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학도 세부적으로 분야가 다양하고 분야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지만, 수의대를 이제 막 졸업한 인턴 수의사들이 공부하는 순서를 보면, 종양은 아무래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세부 분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백신 진료로 시작해서, 피부를 공부하고, 단순 구토나 설사 진료를 보다가 내분비, 심장 같은 분야로 넘어가게 되는 게 일반적인 인턴 수의사들의 공부 순서인듯 싶은데, 종양은 그 순서에서 마지막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이해보다는 외워버려야 하는 게 많고, 내과나 외과, 영상 한 분야만 알아서는 종합적인 진료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케이스로 살펴볼 림프종의 경우에도, 림프종이라는 병명으로 그냥 퉁쳐버리기에는 피부에 생기는 림프종, 다중심성(multicentric)으로 생기는 림프종, 종격동에 생기는 림프종 등… 생기는 위치에 따라 치료와 예후가 다 다르고, 강아지와 고양이의 림프종은 또 다르기 때문에, 병명 하나만으로 진단과 치료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면 진료가 산으로 가게 되죠. 보호자분들이 종양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시지만, 개별 환자에 따라, 종양이 생긴 위치에 따라, 조직학적인 구분에 따라 치료와 예후가 다 달라지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이 쉽지 않은 것이 종양의 특징입니다.
어쨌든 이번에 살펴본 케이스는 림프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만한 다중심성 림프종(multicentric lymphoma)입니다. 다중심성이란, 한 곳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에 생기는… 흔히 림프절에서 시작하는 림프종을 얘기합니다. 림프종 중에서도 항암 치료(chemotherapy)의 반응성이 좋아, 치료를 적극 권하게 되는 종양 중 하나죠. 특히 강아지 림프종(canine lymphoma, 통칭 멍포마)의 경우 고양이 림프종(feline lymphoma, 통칭 냥포마)보다 항암 반응성과 예후가 조금 더 좋은 편이라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게 되곤 합니다.
환자는 13살의 중성화한 수컷 시츄로 한 달 전쯤부터 목 아래에 혹이 만져진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을 오셨을 땐 이미 림프종이라는 진단을 타원에서 받고 내원하셨습니다. 진단은 FNA(Fine needle aspiration, 세침흡인검사)와 PARR(PCR for Antigen Receptor gene Rearrangement) 검사를 통해서 받았습니다. 보호자분이 가지고 오신 세침 흡인 검사 결과 리포트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리포트에서 보는 것처럼 림프종은 FNA로 진단이 나는 종양 중 하나입니다. 몇가지 예외적인 경우(indolent lymphoma나 고양이의 small cell lymphoma)를 제외하면 FNA로 진단이 나곤 하죠. FNA에서 진단이 조금 애매한 경우나, 진단은 나왔는데, 여기서 cell typing(B-cell 림프종인지, T-cell 림프종인지 구분)을 하고자 하면 추가적으로 PARR 같은 검사를 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PARR 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포학 검사에서 이미 림프종이라고 진단이 나왔지만, PARR 검사에서도 B cell과 T cell 모두 clonality 양성이라고 확인됐기 때문에 틀림없는 림프종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림프종을 공부하다 보면 림프종에도 B-cell type이 있고, T-cell type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강아지는 이 둘의 구분이 중요합니다(고양이는 조금 다릅니다). Cell type에 따라서 항암제의 반응성이나 예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B-cell 림프종은 통상적인 항암 치료(CHOP라고 하는 주사 프로토콜)에 반응성이 더 좋고, 예후도 좋습니다. 반면 T-cell 림프종은 CHOP에 반응성이 그닥 좋지 않고, 예후도 나쁜 편이죠. 치료했다는 걸 전제했을 때 B-cell은 12-18개월 정도의 평균 생존 기간을 갖지만, T-cell은 6-7개월 정도의 생존 기간 밖에 갖지 못합니다. 최근에는 T-cell 림프종에서 통상적인 CHOP 대신 다른 프로토콜로 항암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예후를 판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는 cell typing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림프종 진단은 세침 흡인 검사(=세포학 검사)로 충분할 수 있지만, cell typing을 하는 건 추가적인 다른 검사가 필요합니다. Cell typing을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검사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장 확실한 방법(=골드 스탠다드)로 조직 검사가 있습니다. 림프절을 떼서 조직 검사를 의뢰하면 조직 검사 후에 면역조직화학 검사(IHC, Immunohistochemistry)를 추가할 수 있는데, cell typing을 할 때 가장 정확한 검사라고 봅니다. 하지만 조직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어쨌든 환자에게 칼을 대는 침습적인 검사 방법이기 때문에 대신해서 보게 되는 검사로 이 환자에게 진행된 PARR이나 (이 환자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Flow cytometry(유세포 분석)이 있죠.
