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소개/강아지 PLN(단백소실성 신장병증
케이스

강아지 PLN(단백소실성 신장병증)

흔한 병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딱히 드물지도 않은 PLN(단백소실성 신장병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보통 예후가 좋지 않다보니, 케이스 리포트 자체가 많지 않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보호자분들이 접하시는 정보도 몹시 제한적인 병입니다. 수의사라 하더라도 관련 질환의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신부전 치료하듯이 접근했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신부전의 일종이지만, 조금은 특수하고, 더 까다로운 병이라고 할 수 있죠. (몹시 복잡하고 어려운 병이라… 글이 깁니다. 관심 없으신 분한테는 이게 뭔소린가 싶으실 거에요.)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3살의 중성화한 암컷 비숑 강아지입니다. 변 상태가 좋지 않고, 식욕이 떨어져서 집 근처 동물병원에 내원을 했었는데, 복수가 차 있었고, 단백질 수치가 낮아서 PLE(Protein losing enteropathy, 단백소실성 장병증) 같다는 얘길 들으셨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PLE는 스테로이드로 치료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으셨는데, 보호자분께서 이전에 키우시던 아이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다가 부작용을 심하게 겪었던 경험이 있어, 세컨 오피니언을 얻고자 오늘동물병원을 찾으셨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검사한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는 단백질 수치를 제외하면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단백질 수치라고 하면, 총단백질(total protein)과 알부민, 글로불린 수치를 얘기합니다. 이미 혈액 검사를 다른 병원에서 다 한 상황이었지만, 단백질 수치만 오늘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했고,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중요하니까, 신장 수치도 함께 첨부합니다만, 신장 수치 검사는 타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검사 항목

검사 결과

정상 범위

Total Protein

4.2 g/dL

5.2 – 8.2

ALB

1.7 g/dL

2.3 – 4

GLOB

2.5 g/dL​

2.5 – 4.5

CRE(타원 결과)

0.9 mg/dL

0.3 – 1.4

BUN(타원 결과)

35 mg/dL

7 – 25

알부민이 정상 범위보다 낮은 걸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알부민이 낮은 상황이면 어딘가에서 단백질이 소실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알부민은 혈관 내에서 삼투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알부민이 낮아져서 혈관 내 삼투압 조절이 안되면, 혈액의 물 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이렇게 빠져나간 물 성분은 복수나 흉수로 확인되게 됩니다. 실제 이 환자의 경우는 복수가 상당히 많이 차 있었습니다.

복수가 차 있다보니, 방사선 사진을 보면 복강 내에서 장기의 구분이 잘 안되고(전문용어로는 serosal detail이 소실됐다고 얘기합니다), 배도 빵빵해져있는 걸 볼 수 있죠. 초음파로 보면 복수라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보통 혈관 내의 삼투압 유지가 안되어서 복수가 차려면 알부민 수치가 1.2g/dL 미만으로는 떨어져야 한다고 얘기하곤 하지만, 이 얘기가 언제나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환자들은 그보다 높은 수치에서 복수가 차기도 하는데, 이 환자가 그랬습니다. 이렇게 저알부민혈증에서 복수가 찬 게 확인이 되면, 이 복수를 뽑아서 정말 저알부민혈증 때문에 찬 복수가 맞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복수 검사를 하는 거죠. 이 환자의 복수를 보면 아주 맑은 물처럼 보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물처럼 맑은 복수가 나오면 이것만으로도 아마 저알부민혈증 때문에 생겼겠거니…라고 추측하지만,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위해서는 복수 검사(fluid analysis)를 합니다. 복수 내의 유핵 세포 갯수(TNCC, Total Nucleated Cell Count)와 복수의 총단백질(total protein) 수치를 검사해서 이게 정말 저알부민혈증일 때 나오는 복수가 맞는지 확인해보죠. 환자의 복수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검사 결과

TNCC

0.15

RBC

0.01 M/uL

GRANS

0​

AGRANS

0

Total Protein

0.5 g/dL

이렇게 TNCC가 1.5미만이고, Total protein이 2.5 미만인 맑은 복수를 순수한 누출액(pure transudate)이라고 합니다. 이런 pure transudate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정맥이나 림프관 내의 압력이 높아지거나, 혈관 내 삼투압이 낮아지는 저알부민혈증이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비록 알부민이 1.2g/dL 수준으로 낮지는 않았지만, 1.7 정도로 낮은 편이었고, 복수가 저알부민혈증 때문에 생겼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죠.

