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가 음식에 알러지가 있다고 생각해서, 저알러지 사료를 먹이고, 간식을 주의해서 주시는 경우는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면 아주 흔하게 만나게 되는 케이스입니다. 만성적으로 피부가 안 좋은 경우, 보통 동물병원에서 흔하게 간식을 주면 안된다고 얘기를 들으시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일부러 더 조심해서 음식을 가려서 주시지만 그래도 여전히 피부가 안 좋아서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미 병원에서 권장한 혈액을 이용한 알러지 검사를 진행하고 오셔서, 음식 알러지가 있다고 믿고 오실 때도 있습니다. 이런 케이스들의 경우, 상당수의 케이스가 음식과 관련이 없는 아토피 환자인 경우가 더 흔하지만, 간혹 정말 음식에 알러지가 의심되는 환자를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정말 음식(푸드)에 알러지가 있는 푸드 알러지의 케이스입니다.
환자는 6살의 말티즈로 보호자분께서는 아이가 피부 알러지가 있는 것 같다며 상담차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2020년 12월에 병원을 내원하셨는데, 만성적인 피부 질환을 앓는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병원에서도 이미 피부와 관련해서 간식을 주면 안된다는 얘길 들으셨습니다.
피부 진료를 볼 때면, 항상 보호자분께 아이에게 어떤 사료를 먹이시는지, 간식을 어떤 것을 주시는지 여쭤보는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인섹트 도그라는 사료를 주셨고, 간식을 제한적으로 주시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간식을 컨트롤하시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환자는 너무 긁어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상처가 생긴 상황이었고, 만성적인 피부병 때문에 귀가 코끼리 피부처럼 두꺼워진(의학용어로는 lichenification, 태선화라고 합니다) 상태였습니다.
피부 환자를 만날 때 식이와 함께 늘상 확인하는 것으로 언제 처음 피부가 안 좋아졌는지에 대한 것을 보호자분께 여쭤봅니다. 이 환자는 2개월령, 즉 아주 어릴 때부터 간지러워서 긁는 걸 확인하셨고, 평상시 구토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은 없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1년 내내 피부를 간지러워한다는 보호자분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피부 환자는 항상 감염성 요인의 배제가 우선이지만, 이 환자의 경우는 세균성 피부염이나 곰팡이성 피부염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고, 단순히 긁어서 생긴 상처(이런 걸 alesional pruritus, 병변이 없는 소양감이라고 말합니다)만 있었고, 소양감의 감별 질환 목록으로 보호자분과 푸드 알러지와 아토피성 피부염에 대해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소양감이 있는 환자에 대해 얘기할 때, 수의사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언제 처음 간지러움 증상이 나타났느냐입니다. 소양감을 보이는 환자 중에 6개월 미만(12개월 미만이라고 보기도 합니다)부터 피부를 간지러워했다면, 푸드 알러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6개월 이상부터 3살 미만에 발증했다면 아토피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봅니다. 또한 계절적 소양감을 보인다면 아토피, 연중 내내 긁는다면 푸드 알러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스테로이드 처방에 소양감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토피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봅니다.
이 환자는 2개월령부터 긁기 시작했고, 연중 내내 간지러워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푸드 알러지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보호자분과 푸드 알러지의 진단에 관한 얘길 했습니다.
푸드 알러지의 진단
간혹 푸드 알러지를 진단한다면서 혈액을 이용한 알러지 검사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알러지 검사는 푸드 알러지를 진단하는데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알러지 검사의 무용론에 대해 이미 한 번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고, 보호자분에게 알러지 검사를 권하지 않습니다)
푸드 알러지는 식이 제한(Elimination diet라고 합니다)을 통해서 진단합니다. 간식을 비롯한 여타의 음식을 아이에게 급여하지 않고, 오로지 저알러지 사료(논문으로 확인된 가수분해 사료)와 물만 8주 동안 급여합니다. 8주가 지나고, 아이가 소양감을 보이지 않는다면, 기존에 먹이던 (알러지를 유발했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료를 다시 먹이고, 2주 이내에 환자가 피부를 다시 긁는지 확인합니다. 환자가 기존에 먹이던 사료를 다시 먹었을 때, 피부를 긁기 시작한다면 푸드 알러지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런 식이 제한과 상관없이 아이가 피부를 긁는다면, 다른 요인들이 배제됐을 때, 아토피 피부염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보통 식이제한에 대한 얘길 들으시면,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이 8주 동안 간식을 안 주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하시지만, 이 케이스의 보호자분께서는 기꺼이 식이제한을 하실 수 있다고 하셨고, 가수분해된 저알러지 사료를 이용해 식이제한을 시작하셨습니다. 12월에 피부 상담을 하고, 2월이 됐을 때 병원으로 다시 보호자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8주를 다 채웠는데 8주 동안 아이가 평소보다 덜 긁은 것 같고, 특히 간지러워하던 귀가 나빠졌던 적은 없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 병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상담차 다시 내원하셨고, 8주 동안의 식이 제한이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다시 알러지를 유발할 만한 식이로 챌린지를 할 시기였습니다. (간혹 보호자분께서 지금 피부가 좋은데, 예전 먹던 걸 먹이면 다시 나빠질까봐 걱정된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 병원에서 신나게 (식이제한과는 거리가 먼) 고기 간식을 먹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보호자분께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아이가 간식을 먹고 간 날 얼마나 긁었는지 사진도 보내주셨습니다.