PARR와 flow cytometry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PARR의 장점은 일단 검사가 쉽다는 것입니다. 세포학 검사를 하고 난 후 슬라이드를 이용해서 검사를 할 수도 있고, 흉수나 복수 같은 걸 이용해서 검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단점은 림프종이냐 아니냐를 알려주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cell typing은 그렇게 썩 잘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 검사에서 B-cell 혹은 T-cell의 clonality가 양성으로 떠도 정말 그 cell type이 맞는지 얘기하기가 쉽지 않죠.
반면 유세포 분석(flow cytometry)는 상대적으로 cell typing이 조금 더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골드 스탠다드로 삼는 면역조직화학 검사랑 비교했을 때 결과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논문이 있죠. 단점이 조금 치명적인데, flow cytometry는 살아있는 세포로만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검체를 실험실까지 보내는 게 까다롭고, 검사를 해주는 실험실이 국내에는 없어서 한국에서는 검사가 어렵습니다. (최근 국내에 이걸 해준다는 랩이 있는데, 조금 더 루틴하게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논문을 보면 이렇습니다. 2013년 JVIM에 올라온 IHC(면역조직화학검사), Flow cytometry(유세포 분석), PARR(림프종 PCR) 사이의 cell typing 결과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살펴본 논문입니다. IHC를 골드스탠다드라고 놓고, flow cytometry와 PARR가 얼마나 IHC와 똑같은 결과를 알려줬는지 확인해본거죠.
PARR은 IHC와 검사 결과를 비교했을 때 대략 69% 정도밖에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략 3개 중에 1개는 cell typing이 틀렸을 수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수의사들은 PARR을 cell typing을 보기 위한 검사로 활용하기보다는 종양이냐 아니냐를 보기 위한 검사로 활용하곤 합니다.
어쨌든 세포학 검사든, PARR이든 이 환자가 림프종이라는 건 틀림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에 하게 되는 것은 기본적인 혈액 검사와 영상 검사입니다. 영상 검사를 통해서 이 환자의 림프종이 어느 정도 stage인지 구분할 수 있죠. 림프종의 stage는 아래와 같은 분류 기준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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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I: 하나의 림프절만 커져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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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II: 횡격막을 기준으로 앞쪽 혹은 뒤쪽의 림프절만 여러개 커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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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III: 몸 전반의 림프절이 전체적으로 다 커진 상태(generalized lymphadeno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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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IV: 간이나 비장에도 림프종이 확인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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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V: 골수나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상태(소화기나, 피부, 신경계)
보통 1기나 2기인 경우는 드물고, 3기 혹은 4기로 내원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환자도 그랬습니다. 이 환자의 복부 초음파 사진을 보면 비장이 이렇게 보입니다.
림프종 환자에서 비장에 전이가 된 경우에 볼 수 있는 벌집 모양의 비장을 확인할 수 있죠(Honeycomb sign이라고 합니다). 간은 특이사항이 따로 없었지만, 아마도 미니멈 4기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죠.
