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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심장병, MMVD(이첨판 폐쇄부전증)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의 심장병(MMVD)은 사실 이미 케이스가 꽤 많음에도, 포스팅을 선뜻하기가 조금 어려웠던 주제입니다. 어떻게 관리해야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내용에 대해 보호자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기도 하고, 약 처방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하나, 경우에 따라 수의사의 진료 스타일이 가미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기선 오늘동물병원은 강아지 심장 진료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MMVD는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이첨판에 변성이 생기는 병을 얘기합니다. 원래는 심장이 수축할 때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이첨판이라는 판막에 변성이 생기면서 없어야 하는 역류가 생기게 되는 병을 얘기하죠. (어떤 병이고, 어떻게 병이 진행되는가에 대한 얘기는 일전에 심인성 폐수종과 관련된 포스팅에서 했던 적이 있습니다.)

소형견이 많은 한국의 임상 환경에서 강아지의 심장병 유무는 청진기 하나만으로 확인이 가능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청진기를 댔을 때 정상적이지 않은 심잡음이 확인되면, 심장병이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나이든 소형견에서는 항상 청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환자도 심장에 대한 얘기는 청진에서 시작합니다.

환자는 11살의 중성화한 수컷 포메라니안으로 기침을 주증으로 내원했습니다. 기침을 한지는 몇 개월이 넘었다고 하셨고, 최근들어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기침을 더 심하게 한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죠. 신체 검사 상에서 청진을 했을 때, 심잡음이 강하게 들리는 걸 확인했습니다. 심잡음의 경우도 단계를 구분하는데, 6단계 기준으로 4단계 이상의 심한 심잡음이 확인됐죠. 기침이 심장병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지점에서 일단 환자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소형견이라는 점과 노령견이라는 부분을 생각하면, 몹시 높은 확률로 MMVD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죠.

기침의 원인에 대해서는 과거 심장병이 기침을 유발한다는 것이 수의사들 사이에서 통론이었으나, 최근에는 기침이 심장병 단독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옛날에는 심장이 커지면 주기관지를 압박하면서 폐수종이 없어도 기침을 할 수 있다는 얘길 학교에서부터 들으면서 배웠지만, 최근에는 호흡기 질환이 병발하지 않은 케이스에서 폐수종 없이 심장비대만으로 기침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에 가깝습니다. (일전에 관련 내용을 포스팅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게 호흡기 질환에 의한 기침인 건지, 아니면 심장병이 있으니, 심인성 폐수종에 의한 기침인 건지 감별이 필요했습니다. 폐수종인지 아닌지 알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흉부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는 것입니다. 심장병이 있는 환자이니 약을 먹어야 하는 단계는 아닌지(=심장이 커져있지는 않은지) 확인을 위해서라도 흉부 방사선 사진이 추천되는 상태였죠. 환자의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인성 폐수종에서 볼 수 있는 폐침윤(=폐가 하얗게 변한 것)은 확인되지 않지만, 그냥 방사선 사진만 봐도 어마어마하게 커진 심장을 볼 수 있습니다. 심장이 크다 아니다에 대한 건 (밥 먹고 방사선 사진만 보는 수의사들은 대충 감으로도 알지만) 좀 더 엄밀한 지표가 있습니다. 심장의 크기를 척추뼈의 길이와 비교하는 VHS(Vertebral Heart Score)라든가, 좌심방의 크기만 따로 척추뼈의 길이와 비교해보는 VLAS(Vertebral Left Atrial Score) 같은 기준들이 있죠. (VHS가 10.5 이상이면 심장이 크다고 얘기하고, VLAS가 3 이상이면 좌심방 확장이 있다고 봅니다.)

이 환자의 심장병 단계는 어떻게 될까요? 심장초음파를 보기 전까지 이 환자가 이첨판 문제 때문에 심장이 커진건지, 다른 심장병 때문에 심장이 커진건지 알기는 어려우나,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에서 정한 심장병 단계는 어떤 심장병이냐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상 증상 유무와 심장이 커졌는지 여부를 토대로 단계를 구분하죠. 여러번 언급했던 적이 있지만, 다시 한 번 리마인드 해보면 심장병의 단계 구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 ACVIM Stage A: 심장병은 없지만, 심장병 고위험군. MMVD 호발품종인 나이든 말티즈나 킹찰스 스파니엘 같은 경우 심장병이 없어도 Stage A라고 구분합니다.

