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에서 단연코 가장 많이 보는 진료라면, 강아지의 피부병 진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가장 흔하게 보게되는 피부병 중 하나인 말라세지아 피부염 케이스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환자는 4살의 암컷 시츄로 간식도 좋아하고, 깨발랄한 귀여운 친구였는데, 등쪽과 얼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털이 갈색으로 염색되어 있었습니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액와부와 서혜부라는 전문적인 용어가 있습니다) 쪽은 피부 발적이 심했고, 피부가 전반적으로 기름지고, 각질도 꽤 많았습니다.
어느 환자나 그렇지만, 피부 환자들은 특히 문진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1살이 넘자마자 피부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거의 하루종일 피부를 핥고 긁는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외이염도 심한 편이고, 환절기가 되면 더 많이 긁는다고 하셨습니다. 사료는 처방식이 아닌 일반 사료를 먹고 있었고, 병원에서 몇 번 치료를 받아본적은 있지만,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는 못하셨습니다. 약욕 샴푸 사용 여부를 여쭤봤을 때는 말라세덤을 썼었다고 하셨고, 먹는 약이나 병원에서 받은 소독약(클로르헥시딘)은 별 효과가 없었지만, 샴푸를 하고 나면 그래도 좋아지는 게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피부 환자도 MDB(Minimum Database) 검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MDB 검사라고 하면 혈액 검사를 포함한 검사들을 얘기하지만, 피부에서는 스킨 스크래핑, 피부 세포학 검사, 우드 램프 검사, (경우에 따라) 세균 배양 검사나 피부 생검 같은 것을 MDB 검사라고 얘기합니다. 시츄가 피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면서 피부 전반이 기름지고, 각질이 있다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감염성 피부 질환입니다. 그래서 이 환자는 보호자님께 간단한 설명을 드리고, 피부 세포학 검사를 했습니다. 피부 세포학 검사를 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경우에는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해 tape-stripping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세포학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눈사람 모양이라고 하기도 하고, 조랭이떡 모양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세포학 검사 사진에서 다수의 말라세지아가 확인됐습니다. 곳곳에 말라세지아보다는 사이즈가 작은 동그란 구균도 확인이 됐고요. 현미경의 1000배 시야 안에서 2개 이상이 말라세지아가 발견이 되면 말라세지아가 정상보다 많은 상태라고 판단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한 시야안에서 최대 10개 이상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말라세지아 중감염이 된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말라세지아는 정상적으로 피부에 살고 있는 진균류 중 하나입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피부에 말라세지아가 있다 하더라도 염증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말라세지아가 피부에서 과증식하게 되는 경우에는 심한 소양감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는 세포학 검사 사진을 토대로 말라세지아 피부염이라고 진단이 된 셈이죠.
강아지와 고양이에서의 말라세지아 피부염에 대해서라면 아주 자세하게 쓰여진 가이드라인 논문이 있습니다. 2020년 WAVD(World Association for Veterinary Dermatology, 세계수의피부학회)에서 정리한 말라세지아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이 그것입니다.
이 논문은 말라세지아가 염증을 유발하는 기전이나 진단하는 방법, 치료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기존의 다양한 논문들을 근거로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가 좋은지(=에비던스가 많은지) 같은 것들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병이든 병이 유발되는 기전에 대한 내용은 보통 재미없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전을 알면 병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가 좀 더 한 눈에 들어옵니다. 말라세지아도 예외는 아닙니다. 논문에서 정리된 말라세지아의 발병 기전을 보면, 먼저 말라세지아가 피부의 각질층(staratum corneum)에서 과증식하면서 항원과 알러젠(=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을 다수 만들어냅니다. 이 알러젠들은 피부의 더 깊숙한 층까지 침투해서 면역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피부의 깊숙한 층에서는 일종의 항원-항체 반응이 나타나면서 말라세지아에 특이적인 항체(Malassezia-specific IgG antibody)가 만들어지는데, 이 항체가 면역 반응을 유발하면서 피부에 손상을 주고, 염증을 유발합니다. 또한 이러한 알러젠에 특이적인 항체(allergen-specific IgE antibodies)는 피부에서 과민 반응을 유발하게 되고, 피부를 간지럽게 만듭니다.
복잡한 내용을 한 줄 요약하면, 말라세지아는 말라세지아 자체에 의한 것보다는 말라세지아에 의한 과민반응이 피부에서 염증과 소양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말라세지아가 문제가 되는 환자들은 말라세지아에 의한 항원이 피부 안쪽으로 깊게 들어갈 소인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대표적인 병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알러지 피부 질환
– 내분비 질환
– 지루성 피부염
– 품종 특이적인 특성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 잉글리쉐 세터, 시츄, 바셋 하운드,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 복서, 닥스훈트, 푸들)
이 환자의 경우도 단순 말라세지아 피부염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말라세지아가 문제가 되게 만든 소인을 교정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시츄라는 품종적인 특성이 있었지만, 나이가 어린 환자였기 때문에 말라세지아와는 별개로 알러지 피부 질환의 가능성에 대해서 보호자분과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말라세지아가를 어느 정도 관리를 했음에도 지속적인 소양감을 보인다면, 그 때는 알러지 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고, 식이 제한(elimination diet)을 통해서 푸드 알러지에 대한 부분을 배제해야될 수 있다는 부분을 설명드렸습니다.
말라세지아의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치료는 전신 약물 치료와 외용제 치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보통은 외용제를 우선시하지만, 상태에 따라 전신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논문에서는 나라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들을 언급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전신 약물로는) 이트라코나졸을 처방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경우에 따라 첫 이틀만 먹고, 5일 휴약을 하는 pulsed therapy를 하기도 하고, 그냥 하루에 한 번씩 꾸준히 약을 먹이기도 합니다.
말라세지아 자체가 피부의 각질층에 있는 진균이기 때문에 치료에서 조금 더 선호되는 건 외용제입니다. 피부 병변이 전신적이냐 국소적이냐에 따라 어떤 제형을 선택할 것인지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 환자의 경우처럼 전신적인 피부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약용 샴푸를 조금 더 선호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가장 에비던스가 많은 말라세지아 치료용 약용 샴푸는 항진균제인 2% 미코나졸과 소독약인 2% 클로르헥시딘이 섞여 있는 샴푸입니다. 추천되는 샴푸 적용 횟수는 일주일에 2번입니다. 3% 클로르헥시딘 샴푸도 미코나졸과 클로르헥시딘이 함께 섞여 있는 샴푸만큼 효과적이라는 얘기가 있긴한데, 아무래도 에비던스가 좀 더 빵빵한 쪽은 미코나졸이 함께 들어가 있는 쪽입니다.
과거에는 말라세지아를 치료하는 경우 전신약물과 함께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했지만, 최근에는 항생제의 사용 자체가 피부의 정상 세균총을 망가뜨리면서 말라세지아 과증식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있고, 보통 함께 감염된 구균의 경우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했을 때, MRSP(항생제 내성균)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신 항생제를 병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외용제를 선호하는 것은 그래서이기도 합니다. 항생제 사용을 하지 않으면서 피부의 세균 감염을 함께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요.
말라세지아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피부병이지만, 그만큼 만성화되기 쉽고 잘 낫지 않는 병이기도 합니다. 적합한 치료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저질환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를 할 때 뿐이고, 지속적으로 재발하곤 합니다. 단순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피부병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