이렇게 챌린지를 하고 피부를 다시 긁기 시작하면 아이가 푸드 알러지가 있다고 명확하게 진단이 가능합니다. 이런 경우 약물 치료는 필요하지 않고, 알러지를 유발할만한 음식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피부를 간지러워하지 않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냥 가수분해 사료만 평생 먹어도 괜찮고, 고기류 간식을 피하고 야채나 과일류의 간식만 주는 거죠. 혹은 닭고기만 먹여본다든가, 소고기만 먹여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진단이 난 이후에 하나씩 먹여보면서 아이가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되는 음식을 확인해보고, 선택적으로 급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환자는 피부 소양감의 명확한 원인을 찾았고, 앞으로는 음식만 조심하면 다시 피부가 나빠질 일은 거의 없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못 먹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적어도 간지러워서 고통받을 일은 사라진 셈이죠.
최근의 식이제한(Elimination diet) 관련 논문
푸드 알러지를 진단하고자 할 때, 항상 가장 어려운 점은 보호자분들께서 8주 동안 간식을 안 주는 걸 힘들어하신다는 부분입니다. 병원을 찾은 보호자분들이 설명을 들으시고, 독하게 마음 먹고 아이한테 간식을 하나도 안 주신다 하더라도 집에 있는 다른 가족분이 간식을 주시면 8주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가족분들이 모두 독하게 마음을 먹어도 아이가 집에서 뭔가 줏어먹으면 다시 8주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상담을 할 때도, “8주”라는 얘길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는 보호자분들도 있으십니다.
수의사들도 이런 어려움을 모르지 않아서, 최근 푸드 알러지 진단과 관련해서는 8주 간의 식이제한 기간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Veterinary Dermatology(수의피부학 저널)에 나온 논문을 보면, 스테로이드(PDS)를 식이제한 초반에 2주 정도 먹여서 어느 정도 소양감을 컨트롤해놓고 식이제한을 하는 경우, 빠르면 4주에도 식이 제한을 종료하고 푸드 챌린지를 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2021년 2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논문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같은 Veterinary Dermatology에서 나온 논문으로, 이 논문에서는 87마리의 피부 환자를 두고 실험을 했을 때, 스테로이드(PDS)나 아포퀠(Oclactinib)을 식이 제한 초반에 2-3주 정도 먹이고, 약을 중단한 이후 2주 동안 피부 소양감을 환자가 보이지 않는 경우, 푸드 챌린지를 시도할 수 있고, 이렇게 기간을 단축시켰을 때, 진단의 특이도가 100%로 식이 제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식이 제한을 했는데도 소양감이 지속되는 경우 아토피로 진단하고, 평생 아토피 약물 관리를 해야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환자의 경우, 반드시 식이 제한을 해서 푸드 알러지는 아닌지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논문들로 식이 제한 기간을 단축해서 좀 더 수월하게 트라이얼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강아지에서 푸드 알러지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병원에 내원하는 전체 강아지의 1-2% 정도만이 푸드 알러지를 가지고 있고, 알러지 피부병 환자로 국한하면 알러지 피부병 환자의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7-25% 정도만이 푸드 알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부가 안 좋아서 병원을 이곳저곳 다녀본 보호자분들이 공통적으로 저알러지 사료를 진작부터 급여하시고 있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숫자입니다.
간지럼증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보호자분의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침이 흥건해질 정도로 발사탕(=발을 물고 뜯고, 핥는 모습)을 하는 환자라든가, 차라리 아픈 게 낫다는 듯이 피가 날 정도로 긁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아이도 고통스럽지만, 그걸 지켜보는 보호자분들도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그래서 정확한 원인을 알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경우엔, 비싼 알러지 검사가 아니라 적합한 상담과 보호자분의 (아이에게 간식을 주지 않는) 독심(?)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