인지를 조금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병리학자들은 면역조직화학 염색 같은 추가적인 검사를 합니다만, 슬라이드 한 장만 가지고 모든 걸 알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케이스에 소개하는 피부 조직구증식증(cutaneous histiocytosis) 같은 것은 조직구 질환 외에도 피부 T-cell 림프종 같은 것과도 조직 검사 결과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리전문의들도 슬라이드만 가지고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환자의 시그날먼트(나이, 품종, 성별)나 히스토리를 토대로 진단을 내릴 단서를 추가적으로 더 얻고자 합니다. 이 때 일선의 임상 수의사가 별다른 히스토리를 제공하지 않고, 달랑 포르말린 고정한 조직만 보낸다면, 병리학자가 할 말은 감별진단 목록을 순서 없이 나열하거나, 면역조직화학 염색 같은 값비싼 추가 검사를 하라는 얘기 정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히스토리를 가능한 자세하게 적어서 병리학자와 (서면으로라도) 소통을 잘 하는게 중요하죠.

이 환자의 경우는 떼어낸 조직을 보낼 때 이런 식의 히스토리를 적어서 보냈습니다.

이 조직은 강아지의 좌측 뒷다리 대퇴부에서 떼어낸 직경 6mm 정도의 피하 종양입니다. 환자에게 다른 증상이 있지는 않았지만, 떼어낸 종양의 근처로 비슷한 크기의 피하 종양이 4개 정도 다발성으로 확인됐습니다. 원내에서 진행한 세포학 검사는 결과가 모호하게 나왔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를 의뢰합니다.

그리 긴 내용은 아니지만, 환자를 직접 본 수의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적어서 보내게 됩니다. 조직구증식증을 의심하고 보낸 것은 아니지만, 세포학 검사나 조직 검사를 의뢰할 때는 왜 이 검사를 의뢰하는지,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같은 것들을 병리학자한테 가능한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하죠. 이 환자의 조직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INTERPRETATION:

Haired skin and subcutis, thigh: lymphohistiocytic proliferation/inflammation, with clinical and histological features suggestive of cutaneous reactive histiocytosis

Surgical margins: narrowly excised.

Pending special stains for infectious organisms; addendum to follow.

COMMENTS:

The histopathological lesions combined with the reported clinical history reveal many features which may be consistent with the entity known as cutaneous reactive histiocytosis. Reactive histiocytosis is an inflammatory lymphohistiocytic proliferative disorder of dogs. Lesions of reactive histiocytosis are either confined to the skin/subcutis and draining lymph nodes (cutaneous histiocytosis, CH), or involve skin and extracutaneous sites (systemic histiocytosis, SH). The etiology is not fully elucidated but is thought to be a reactive response to persistent (and unidentified) antigens. An element of immune dysregulation is suspected, as these lesions typically respond to immunosuppressive therapy. These tissues were extensively examined for any evidence of infectious disease (i.e. fungal infection, atypical mycobacteriosis), and no organisms are able to be identified under routine H&E stains. Nonetheless, special stains for infectious organisms are being performed (free of charge), and results of these special stains will be reported as an addendum

CH is far more common than SH and is not associated with a clear breed disposition. Clinically, lesions of CH often occur as multiple cutaneous and subcutaneous nodules up to 4 cm in diameter. Solitary lesions are uncommon. Lesions are frequently ulcerated. The clinical course often waxes and wanes, with lesions that may disappear or regress and appear at new sites simultaneously. Lymph node involvement is possible, although incidence of lymph node involvement is not well-established in the literature.

Overall, SH is a rare disease. This condition typically affects young to middle aged dogs (2-8 years). Bernese mountain dogs are overrepresented; however, other breeds documented include Rottweilers, Labrador retrievers, basset hounds, Irish wolfhounds, and others. A familial occurrence of systemic histiocytosis has been documented in Irish wolfhounds in the Pacific Northwest. Multiple cutaneous lesions may be distributed over the entire body but are often prevalent in the scrotum, nasal apex, nasal planum, and eyelids. These are similar sites as documented in cases of cutaneous histiocytosis. Ulceration of the skin is common, as is peripheral lymphadenomegaly. Additional clinical evaluation for pulmonary, splenic, or bone marrow involvement may be indicated if the clinical index of suspicion for a systemic disease process is high.

One other possible differential for this clinical and histologic presentation is an inflamed nonepitheliotropic cutaneous T-cell lymphoma. This form of lymphoma can closely mimic reactive histiocytosis histologically, however, there is currently no specific concern for lymphoma on the basis of these histological sections. Nonetheless, if clinical progression and response to treatment are not as expected for reactive histiocytosis, please do not hesitate contact me to further discuss the possibility of an underlying lymphoid neoplasm.

References: Moore PF (2014), Vet Pathol 51(1): 167-184; Gross, Thelma Lee, et al. (2005), Skin diseases of the dog and cat: clinical and histopathologic diagnosis, 323-327.