  • ACVIM Stage B1: 심장병이 있지만, 아직 심장의 리모델링이 진행되지 않은 단계. 심장이 커지지 않은 단계.

  • ACVIM Stage B2: 심장병이 있고, 심장의 리모델링이 진행되어서 심장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진 단계.

  • ACVIM Stage C: 심장병으로 인해 울혈성 심부전(Congestive Heart Failure)이 온 단계. 쉽게 생각해서 폐에 물이 찬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ACVIM Stage D: 울혈성 심부전을 관리하기 위해서 약을 먹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물 차는 게 재발하는 단계.

기침 증상이 있지만, 폐수종이라고 보기에는 임상 증상이 꽤나 오래됐고(심인성 폐수종은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몇 개월씩 약 없이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방사선 상에서 폐수종의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심장의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큰 걸 보면 (MMVD가 맞는지는 심장초음파로 확인을 해야겠습니다만) ACVIM Stage B2의 환자라고 볼 수 있죠.

이런 경우, 환자의 기침은 호흡기 질환 때문일 가능성이 높고, 심장과는 별개로 병발한 호흡기 질환에 의해 만성적인 기침을 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포스팅 주제가 아니라 간단하게만 얘기하자면, 이 환자는 노령의 소형견에서 호발하는 만성 기관지염이 있다고 보고, 스테로이드와 기침억제제를 이용해 호흡기 질환에 대한 치료를 했고, 현재 기침은 거의 하지 않고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간혹 심장 환자에서 심장 초음파 없이 환자 관리를 하는 게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결론만 얘기하자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심장 초음파 없이는 심장 내부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장 진료에서 심장 초음파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예를 들어 이런 환자가 왔다면, 높은 확률로 MMVD라고 가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노령의 소형견에서 청진을 했는데, 이첨판 역류음(좌심의 심첨에서 들리는 수축기 심잡음)을 들었다면, 거의 90% 이상의 확률로 MMVD라고 볼 수 있죠.

MMVD 환자의 약 처방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토대로 내려지지 않고, 심장병의 단계에 따라, 환자의 임상 증상에 따라 약 처방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케이스의 환자 같은 경우 높은 확률로 MMVD인데, 심장 초음파 없이도 Stage B2의 환자인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심장 초음파 검사 없이도 Stage B2에서 처방하는 강심제를 처방하는 걸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심장초음파로 확진을 내린 게 아니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의미에서 깔끔하지는 않습니다만, 심장 초음파는 비싼 검사이다보니, 보호자분께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지 못하시는 경우에는 이런 식의 가진단에 기반한 심장 질환 관리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최근에는 보호자분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경우가 거의 없기는 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심장초음파가 심장 관리의 필수 진단 검사로 자리 잡은 건 약 처방이 심장병의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데, 심장병의 단계를 구분하는데 심장초음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케이스처럼 방사선 상에서 누가봐도 심비대가 확인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심장 초음파가 심비대 여부를 확인해주고, 판막의 상태를 알 수 있게 해주죠.

어쨌든 이 환자는 진단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심장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심장 초음파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머니샷이라고 불리는 환자의 RPS 5chamber(Right Parasternal 5 chamber, 우측으로 누워서 대동맥이 나오도록 찍은 뷰) 사진입니다.

이 뷰를 머니샷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뷰에서 대략적인 진단과 스테이징이 이미 다 나오기 때문입니다. 심장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 영상을 보면, 이첨판의 판막에 변성이 있고, 좌심방 확장이 이미 뚜렷하게 확인이 되면서 좌심실의 심실중격이 과다한 혈액량(volume overload) 때문에 우심실 쪽으로 빵빵하게 밀려있는 것도 볼 수 있죠. 우심의 확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도 볼 수 있어서, 이 환자의 심비대는 좌심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됩니다. 환자의 판막에 변성이 있다는 건 실제 초음파에서의 판막 변성을 봅니다. 스틸샷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첨판의 끝이 얇은 선처럼 보이는게 아니라 곤봉 모양처럼 뭉툭해져 있는 걸 볼 수 있고, 이첨판의 판막이 닫힌 상태에서 판막의 일부가 좌심방쪽으로 말려들어가는 prolapse도 확인할 수 있죠. 여기서 일단 MMVD라는 부분은 진단이 됩니다. (MMVD란 이첨판이 변성된 병을 얘기하는 거니까요.)

