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의 PLN(Protein Losing Nephropathy, 단백소실성 신장병증)에 대해서는 이전에 상당히 자세하게 포스팅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장 생검을 통해 진단이 명확해지면, 치료도 깔끔해지는데, 보통 신장 생검을 잘 못하기 때문에 진료가 지저분하게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 병이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같은 병을 두고 다른 방식으로 진단하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신장 생검 없이 PLN의 원인을 진단하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죠.
검사에 대한 얘길 하기 전에 PLN에 대한 간단 요약을 한 번 하고 가겠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병에 대한 복잡한 얘기들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이전 포스팅에 썼으니) PLN 환자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약을 먹느냐에 대해서를 위주로 본다면, PLN 환자들은 크게 2가지 카테고리로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PLN(=사구체신염)이 생긴 이유가 면역복합체 때문인지(=면역매개성인지), 혹은 면역복합체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인지에 따라서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죠. 면역복합체 때문에 생긴 사구체신염을 ICGN(Immune complex-mediated glomerulopathy)이라고 하고, 그 이외의 이유로 생긴 사구체신염을 non-ICGN이라고 합니다.
어느쪽이든 단백뇨를 줄이기 위해서 단백뇨약(“-프릴”로 끝나는 ACE inhibitor나 “-사탄”으로 끝나는 ARB)를 먹지만, ICGN의 경우에는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고, non-ICGN은 면역이 문제가 아닌 거니까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고 관리하게 됩니다. 복잡한 아카데믹한 얘기를 제껴놓고 보자면, 임상적인 관점에서 결국 사구체신염의 치료는 면역억제제를 먹이냐 마느냐가 치료의 관점에서 꽤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되죠.
환자의 PLN이 면역매개성인지 아닌지를 감별할 수 있는 검사는 대표적으로 앞선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신장 생검이 있습니다. 신장 생검을 하면 정확하게 왜 PLN이 생겼는지를 알려주죠. 하지만 신장 생검은 비용이 꽤 비싸고, 전신 마취 후, 칼이나 굵은 바늘을 대는 침습적인 검사이기 때문에 보통 보호자분들이 검사를 진행하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그래도 PLN의 예후가 불량하다는 얘기를 계속 듣는데, 거기에 환자한테 무리가 될 수 있는 검사를 하고 싶지 않은 거죠.
그 때 꼼수로 사용하게 되는 검사가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소변 전기영동(Urine electrophoresis) 검사입니다. 한국에서 오늘동물병원을 제외하고 이 검사를 하는 동물병원이 몇이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상당수의 수의사가 이런 검사가 있다는 걸 잘 모르기도 하고, 검사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의뢰가 좀 까다롭고 번거로워서) 의뢰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죠.
환자는 7살의 푸들로 이미 타원에서 PLN을 진단받고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PLN 포스팅을 보고 오신 케이스였죠. 환자의 내원 당시 알부민 수치와 UPC(단백뇨) 수치, 신장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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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검사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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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 |
▼ 1.7 g/dL |
2.3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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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 |
1.2 mg/dL |
0.5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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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 32 mg/dL |
7 –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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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 7 mg/dL |
2.5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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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C |
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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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에서는 UPC 수치가 0.5 이상이면 높다고 보는데, 16.5니까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치였죠. 신장에서 이렇게 소변으로 단백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니까, 알부민 수치도 정상보다 낮게 확인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알부민 때문에 혈관 내에 삼투압 유지가 안되니까 환자는 소량의 복수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백뇨를 컨트롤하기 위해 텔미사탄을 처방하되, 면역매개성인지 아닌지 확인을 위해 신장 생검 진행 여부를 보호자분과 함께 논의했습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신장생검이 다소 침습적일 수 있는 검사이니, 보호자분께 신장 생검이 부담스럽다면 소변 전기 영동 검사를 우선적으로 해볼 수 있다고 얘길 드렸죠. 소변 전기 영동 검사는 소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검사이기 때문에 방광 천자만으로도 쉽게 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검사가 의뢰됐고, 환자의 소변 전기 영동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복잡하게 영어로 어려운 용어를 쓴 판독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만 발췌하면 이렇습니다.
The impression is consistent with the reported magnitude of proteinuria. Given the prominence and increased numbers of the intermediate and high molecular weight bands, especially those above 200 kDa, my primary considerations include immune complex-mediated glomerulonephritis (ICGN), particularly of the membranoproliferative form, or amyloidosis. These suspicions are based on our experience correlating urine protein banding patterns with renal biopsy in proteinuric dogs.
