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간혹 만나게 되는 질환으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강아지 부갑상선기능저하증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아니라, “부”갑상선기능저하증입니다. 갑상선과 부갑상선은 해부학적인 위치만 비슷할뿐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는 호르몬 기관입니다. 갑상선이 대사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라면, 부갑상선은 칼슘과 인의 조절에 관여하는 부갑상선호르몬(PTH, Parathyroid hormone)을 분비합니다.
대부분의 내분비 질환은 호르몬의 작용 방식을 이해하는 데에서 공부를 시작합니다만,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티솔이나,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과 달리 부갑상선호르몬, 특히 칼슘과 인의 대사는 공부가 조금 복잡합니다. (사실 매번 공부하고, 매번 까먹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내분비 기관과 다르게 관여하는 것들이 조금 많아서 그렇습니다만… 간단하게만 한 번 리뷰를 해보죠.
제일 먼저 부갑상선에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혈중의 칼슘 농도가 낮아지면 부갑상선은 PTH를 분비합니다. PTH는 칼슘 수치를 높이고, 인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신장에서는 칼슘의 재흡수를 촉진시키고, 뼈에서는 뼈의 칼슘을 빼내서 혈액의 칼슘 농도를 올리는 역할을 하죠. (만약 칼슘 수치가 너무 높다면, 반대로 PTH의 분비는 억제됩니다.) 또한 PTH는 비타민 D를 신장에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활성화된 비타민 D는 소화기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시키죠. 소화기에서 칼슘의 흡수가 촉진되면 당연히 혈중 칼슘 농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비타민 D가 너무 많아지면, PTH는 다시 분비가 억제되죠. (칼슘만 있는게 아니라 인이 같이 꼬이고, 거기에 관여하는 장기들도 4개라 이 기전은 이해했다 싶을 때쯤 까먹게 됩니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복잡한 여러 요인들이 끼어들지만, 일단 대략적인 개념이 이런 식이다… 정도만 알고 가도록 하죠.
환자를 보겠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8살의 중성화한 수컷 포메라니안으로 아이가 헥헥대고 잘 서지 못한다는 증상을 주증으로 내원했습니다.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것 같았고, 며칠 전부터는 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신체 검사 상에서도 다리가 흡사 신경증상이 있는 환자처럼 뻣뻣하게 강직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잘 걷지 못했죠. 보호자분과 상의 후, MDB(Minimum database)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영상 검사(방사선과 초음파)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지만, 혈액 검사 상에서 이상한 점이 확인됐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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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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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 |
3.7 g/dl |
2.2 –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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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KP |
79 U/L |
23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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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
82 U/L |
10 –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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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8 mg/dl |
7 –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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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
▼ 3.7 mg/dl |
7.9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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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L |
153 mg/dl |
110 – 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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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
0.6 mg/dl |
0.5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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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T |
0 U/L |
0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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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 |
2.9 g/dl |
2.5 –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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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 |
127 mg/dl |
70 – 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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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4 mg/dl |
2.5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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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IL |
0.2 mg/dl |
0 –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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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 |
6.6 g/dl |
5.2 –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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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
145 mmol/L |
144 –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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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3.6 mmol/L |
3.5 – 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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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
▼ 105 mmol/L |
109 – 122 |
다른 수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칼슘 수치가 정상보다 많이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칼슘은 total Ca과 ionized Ca(이온화 칼슘)으로 구분하는데, 생화학 검사에서 알려주는 칼슘 수치는 토탈 칼슘 수치를 얘기합니다. 실제 몸에서 생리적인 작용을 하는 칼슘은 이온화 칼슘이기 때문에 total Ca 수치가 낮은 것을 확인하고, 바로 이온화 칼슘 검사를 진행했습니다(오늘동물병원은 원내에 이온화 칼슘 검사 장비가 있습니다). 환자의 내원 시 이온화 칼슘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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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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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nized Ca |
▼ 0.39 mmol/L |
1.25 – 1.5 |
이온화 칼슘 검사에서도 뚜렷한 저칼슘혈증이 확인됐고, 이런 경우 환자의 임상 증상은 저칼슘혈증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칼슘혈증이 있으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발작을 하기도 하고, 뻣뻣하게 몸이 굳기도 하죠. 식욕 부진 증상이 나타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얼굴을 자꾸 바닥에 비비기도 하죠.