좀 더 명확한 staging을 하기 위해서는 골수를 평가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는 검사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stage V까지 진행되지 않은 채 내원하기 때문에 루틴하게 하게 되는 검사는 아닙니다. 또한 림프종 환자의 예후를 판단할 때, stage III와 IV(비장이나 간까지 림프종이 침범했는지 여부)는 생존기간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중요한 예후인자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Stage III와 IV의 치료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어서, 사실 이렇게 비장이 벌집 모양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입니다만, 어쨌든 환자의 상태를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한다는 점(예컨대 림프종 이외에 다른 병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는 점)에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되곤 합니다.
림프종이 혈액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양 환자이지만, CT 검사의 가치는 상당히 떨어지게 됩니다. 흉부 방사선 정도는 (종격동 쪽에 림프종이 있다면 예후가 달라질 수 있어서) 의미가 있지만, 전신 마취가 필요한 CT는 조금 과하다고 할 수 있죠. 종양전문의 중에는 (앞서 언급했듯) stage III와 stage IV의 예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복부 초음파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림프종 환자에서 복부 초음파의 가치는 병발한 다른 질환이 있지는 않은지를 보는 데에 초점을 둡니다. 혹은 향후 항암 치료 반응을 보기 위한 베이스라인을 안다는 데에 의미가 있죠.)
림프종 환자의 staging을 할 때는 사실 이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림프종이 퍼졌냐를 보는 staging보다는 sub-staging이라는 걸 더 중요하게 봅니다. substaging은 2가지로 구분합니다.
-
Substage a: 환자가 무증상으로 컨디션 좋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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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stage b: 환자에게 이미 림프종과 관련된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 환자가 아픈 상태.
이 둘 중에서 substage가 b인 환자들은 a인 환자에 비해서 예후가 더 나쁩니다. 그래서 림프종이 의심된다면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걸 추천하죠. (아이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에 무언가 혹처럼 만져지는 게 있다면 빨리 병원에 가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오늘동물병원에 첫 내원 당시엔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Stage IV에 substage a라고 구분할 수 있었죠.
PARR로는 cell typing이 명확하지 않고, B-cell 림프종이냐 T-cell 림프종이냐에 따라 어떤 항암 프로토콜을 선택할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되면 조직 검사를 해서 cell typing을 명확하게 하고 갈 건지 고민하게 됩니다. 앞서 얘기했듯 최근 T-cell 림프종에서는 통상적인 CHOP 프로토콜에 대한 반응성이 떨어지는데, 2009년 JVIM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MOPP 프로토콜을 선택했을 때 항암 반응성이 98%까지 된다는 얘기가 있고, 생존 기간도 더 길기 때문에 cell typing 자체가 치료 방향을 바꿀 수 있어 조직 검사를 고민해봄직하죠.
하지만 일전에 림프종 관련 포스팅에서 썼던 것처럼 MOPP(Mechlorethamine, Oncovin, Procarbazine, Prednisolone을 사용한 항암 프로토콜)를 구성하는 약물들 중 Mechlorethamine과 Procarbazine이 한국에서는 유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cell typing이 어떻든 치료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바꿔가기보다는 좋든 싫든 가장 일반적인 CHOP 프로토콜을 쓸 수 밖에 없죠.
치료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조직검사로 cell typing을 하는 의미는 항암제를 투약하기 전에 예후를 미리 가늠해보는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어차피 항암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강아지의 경우라면) 굳이 cell typing을 하지 않는 건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 환자의 보호자분은 이미 림프종이라는 진단을 받으신 상황에서 항암 치료를 염두에 두고 내원하셨던 상황이라 이런 얘길 들으시고, 바로 항암 치료를 진행하고자 하셨습니다.
CHOP 프로토콜에 대한 공부해보면, 이것도 꽤 여러가지 버전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CHOP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독소루비신(Hydroxydaunorubicin), 빈크리스틴(Oncovin), 프레드니손(Prednisone)을 사용한 림프종 치료 프로토콜을 얘기합니다. 이 4가지 약을 어떤 순서로 어떤 투약 간격을 가지고 주사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버전이 있죠.