Urine SDS-PAGE interpretation
소변에서 나오는 단백질의 분자량을 확인했더니, 이 환자의 경우 200kDa이 넘는 커다란 단백질들이 확인됐고, 이런 경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는 Immune complex-mediated glomerulonephritis(=ICGN)과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이 고려된다는 얘기였죠.
확정진단이냐 하면, 200kDa 이상의 분자량을 갖는 단백질이 나오면 ICGN일 가능성이 몹시 높다는 얘기일 뿐이라서 확정진단은 아닙니다만, 신장 생검을 옵션으로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이 정도면 ICGN이라고 보고 면역억제제를 투약할만한, 상당히 신뢰할만한 근거가 됩니다. 아밀로이드증이라는 다른 감별진단목록이 있지만, 아밀로이드증은 어차피 치료약이 없고, 예후가 극히 불량한 병입니다. 이 둘을 감별하자고 상태가 안 좋은 환자에게 신장 생검을 권할 임상수의사는 거의 없죠.
소변 전기영동 검사를 통해 ICGN으로 가진단이 내려졌으니 신장 생검의 가치가 전혀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판독문을 보면, 200kDa 이상의 단백질이 확인되더라도 이러이러한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길 구구절절 길게 써놨죠. 그래서 신장생검을 해서 정확하게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미국에서 신장병리만 보는 병리학자 선생님의 관점이고, 면역억제제를 처방할지 말지 고민하는 성수동 사는 임상수의사의 관심사는 아닙니다. 면역억제제 처방이 합리화될 수 있느냐는 정보가 필요해서 했던 검사이고, 200kDa 이상의 단백질이 확인됐으니, 필요한 정보는 다 얻은 셈이죠.
반면, 이렇게 쉽게 가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비슷하게 타원에서 PLN 진단을 받은 다른 환자로 이 환자도 비슷한 상황에서 내원을 했습니다. 환자는 10살의 수컷 말티즈로 내원 당시 검사 결과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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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검사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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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 |
▼ 1.6 g/dL |
2.3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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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 |
0.9 mg/dL |
0.5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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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25 mg/dL |
7 –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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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4.7 mg/dL |
2.5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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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C |
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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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UPC가 높고, 알부민이 낮죠. 이 환자도 동일하게 소변 전기 영동 검사를 했고, 환자의 검사 결과는 이렇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중성화를 하지 않은 수컷으로 병발한 전립선염 때문에 소변에서 세균이 검출되긴 했습니다만, 그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앞서 소개한 환자와 달리 200kDa 이상의 큰 단백질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No bands are seen above 200 kDa. This impression is consistent with the magnitude of proteinuria reported. Given the lack of bands above 200 kDa, the glomerular banding pattern findings are non-specific and causes for glomerular damage could include, but are not limited to, glomerulosclerosis, immune mediated disease, amyloidosis, or glomerular basement membrane damage. Currently there is insufficient evidence on the urine protein banding pattern to recommend immunosuppressive therapy without further clinical evidence of immune complex mediated GN.
Urine SDS-PAGE interpretation
이 부분이 이 검사의 단점인데, 이렇게 결과가 나오면 환자가 뭐 때문에 PLN이 생겼는지를 소변 전기영동 검사로 감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200kDa 이상의 단백질이 확인되면 높은 확률로 ICGN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200kDa 이상의 단백질이 확인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ICGN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결과가 나오면 ICGN과 non-ICGN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장 생검이 필요합니다.
소변 전기 영동 검사의 장점과 단점은 대단히 명확합니다. 비침습적이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그래도 비싼 검사이긴 합니다)으로 ICGN 감별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뚜렷한 장점입니다만, 결과가 특이적으로 나오지 않으면(=200kDa 이상의 단백질이 없다고 나오면) 결국엔 신장 생검을 해야만 하죠. 신장 생검 전에 (생검을 피하기 위해) 거쳐가는 검사로는 시도해볼 수 있지만, 신장 생검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정도의 포지션이랄까요.
그래서 제일 깔끔하고 확실한 방법은 그냥 신장 생검을 하는 것입니다. 소변 전기 영동 검사는 어디까지나 신장 생검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일뿐이지, 신장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확정 진단 검사로서 신장 생검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늘 얘기하듯, 세상은 교과서대로 흘러가지 않고, 모든 보호자분과 모든 환자가 신장 생검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현실에서는 비교적 좋은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신장 생검도 그렇고, 소변 전기 영동 검사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모든 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검사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검사까지 한다는 건 오늘동물병원의 자랑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