이런 경우 마그네슘 수치도 확인하게 되는데, 마그네슘 수치가 너무 낮으면 PTH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서 저칼슘혈증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마그네슘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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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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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
▼ 1.14 mg/dl |
1.4 – 2.38 |
저칼슘혈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고려해봄직한 감별진단 목록이 꽤 있지만, 일단 필요한 건 원인을 알기 전에 환자의 칼슘 수치를 정상화시키는 일입니다. 환자에게 정맥 라인을 통해 칼슘과 마그네슘을 보충해줬고, 칼슘 수치가 조금 오르자 환자는 바로 보행이 좋아지고, 식욕을 되찾았습니다.
일단 급한 불을 껐으니, 이제 왜 저칼슘혈증이 왔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저칼슘혈증의 감별진단 목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저알부민혈증, 급성 췌장염, 에틸렌 글라이콜(부동액) 중독, 단백소실성 장병증(PLE), 관장(Phosphate enema), 자간(Eclampsia), 신부전이 감별진단 목록이죠. 이들 중 상당수가 매우 쉽게 배제가 가능합니다.
가장 먼저 신부전은 환자의 신장 수치를 볼 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부동액 중독은 문진으로 배제가 가능했죠. 관장은 했던 적이 없고, 자간증(eclampsia)은 출산을 한 암컷 강아지에서 보는 일이니, 수컷은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PLE나 저알부민혈증은 어느 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알부민 수치가 정상이었기 때문에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죠. 급성 췌장염의 경우 췌장염 키트 검사(cPL 키트) 상에서 약한 양성이 뜨기는 했지만,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칼슘이 교정되자 환자가 왕성한 식욕을 보여준다는 점을 봤을 때 임상 증상이 췌장염과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제 남는 질환은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하나뿐입니다. 환자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PTH 검사를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저칼슘혈증이 있으면 정상적으로는 PTH 수치가 높게 나와야 하는데, 만약 저칼슘혈증 상황에서도 PTH 수치가 낮다면 다른 질환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확진을 할 수 있죠. 환자의 PTH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 외부 의뢰 검사라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은 탄산 칼슘 같은 약을 이용해서 저칼슘혈증 상태가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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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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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H |
▼ 7.00 pg/mL |
20 – 130 |
저칼슘혈증 상황에서 높게 나와야 하는 PTH 수치가 오히려 정상보다 낮게 나왔으니,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확진이라고 볼 수 있죠. 부갑상선에서 PTH가 만들어지지 않아 저칼슘혈증이 나타나는 병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론적으로 치료는 PTH가 부족한 병이니까, 주사나 약을 이용해 PTH를 보충해주는 게 되어야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사람에서는 합성 PTH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기도 한다는데, 동물에서는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PTH 자체를 보충하기보다는 칼슘 수치를 높이기 위해 비타민 D를 보충해주는 식으로 치료를 합니다. 앞서 칼슘 대사에 관해 얘기했던 것처럼 혈중 칼슘 농도를 올리고자 하면 PTH 분비를 늘리는 방법 외에 비타민 D를 보충해서 소화기에서 칼슘의 흡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이 때 사용하게 되는 약은 칼시트리올입니다. 칼시트리올은 비타민 D의 대사산물로 복용 시에 소화기에서 칼슘의 흡수를 늘립니다. 원래는 몸에서 콜레칼시페롤(cholecalciferol)이 간에서 대사되어 25-hydroxycholecalciferol로 바뀌고, 이게 신장에서 한 번 더 1α-hydroxylase라는 효소에 의해 칼시트리올이 됩니다. PTH는 칼시트리올이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의 1α-hydroxylase라는 효소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어서 PTH가 분비되지 않는 환자들은 이 효소가 촉진되지 않으니 몸에서 칼시트리올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부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은 PTH 자체가 부족해서 칼슘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PTH가 없으니 칼시트리올도 부족해서 소화기에서 칼슘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죠. 어느 쪽으로든 칼슘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됩니다.
