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소개할 케이스는 뒷다리 대퇴골 골두의 골절로 대퇴골두절제술을 받은 환자입니다. 환자는 8개월령의 푸들 강아지로 2주 전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타원에서 진통제를 받아서 1주일 정도 먹였는데, 약을 먹은 이후에도 계속 다리를 딛지 않고 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는 오른쪽 다리를 잘 딛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고, 신체 검사를 할 때, 고관절 쪽을 만지면 통증이 심했습니다. 이미 타원에서 진통제를 먹다 온 환자였기 때문에 방사선 촬영을 해서 외과적인 접근이 필요한 질환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생각됐고, 방사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환자의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사선 사진을 볼 때는 양쪽이 대칭인지를 확인해보면 좋은데, 이 환자의 경우 화살표로 표시된 우측 고관절 부위에 대퇴골 골두의 골절이 확인됐습니다. 뼈가 부러졌으니 안그래도 통증이 있었을텐데, 고관절이라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부러진 뼈와 맞닿으면서 꽤나 아팠을 겁니다. 진통제로 해결이 안되는 수준의 통증이었기에 계속 다리를 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퇴골두가 부러진 오른쪽 다리의 근육량을 보면 정상적인 좌측 뒷다리의 근육량에 비해 잘 쓰지 않아서 근육 위축이 있는 것도 방사선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뼈가 부러진 경우이니 이상적이라면 부러진 뼈를 다시 붙이는 게 좋겠지만, 방사선 사진에서 보다시피 부러진 골편의 크기가 매우 작고, 수복이 쉽지 않은 케이스라, 이런 때엔 골절을 수복하려고 하기보다는 통증을 없애는 치료를 합니다. 뼈를 붙여서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환자가 아프지 않게 다시 다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되죠. 그래서 이 환자의 경우, 골절 수복이 아닌 FHNO(Femoral head and neck ostectomy, 대퇴골두절제술)를 보호자분께 말씀드렸습니다.
대퇴골두를 제거하면, 골반뼈와 뒷다리가 맞닿는 정상적인 고관절을 없애버리는 셈이 됩니다. 관절의 입장에서는 사망 선고를 받는 셈이죠. 정상적인 관절이 있으면, 관절의 가동범위가 더 넓어지고, 체중을 더 수월하게 지지할 수 있어서, 가능하면 관절이 있는 것이 좋지만, 그 관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환자에게 통증만 유발할 때는 이런 식으로 관절 자체를 없애버리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관절이 없어지면서 생기는 문제들(다리 길이가 조금 짧아진다든가, 관절의 가동범위가 조금 제한된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서 다리를 쓸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관절이 없는 상태에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수술을 한 이후에는 적응을 위한 재활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어쨌든 수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퇴골두와 골목(머리와 목)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뼈를 자를 수 있는 수술도구가 필요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수술 도구들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뼈를 자를 수 있는 bone cutter를 사용하기도 하고, 정처럼 생긴 osteotome을 쓰기도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사진에서 보이는 전동 sagittal saw를 사용해서 뼈를 자릅니다. 본 커터나 오스테오톰이 뼈를 깔끔하게 자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뼈에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을 줘서 자르는 도구다 보니 종종 대퇴골이 부러뜨릴 위험성이 있는 반면 sagittal saw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고, 절단면을 더 매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술을 하고 나면, 방사선 촬영을 다시 해서 절단면이 매끈한지, 대퇴골의 목 부분까지 깔끔하게 잘 잘랐는지를 확인합니다. 환자의 수술 후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골절 됐던 대퇴골두와 골목이 깔끔하게 잘 잘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형외과 수술들은 수술 이후에 운동제한을 해서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면 그게 바로 FHNO 수술입니다. 이 수술의 경우 수술 이후에 최대한 빨리 재활을 시작해서 다리를 쓰기 시작해야 예후가 좀 더 좋습니다. 뼈를 자르고 나서 가능한 빨리 움직이게 하려면 진통 관리는 필수적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이렇게 뼈를 자르는 통증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술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고, 동시에 FHNO 수술을 하는 경우 경막외마취를 진행합니다. 경막외마취는 임산부들이 분만 시에 맞는 무통주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국소마취를 적용해서 전신 마취제의 사용량을 줄이고, 환자가 술후에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게 해주죠.
환자는 수술 다음날 바로 퇴원했고, 재활과 관련된 안내를 받았습니다. 보통 이 환자처럼 수술 전에 이미 뒷다리 근육이 위축된(=다리를 안 쓴지 좀 된) 환자들은 다리를 다시 잘 쓰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근위축이 오기 전에 수술을 해주는 것이 예후에는 더 도움이 되죠. 이 환자의 경우는 이미 위축이 된 상태로 오늘동물병원에 왔지만요. 재활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교과서에서 권고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술 후에 첫 7일 정도는 발가락이 땅에 딛는걸 목표로 하고, 통증 완화를 위해 진통제를 먹으면서 냉찜질(cryotherapy) 같은 걸 해줍니다.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해주는 PROM(Passive Range of Motion)을 해서 다리가 굳지 않고, 가동 범위를 충분히 늘릴 수 있게 해주죠. 줄을 짧게 잡고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leash walk를 하면서 다리를 쓰도록 훈련을 시킵니다. 수술 후 2주차부터 온찜질을 병행하되, 걷는 시간을 점점 더 늘립니다. 3주차가 되면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을 해서 수술한 뒷다리를 최대한 쓸 수 있도록 하죠.