단백질이 소실되면서 알부민이 낮아지고 복수가 찼다는 것까지는 명확한데, 도대체 왜 알부민이 떨어져있는가는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저알부민혈증은 간에서 알부민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도 나타날 수 있고, 알부민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데, 소화기나 신장에서 소실되는 양이 너무 많은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혈액과 영상 검사 모두에서 간에는 특이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빠져나가는 단백 소실성 질환을 고려해볼 수 있었죠. 단백질이 소실되는 질환 중 대표적인 병은 크게 PLE(Protein losing enteropathy, 단백소실성 장병증)와 PLN(Protein losing nephropathy, 단백소실성 신장병증)이 있습니다.

PLE의 경우, 확진은 조직검사로 하지만, (알부민 수치가 낮은 환자에서 조직 검사의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 때문에) 보통은 다른 질환을 배제하면서 가진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라면 신장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지 확인을 해보고, 신장에서 빠져나가는게 아니라면 이전 병원에서 했던 것처럼 PLE라고 가진단을 내릴 수 있는 거죠. 신장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지는 UPC 검사(Urine Protein Creatinine ratio)를 통해서 확인합니다. UPC 수치가 5 이상이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 때문에 저알부민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데, 실제 그런지를 확인해보는 거죠. 환자의 UPC 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검사 결과

UPC

23.3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원내 검사로도 UPC 검사가 가능한데, 원내 장비의 경우, 정확도는 나쁘지 않지만, 수치가 아주 높은 경우는 정확한 값을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원내 검사에서는 5.3 이상이라고만 결과값이 나와서 외부 의뢰 검사(IDEXX 실험실에 의뢰)로 정확한 숫자를 알고자 했고, 결과는 23.3이 나왔습니다. 강아지의 경우 UPC 수치가 0.5 이상이면 단백뇨가 있다고 보는데, 23.3이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치가 나온 거죠.

여기까지 검사가 되면, 환자의 진단명이 나옵니다. PLN(단백소실성 신장병증)이라고요. 신장을 통해서 알부민을 비롯한 단백질들이 지속적으로 소실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PLN은 꽤 다양한 질환을 포괄하는 병명인데, 신장에서 단백질이 소실만 된다면 그런 병들을 총칭해서 PLN이라고 얘기합니다. PLN은 보통 신장의 사구체(=신장에서 혈액을 여과하는 기본 단위인 모세혈관 덩어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데, 사구체신염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고, 신장에 생긴 종양 때문에 사구체가 망가져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구체신염의 경우도 특발성으로 원인을 알 수 없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렙토스피라 같은 세균이 원인이 되어서 사구체신염이 생기면 그것도 PLN이라고 하죠. 면역매개성으로 면역복합체(항원과 항체가 결합해서 생기는 것)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아밀로이드증처럼 신장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어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PLN이라는 병명은 사실상 원인이 되는 장기와 단백질이 소실된다는 증상을 붙여서 만든 말로 환자에게 나타나는 문제를 개괄적으로만 표현할뿐 도대체 왜 신장이 망가졌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왜 PLN이 됐는가를 알려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보통은 신장을 조직검사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PLN은 어떻게 치료할까요?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대증적인 치료를 합니다. 단백뇨가 나와서 알부민이 낮아지는 게 문제이니, 단백뇨를 나오지 않게 하는 약을 쓰죠. 여기에 해당되는 약이 무슨무슨 프릴로 끝나는 에날라프릴, 베나제프릴, 라미프릴 같은 약과, 무슨무슨 사탄으로 끝나는 텔미사탄, 이르베사탄 같은 약입니다. -프릴로 끝나는 약은 ACE inhibitor(ACEI,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라고 하고, -사탄으로 끝나는 약은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라고 합니다. 둘 다 사구체신염이 생긴 원인과 상관없이 단백뇨가 덜 배출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여기서 치료가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PLN이 생긴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면, 환자의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 경우에 따라서는 병의 관리가 아닌 완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PLN을 유발하는 사구체신염을 큰 카테고리로 구분하면, 면역매개성인 ICGN(Immune complex glomerulopathy)과 면역매개성이 아닌 non-ICGN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만약 면역복합체가 원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면, 면역억제제를 투약해서 예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면역매개성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신장 생검을 해야만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신장생검을 하지 못하거나, 신장생검을 어찌저찌 한다 하더라도 신장 조직을 제대로 검사해주는 실험실이 국내에 없기 때문에 보통 면역억제제를 투약하느냐 아니냐는 수의사의 경험에 의존하게 됩니다. 단백뇨를 줄이는 약을 먹였는데도 환자가 계속 나빠진다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면역억제제를 투약해보는 거죠. 이 때 투약하는 면역억제제가 스테로이드(PDS)나, MMF(Mycophenolate mofetil)라는 약입니다.


