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소개/강아지 신부전 및 췌장염: 심장약
케이스

강아지 신부전 및 췌장염: 심장약 오처방으로 인한 중환자 케이스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밥을 잘 안 먹는다는 이유로 병원에 오게 된 13살의 푸들입니다. 보호자분께서 원래 4kg 정도 체중이 나가던 아이라고 하셨는데, 한동안 식욕이 줄면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을 때는 2.9kg으로 체중도 많이 빠져있었습니다. 심장병이 있어서 심장약을 먹기 시작한지 2년 반 정도 됐고, 보호자분께서 밥도 잘 안 먹지만,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얘기하셨습니다. 내원했을 때 아이 상태도 기운이 없어보였습니다.

이렇게 심장약을 먹고 있는 아이들이 식욕 부진이 왔을 때 수의사가 보통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은 신부전입니다. 심장약에 이뇨제가 들어있는 경우, 이뇨제를 장기적으로 먹었을 때 신장에 무리가 가면서 신부전으로 인해 식욕 부진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도 보호자분께 가장 먼저 여쭤본 것은 심장약에 이뇨제가 들어있는지의 여부였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이뇨제가 들어있다고 알고 있으셨고, 실제 이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받아본 처방 내역을 봤을 때도, 피모벤단, 푸로세마이드, 스피로노락톤, 에날라프릴, 브롬헥신, 클로피도그렐, 실데나필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푸로세마이드(Furosemide)라는 약이 상품명으로 라식스라고 하는 이뇨제입니다.

심장약에 이뇨제는 언제 들어가야할까요? 심장약이라고 늘 이뇨제가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심장약에서 이뇨제는 물이 찼을 때(좀 더 전문용어로 얘기하자면, 울혈성 심부전(CHF, Congestive Heart Failure)가 있을 때) 처방합니다. 심장병은 정확한 병의 진단명에 상관없이 통상적인 스테이지를 구분하는데, 보통 요즘에는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에서 정한 기준을 따르고, 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ACVIM Stage A: 심장병이 없지만, 심장병 고위험군. 예를들면, 나이든 말티즈(심장병 호발 품종) 같은 경우.

– ACVIM Stage B: 심장병이 있지만, 임상증상은 없는 단계

– ACVIM Stage C: 심장병이 있고,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단계. 보통 울혈성 심부전이 나타나는 단계.

– ACVIM Stage D: 심장병이 있고, 약물 관리를 하는 중이지만, 약물 반응이 떨어지는 단계.

여기서 심장약에 이뇨제가 필요한 단계는 C단계라고 봅니다. ACVIM은 각각의 심장병 단계에서 어떤 약의 투약이 추천되는지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명확하게 하고 있는데, 심장병에 의한 임상증상이 없는(=폐에 물이 차지 않은) B단계에서는 이뇨제 투약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케이스에서 보호자분께 여쭤봤던 것은 아이가 호흡 곤란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는지였습니다. 울혈성 심부전으로 폐에 물이 차면(=심인성 폐수종이 생기면) 호흡 곤란이 왔었을 것이고, 보통 입원을 한 상태로 물을 빼는 치료를 하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분께서 대답하시기로는 그랬던 적은 없고, 기침을 많이 해서 병원에 갔다가 심장병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 때부터 이뇨제가 포함된 심장약을 먹이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심장에 청진기를 댔을 때, 심잡음(혈액이 심장에서 역류하는 소리)이 들렸기 때문에 심장병이 있는 건 분명했지만, 이 대답을 듣고, 혹시 이 환자가 B 단계는 아닌가 의심이 됐습니다.

어찌됐든 이런 의심을 전제로 혈액 검사를 진행했고, 아니나 다를까 환자의 혈액 검사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CRE

7.2 mg/dL

0.5 – 1.8

BUN

238 mg/dL

7 – 27

PHOS

21.6 mg/dL

2.5 – 6.8

cPL

Abnormal

신장수치(CRE, BUN, Phos)가 매우 높은 수준이었고, (치아 상태가 매우 안 좋긴 했지만)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마 요취 때문이지 않을까 의심해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췌장염 키트 검사에서도 강한 양성이 떠서 췌장염도 같이 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신장과 췌장은 혈액(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장기이고, 심장은 혈액이 많으면 힘들어하는 장기입니다. 저런 신장 수치라면 환자의 식욕을 되찾기 하기 위해서는 수액 치료가 필요합니다. 수액을 환자에게 줘서 체액량을 늘리고, 말초 혈류 순환을 개선시켜서 신장 수치가 개선되고, 췌장이 염증을 이겨낼 수 있게 돕는 것이죠. 하지만 이 케이스의 난제는 환자가 심장병이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심장이 정말 이뇨제가 매일 필요했던 수준의 심장이라면 수액이 들어가는 순간 다시 폐에 물이 찰 가능성이 높을테니까요.

