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강아지 환자의 수술 사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피가 나는 상처를 잘 보지 못하시는 분들은 보지 말아주세요.

흔한듯 하면서도, 어쩐지 요즘엔 부쩍 보는 일이 줄었고, 쉬운 듯 하지만, 파고들어가면 어려운 케이스가 자궁축농증인듯 싶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얼마 전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강아지 자궁축농증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자궁축농증은 자궁 안에 농이 차는 병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개체에서 발생합니다. 농이 차는 이유는 대부분 세균 감염 때문이나, 세균 감염 단독만으로 문제가 되기보다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궁이 있어도 난소가 없다면 자궁축농증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궁이 없어도 난소가 남아있다면, stump pyometra라고 해서 남아있는 자궁목 부분에 농이 차는 자궁축농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 중성화 수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난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7살 넘는 암컷이 밥을 잘 안 먹고, 기력이 떨어졌다면서 병원에 내원한다면 수의사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일 먼저 의심하는 병이 자궁축농증입니다. 문화적으로 강아지와 고양이의 중성화를 잘 하지 않는 스웨덴에서 강아지 자궁축농증이 얼마나 흔한가 통계를 내 본 논문이 있었는데, 10살 이전에 자궁축농증에 걸리는 비율은 19%에 달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중성화를 하지 않는 경우 10마리 중에 2마리가 10살 이전에 자궁축농증 때문에 위험에 처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족이라면, 유선종양은 13%나 됩니다. 새끼를 볼 게 아니라면 중성화를 해야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죠.)

어쨌든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16살의 말티즈로 열흘째 사료를 잘 안 먹고, 맛있는 육포만 먹으려고 한다는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은 잘 마시는데, 기력이 없고, 옆으로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환자였기 때문에 자궁축농증도 감별진단 목록으로 고려해야했지만, 16살이라는 워낙 노령의 나이였기 때문에 신부전이나 췌장염 같은 질환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과 상의 후 기본적인 스크리닝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RBC

5.84 M/uL

5.65 – 8.87

HCT

38.2 %

37.3 – 61.7

HGB

13.6 g/dL

13.1 – 20.5

MCV

65.4 fL

61.6 – 73.5

MCH

23.3 pg

21.2 – 25.9

MCHC

35.6 g/dL

32 – 37.9

RDW

17.3 %

13.6 – 21.7

RETIC

▲ 126.7 K/uL​

10 – 110

WBC

49.27 K/uL

5.05 – 16.76

NEU

39.25 K/uL

2.95 – 11.64

LYM

4.71 K/uL

1.05 – 5.1

MONO

▲ 4.5 K/uL

0.16 – 1.12

EOS

0.5 K/uL

0.06 – 1.23

BASO

0.31 K/uL

0 – 0.1

PLT

815 K/uL

148 – 484

MPV

▲ 15.1 fL

8.7 – 13.2

RETHGB

22.4

22.3 – 29.6

CBC(전혈구 검사)에서 백혈구(WBC) 수치가 매우 높아져 있어, 몸 어딘가에 염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Hct 수치가 양호한 걸로 봐서는 다행히 빈혈 같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고요. 신체 검사 상에서도 경미한 탈수와 기력 저하 정도만 확인될 뿐, 의식 자체는 또렷했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TP

7.1 g/dL

5.2- 8.2

ALB

2.7 g/dL

2.2 – 3.9

Ca

8.6 mg/dL

7.9 – 12

CRE

0.7 mg/dL

0.5 – 1.8

BUN

9 mg/dL

7 – 27

PHOS

2.9 mg/dL

2.5 – 6.8

ALT

22 U/L

10 – 125

GGT

1 U/L

0 – 11

ALKP

63 U/L

23 – 212

Total bilirubin

0.1 mg/dL

0 – 0.9

Total Cholesterol

111 mg/dL

110 – 320

GLU

110 mg/dL

70- 143

Na+

153 mmol/L

144 – 160

K+

4 mmol/L

3.5 – 5.8

Cl-

113 mmol/L

109 -122

cPL

Normal

생화학 검사 결과는 특이사항이 전혀 없었습니다. 감별진단목록으로 고려했던 신부전이나 췌장염 같은 것들은 가능성이 없어진 셈이죠. 자궁축농증은 여전히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영상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해놓은 부분에 무언가 연부조직 음영이 덩어리 같은 게 확인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자궁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종양이라 하더라도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복부 초음파 검사로 확인을 합니다. 환자의 초음파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복강 내에 자궁이 크게 확장되어 있는 것을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었고, 자궁 안에는 액체가 가득 차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초음파에서 액체는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액체만 차있는 것은 아니고, 중력방향으로 액체 안에 떠다니는 무언가도 확인이 됐습니다(이런 걸 echogenic fluid라고 얘기합니다). 맑은 물이 아니라 무언가 혼탁하게 섞여있는 액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이러면 진단은 명확해집니다. 자궁 안에 농으로 추측되는 액체가 차 있고, 환자의 임상증상이 자궁축농증과 비슷(식욕저하, 다음/다뇨, 기력저하)하면서 염증 수치도 상승해 있었으니, 자궁축농증이라고 진단이 가능합니다.