여기서 잠깐 구분선을 두고, 한숨 쉬어가죠. 다시 환자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환자는 PLN으로 진단이 됐습니다. 이 환자처럼 단백뇨가 있고, 단백뇨 때문에 알부민 수치가 낮아지고(=저알부민혈증), 알부민 수치가 낮아지니까 간에서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서 보상하려고 노력하다가 덩달아 콜레스테롤이 같이 만들어지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복수가 차는 상태를 nephrotic syndrome(신장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PLN 때문에 신장 증후군이 나타난 환자들은 치료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 케이스의 환자처럼 딱히 신장 수치(CRE, BUN)가 올라가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신장 기능이 망가지면서 신장 수치까지 올라간 환자들은 보통 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알부민 수치가 떨어져서 혈관 내 삼투압이 유지가 안되기 때문에 수액을 주면 수액을 주는대로 수액이 모두 복수로 빠져버리죠. 그러니까 수액을 주면 신장 수치가 떨어지기보다는 복수가 더 많이 차고, 환자의 몸이 붓기 시작합니다(이렇게 찬 부종이나 복수는 빼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 수의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알부민혈증 때문에 수액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저알부민혈증을 해결하자고요. 그 때 하게 되는 치료가 알부민을 보충하기 위한 혈장 수혈이나 휴먼 알부민 수혈입니다.

이 지점에서 실력이 좋고 경험이 많은 수의사와 아닌 수의사가 갈리게 됩니다. 경험 없는 수의사의 논리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저알부민혈증이 문제가 되니 알부민을 보충해줘서 저알부민혈증을 해결하자는 논리죠. 하지만 PLN 환자에게서 혈장 수혈이나 휴먼 알부민 보충은 금기에 가깝습니다. 안그래도 신장에서는 단백질 여과에 문제가 생겨서 기존의 단백질로도 어마어마한 양의 단백뇨를 보고 있는데, 여기에 알부민을 더 보충해주면, 그건 이미 일이 너무 많아서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추가로 더 일을 얹어주는 것과 똑같습니다. 혈장이나 휴먼 알부민을 줘서 인위적으로 체내의 단백질 양을 늘려버리면 신장에서 여과되어야 하는 단백질의 양도 늘어나서 단백뇨도 덩달아 더 증가합니다. 그러면 신장 독성이 더 강하게 생기게 되기 때문에, 혈장이나 휴먼 알부민을 PLN 환자에게 주는 건 신장을 망가뜨리는 일과 같습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소형견이 아니고서는 혈장으로 알부민을 높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환자의 체중에 따라 정말 많은 양의 혈장을 환자에게 투여해야 하는데, 혈장은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의료비를 높이면서, 동시에 신장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되죠.