이첨판 변성이 있으면 혈액은 당연히 역류하게 됩니다. 역류한다는 것은 이미 청진기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얼마나 많이 역류하는 걸까요? 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심장 초음파에서는 칼라 도플러 검사를 하게 됩니다. 초음파는 혈액의 흐름을 캐치해 낼 수 있는 도플러 검사가 있는데, 이를 토대로 혈액의 역류를 보는거죠.

좌심방 전체에서 역류(빨간색과 파란색이 혼재되어서 나타나는 것과 정상적이지 않은 혈류 흐름)를 나타내는 도플러의 색이 얼마나 차지하는가를 봅니다. 어느 정도나 차지하느냐에 따라서 다소 주관적일 수 있지만, mild/moderate/severe한 이첨판 역류(MR, mitral regurgitation)가 있다고 판단하죠. 이 환자도 좌심방에 매우 심한 역류가 확인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단계를 구분할 때 판단하는 좌심방의 크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ACVIM 가이드라인에서는 심장 초음파 검사 상에서 LA:Ao ratio(좌심방의 직경을 대동맥의 직경으로 나눈 값)과 LVIDDn(좌심실의 직경을 normalization한 값)을 토대로 심비대를 판단하라고 얘기합니다. LA:Ao ratio가 1.6보다 크고, LVIDDn이 1.7보다 크면 심장이 커진 Stage B2의 환자고, 이보다 작으면 Stage B1의 환자라고 보죠.

가운데 동그란 대동맥과 아래쪽의 거대한 좌심방의 길이를 측정하면 LA:Ao ratio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의 값은 3.28로 어마어마하게 큰 좌심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미 Stage B2의 환자라는 것이 명확해지죠. LVIDDn은 어떨까요?

LVIDd는 이완기(diastole) 상태에서 좌심실 내강의 길이를 측정한 값을 얘기합니다. 환자의 체중에 따라 정상 심장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걸 체중을 기준으로 표준화(normalization)한 값을 LVIDDn이라고 하는데, 이 값이 이 환자의 경우 2.2 정도로 몹시 크게 확인됩니다. 정상 사이즈의 심장을 가지고 있으면 이 값이 1.7보다 작게 나오죠.

이 다음부터의 심장 초음파 관련 내용들은 대부분 실제 심장 상태에 대한 조금은 더 복잡한 얘기들에 가깝습니다. 심장은 이완을 2단계에 걸쳐서 하는데, Early diastole일 때 이첨판 수준에서의 혈류 속도를 측정해서 이를 토대로 좌심방에 걸리는 압력을 계산해내고, 이 환자가 폐수종이 임박해 있는지 아닌지를 평가합니다. IVRT(등용성 이완기, Isovolumic Relaxation Time) 같은 값을 측정해서 실제 폐수종이 임박했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도 평가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이 환자의 E peak velocity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환자는 초기 이완기 이첨판에서의 혈류 속도(E peak velocity)가 1.25m/s 정도로 낮지 않은 편입니다. 보통 (텍스트에 따라 기준으로 삼는 cut-off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1.1m/s 이상이면 폐수종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죠. 이렇듯 폐수종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들은 꽤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충 치트시트를 옮겨와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LA:Ao ratio가 2.52 이상인 경우