이 환자도 처음엔 칼시트리올을 치료제로 사용했습니다. 실제 칼시트리올을 먹이기 시작하자 환자의 칼슘 수치는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점진적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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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첫 내원일 |
칼시트리올 치료 8일차 |
칼시트리올 치료 15일차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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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nized Ca |
▼ 0.39 mmol/L |
▼ 0.92 |
▼ 1.12 |
1.25 – 1.5 |
여전히 정상보다는 낮았지만, 칼시트리올 용량을 조금씩 늘리자 이온화 칼슘 수치도 조금씩 같이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었죠. 이렇게 순조롭게 잘 치료가 됐다면 해피엔딩이었겠지만, 중간에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문제는 환자가 아니라 한국의 의료 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은 한국에서 치료하기가 아주 힘든 병 중 하나인데, 이 환자의 경우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칼시트리올이라는 약에 있습니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 칼시트리올의 처방 용량은 보통 10ng/kg 정도로 굉장히 적은 양을 처방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처방했던 칼시트리올의 용량은 15ng/kg이었는데, 칼시트리올은 기름 성분의 약으로 보통 연질 캡슐로 나오는 약을 씁니다. 연질캡슐이라는 얘기는 병원에서 정제를 갈아서 처방할 수 없다는 얘기죠. 대부분의 칼시트리올 제제들은 한 캡슐에 0.25mcg의 칼시트리올이 들어있습니다. ng으로 환산하면 한 캡슐에 250ng의 칼시트리올이 들어있는 셈이죠. 이 환자는 포메라니안으로 체중이 5.5kg 정도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약을 먹는데, 15ng/kg이니까 한번에 약 82.5ng의 칼시트리올을 복용해야 합니다. 헌데 한 캡슐에 250ng이니까, 한 캡슐을 다 먹으면 필요한 양의 약 3배 정도를 먹게 되는 셈이 되죠. 환자에게 적합한 용량으로 약을 처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회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컴파운딩 약국(compounding pharmacy)라고 환자의 체중에 맞춰 적은 용량의 약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고, 혹은 물약으로 나오는 칼시트리올이 있어서 환자의 체중에 맞춰 적합한 양을 먹이는 게 가능하죠. 한국은 이런게 안됩니다.
한국에서 강아지가 부갑상선기능저하증에 걸리면, 체중이 아주 커서 250ng짜리 연질캡슐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진돗개급의 대형견이길 바라거나, 보호자분이 일주일에 한 번씩 약을 받아갸아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연질캡슐 안에 있는 칼시트리올의 유효 성분을 뽑아서 소형견에게 처방 가능한 수준으로 희석하면, 희석한 칼시트리올은 대략 1주일(조금 길어야 2주) 정도의 유통기한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분이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찾아와야 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처음에는 미국 컴파운딩 약국에서 쓴다는 (돈 내고 산) 레시피로 칼시트리올을 희석해봤는데, 2주 정도까지는 칼슘 수치 유지가 되지만, 그 이상이 되니 칼슘 수치 유지가 되지 않더군요. 이런 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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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칼시트리올 치료 15일차 |
칼시트리올 치료 22일차 |
칼시트리올 치료 29일차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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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nized Ca |
▼ 1.12 mmol/L |
▼ 1.17 |
▼ 0.83 |
1.25 – 1.5 |
15일차에 희석한 칼시트리올을 처방하고, 2주가 지나자 약의 유효기간 때문에 이온화 칼슘이 유지되지 않더군요. 실제로 칼시트리올은 미국에서도 어떤 컴파운딩 약국에서 주문을 하느냐에 따라 제대로 컴파운딩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약 중 하나고, 그 때문에 컴파운딩의 신뢰도에 대한 얘기를 어렵지 않게 보는 약입니다. 미국에서도 제대로 컴파운딩을 할 수 있는 약국이 몇 없다고 하니… 제대로된 레시피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순진했던 거죠.
어쩔 수 없이 보호자분께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셔서 약을 새로 받아가셔야 할 것 같다…고 그간의 사정을 이실직고했습니다. 29일차에 칼슘 수치가 떨어졌을 때, 새로 희석한 칼시트리올을 받아가셨는데, 새로 받아간 약을 먹이시고, 일주일 후가 되니까 금방 다시 칼슘 수치가 올라가더군요.
어쩔 수 없이 여기서 포기하고, 보호자분께서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오는 걸로 타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동물병원은 그런 병원이 아닙니다. 방법이 없으면 방법을 만들어야죠. 미국처럼 컴파운딩 약국이 없는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하는지 리서치를 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동시에 돌파구가 있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돌파구는 칼시트리올 대신 간 대사를 거쳐 칼시트리올과 같이 비타민 D 대사산물의 역할을 하는 알파칼시돌(alfacalcidol)이라는 약에 있었죠. 이 약은 국내에서도 유통이 되고 있고, 연질캡슐이 아닌 정제이기 때문에 환자의 체중에 맞춰 갈아서 처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알파칼시돌은 간 대사를 거쳐 비타민 D 대사산물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칼시트리올보다 용량 조절이 까다롭고, 조금 더 고용량을 처방해야합니다만, 소형견에서도 사용가능하다는 압도적인 이점이 있습니다.