그럼 저알부민혈증을 어떻게 치료해야할까요? 저알부민혈증을 직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저알부민혈증을 치료하려면 소변으로 소실되는 단백질의 양을 줄이고, 사구체신염 자체를 치료하는 방법 뿐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식이적으로는 단백질의 섭취량을 줄입니다. 신장에 부과되는 단백질의 로딩을 줄여서 신장이 한숨 돌릴 수 있게 하는 셈이죠. 단백질이 부족한데, 단백질의 섭취량을 줄이라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신장을 보존하고 단백뇨를 줄여서 알부민 수치를 올리는 방법입니다. (단백뇨가 있는 환자에게서 저단백 사료인 신장처방식을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단백뇨가 있는 환자들은 신장처방식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환자는 PLN으로 진단이 된 이후, 보호자분께 신장 처방식을 아이에게 급여하시라고 말씀드렸고, 단백뇨를 해결하기 위해 텔미사탄을 처방했습니다. 단백뇨를 치료하는 약에는 앞서 얘기했듯, -프릴로 끝나는 ACE inhibitor와 -사탄으로 끝나는 ARB가 있는데, 어느 쪽을 먼저 처방한다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ARB를 조금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0년 JVIM(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미국수의내과학 저널)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ARB(-사탄)이 ACEI(-프릴)에 비해서 단백뇨를 줄이는데 조금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환자는 텔미사탄을 먹기 시작하고, 일주일차에 재검을 했습니다. ACEI든, ARB든 약물의 작용 기전 자체가 칼륨 수치를 높이거나, 신장 수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투약을 시작하면 7-10일차에 약물 부작용으로 약을 못 먹는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환자의 재검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검사 항목

내원 당시 검사 결과

텔미사탄 투약 1주일 후

정상 범위

Total Protein

4.2 g/dL

5.2

5.2 – 8.2

ALB

1.7 g/dL

2.2

2.3 – 4

GLOB

2.5 g/dL​

3

2.5 – 4.5

CRE

0.9 mg/dL

(타원 결과, 0.3 – 1.4)

0.5

0.5 – 1.8

BUN

35 mg/dL

(타원 결과, 7 – 25)

17

17

Phos

4.3 mg/dL

(타원 결과, 2.9 – 6.6)

2.6

2.5 – 6.8

K

4.8 mmol/L

(타원 결과, 3.7 – 5.8)

4.3

3.5 – 5.8

체중은 5.3kg이었는데, 복수가 빠지면서 4.2kg이 됐고, 알부민 수치는 2.2까지 올라갔습니다. 텔미사탄을 복용했지만, 다행히 신장 수치나 칼륨 수치의 상승은 미미했습니다(별부작용 없이 약을 먹일 수 있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PLN 자체는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닙니다. 단백뇨는 어느정도 컨트롤이 된다 하더라도 사구체신염이 생긴 원인 자체에 대한 치료가 되지 않으면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신장이 망가지게 됩니다. 만약 면역매개성에 의한 ICGN(면역복합체 사구체신염)이라면 면역억압을 통해서 신장이 더 망가지는 걸 막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장을 정상에 가깝게 돌려놓는 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단백뇨에 대한 관리가 됐다 싶을 때 보호자분과 상의하게 된 것이 신장 생검에 대한 것입니다.

신장 생검은 마취가 필요하고, 신장에 굵은 바늘을 찔러서 신장 조직 일부를 채취해내야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출혈 등의 리스크가 있는 진단 검사지만, 생검을 통해 정확하게 PLN이 생긴 원인이 진단된다면, 환자의 기대 예후를 명확하게 할 수 있고, 면역억제제를 투약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근거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동물병원들은 신장생검을 하지 못하거나, 국내에 제대로 신장 조직 검사를 해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수의사의 감에 의해 면역억제제 투약을 결정합니다. 사구체신염이 면역복합체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가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알기 위해서는 면역복합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면역복합체를 확인하려면 일반적인 현미경(light microscopy)이 아니라 전자 현미경(electron microscopy) 검사와 면역염색(immunostaining) 검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면역형광염색의 경우 일반적인 포르말린 고정액이 아니라 미셸 용액(Michel’s transport medium)에 신장 조직이 보존되어야 하는데, 냉장 배송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여태 제대로된 신장 생검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미국까지 냉장 상태로 가야하는데, 국내에서 많이 의뢰하는 IDEXX나 Antech은 전자현미경 검사를 제공하지 않고, 미국까지 조직을 냉장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바꿔 얘기하자면, 한국에서 PLN 환자는 왜 PLN이 생겼는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는 얘기죠.