히스토리 상으로는 아닐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심장병이 있는 것은 신체 검사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됐지만, 폐수종을 겪었던 적은 없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침을 울혈성 심부전 증상 중 하나라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단순히 기침만 가지고 울혈성 심부전 상태라고 진단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침 때문에 이뇨제를 먹고 있는 환자들이 꽤 많습니다만, 상당수가 이뇨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심장 환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확실하게 환자가 이뇨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가늠해보기 위해서 심장 초음파도 봤습니다. 환자의 심장 초음파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뭉툭하게 변한 이첨판(화살표로 표시)을 보고, MMVD(Myxomatous Mitral Valve Disease)라는 걸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고, 생각보다 크지 않은 좌심방 크기를 통해 환자가 울혈성 심부전이 임박한 환자일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 LA:Ao ratio라고 하는 지표를 봅니다. 대동맥의 직경 대비 좌심방의 직경이 얼마나 큰가를 통해 좌심방의 사이즈를 평가하는데, 1.6을 넘으면 좌심방 비대가 있다고 보고, 이 환자의 경우는 1.7이었습니다.)

보호자분께 이전의 이뇨제가 불필요하게 투약되면서 신부전과 췌장염이 왔을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렸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기존의 심장약을 모두 끊고 수액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환자는 총 5일 동안 입원 치료를 진행했고, 그 기간 동안 수액 치료를 받으면서 혈액 수치의 개선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환자의 혈액 수치는 이렇게 변해 갔습니다.

검사 항목

내원 첫날

입원 2일차

입원 3일차

입원 4일차

입원 5일차(퇴원)

정상 범위

CRE

7.2 mg/dL

4.8 mg/dL

2.8 mg/dL

2.7 mg/dL

2.6 mg/dL

0.5 – 1.8

BUN

238 mg/dL

157 mg/dL

58 mg/dL

46 mg/dL

45 mg/dL

7 – 27

PHOS

21.6 mg/dL

9 mg/dL

10.3 mg/dL

5.5 mg/dL

6.1 mg/dL

2.5 – 6.8

수액 치료 도중에 환자의 폐에 물이 차지 않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환자의 호흡수입니다. 환자가 편안하게 잠자고 있을 때의 호흡수가 30회를 넘으면 울혈성 심부전 상태가 된다고 평가하는데, 다행히 환자가 수액 치료를 받는 동안 폐에 물이 차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미 이뇨제로 인해 신장 기능이 손상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상 범위까지 수치가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BUN 45 정도면 환자가 식욕이 없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신장수치만 놓고 봤을 때, 이 정도면 퇴원해도 되겠다 싶었던 것은 입원 4일차입니다만, 신장 수치 이외에 췌장염으로 인해 다른 문제가 생기면서 퇴원일이 하루 정도 늦어졌습니다. 다른 문제는 CBC 검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CBC 검사 항목 중 일부만 옮깁니다.)

검사 항목

내원 첫날

입원 2일차

입원 3일차

입원 4일차

입원 5일차

정상 범위

HCT

▼ 29.9 %

▼ 21 %

▼ 19.5 %

▼ 19.3 %

▼ 20.3 %

37.3 – 61.7

RETIC

▼ 7.9 K/uL

▼ 4.3 K/uL

▼ 1.9 K/uL

▼ 3.1 K/uL

▼ 2.5 K/uL

10 – 110

PLT

361 K/uL

265 K/uL

▼ 116 K/uL

▼ 63 K/uL

▼ 55 K/uL

148 – 484

먼저 확인됐던 문제는 Hct(Hematocrit) 수치였습니다. Hct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낮게 나오면 빈혈이 있다고 평가하는데, 이 환자는 내원 첫날부터 빈혈이 확인됐습니다. 신부전 환자들은 보통 못 먹고, 토하고, 기력이 떨어지면서 탈수 상태로 내원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빈혈이 가려져있는(masking됐다고 표현합니다) 상태로 내원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액으로 탈수가 교정된 입원 2일차에는 가려져있던 빈혈이 원래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RETIC(Reticulocyte, 세망적혈구) 수치가 낮은 상태로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는 비재생성 빈혈 상태였기에, 입원 2일차에 조혈주사를 맞았습니다. 빈혈 수치가 더 떨어지면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가능하면 수혈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사 반응이 바로 나타나는 건 아니었지만, 3일차부터는 빈혈 수치가 더 가파르게 하락하지는 않았고, 수혈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 정도에서 유지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혈소판(PLT, Platelet) 수치입니다. 내원 첫날과 2일차에는 정상 범위로 확인됐던 수치가 3일차부터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췌장염이 있는 환자였기에 전신적인 염증에 의해 혈소판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고, 신부전과 췌장염 등의 질환이 병발하면서 DIC(파종성 혈관내 응고,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opathy)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DIC는 Death Is Coming의 약자가 아니냐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예후가 불량한 병이고, 이 환자도 이 때는 신장 수치 개선 여부와는 별개로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IC에 할 수 있는 치료는 마땅한 것이 딱히 없습니다. 어떤 컨센서스가 있어서, DIC에서는 이런 치료를 해야한다는 것이 없고, DIC를 유발한 원인이 됐을 법한 기저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그게 췌장염과 신부전의 개선이었습니다. 다행히 입원 4일차에서 5일차로 넘어갈 때는 혈소판 수치 자체는 하락했지만, 하락의 폭이 그리 크지 않았고, 환자가 조금씩 자발 식욕을 찾으면서 임상 증상의 개선을 보였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검사 항목

