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런 케이스만 계속 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난번 쿠싱 증후군 오진 케이스에 이어 이번에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오진 케이스입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한때는 진단이 잘 안되는(under-diagnosed) 질환이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과진단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갑상선 호르몬약(레보싸이록신)을 먹고 있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케이스도 그랬습니다. 피부가 안 좋아서 다른 병원을 갔었는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다는 얘길 들으셨고,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씬지로이드(레보싸이록신의 상품명)를 먹고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진료를 이어서 볼 수 있게 타원의 진료 차트를 오늘동물병원으로 보내주셨고,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진료 차트를 차근차근 살펴봤는데,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약을 먹고 있다는 기록은 있는데, 처음 진단했을 때의 검사 기록이 없었습니다. 진료 차트는 병원에서 기록하고 보관하지만, 보호자분의 알 권리와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의료 기록은 (비록 사람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철저하게 기록되고 소중하게 보관되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검사를 했는데, 기록을 안 한 건지, 검사도 안 하고 기록도 안 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환자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것을 알려줄 가장 중요한 검사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하고자 할 때는 어떤 임상 증상이 있어야만 합니다. 임상 증상이 있을 때,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진행하고, 갑상선 호르몬 검사 상에서 정말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결과가 나와야 그때부터 확정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게 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비특이적인 임상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의 임상 증상에 대한 원인을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보고 과도하게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많이 하거나, 혹은 임상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건강 검진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엄밀하지 않은 진료라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들은 나이가 들면 정상적으로 Total T4(갑상선 호르몬 수치 중 하나)가 감소합니다. 건강 검진에서 total T4 검사를 하는게 의미가 크지 않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나이 때문에 낮아진 total T4 수치를 보고, 임상증상이 없는데 불필요하게 free T4와 cTSH 같은 추가적인 검사를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자들에서 free T4와 cTSH 검사를 하면 그냥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먹는 게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은데 살이 찌거나, 무기력증 같은 증상을 보이거나, 피부에서 털이 빠지는 증상, 혹은 지루성 피부염이 생기는 증상 같은 임상 증상이 나타납니다.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발작 같은 중추신경계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말초 신경계 쪽의 증상을 보이곤 합니다. 혈액 검사를 해보면, 경증의 비재생성 빈혈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고지혈증이 나타나는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피부가 조금 안 좋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보호자분과 상의 후, 일단 갑상선호르몬약을 중단하기로 했고, 약을 끊고 4주가 지나서 갑상선호르몬 검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갑상선호르몬 검사는 일반적으로 크게 3가지 정도의 항목을 봅니다. 하나는 Total T4, 다른 하나는 Free T4, 마지막으로 cTSH라는 항목입니다. 각각 체내의 총 갑상선 호르몬의 양, 실제 생리적으로 기능하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갑상선 분비 자극 호르몬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나만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보통 각각 검사의 민감도(양성을 양성이라고 알려주는 확률), 특이도(음성을 음성이라고 알려주는 확률)가 다르기 때문에 이 셋을 종합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각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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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T4 |
Free T4 |
cTSH |
T4+cTSH |
fT4+cT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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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도 |
95% |
98% |
70% |
65% |
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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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도 |
80% |
93% |
90% |
99% |
98% |
민감도가 높을수록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좋은 검사고, 특이도가 높을수록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맞다는 걸 확인하기 좋은 검사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사실 민감도가 95%나 되는 total T4 검사 같은 경우, 여기서 정상이 나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일 가능성은 몹시 낮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면 특이도는 80%이기 때문에 total T4 수치가 낮은 5마리 중 1마리는 사실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아니라는 얘기가 되죠. (실제로는 나이에 따라 total T4의 정상 범위 자체가 낮아진다는 요인까지 감안하면, 그보다 많은 환자가 불필요하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받게 됩니다.)
어쨌든 이 환자의 갑상선호르몬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Total T4 정상, Free T4 정상, cTSH 정상으로 그 어떤 검사에서도 갑상선호르몬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이 케이스는 매우 간단하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NTI(Non-thyroidal illness)라는 것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받곤 합니다. NTI는 갑상선 이외의 문제로 아픈 환자들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것을 얘기합니다. 옛날에는 ESS(Euthyroid Sick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쉽게 얘기해서 다른 어딘가가 아픈 환자들에서 정상적으로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게 갑상선호르몬저하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환자가 만약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인데, 이 때 병원에서 검사한 total T4 수치가 낮게 나왔다면, 이는 NTI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갑상선호르몬 검사를 종합적으로 하기보다는 일단 환자를 현재의 질환에서 치료한 이후 건강해졌을 때, 다시 한 번 평가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NTI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하면 free T4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잘 안될 때(=갑상선기능저하증일 때) 증가해야 하는 cTSH 수치가 정상으로 나옵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Non-thyroidal illness가 있는 환자의 경우 검사 결과가 (갑상선기능 저하증이 아님에도) 갑상선기능저하증처럼 나올 수 있는데, 그 확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1년 JAVMA에 올라온 논문에 나온 데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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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T4 |
Free T4 |
cT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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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mild)의 NTI |
8% |
8%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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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도(moderate)의 NTI |
28% |
17%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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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severe) NTI |
60% |
44% |
8% |
데이터를 보면 total T4와 free T4는 어떤 병이 심하면 심할수록 더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cTSH는 상대적으로 그런 경우가 조금 덜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NTI가 있는 환자의 경우는 cTSH의 값에 비중을 더 많이 두게 됩니다. 만약 환자가 어떤 다른 병을 앓고 있는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의심이 돼서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종합적으로 진행했고, 거기서 total T4와 free T4가 낮게 나왔지만, cTSH가 정상으로 확인된다면, non-thyroidal illness(NTI)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거죠.
몹시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이지만, 한 번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없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숫자놀음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갑상선호르몬저하증의 치료제인 레보싸이록신의 경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아닌데, 불필요하게 오래 먹는 경우 인위적으로 갑상선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갑상선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놀게 되면서 갑상선 위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케이스에서는 그런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았고, 환자는 불필요한 약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르몬약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하고, 불필요하게 처방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합니다.
호르몬 질환은 항상 정확한 진단이 필수입니다. 치료 자체가 (당뇨를 제외하면) 호르몬 질환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보통 진단이 나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이 케이스는 다시 한 번 그런 교훈을 알려주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