여기까지가 한국의 PLN 환자에게 절망편이라면, 오늘동물병원에서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하려는 건 희망편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제대로된 신장 생검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의뢰하는 IDEXX나 Antech 대신,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의 IVRPS(International Veterinary Renal Pathology Service)에 신장 생검 검체를 의뢰해서 광학 현미경과 전자 현미경, 면역형광염색을 모두 하는 종합적인 신장 조직 검사(comprehensive renal biopsy)를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IDEXX나 Antech에서 “이게 원인인 것 같긴한데, 정확하진 않아”라는 대답을 듣는 대신 확실한 진단명을 알 수 있었죠. 아마 이렇게 제대로된 신장 생검을 한 건 한국에서 오늘동물병원이 거의 최초이지 않을까 싶네요.

보호자분과 상의 하에 신장 생검을 하기로 결정하고, 신장 생검을 하기 위해 IVRPS에 신장 생검 검사용 배지와 키트를 요청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뭐 하나 대충하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하기보다는 확실하게 합니다.)

비행기 타고 온 키트 안에는 신장 생검을 위한 수송 배지와 슬라이드 글라스, 어떻게 검체를 확인해야하는지에 대한 메뉴얼이 있었습니다. 키트가 준비되고 신장 생검을 하기로 한 당일 환자는 전신 마취 상태에서 개복 없이 초음파로 신장을 보면서 트루컷(Tru-cut)이라는 굵은 바늘을 이용해 신장 조직의 일부를 떼어냈습니다.

이렇게 채취한 신장 조직은 즉시 병원 내에 있는 현미경을 이용해서 제대로 신장을 떼어낸 것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화살표로 표시된 밝은 동그라미가 사구체인데, 저렇게 사구체가 있는게 현미경으로 확인이 되면 제대로 신장의 피질(신장의 바깥 부분)을 샘플링했다는 걸 알 수 있죠. 이렇게 채취한 신장 조직은 IVRPS에서 지시하는대로 적절하게 잘라서 포르말린과 미셸 용액에 나눠 담습니다.


이렇게 나눠 담은 신장 조직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패키지 안의 아이스팩이 녹기 전에 미국 오하이오에 도착해야하죠(페덱스에게 이 모든 공을 돌립니다. 미국까지 1.5일만에 도착하더군요.)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환자는 텔미사탄과 PLE에 의한 혈전을 막기 위해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했고, 복수는 거의 다 빠지고, 활력도 좋았습니다. 환자의 조직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PDF로 받은 리포트를 그대로 옮깁니다)


생검 결과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Morphologic diagnosis:

Immune complex mediated mixed membranous glomerulonephritis with minimal interstitial nephritis.

Interpretation/Comment:

Shannon McLeland; 29 Jun 22

The TEM evaluation was helpful in identifying the presence of electron-dense deposits consistent with immune complexes primarily in the abluminal (subepithelial) and luminal (subendothelial) locations. Frequently, subepithelial deposits are partially to completely encased within the basement membrane. Mesangial interpositioning and glomerular basement membrane remodeling is an indication of chronicity.

Rachel Cianciolo; 29 Jun 22

The IF also was able to help verify the diagnosis of immune complex mediated glomerulonephritis. Both heavy and light chain components of the immunoglobulins were present. Complement protein, C3, was also observed, but a photo was not taken because the tissue was folded. There is minimal tubulointerstitial disease, which suggests a very good prognosis if the immune complex deposition can be treated.

