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수의사가 집에서 직접 만든 홈메이드 식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딱히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닙니다. 수의영양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비록 수의사라 할지라도)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기가 쉽지 않고, 개별 환자에 따라 필요한 영양 구성과 기호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식이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식 같은 경우에는 보관 상의 문제 때문에 살모넬라 같은 균에 오염되기 쉽다는 것도 수의사들이 홈메이드 식이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죠. 잘 한다면 괜찮겠지만, 잘하기가 몹시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동물병원도 그렇습니다. 환자의 병 때문에 처방식을 추천하고자 하면 로얄캐닌이나 힐스, 퓨리나 같은 커다란 사료 회사(소위 빅3라고 합니다)의 상업 사료를 추천드리지, 집에서 만들어먹이시라고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영양학적 구성이 훌륭한 레시피를 어찌 잘 구한다 하더라도 홈메이드 식이는 더 수고스럽고, 돈도 많이 들고, 직접 요리를 해야하니 시간도 많이 필요합니다. 더 저렴하고 간편한 옵션이 있다면, 굳이 홈메이드 식이를 선택해야할 이유는 딱히 없는 거죠.
이번 케이스는 그런 보편적인 상황과는 달리 예외가 되는 경우입니다. 환자에게 적합한 상업사료가 없다고 생각되어 보호자분에게 직접 홈메이드 식이를 하시라고 수의사가 먼저 권한 케이스죠. 이런 경우 오늘동물병원에서 식이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환자는 다른 케이스 포스팅에서 한 번 소개했던 적이 있는 강아지로 사구체신염(=PLN, 단백소실성신장병증)을 앓고 있는 아이입니다. 개별 환자에 따라 진단적인 접근이나 치료에 대한 반응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사구체신염의 치료 자체는 정해진 루틴이 있다보니 이 환자도 제일 중요하게 한 일은 단백뇨를 줄이기 위해 식이를 저단백 사료로 변경하고, 단백뇨약(이 환자의 경우 텔미사탄)을 먹이는 것이었습니다.
텔미사탄의 경우, 부작용이 없는 약은 아니라서 약을 먹게 되면 항상 약 때문에 신장 수치(CRE, BUN, Phos)가 올라가지는 않는지, 칼륨 수치가 올라가지는 않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보통 약을 먹기 시작하거나, 용량을 조절한 이후 7-10일차가 됐을 때 혈액 수치를 검사하죠. 이 때 신장 수치가 너무 많이 올라가서 식욕이 떨어질 것 같은 수준이 되거나, 칼륨 수치가 너무 올라가서 환자가 부정맥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되면 텔미사탄은 먹이지 못하게 됩니다.
신장 수치의 경우, 어느 정도 수치 상승이 있다 하더라도 식욕이 그럭저럭 있는 편이라면 텔미사탄을 유지할 수 있지만, 칼륨 수치는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통상 6mmol/L 정도 수치까지는 버텨볼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칼륨 수치가 올라가면 부정맥으로 인해 심방 정지(atrial standstill) 같은 끔찍한 문제로 이어져 환자가 사망할 수 있죠. 단백뇨 줄이려다가 환자가 급사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단백뇨약(=텔미사탄)을 먹일 수 없게 됩니다.