가장 널리 알려진 버전은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시작한 총 25주의 CHOP 프로토콜입니다. UW-25라고 하죠. 총 25주의 기간동안 4가지 약제를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중간에 휴약도 해가며) 주사하는 프로토콜을 얘기합니다. UW-25 프로토콜의 기간을 조금 단축시킨 UW-19 프로토콜도 있습니다. 이 프로토콜은 똑같은 약을 똑같은 순서로 주사하지만, 중간에 휴약 기간을 없애고, 25주를 19주로 단축한 프로토콜이죠. 오늘동물병원 같은 경우는 UW-19를 조금 더 단축한 15주의 CHOP 프로토콜을 선호합니다.
2016년 VCO(Veterinary and Comparative Oncology)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15주 프로토콜이 19주나 25주 프로토콜에 비해서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죠. 19주 프로토콜과 25주 프로토콜은 휴약에 차이가 있을 뿐 들어가는 주사제 자체의 횟수는 동일한 반면, 15주 프로토콜은 19주 프로토콜과 비교했을 때 항암제 중 빈크리스틴이 4번 덜 들어갑니다. 치료 기간도 단축되지만, 항암 주사 횟수가 줄면서 치료 비용도 같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죠.
실제로 항암을 해보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프로토콜대로 기계적으로 딱딱 주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변수들이 생기긴 하지만, 대략적인 순서나 간격은 어쨌든 이런 프로토콜을 따라 갑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2016년 논문을 기준으로 15주 프로토콜대로 CHOP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환자를 보면서 항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겠습니다. 환자는 내원 첫날 바로 항암 주사를 시작했습니다. 15주든, 19주든, 25주든 시작하는 주사는 동일하게 빈크리스틴을 씁니다. 간혹 L-CHOP이라고 해서 L-Asparaginase를 첫 주에 함께 주사하거나, 빈크리스틴을 주사하기 전에 주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 환자는 L-Asparaginase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L-asparaginase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이 주사를 아주 좋아합니다만) 기존의 CHOP 프로토콜에 L-Asparaginase를 추가해서 주사한다 하더라도 환자가 더 오래 사는가, 예후가 더 좋아지는가에 대해서는 딱히 이렇다할 에비던스가 있진 않습니다. 다만,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L-Asparaginase를 주사하면 정말 드라마틱하게 종양이 작아지고 환자 상태가 좋아지는 걸 보게 되는데, 그래서 림프종을 치료하는 꽤 많은 수의사들이 L-Asaparaginase를 주사하는 걸 선호합니다. 특히 환자 상태가 종양 때문에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에 L-Asparaginase로 항암을 시작하면 빠른 시간 안에 환자의 임상증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이 케이스의 환자는 임상 증상이 없는 substage a의 환자였고, (당시 L-Asparaginase가 수급 불안정으로 동물병원에 공급이 잘 안되던 시기라) 바로 빈크리스틴부터 주사를 시작했습니다. 빈크리스틴을 첫 주에 맞고 둘째주에 다음 주사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맞을 차례에 환자의 혈액 수치는 이렇게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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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4/29)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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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t |
▼ 31.1 % |
37.3 – 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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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
▼ 3.27 K/uL |
5.05 – 16.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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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 |
▼ 1.05 K/uL |
2.95 – 1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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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 |
301 K/uL |
148 – 484 |
없었던 경미한 빈혈(감소한 Hct)이 나타나고, 무엇보다 호중구(NEU) 수치가 조금 무서운 수치(1.05 K/uL)까지 떨어지죠. 거의 모든 항암제는 대부분 골수 억압 효과를 갖습니다. 항암제라는 게 기본적으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죽이는 약인데, 골수는 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빠르게 분열하는 곳이니까요. 골수 억압이 얼마나 심한가를 평가할 때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 호중구(Neutrophil, NEU) 수치입니다. 호중구는 적혈구나 혈소판(PLT)에 비해 lifespan이 짧은 편이라 골수 억압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항암을 할 때 이 호중구 수치가 1,000개(1.0 K/uL) 미만으로 떨어지면 걱정을 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기회 감염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첫 주사 이후 이 환자는 1,000개 미만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1,050개까지 떨어진 셈이니 바로 2주차 주사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주사하기엔 부담이 있었습니다.