IVRPS Renal Biopsy Report

PLN인 것은 병원에서 진단이 이루어졌지만, 면역복합체(immune complex)에 의해 매개된 막성 사구체신염(mixed membranous glomerulonephritis) 때문에 PLN이 생겼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즉, 이 환자의 정확한 진단명은 “면역복합체에 의해 매개된 막성 사구체신염”이 됩니다. 사구체신염 중에서도 면역매개성이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투약하면 좀 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조직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는 MMF(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이라는 면역억제제)를 추가로 투약했고, 텔미사탄 치료 4주차가 됐을 때 환자의 단백뇨 수치(UPC)는 드라마틱하게 떨어졌습니다. 종종 면역억압을 위해서 스테로이드를 투약하기도 하는데, PLN 환자에서 스테로이드는 단백뇨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면역억압을 위해 사용한다 하더라도 짧게만 사용합니다. MMF 같은 면역억제제가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환자들의 경우 스테로이드를 짧게 2주 정도 써서 MMF가 효과를 낼 때까지 면역억압 효과를 노리는 거죠. 그 이상 긴 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기 때문에 가급적 지양합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이렇게 생검으로 확진을 내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수의사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를 세게 붙잡기 위해 MMF에 스테로이드까지 약을 세게 쓰곤 합니다.)

검사 항목

검사 결과

치료 시작 4주 후

UPC

23.3

0.1

UPC 수치가 0.2 밑이면 확실하게 단백뇨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좋은 치료 반응을 기대했던 건 아닙니다. PLN은 보통 예후가 아주 나쁜 병 중 하나로, 혈전 때문에 갑작스레 급사하는 경우도 있고, 단백뇨 수치를 약을 써서 어느정도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완전히 단백뇨가 없는 상태로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보통 처음 검사 수치의 절반 정도까지만 떨어뜨려도 치료가 성공적이라고 보죠. 이 환자의 경우라면, 23.3의 50%니까 11 밑으로만 떨어져도 치료 반응이 좋은 케이스라고 보는 겁니다.

과거에는 UPC 수치를 기반으로 신장 생검 없이 기저 원인을 추측하곤 했습니다. UPC가 0.5부터 2 사이면 세뇨관의 문제이고, 2부터 4 사이에 있으면 사구체의 문제, 4 이상이면 아밀로이드증에 의한 단백뇨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논문을 보면, 질환에 상관없이 UPC 결과만으로는 겹치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UPC 수치만을 토대로 원인이 무엇일거라고 추정하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되었습니다. UPC만으로 정확한 원인을 추측하는 건 불가능한 거죠. (실제 각 질환에 따른 평균 UPC 수치와 범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평균 UPC

범위

ICGN

(Immune complex glomeruonephritis)

8.3

0.6 – 42.7

Glomerulo-screlosis

6.0

1.6 – 27

Amyloidosis

10.3

1.5 – 40.1

Other non-ICGN

5.4

1.4 – 20.8

Tubulointerstitial disease

3.9

0.6 – 8.6

이 환자의 경우도 옛 원칙(?)을 따르자면 UPC가 23.3이었으니 아밀로이드증이라고 보겠지만, 아밀로이드증은 진단이 되면 보통 수 주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UPC만 보고 보호자분께 아밀로이드증 얘기를 드렸다면, 치료를 포기하셨을 수도 있지만, 실제 신장 생검을 통해서 나온 진단은 ICGN으로 아밀로이드증이 아니었죠.

이 환자는 앞으로 장기간(혹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PLN의 예후가 보통 매우 나쁜 것과 달리, 아마도 꽤 오랜 기간을 약으로 관리하면서 무리없는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PLN 환자들은 고혈압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혈압 모니터링도 해야 하고, 신장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지도 정기적으로 확인을 해야하죠. UPC도 정기적으로 봐서 추가적인 약물 투약이 필요하지 않은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MMF를 먹기 때문에 MMF의 부작용인 골수 억압이 나타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CBC 검사도 정기적으로 합니다.

PLN으로 확인이 되면, 보통 예후가 극히 나쁘다고 보기 때문에 보호자분 뿐만 아니라 수의사도 나쁜 예후를 지레짐작하고,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단에 적극적이지 않게 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PLN도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이 케이스처럼 예후가 아주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보호자분의 치료 의지와 페덱스의 빠른 배송, 미국 오하이오에 있는 훌륭한 조직병리 선생님들 덕에 귀여운 비숑 아이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오래오래 보호자분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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