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심장사상충은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으로 대부분 실내 생활을 하고, 매달 사상충 예방약을 꼬박꼬박 챙기는 도시의 강아지들이 흔하게 걸리는 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외생활을 한다거나 보호자님께서 사상충 예방을 꼬박꼬박하지 않으신 경우에는 감염될 수 있는 병이기도 하죠. 이번에 내원한 아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러 왔다가 사상충에 걸린 걸 확인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병원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김포에 사는 이 아이는 마당에서 컸고, 보호자님이 어딘가 끌려가는 아이를 구조해오신 거라 사상충 예방을 잘 해주지는 못한 아이였습니다. 중성화를 하러 왔지만, 사상충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마취 전 스크리닝 검사로 사상충 키트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IDEXX의 4Dx Plus SNAP 키트는 사상충 외에도 아나플라즈마, 에를리키아, 라임 같은 진드기 매개성 질환을 검사해주는 키트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에는 우측 하단에 진한 파란색 점이 찍힙니다. 좌측 상단에 있는 점은 대조군으로 검사가 잘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는 임상 증상을 토대로 심장사상충을 의심해서 키트 검사까지 진행하게 되지만, 이 케이스처럼 별다른 임상증상이 없는데 스크리닝 검사에서 사상충이 감염이 확인된 경우, 몇 기인지 Class를 구분하게 됩니다. 이처럼 클래스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임상 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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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 I |
임상증상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기침 정도의 수준으로 스크리닝 검사로 진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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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 II |
기침이나 피로, 체중감소 등의 임상증상이 나타나지만 심부전까지는 확인되지 않는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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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 III |
임상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단계로 심원성 악액질이 나타날 수 있고, 심부전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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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 IV (Caval Syndrome) |
일반적으로는 폐동맥에 기생하는 심장사상충이 우심방까지 침범한 단계 |
보호자님이 아이를 구조하신 경우라 임상 증상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는 방사선 촬영을 통해 심장의 크기 변화나 폐의 변화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20kg이나 되는 아이라 방사선 촬영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방사선 상에서 심장의 크기 변화(주폐동맥이 커졌는지를 주로 확인)나 폐 실질의 패턴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심장사상충이 중감염되어 있는 경우에는 호산구성 폐렴 등이 나타나곤 하기 때문에 임상 증상이 있는 경우 방사선 촬영을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이런 결과들을 토대로 이 케이스는 심장사상충 Class I 감염이라고 판단됐습니다. 심장사상충의 경우, 카발 증후군이라는 별칭이 따로 있는 Class IV만 아니면 Class에 따라 치료 방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임상증상이나 심장사상충으로 인한 합병증을 컨트롤하기 위해 추가적인 약물(스테로이드나 심장약)이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성충 구제를 위한 치료제는 Class에 구분 없이 보통 3번의 주사 프로토콜을 사용합니다. 과거에는 2번만 주사를 맞추는 2shot 프로토콜을 선호했습니다만, 요즘 AHS(American Heartworm Society, 미국심장사상충학회)에서는 3shot 프로토콜을 조금 더 추천합니다.
심장사상충 치료는 AHS에서 권장하는 정해진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Heartworm toolkit이라는 사이트에 가서 아이의 체중만 입력하면 언제 뭘 해야하는지 알 수 있죠. 하지만 AHS 프로토콜이 항상 논문 근거에 따라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분은 이론적인 근거에 따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경험적인 근거를 따라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AHS 프로토콜은 성충 구제제인 이미티사이드를 주사하기 전에 1달 동안 독시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를 먹이고, 1달간은 휴약기간을 가지라고 권고하지만, 최근에 Veterinary Parasitology에 나온 논문은 휴약기간을 갖지 않아도 충분히 효과적인 성충 구제를 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휴약 기간을 갖지 않으면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심장사상충에 의한 심장의 손상도 줄일 수가 있어 예후가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심장사상충은 치료 프로토콜이 정해져 있어서 어느 병원을 가든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테로이드를 먹어야 하는지 아닌지, 모니터링 검사는 얼마나 자주 해야하는지, 혹은 우심부전이 생겼을 때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에 따라 치료 비용이나 아이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작정 프로토콜에 있으니까 스테로이드를 먹이기보다는 아이의 상태에 따라서 어떤 약을 쓰고, 어떤 약을 쓰지 않을지 판단하는 게 수의사의 역량이라 할 수 있는 거죠.
이 케이스의 경우는 Class I으로 판단이 됐고, 임상 증상도 모호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먹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약이 줄었으니 20kg이나 되는 아이지만 약값도 저렴해집니다. 이 아이는 Wolbachia라고 하는 심장사상충의 공생균을 죽이기 위해 독시사이클린만 처방 받았고, 한 달 후에는 바로 이미티사이드 성충 구제제를 주사할 계획입니다. 일반적인 프로토콜보다는 한 달 정도는 치료 기간이 단축될테고, 아마 완치 판정을 받을 때쯤에는 중성화 수술도 무사히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