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주사했다가 골수 억압이 더 심해지면 1,000개 미만으로 호중구 수치가 떨어지면서 기회 감염 등에 의해 환자 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았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예정된 항암을 진행하지 않고, 일정을 미룹니다. 보통 보호자분 스케쥴에 따라 3-7일 정도를 미루죠. 빈크리스틴 주사 이후 환자의 목 아래에 생긴 림프종은 다행히, 보호자분이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예정대로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주사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일단은 일정을 일주일 미뤘습니다. 일주일 후의 CBC 검사 결과를 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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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4/29) |
일주일 후(5/6) |
정상 범위 |
|
Hct |
▼ 31.1 % |
▼ 30.4 |
37.3 – 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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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
▼ 3.27 K/uL |
12.04 |
5.05 – 16.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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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 |
▼ 1.05 K/uL |
9.95 |
2.95 – 1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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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 |
301 K/uL |
▲ 486 |
148 – 484 |
일주일이 지나니 골수 억압으로 감소했던 호중구 수치가 다시 반등해서 충분히 올라간 걸 볼 수 있습니다. 경미한 빈혈은 여전히 있지만, 항암 치료 중인 환자라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의 빈혈은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날 환자는 두번째 주사(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맞았습니다. 두번째 주사를 맞고 나서 환자의 혈액 수치는 일주일 후 이렇게 변합니다. (독소루비신 주사를 맞을 차례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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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4/29) |
결과(5/6) |
일주일 후(5/13)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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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t |
▼ 31.1 % |
▼ 30.4 |
▼ 26.4 |
37.3 – 61.7 |
|
WBC |
▼ 3.27 K/uL |
12.04 |
▼ 2.06 |
5.05 – 16.76 |
|
NEU |
▼ 1.05 K/uL |
9.95 |
▼ 0.57 |
2.95 – 1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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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 |
301 K/uL |
▲ 486 |
439 |
148 – 484 |
이번에는 호중구 수치가 조금 무서운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는 1,000개 미만으로 떨어지죠. 이런 경우에는 환자에게 열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다행히 이 날 환자의 체온은 38.7도로 정상 체온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러면 동일하게 당일에 항암 주사를 맞는 건 무리라는 얘기라서 주사는 한 번 더 일주일이 연기됐습니다. 열이 나지 않지만, 이런 경우에는 호중구 감소증이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감염이 없어도, 예방적인 차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이게 됩니다. 2-3일 정도 환자에게 열이 나지는 않는지, 기력이 심하게 떨어지지는 않는지 면밀히 보셔야 한다고 보호자분께 당부를 드리죠.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혈액 수치를 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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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4/29) |
결과(5/6) |
결과(5/13) |
일주일 후(5/20) |
정상 범위 |
|
Hct |
▼ 31.1 % |
▼ 30.4 |
▼ 26.4 |
▼ 32.2 |
37.3 – 61.7 |
|
WBC |
▼ 3.27 K/uL |
12.04 |
▼ 2.06 |
12.46 |
5.05 – 16.76 |
|
NEU |
▼ 1.05 K/uL |
9.95 |
▼ 0.57 |
10.52 |
2.95 – 1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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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 |
301 K/uL |
▲ 486 |
439 |
▲ 542 |
148 – 484 |
이번에는 호중구 수치가 다시 10.52까지 반등했으니, 주사를 해도 된다는 얘기고, 예정대로 독소루비신을 주사했습니다. 정해진 프로토콜대로 1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환자 상태를 봐가면서 이런식으로 주사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프로토콜의 순서를 따른다고 보면 됩니다.