자궁축농증은 치료도 명확합니다. 교과서에서는 외과적인 치료와 내과적인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고 하지만, 좀 더 예후가 좋고, 추천이 되는 치료는 외과적인 치료입니다. 염증의 원인인 자궁을 제거하고, 난소를 함께 제거해서 호르몬의 영향까지 없애버리는 거죠. 쉽게 생각해서 조금 어려운 중성화 수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궁축농증의 내과적인 치료는 시도할 수 있는 환자군이 명확합니다. 먼저 개방형 자궁축농증(농이 생식기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자궁축농증, 흘러나오지 않는 자궁축농증은 폐쇄형 자궁축농증이라고 합니다)이어야 하고, 환자가 어리면서 건강해야 합니다. 내과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이유 자체가 새끼를 볼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함인데, 나이가 많은 강아지 고양이들은 이미 나이 때문에 출산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폐쇄형 자궁축농증이거나, 환자가 이미 자궁축농증 때문에 복막염까지 진행된 경우, 혹은 다른 장기의 기능적인 손상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내과적인 치료가 추천되지 않습니다.

자궁축농증의 내과적인 치료를 할 때는 항생제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 호르몬제를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항생제만 주는 경우에는 자궁축농증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거나 병의 진행을 멈추는 정도로만 그치게 되고, 자궁 자체를 회복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호르몬제를 함께 쓰게 되는데, 이 때 쓰는 아글레프리스톤(Aglepristone)이라는 약이 한국에 유통되지 않아서 국내에서 자궁축농증의 내과적 치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글레프리스톤을 대신할 수 있는 카베르골린/클로프로스테놀 조합도 국내에서는 약을 구할 수 없습니다) (2022/08/10 업데이트, 아글레프리스톤을 국내에서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쨌든 이 케이스에서 소개하는 환자는 폐쇄형 자궁축농증이었고, 나이도 많았기 때문에 내과적 치료의 대상이 아닙니다. 외과적인 접근이 필요했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당일에 응급으로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환자가 심장병이 있는 노령견이었기 때문에 마취를 하기에 최적의 환자는 분명 아니었습니다만, 자궁축농증은 방치하면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환자의 수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상 검사로 확인됐던 확장된 자궁이 수술 시에도 확인이 됐고, 제거 후에 자궁을 절개해보면 자궁 안에서 농이 나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사진을 보면 이 환자는 유선 종양까지 있으니, 어릴 때 중성화를 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자궁을 절개해보면 아래 영상처럼 자궁 안에 농이 가득 차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궁을 절개한 이후에는 만일을 대비해 세균 배양 검사를 보냅니다. 이 환자의 경우, 수술만으로 완치가 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혹여나 수술 이후에 패혈증이나 복막염과 관련된 임상 증상을 보인다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생제를 선택해서 줘야 치료 예후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자궁축농증은 대부분 대장균(E.coli)이 검출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 환자는 다른 세균이 검출됐습니다. 환자의 세균 배양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보험(?)을 깔아두면 설사 수술 이후에 환자가 개선이 더디더라도 적합한 항생제 선택으로 좀 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환자의 경우, 보험이 필요한 일은 없었고, 수술 이후에는 항생제를 주지 않았습니다. 자궁축농증이면, 수술을 한 이후에도 기계적으로 항생제를 환자에게 주사하는 경우가 흔한데, 2018년 자궁축농증에 대해 리뷰한 VCNA(Veterinary Clinics of North Amercia)의 Rangvi Hangman 논문을 보면, “건강 상태가 경미한 임상 증상만 보이면서, 합병증이나 함께 병발한 다른 질환이 있지 않다면, 자궁축농증은 수술만으로 치료가 종료되고, 항생제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가 이런 경우에 속했는데, 그래서 환자는 항생제보다는 진통 관리에 더 집중했습니다. 수술 다음날에도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고, 환자의 의식 수준이나 상태가 괜찮았기 때문에 술후 통증 관리만 하면서 호흡수(심장병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수액 치료가 부담인 환자였기에 호흡수 모니터링을 철저히 했습니다)와 식욕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수술 다음 날 저녁 환자는 혼자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다음날(수술 후 24시간 정도 됐을 때) 저녁에 식욕을 되찾은 환자는 다음날 낮에 퇴원을 했고, 수술 당일을 포함해 총 3일을 병원에 있었습니다. 자궁축농증 환자는 이 환자처럼 가벼운 경우에는 2-3일 정도 입원을 하고, 패혈증이나 복막염까지 진행된 환자의 경우에는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 것처럼 당연히 입원 기간도 달라지는 것이죠.

자궁축농증의 예후는 이 환자에서 보듯 보통 좋은 편입니다. 수술이 잘 끝나고, 수술 후의 입원 케어만 잘된다면, 환자는 보통 어렵지 않게 회복합니다. 물론 패혈증이나 복막염, 다른 장기의 손상 등이 확인되면 예후는 그에 비례해서 안 좋아지고요. 빠르게 진단이 이루어지고, 수술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환자가 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수술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지는만큼 환자의 예후는 그와 비례해서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혹 이미 병원에 패혈증 때문에 저혈당 상태로 내원하는 자궁축농증 환자들이 있는데, 이런 환자들이 모두 죽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이 케이스의 환자에 비해 예후가 불량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자궁축농증은 대표적인 응급 수술 중에 하나이고, 환자가 안정화되면 안정화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이 환자도 보호자분께서 빠르게 수술 결정을 내려주셨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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