  • E peak velocity가 1.10m/s 이상인 경우

  • IVRT가 46ms 미만인 경우

  • E: IVRT가 2.50 이상인 경우

  • E:E’이 12.0 이상인 경우

심장초음파는 영상 검사임에도 이런 다양한 측정값(혹은 계산값)들이 존재하는데, 이 값들이 특정 범위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이건 흡사 혈액 검사에서 특정 혈액 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가면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혈액 검사는 검사 장비가 정상 범위를 알려주지만, 심장 초음파는 질환에 따른 정상 범위가 수의사의 머릿 속에 있다보니 보호자분들이 보시기엔 어쩐지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요. 이 환자를 보면 LA:Ao ratio는 3.28 정도고, E peak velocity가1.25m/s로 심인성 폐수종이 임박했다고 보여지지만, E:E’은 11.8 정도로 12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환자에게 이첨판 변성이 확인되고, 그로 인해 심한 이첨판 역류가 있으며, 이첨판 역류로 인해 발생한 심비대가 뚜렷하게 확인되고, 동시에 언제든지 심인성 폐수종 상태(Stage C)가 될 가능성이 몹시 높은 환자라는 사실입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가 알려주는 것은 이런 내용들입니다. (포스팅에서 얘기하지 않은 폐동맥의 혈류 속도, 폐고혈압이 있는지 여부 같은 것들도 물론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해서 MMVD 이외에 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하긴 합니다.)


이 환자의 약 처방은 어떻게 될까요? 좌심방 사이즈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니 이뇨제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환자의 임상 증상과 방사선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토대로 이 환자는 MMVD ACVIM Stage B2의 환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좌심방 사이즈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것은 심인성 폐수종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C 단계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뇨제는 C 단계에서부터 지시되는 것이니, 이 환자는 C 단계로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강심제인 피모벤단만 단독으로 복용하게 됩니다. (물론 호흡기 치료는 병행하면서요)

보호자분께는 환자가 아직은 B2 단계라 강심제만 먹지만, 당장 오늘 밤에 폐수종이 터진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니, 호흡수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환자가 심인성 폐수종이 발생해서 C 단계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수면 중 호흡수(SRR, Sleeping Respiratory Rate)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환자는 피모벤단을 처방 받은 이후로 지속적으로 호흡수 모니터링을 했고, 통상 20회 초반대에서 호흡수가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30회를 넘어가면 심인성 폐수종이라고 보니, 심장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심장초음파로 확인했지만, SRR을 통해서 어쨌든 아직은 B2 단계라고 구분할 수 있는 것이죠.


비슷한 다른 환자를 보겠습니다. 11살의 암컷 믹스견으로 심잡음을 확인하고 심장초음파를 본 케이스입니다.


이 환자도 앞서 언급한 환자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첨판의 변성이 있고, LA:Ao ratio 3 정도에 LVIDDn이 1.9로 심장의 비대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MMVD 환자입니다. E peak velocity는 1.45m/s 정도로 역시나 심장 초음파를 보면 폐수종 가능성이 매우 높게 평가되는 환자죠.

이 환자는 어느 단계의 심장병일까요? 정답은 심장초음파만 보고서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심장 초음파는 어디까지나 심장에 어떤 병이 있는지, 현재 심장의 혈류역학(hemodynamic state)은 어떤지를 알려줄뿐입니다. LA:Ao ratio가 3이 넘어도 폐수종이 오지 않고 알아서 보상을 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LA:Ao ratio가 1.8 정도에서도 폐수종이 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ACIVM 가이드라인은 C 단계에서부터 이뇨제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심장초음파는 B 단계와 C 단계를 구분해주지 않습니다.

직전 환자와 비슷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이 환자의 첫 내원 당시 흉부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폐 전반에 심한 폐침윤이 있는 폐수종 상태였었죠. 이 환자는 방사선으로 폐수종을 확인하고, 심장 초음파로는 이게 심장으로 인한 폐수종(=심인성 폐수종)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가 C 단계의 이뇨제가 필요한 환자라는 것은 (심장 초음파가 아니라) 이 방사선 사진을 통해 알 수 있었던거죠.


환자가 B2 단계일 때는 피모벤단 이외의 다른 약물이 추천되지 않습니다. 수면 중 호흡수(SRR)와 흉부 방사선 사진을 통해 폐수종이 아니라는 확인이 되면, B2 단계에서 피모벤단 이외의 다른 약물은 어디까지나 수의사 개인의 스타일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 많이 처방됐던 ACEI(-프릴로 끝나는 약들, 에날라프릴이나 베나제프릴)의 경우, 가이드라인에서의 얘기를 그대로 옮기면 전문가 10명 중 5명은 처방을 추천하고, 나머지 5명은 처방을 추천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죠. 이론적 기반이 없지는 않은 약이지만,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다소 엇갈린 에비던스들이 있어서 최근의 경향은 처방하지 않는 쪽에 가깝습니다.