입원 3일차

입원 4일차

입원 5일차

퇴원 2일 후

퇴원 4일 후

퇴원 11일 후

정상 범위

HCT

▼ 19.5 %

▼ 19.3 %

▼ 20.3 %

▼ 21.9 %

▼ 24.3 %

▼ 29.4 %

37.3 – 61.7

RETIC

▼ 1.9 K/uL

▼ 3.1 K/uL

▼ 2.5 K/uL

29.5 K/uL

142.7

163.1

10 – 110

PLT

▼ 116 K/uL

▼ 63 K/uL

▼ 55 K/uL

▼ 108 K/uL

183 K/uL

349 K/uL

148 – 484

퇴원 후, 통원 치료를 이어갈 때의 수치를 보면 빈혈과 혈소판 수치 모두 개선을 보이기 시작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환자가 조금씩이나마 혼자서 밥을 먹기 시작했고, 빈혈 수치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재생성 지표라고 하는 세망적혈구의 수치도 퇴원 4일 후부터는 전신적인 염증 상태가 개선되면서 올라가기 시작했고요(이게 올라가야 적혈구가 다시 만들어진다는 얘기입니다). 혈소판 수치는 퇴원 2일차에는 반등한 모습을 보이더니, 4일, 11일 후에는 정상 범위의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이쯤되면 이제 살았다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가 자발 식욕을 찾고, 살았다는 판단이 든 이후로 관리하고자 한 것은 기침입니다. 병원에서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거의 끊임없이 기침을 하는 환자였고, 애초에 이뇨제가 들어간 심장약을 먹게 된 이유도 기침 때문이었습니다. 노령의 소형견에서 기침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만성적인 기침의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만성 기관지염입니다. 제대로된 진단을 위해서는 기도 내의 염증 물질을 회수해서 검사하는 것(BAL, Bronchoalveolar lavage)이 필요할 수 있지만, 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진단을 토대로 만성 기관지염에 준한 치료제(염증 관리를 위한 스테로이드와 기침억제제)를 이뇨제 대신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뇨제는 울혈성 심부전에 의한 기침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침을 줄입니다. 이뇨제는 의도된 작용은 아니지만, 기관지를 확장하는 효과가 있고, 후두 신경의 민감도도에 영향을 끼쳐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뇨제를 먹고 기침이 줄어들면, 심장약이 기침을 줄어들게 했으니까 심장병 때문에 기침을 했었나보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오래 이뇨제를 처방하게 되면 이 케이스처럼 신부전이 옵니다)

이 환자는 심장병은 심장병대로 ACVIM Stage B2에 준해서 피모벤단(강심제)만 먹는 처방으로 바꾸고, 불필요하게 들어가던 폐고혈압약(실데나필)이나 그 외의 여타 다른 심장약을 모두 중단했습니다. 대신 만성 기관지염을 관리하기 위해 스테로이드(PDS)와 기침억제제(코데인)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기침이 매우 심했기 때문에 기관지 확장제(테오필린)도 처방이 됐고요. 만성 기관지염 환자는 임상 증상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평생 스테로이드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의 부작용과 관련된 모니터링(간수치 상승이라든가, 신부전에서 단백뇨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심장병에서 폐수종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부분은 어쨌든 통원 치료로 확인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앞으로 해야될 것들이 많기는 합니다. 한 번 망가진 신장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신부전 관리를 해야하고, 그러려면 장기적으로 혈압과 단백뇨, 혈액 수치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만성 기관지염 환자들은 치석이 많고, 구강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기침을 더 심하게 하기 때문에 치과 치료도 필요합니다. 심장에 대해서도 언제 정말 폐에 물이 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호흡수 모니터링을 해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 환자는 시한부 판정을 받을 뻔했지만, 진단과 처방을 바로 잡으면서 조금 더 보호자분과 함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기력이 없어서 거의 축 늘어져있거나 잠만 자던 환자였는데, 회복이 되고 컨디션이 좋아지고 나서부터는 껌딱지처럼 계속 안아달라고 칭얼대는 아이더군요. 눈빛도 흐리멍텅하던 눈빛에서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변했고요. 아마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찬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