이 환자가 그랬습니다. 처음에 텔미사탄 복용을 시작하고 나서 이 환자의 혈액 수치 변화는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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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약 먹기 전 검사 결과 |
텔미사탄 투약 1주 후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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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 |
1.2 mg/dL |
1.6 |
0.5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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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 32 mg/dL |
▲ 42 |
7 –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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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 7 mg/dL |
▲ 8.5 |
2.5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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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5.5 mmol/L |
▲ 6.5 |
3.5 – 5.8 |
신장 수치도 조금씩 올랐지만, 칼륨 수치가 6 이상으로 올라간 걸 볼 수 있었죠. 원칙적으로는 단백뇨 약을 중단하는 게 맞겠지만, 이 환자의 경우 단백뇨 약을 중단하면 단백소실성신장증(PLN) 때문에 오래 못 산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텔미사탄을 유지하되, 칼륨 수치를 줄일 수 있는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라는 약을 함께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칼륨은 먹어서 보충이 되고, 소변과 대변으로 배출이 되는데,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는 소화기에서 칼륨의 흡수를 방해하는 일종의 칼륨 흡착제 역할을 합니다. 그냥 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칼륨 흡착제로 칼륨이 흡수되는 걸 줄여놓고 텔미사탄을 유지해보자…는 생각이었죠.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 투약 후 환자의 칼륨 수치는 아래와 같이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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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약 먹기 전 검사 결과 |
텔미사탄 투약 1주 후 |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 투약 2주 후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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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 |
1.2 mg/dL |
1.6 |
▲ 1.9 |
0.5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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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 32 mg/dL |
▲ 42 |
▲ 57 |
7 –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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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 7 mg/dL |
▲ 8.5 |
▲ 7.4 |
2.5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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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5.5 mmol/L |
▲ 6.5 |
▲ 5.9 |
3.5 – 5.8 |
그 사이 신장 수치는 조금 더 올랐지만, 칼륨 흡착제를 먹고 나서 칼륨 수치는 6.0 밑으로 떨어진 걸 볼 수 있었죠.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텔미사탄을 유지해볼 수 있을 정도는 됐습니다.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는 먹이기가 쉽지 않아서 투약 관리가 까다로워지지만, 그런대로 환자에게 텔미사탄을 먹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달까요. (처음엔 물약을 처방했다가, 나중에는 투약 편의성을 늘려주지 않을까 싶어 젤리로 된 것도 먹여보고 그랬었죠.)
이런 식으로 관리를 하던 환자가 어느 날 혈액 수치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쁜 쪽으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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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 투약 2주후 |
관리 3개월차 정도 |
텔미사탄 중단 후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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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 5.9 mmol/L |
▲ 6.4 |
▲ 8.4 |
3.5 – 5.8 |
텔미사탄을 먹은지 3개월쯤 됐을 때, 칼륨 흡착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음에도 칼륨 수치가 다시 야금야금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칼륨 흡착제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환자의 급사를 막기 위해 이 때는 어쩔 수 없이 보호자분과 상의 후, 텔미사탄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텔미사탄을 중단하면 단백뇨 관리를 못한다는 얘기고, 환자의 나쁜 예후에 직결되는 부분일 수 밖에 없어서 가능하면 중단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문제는 중단한 이후에도 칼륨 수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갔다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강아지 고양이의 신부전은 다음/다뇨 증상 때문에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륨의 양이 많아져서 저칼륨혈증이 나타납니다만, 이 환자처럼 드물게 (흡사 사람처럼) 고칼륨혈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텔미사탄이 어느 정도 고칼륨혈증이 생기는데에 기여했을 수는 있지만, 8.4mmol/L까지 심각하게 올라가는 건 텔미사탄이 아니라 신장 문제 때문이겠구나…라는 걸 생각할 수 있었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신장이 망가져서 고칼륨혈증이 생기는 거면 텔미사탄을 끊어도 칼륨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니, 환자는 단백뇨로 사망하든, 고칼륨혈증으로 사망하든 아주 불량한 예후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사실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죠.
이 때 고려한 게 홈메이드 식이입니다. 앞서 칼륨은 먹어서 보충하고, 대소변으로 배출한다고 얘기했는데, 신장에서의 배출능력이 망가진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보고, 먹는 칼륨의 양 자체를 확 줄여버리는 식으로 고칼륨혈증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폴리스티렌 설포네이트 같은 칼륨 흡착제로 먹는 양 자체를 그대로 두되, 흡수되는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하려 했으나, 이 환자는 그게 잘 안됐던거니, 그렇다면 먹는 양까지 줄여보자…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는 거죠.
실제로 이런식으로 신부전 환자의 고칼륨혈증을 관리했을 때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2010년 JVIM에 올라온 논문입니다.
논문을 보면, 총 26마리의 고칼륨 신부전 환자에게 저칼륨 홈메이드 식이를 급여했더니, 1마리를 제외하고서는 다 칼륨 수치가 정상화되더라는 얘길 합니다.