C 단계는 어떨까요? 환자가 C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2가지 약물은 피모벤단과 이뇨제입니다. 피모벤단은 대충 용량이 정해져 있는 약이고, 실제 심장 환자를 관리할 때 용량과 관련해서 민감하게 보게 되는 것은 이뇨제인데, 이뇨제의 용량은 어떻게 결정하게 될까요? 심장초음파를 보면 어느 정도 이뇨제 용량을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심장 초음파는 이뇨제의 용량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장 초음파를 보면, 판막의 상태가 어떤지, 이첨판 역류가 어느 정도인지, 좌심방에 걸리는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의사의 경험이 쌓이면, 이 정도 심장 상태에서는 이뇨제 용량을 적어도 이정도는 써야 한다는 자기만의 기준 같은 것들이 생기긴 합니다만, 어떤 가이드라인으로서 심장 초음파를 통해 이뇨제 용량을 결정하는 컨센서스 같은 건 없습니다.

이건 심장 진료가 더 어드밴스드하게 이루어지는 사람에서도 동일합니다. 2011년 Journal of Cardiac Failure에 이뇨제 치료에 관해 언급하는 editorial comment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사람에서 이뇨제를 처방할 때면 나이에 BUN을 더한 값으로 이뇨제 용량을 결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을 하죠. 30년 전에 나온 얘기(“law”)라고는 하지만 2011년에도 저기서 크게 나아진 것 같진 않다는 얘길 합니다. 시간이 지나 2019년 European Journal of Heart Failure의 poistion statement를 보면, (사람에서는) 소변의 나트륨 양을 측정해서 이뇨제를 증량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등 조금 더 과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수의학에서는 사람에서의 이런 내용을 외삽하고자 하는 얘기들이 언급될뿐 아직 어떤 식으로 이뇨제 용량을 결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수의학에서 Stage C(폐수종을 한번이라도 겪은 환자)의 이뇨제 용량은 임상 증상을 토대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심장 초음파가 약간의 도움을 줄 때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임상 증상을 토대로 이뇨제 용량의 조절이 이루어집니다(심장초음파 없이도 이뇨제 용량을 정할 수 있습니다). 심장 환자를 관리할 때는 폐수종이 재발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용량(lowest effective dose)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이뇨제 용량이 부적절하게 적게 처방되면 폐수종이 재발할 수 있고, 폐수종 재발을 막기 위해 이뇨제를 넉넉하게 처방하면 신장 수치 상승 때문에 환자의 식욕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많이 처방하는 푸로세마이드(Furosemide, 상품명 라식스)를 2mg/kg의 용량으로 하루 2번(4mg/kg/day) 처방하지만, 어떤 환자들에겐 이게 너무 과하고, 어떤 환자들은 이 용량이 부족합니다. 심장 초음파는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너무나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수의학에서는 자주 언급되지 않지만, 사람에서 언급되는 주제 중에 이뇨제 저항성(diuretic resistanc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뇨제 저항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주제이지만, 환자에 따라 심장의 상태에 상관없이 동일한 용량의 이뇨제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심장의 혈류역학 정도를 알려주는 심장초음파만으로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이뇨제 용량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수의학 텍스트가 어떻게 이뇨제 용량을 조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환자의 임상증상에 맞춰 수의사가 알아서 잘”이라는 정도의 얘기만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토콜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수의사 개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을지언정) 어떤 컨센서스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 하지 않죠. 사람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2011년 Jorunal of Cardiac Failure에서는 flexible diuretic titration이라는 방법에 대한 얘길 합니다.

사람의 경우, 매일매일 체중을 측정해서 그날그날의 체중에 따라 이뇨제 용량을 환자가 스스로 조절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환자 스스로 이뇨제 용량을 조금씩 조절하는 것에 대해서 “유연한 이뇨제 용량 조절”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뇨제 용량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바꾸도록 합니다. 이 방법이 정해진 이뇨제 용량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에 비해 우월한가는 2023년에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입니다만, 어쨌든 이뇨제를 이런 식으로 어떤 진단 검사보다는 환자의 임상 증상과 상태를 토대로 용량을 바꿔나가게 됩니다. 정해진 이뇨제 용량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이뇨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폐수종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면 퇴원할 때는 기존보다 이뇨제 용량을 조금 더 증량해서 퇴원하는 식인 거죠. (여기에 심장 초음파는 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심장초음파로 기가 막히게 약 용량을 정하고,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약간은 환상에 가깝죠.)