독소루비신을 주사한 이후에는 1주일의 휴약기간을 갖게 되고, 이렇게 한 사이클(빈크리스틴 >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 독소루비신 > 휴약)을 마치고 나면, 림프종의 반응성이 어떤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를 재평가하게 됩니다. 항암제를 주사한다고 모든 환자에게서 종양이 작아지고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항암제의 반응성을 평가하는 과정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반응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다른 프로토콜이나 다른 항암제로 약을 바꾸는 걸 고려해야되기 때문이죠.
다행히 한 사이클을 다 끝마치고 환자의 목에 생겼던 림프종은 사라졌고, 비장에 확인됐던 벌집 모양도 사라진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한 사이클을 모두 다 끝내고 종양이 작아진 게 명확하다는 판단이 들면, 그 이후부터는 동일한 사이클을 반복하는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15주 프로토콜의 경우에는 이런 과정을 총 4번 반복하게 되죠. (4주가 한 사이클인데, 마지막은 휴약이니까 총 15주를 치료합니다)
무난히 15주를 별 문제 없이 잘 넘어가면 좋지만, 이런 과정 중에서 항암주사의 부작용(식욕부진이나 구토, 설사) 같은 문제를 케어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개별 항암제의 부작용을 케어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3번째 사이클에서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주사했을 때가 그랬습니다.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는 무균성 출혈성 방광염(sterile hemorrhagic cystitis)라는 부작용을 갖는 항암제인데, 그래서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주사할 때는 이뇨제나 스테로이드처럼 오줌을 자주 많이 쌀 수 있게 만드는 약을 함께 줍니다. 이 환자도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주사를 하고 이뇨제를 처방받았는데, 환자가 실외배뇨를 하고 소변을 참는 성향이 있어서인지 3번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맞았을 때 며칠 후 혈뇨를 보기 시작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혈뇨만 보는게 아니고, 이 당시에는 골수 억압도 심하게 나타났는데, 주사를 맞고 1주일 후가 되었을 때의 혈액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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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7/15) |
정상 범위 |
|
Hct |
▼ 33.5 % |
37.3 – 61.7 |
|
WBC |
▼ 1.6 K/uL |
5.05 – 16.76 |
|
NEU |
▼ 0.13 K/uL |
2.95 – 1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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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 |
▲ 547 K/uL |
148 – 484 |
호중구 수치가 1,000개 미만(0.13K/uL)인 심한 호중구 감소증이 또 나타났죠. 이 때는 이전과 상황이 달랐던 게 환자의 식욕이 떨어지고 몸에서 열이 났습니다. 40.3도 정도로 체온이 올라가 있는 걸 볼 수 있었죠. 이런 상황이 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호중구 감소증 때문에 면역 결핍이 일어나 감염이 생겼다고 보기 때문이죠. 보통 어디에 감염이 생겼는지 알기란 쉽지가 않아서 감염을 전제하고 정맥으로 항생제를 투약합니다. 열을 내리기 위해서 수액 치료도 병행하죠. 잘 회복된다면 대략 3일 정도를 입원하게 되는데, 이 환자도 그랬습니다. 입원해서 매일 CBC 검사를 하면서 호중구 수치가 반등하는지를 살핍니다. 환자의 입원 기간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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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입원 첫째날(7/15) |
입원 둘째날 |
입원 셋째날(퇴원) |
정상 범위 |
|
Hct |
▼ 33.5 % |
▼ 30 |
▼ 30 |
37.3 – 61.7 |
|
WBC |
▼ 1.6 K/uL |
▼ 3.21 |
13.26 |
5.05 – 16.76 |
|
NEU |
▼ 0.13 K/uL |
▼ 0.16 |
4.19 |
2.95 – 11.64 |
|
PLT |
▲ 547 K/uL |
4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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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조금씩 호중구 수치가 오르면서 퇴원을 하는 날엔 정상 수치까지 회복한 걸 볼 수 있었죠. 40.3도였던 체온도 첫날 정상 체온까지 회복을 했고, 둘째날엔 식욕도 다시 잘 찾았습니다.