보호자분께 다시 한 번 사정을 이실직고하고, 약을 칼시트리올에서 알파칼시돌로 변경했습니다. 이후 알파칼시돌을 기준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용량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 동안 환자의 이온화 칼슘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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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알파칼시돌 치료 7일차 |
알파칼시돌 치료 14일차 |
알파칼시돌 치료 28일차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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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nized Ca |
▼ 0.84 mmol/L |
▼ 1.05 |
1.28 |
1.25 – 1.5 |
환자의 이온화 칼슘 수치를 정상 범위의 하한보다 조금 낮게, 혹은 하한에 가깝게 맞추는 것이 가장 추천되는데, 딱 이상적인 수준까지 이온화 칼슘 수치가 맞춰진 걸 볼 수 있죠. 너무 과량의 약을 줘서 칼슘 수치를 정상 범위라 하더라도 정상 상한에 맞춘다든가, 고칼슘혈증 상태를 만드는 건 추천되지 않습니다. 근본 원인인 PTH 부족을 보충해주는 치료가 아니라, 체내의 칼슘 수치만 정상에 맞추겠다는 치료이기 때문에, PTH가 없는 상태에서는 신장에서 칼슘의 재흡수가 촉진되지 않아 소변을 통해 칼슘이 배출되는 일(전문 용어로 calciuresis라고 합니다)이 해결되지 않는데, 칼슘 수치가 높을수록 소변을 통해 칼슘이 과량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대형견의 경우 칼시트리올 연질 캡슐을 먹일 수 있기 때문에 칼시트리올로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하는 게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환자에 따라 세밀한 용량 조절이 필요한 경우엔 연질캡슐이라는 문제 때문에 용량 조절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15kg짜리 진돗개가 칼시트리올을 먹고 칼슘 수치가 정상화가 되긴 했는데, 정상 상한에 가까운 값이 된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정상 상한으로 유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죠. (약 용량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건 체구가 사람보다 작은 동물들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됩니다.) 이런 환자들조차 알파칼시돌로 관리를 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칼슘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알파칼시돌로 약을 전환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약을 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애초의 목적도 달성한 셈이고요.
개인적으로 이 케이스가 재밌었던 건, 한국에서도 소형견의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을 디테일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단초를 알려줬다는 점도 있지만, 비타민 D 대사산물, 즉 칼시트리올이나 알파칼시돌을 실제 임상에서 어떤식으로 유효하게 처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보호자분들께서는 완성된 수의사를 원하실지 모르지만, 오늘동물병원은 지금도 계속해서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고 공부하는 병원입니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은 그 자체로 수의사에게 흥미로운 질환이지만, 알파칼시돌을 환자에게 유효하게 처방할 수 있다는 얘기가 갖는 함의는 그것보다 더 큽니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상대적으로 드문 질환인 반면, 비타민 D 대사산물을 처방하는 케이스 중에는 굉장히 흔한 질환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신부전입니다.
신부전 환자들은 신부전이 진행되면 인 수치가 높아지게 되는데, 인 수치가 높아지면 인이 혈액 내의 칼슘을 붙잡고 다양한 조직에 침착되게 됩니다. 그러면 혈중 칼슘이 부족해지면서, 칼슘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PTH 분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renal secondary hyperparathyroidism(신부전으로 인한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 때문에 신부전이 있는 환자들 중에서는 PTH가 뼈의 칼슘을 빼내오기 때문에 골다공증처럼 뼈가 약해진다거나, 높아진 PTH 농도 자체가 신장에 독성을 보여서 신부전의 진행 속도를 악화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신부전 환자에서 예방적으로, 혹은 대증적으로 처방하게 되는 약이 칼시트리올인데, 한국의 경우는 소형견(혹은 고양이)가 대다수다 보니 신부전 환자에서 칼시트리올을 처방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연질캡슐이라는 치명적인 문제 때문에 처방을 하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처방하지 못했던 거죠. (한국에서의 수의학 신부전 치료는 그래서 인 제한을 하기는 하지만 칼슘이나 PTH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알파칼시돌은 그 자체로 간 대사를 거친다는 점 때문에 개체의 간 대사 능력에 따라 용량 조절을 다르게 해야한다는 아주 디테일하고 까다로운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칼시트리올이 아니라 하더라도 renal seconadry hyperparathyroidism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유효한 약이 한국에도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 꽤나 고무적인 일입니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하는가는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할듯 싶지만, 이 케이스에서 보여드렸던 것처럼 오늘동물병원은 언제나 부족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항상 공부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조만간 신부전 환자에서 알파칼시돌을 어떤식으로 적용하는가를 소개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