Internal Interpretation ID: IXD3.10

HISTOPATHOLOGIC DESCRIPTION:

Haired skin and subcutis: Primarily centered on the deep dermis, and extending into and coalescing within the subcutis, there is a extensive, dense, sheet like infiltrate of admixed histiocytes and lymphocytes which efface and/or dissect between the pre-existing collagen bundles of the deep dermis, the adipose tissue of the subcutis, and myofibers of the subcutaneous striated muscle. Inflammation also extends into but comparatively spares the superficial dermis. The histiocytes comprising this dense infiltrate have indistinct cell borders, moderate amounts of eosinophilic cytoplasm, and large, mildly pleomorphic, round, to oval, to reniform nuclei which contain finely stippled to clumped euchromatin and variably distinct small nucleoli. There is moderate anisocytosis and anisokaryosis, and 8 mitotic figures are observed per 0.237 mm2 field. Multinucleated cells and eosinophils are occasionally observed amongst histiocytic population.

PATHOLOGIST:

Dr Cleide Sprӧhnle-Barrera DVM, DVClinSc

Diplomate,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Pathologists

ADDENDUM; 4/18/2025 6:51 AM

Special stains for infectious agents:

Additional sections are stained with PAS, Giemsa and Tblue. Infectious agents are not observed; ancillary testing (culture etc.) would be more sensitive to rule in/out an infectious component. Additional considerations besides cutaneous histiocytosis include chronic infection or previous trauma/foreign body. There are some mesenchymal cells (to explain the cytology result) but not to the degree that an inflamed spindle cell tumor is strongly suspected.

This report was completed by the pathologist on duty, as Dr. Sprohnle-Barrera was out of the office. If you have any further questions regarding this case, please contact me at the number below.

PATHOLOGIST:

Mark E. Robarge, DVM, MS

Diplomate,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Pathologists

IDEXX 조직 검사 결과

꽤나 장문의 검사 결과인데, 제일 중요한 부분은 코멘트에 있는 이 문장입니다.

The histopathological lesions combined with the reported clinical history reveal many features which may be consistent with the entity known as cutaneous reactive histiocytosis.”

“조직학적인 병변과 제공된 임상적인 히스토리를 조합했을 때, 피부 반응성 조직구증식증과 일치한다고 생각됩니다”라는 얘기죠. 병리학자의 언어를 해석할 때 이런 얘기를 하곤 합니다. 코멘트에서 어떤 표현을 썼느냐에 따라 병리학자가 갖는 진단의 확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하죠.

  • Suggestive for: 확실하지 않으니까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

  • Compatible with: Suggestive보다 조금 더 자신은 있지만, 확정 진단은 아니고 감별 진단에 조금 더 가깝다는 얘기.

  • Consistent with: 꽤나 확신한다는 얘기.

  • Diagnostic: 이게 정답이라는 100%에 가까운 확신.

이 조직 검사 보고서에서는 “consistent with”라는 표현을 썼으니 꽤나 확신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겠네요. 물론 병리전문의의 개인적인 확신과 별개로 가능한 또다른 감별진단 목록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이 병 자체가 임상 증상과 조직 검사 결과를 함께 조합해서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는 얘기와 만약 실제 일선에서 전신 증상이 뚜렷하다고 생각되어서 systemic histiocytosis가 의심되다면, 추가적으로 어떤 검사를 더 해야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죠. 앞서 말했듯 cutaneous histiocytosis와 조직 검사 상에서 유사하게 보일 수 있는 피부 T-cell 림프종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실제 조직 검사 결과 리포트가 ‘자기가 생각할 때는 cutaneous histiocytosis라고 꽤나 확신하는데’ 만약 조직 검사 결과와 환자의 임상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해서 림프종의 가능성에 대해서 추가적인 질문을 하”라고 말하죠. (실제로 이 케이스의 얘기는 아니지만, 병리전문의에게 케이스와 관련된 궁금한 점을 메일로 질문하면 꽤나 자세한 답변을 줍니다.)

조직구 질환인 것은 검체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전신 증상이 없으니 systemic histiocytosis는 가능성이 떨어질거고, 단독으로 나타나는 조직구종(histiocytoma)도 가능하겠지만, 여러개가 근처에 생겼다는 걸 봤을 때 조직구종보다는 cutaneous histiocytosis 가능성이 더 높겠구나…라는 로직으로 진단을 냈다는 게 자세히 쓰여있죠.


환자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반응성 조직구증을 면역매개 질환의 일종이라고 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처방을 받았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먹은 이후 다리와 등에 생겼던 오돌토돌한 결절들은 모두 사라졌죠.

조직구증식증은 재발이 잦은 편이라 스테로이드는 테이퍼링해서 끊고, 현재는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만으로 재발을 막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혹처럼 만져지는 게 있어서 종양이 아닌가 걱정했던 보호자분도 조직 검사 결과로 진단이 명확해지고, 어렵지 않게 치료가 되니 안심하셨죠.


간혹 진료는 수의사와 보호자의 팀 스포츠라는 얘길 할 때가 있습니다만, 동시에 환자를 관리한다는 건 이런 식으로 의료진들끼리의 팀 스포츠이기도 합니다(한 마리의 개고양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 보통 최종적인 조직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만 듣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물밑(?)에서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보호자분들이 알기란 쉽지 않죠. 수의사라면, 검사를 의뢰한다고 했을 때, 아무래도 대면하지 않다보니 컴퓨터 화면 뒤의 병리학자도 수의사이고, 사람이라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쨌든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소통을 잘 하는 부분은 중요할 수 밖에 없고요.

케이스 자체는 병리전문의의 역할이 거의 전부인 병이지만, 어쨌든 일선의 수의사도 물밑(?)에서 열심히 발장구를 치기는 해야한다… 정도의 교훈을 주는 케이스일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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