이런 항암제에 의한 골수억압으로 나타나는 호중구 감소증은 항암을 할 때 수의사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보통 호중구가 바닥을 치는 때는 (약에 따라 다르지만) 주사를 맞고 7-10일 후인데(이걸 neutrophil nadir라고 합니다), 가장 최저점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사를 맞고 나면 휴약 시기라 하더라도 일주일 후에는 병원에서 CBC 검사를 하죠.
이렇게 항암제에 의해 환자가 부작용을 겪는다는 얘길 들으면 항암에 대한 공포가 커지기도 하지만, 림프종 환자의 경우 이렇게 항암 치료 과정 중에 호중구 감소증을 겪으면 예후가 좋아진다는 아이러니한 얘기가 있습니다. 2007년 JVIM에 올라온 얘기죠.
골수 억압을 심하게 유발할 정도로 최대치의 항암제가 들어갔으니, 종양 세포도 최대치로 사멸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건데,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 그런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부작용을 경험할 땐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보호자분들이 눈물을 흘리시지만, 고비만 잘 넘기면 장기적으로는 좋은 예후 인자 중에 하나가 된달까요.
퇴원한 환자는 컨디션을 회복하고 이후, 예정대로 남은 항암을 진행했습니다.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로 무균성 출혈성 방광염이 터지면, 동일약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 사이클에서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주사해야하는 순서에 다른 약을 썼고요.
실제 항암 과정을 보면 CHOP 15주 프로토콜을 쓴다 하더라도 중간중간 생기는 이런 돌발 변수들과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실제 기계적으로 프로토콜을 따라가지는 못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프로토콜이 주사의 순서와 치료 기간 같은 큰 틀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때는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항암 타이밍을 잡아가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1주일에 주사를 하기가 쉽지 않죠. 실제로 이 환자는 15주에 종료되는 15주 프로토콜을 사용했지만, 실제 항암이 완전히 다 종료된 건 20주차가 되어서였습니다.
총 4번의 사이클이 모두 종료가 되고, 환자의 몸에 있는 종양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종양은 모두 사라졌죠. 이런걸 관해(remission)라고 합니다. 완전히 사라지면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라고 하죠. 강아지의 림프종(통칭 멍포마)는 이렇게 항암 치료로 완전 관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종양입니다. 관해가 될 가능성(remission rate)가 80-90%에 이르죠. 쉽게 얘기하면, 항암을 했을 때, 좋아질 가능성이 80-90%라는 얘기입니다.
이 케이스처럼 완전 관해가 되면, 림프종이 재발하지 않고 지내는 기간이 대략 9개월 정도입니다. Median disease-free interval(대충 번역하면 평균 무병 기간)이라고 하죠.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의 평균 생존 기간이 1-2달 미만인 반면, 항암 치료 없이 스테로이드만 먹었을 때는 대략 1-2달 정도를 삽니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하면 이 기간을 대략 12개월 정도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치료가 잘 된 케이스 중에서도 20-25% 정도는 대략 2년을 삽니다.
폐수종이 발병한 심장병 강아지의 평균 수명이 대략 1-1.5년, 병원에 자주 오게 되는 신부전 3기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대략 2년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적어도 강아지 림프종은 종양이라고 낙담하기보다는 만성 질환의 하나라고 보고 관리한다는 개념이 조금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죠. 암이라고 모든 강아지 고양이가 1-2달 사이에 사망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사람에서는 암 생존률이 높아지면서 암을 불치병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보는 관점들이 있는데, 강아지의 림프종은 그런 관점이 꽤나 잘 들어맞는 종양 중 하나입니다. 과정이 힘들 수는 있지만,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