오늘동물병원은 어떻게 이뇨제 용량을 조절할까요? 물론 당연히 임상 증상을 토대로 조절합니다. 통상 폐수종을 겪은 후 퇴원할 때는 2mg/kg의 푸로세마이드를 하루 2번 먹도록 처방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안정화됐다고 판단되면 이뇨제 용량을 감량하는 시도를 합니다. 동물은 사람처럼 체중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사람과 달리 워낙 크기가 작아서) 민감하지 않아, 수면 중 호흡수를 토대로 감량하는 시도를 하죠. 환자에게서 이뇨제 감량이 시도해봄직하다는 판단이 들면 이뇨제를 감량하되, 환자의 호흡수가 증가했을 때 먹일 수 있는 별도의 이뇨제를 상비약처럼 처방해서 보호자의 판단 아래 flexible하게 집에서 이뇨제의 용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만약 상비약으로 처방한 이뇨제의 도움 없이도 수면 중 호흡수가 잘 유지된다고 판단되면 감량한 이뇨제로 약처방을 지속합니다.

이뇨제를 감량한 쪽과 이뇨제를 감량하지 않은 쪽 중에 어느 쪽이 더 오래 사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알려진 바가 마땅히 없습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이뇨제를 감량할 수 있었던 쪽이 더 오래 삽니다만, 이게 이뇨제를 적게 써서 이뇨제의 신장독성(이또한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뇨제가 신장독성이 있는 건 아니고, 탈수로 인해 신장 수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만, 여기까지 가면 너무 아카데믹한 얘기가 되네요)을 적게 유발하니 더 오래 사는 것인지, 이뇨제를 적게 써도 될 정도의 심장 상태라서 오래 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죠(보통은 후자의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통상적으로는 이뇨제의 용량이 너무 세면 탈수를 유발해서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적게 쓰려는 노력을 하죠. 상당수의 심장전문의들은 이뇨제의 용량과 상관없이 제 때(=폐수종이 발병한 이후)에 이뇨제를 처방했다면, 이뇨제로 인한 신장 수치 상승과 상관 없이 대부분의 환자들이 1년 정도의 기대 수명을 갖는다고 얘기합니다(폐수종이 오는 심장이란 그만큼 안 좋은 심장이라는 얘기죠).


Stage B2에서 -프릴(ACEI)류의 약들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 (최근에는 의미가 없지 않냐…는 쪽의 얘길 더 많이 합니다만) 수의사에 따라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Stage C에서도 약처방은 수의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수의사에 따라서는 ACEI(-프릴로 끝나는 약들)을 처방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스피로노락톤(이뇨제인데, 이 경우 스피로노락톤은 이뇨제가 아니라 RAAS escape라는 조금은 머리아픈 개념을 피하고자 하는 용도)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국내에 있는 어떤 심장전문병원의 경우에는 사람에서 처방하는 톨밥탄(tolvaptan)이나 아이소소비드(isosorbide)를 동물에게 처방하기도 하더군요(이 영역에서부터는 어떤 에비던스 없이 사람에서의 내용을 보고 외삽하는 거라 동물에서의 용량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심장병은 (심장이라는 장기가 워낙 중요하다보니) 어쩐지 거창해보입니다. 하지만 강아지의 MMVD는 아주 흔한 병이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잘 따라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케어가 가능한 병이기도 하죠. 물론 성공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고자 한다면 매일매일 환자의 호흡수를 모니터링하고 투약을 꾸준히 해야만 하는 보호자분의 헌신이 있어야 합니다만, 그것만 가능하다면 수의사와 보호자분이 함께 협력하면서, 환자가 폐수종이라는 무서운 이벤트 없이 오랜 기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심장은 재밌는 공부가 정말 많은 영역이라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보호자분들과 별 배경지식 없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이 정도까지이지 않을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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