문제는 칼륨 함량을 줄여놓고, (PLN 환자니까) 단백질까지 줄여놓은 홈메이드 식이 레시피를 국내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앞서 얘기했듯, 강아지 고양이의 식이 레시피는 평생 그것만 먹어도 괜찮도록, 필수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어야하니 제대로 잘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런걸 하기 위해 수의영양학전문의(ACVN,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Nutrition)들이 다년간의 수련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죠. (수의영양학이라고는 책만 봐도 잠이 오는 성수동 수의사가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 환자는 (비용이 조금 들긴 했지만) ACVN 수의영양학전문의에게 환자를 위한 홈메이드 레시피를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했습니다. 환자가 어떤 병을 앓고 있고, 현재 어떤 상황이라 상업 사료 대신 홈메이드 식이를 먹이려고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혈액 검사 결과는 어떤지 같은 것들을 영양학 전문의에게 전달해서 환자를 위한 맞춤형 레시피를 만들어달라고 한 거죠. 영양학전문의가 보내준 레시피는 이렇습니다(레시피 자체는 개별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거라서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어떤 재료들을, 어느 정도 계량해서, 어떻게 요리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레시피가 적혀 있습니다. 영어로 복잡하게 쓰여있지만, 이렇게 홈메이드 식이를 만들었을 때, 환자에게 중요한 단백질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칼륨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적혀 있죠.
건물(dry matter) 기준으로 20%의 단백질과 0.46%의 칼륨 함량으로 식이를 만들었고, 이 식이가 다른 상업 사료들 대비 어느 정도나 칼륨 함량이 적은지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준) 시중에 나온 신장 처방식 중 가장 칼륨 함량이 적은 건 로얄 캐닌의 레날인데, 100kcal 당 칼륨 함량이 150mg이라고 적혀 있습니다(힐스 k/d는 100kcal당 170mg의 칼륨이 들어있습니다). 반면 전문의가 만들어준 홈메이드 식이는 100kcal당 96mg의 칼륨이 들어있다고 하죠.
직접 요리를 해야하고, 재료도 직접 보호자분이 구입해야하니 번거로울 수 밖에 없지만, 어쨌든 이 식이가 환자의 고칼륨혈증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환자의 기대 수명을 더 늘릴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홈메이드 식이를 시작한 이후, 환자의 혈액 수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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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텔미사탄 중단 후 |
홈메이드 식이 시작 후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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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 8.4 mmol/L |
4.6 |
3.5 – 5.8 |
다행이도 저칼륨식이를 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칼륨 흡착제도 함께 복용했습니다만, 환자의 칼륨 수치가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떨어진 걸 볼 수 있었죠. 이렇게 칼륨 수치가 떨어지면 다시 한 번 텔미사탄을 먹여서 단백뇨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기죠. 처음엔 텔미사탄 때문에 고칼륨혈증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약을 중단한 이후에도 칼륨이 8점대까지 올라갔으니, 텔미사탄보다는 신장의 문제였을 거고, 그걸 저칼륨식이로 해결했다면, 텔미사탄을 조심스레 다시 시작해보고 칼륨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호자분과 상의 후, 다시 한 번 텔미사탄을 투약하기 시작했습니다. 텔미사탄 재투약 이후 환자의 혈액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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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홈메이드 식이 시작 후 |
텔미사탄 재투약 1주 후 |
텔미사탄 재투약 4주 후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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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 |
▼ 1.8 g/dL |
▼ 1.9 |
▼ 2.1 |
2.3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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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4.6 mmol/L |
5.3 |
5 |
3.5 – 5.8 |
텔미사탄 재투약 이후에 칼륨 수치가 다시 조금 높아지기는 했지만, 약을 중단해야 될 정도는 아니었고, 투약 이후 알부민 수치도 개선을 보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PLN 환자에서 저알부민혈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텔미사탄 같은 단백뇨 약뿐만 아니라 저단백식이를 유지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데, 홈메이드 식이가 저알부민혈증과 고칼륨혈증 양쪽에서 톡톡히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치료를 포기해야하나 싶은 순간에 어떤 동아줄 같은 느낌으로 홈메이드 식이가 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 셈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양학 상담은 어떤 처방식(보통은 제품명을 그대로 알려드립니다)을 먹이세요…라는 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원격 상담을 해주는 영양학 전문의 덕분에) 이런 식으로 어드밴스드하게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 구성을 채워줄 수 있는 상업 사료가 없다든가, 상업 사료만으로는 식이 관리가 모자라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직접 강아지 고양이에게 집밥을 만들어주는 보호자분의 헌신을 발판삼아) 이런 식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식이를 찾아가게 되죠. 영양학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케이스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