표에 나와 있는 모든 재활을 하는 건 아니지만, 환자에 맞춰, 가용할 수 있는 재활 방법들을 활용해 다리를 최대한 쓸 수 있도록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걸음이 빨라지면 불편한 다리를 잘 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줄을 잡고 천천히 걸어다닐 수 있게 했고, 냉찜질과 PROM, 마사지를 병행했습니다. 환자의 수술 후 1주일째 보행은 다음 영상과 같습니다.
발가락을 바닥에 딛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환자의 통증이 적어지면서 재활은 점점 더 추가됐습니다. 산책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하고, 계단 오르기 같은 것도 진행을 했죠. 간혹 수의사들이 FHNO는 수의사 역할이 반이면 재활을 하는 보호자분의 역할이 반이라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재활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고관절의 가동범위가 달라지고, 환자가 다리를 쓰는 시기가 달라지죠. 수술 후 2주차 영상입니다.
천천히 걸어다닐 땐 수술한 다리를 잘 쓰지만, 조금 빨리 뛰려고 하면 다리를 잘 딛지 않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4주차 영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막 성견이 되는 어린 강아지다보니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뛰어다니는 문제 때문에 정작 써야 하는 다리를 잘 쓰지 않아 보호자분이 고생을 하셨는데,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leash walking을 하도록 계속 재활을 독려했습니다. 2주차에 비해 보행이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촉진 상에서 여전히 수술한 다리의 근육량이 많이 부족한 걸 알 수 있었습니다. 4주차가 됐을 때는 방사선 사진을 다시 한 번 촬영해서 수술한 부분이 골반뼈와 마찰을 일으켜 자극이 생기진 않았는지 확인했습니다. 환자의 수술 후 4주차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사선 사진에서 다리가 살짝 돌아가긴 했지만, 절단면은 매끈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관절 굴신 운동 시에도 뼈와 뼈가 맞닿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측 다리의 근육량이 좌측에 비해서 확연히 부족한 걸 알 수 있죠. 방사선 상에서도 다리가 가늘어진 게 확인이 됩니다.
수술 후 4주차가 됐는데도 근육량이 충분히 늘지 않고, 다리를 안 쓸 때가 있다면, 수의사와 보호자분 모두가 걱정을 하게 되지만, 이 환자의 경우 애초에 근위축이 있었던 환자라 재활이 중요하다 판단이 됐고, 보통 FHNO를 한 환자들은 수술 후 2개월이 될 때까지는 점진적으로 보행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술후 6-8개월차까지도 보행은 지속적으로 좋아진다고 하는데, 보통 2개월차 이후부터의 개선은 아주 드라마틱하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보호자분께서 재활을 열심히 시켜주셨고, 수술 후 6주차가 됐을 때의 보행은 아래 영상과 같습니다.
두 다리로 서기도 하고, 별 불편함 없이 다리를 잘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에도 여전히 수술한 다리의 근육량이 적은 편이었지만, 환자가 보행 시에 통증을 느끼거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안심을 해도 되겠다 싶었고, 다음 재진은 수술 후 10주차가 됐을 때 보기로 했습니다. 10주차에 만난 환자는 이전과 다르지 않게 보행을 했습니다. 모습은 아래와 같습니다.
뛰어다닐 때도 다리를 안 딛는 일은 없고, 평상시에도 정상 보행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굳이 방사선 촬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뒷다리 근육도 양쪽이 거의 대칭적으로 만져졌습니다. 근위축이 있었던 다리를 점진적으로 쓰면서 근육량이 양쪽이 비슷해진 거죠.
이렇게 외견상 보행이 멀쩡해진 이후에도 집에서 지속적으로 PROM 재활을 해주시고, 꾸준히 다리를 쓸 수 있게 해주시면 드라마틱하지 않더라도 다리를 더 잘 쓸 수 있게 됩니다. 보통 이렇게 잘 걷게 되면 팔로우업을 잘 안하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종종 수술 후 6개월차까지도 팔로우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보통 다른 일로 병원을 왔다가 ROM(Range of Motion)을 한 번 더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팔로우업합니다).
FHNO 수술을 하는 경우는 이 환자처럼 수복이 까다로운 골절이 있는 경우 외에도 꽤 많습니다. 고관절 이형성(Hip dysplasia)나 LCPD(Legg-Calve-Perthes Disease), SCFE(Slipped Capital Femoral Epiphysis), 고관절 탈구(coxofemoral luxation) 같은 경우들이 대표적이죠. 골관절염이 너무 심해서 파행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통증 자체를 없앤다는 개념으로 FHNO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예후가 꽤 좋은 편이기 때문에 루틴하게 많이 하는 정형외과 수술이기도 합니다.
정형외과 수술 중에서도 예후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후를 좋게 만드는 요인들이 있기는 합니다. 2010년 Veterinary and Comparative Orthopaedics and Traumatology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환자의 체중이 많이 나가는(=25kg 이상의 대형견) 경우, 보호자들의 설문을 기준으로 볼 땐, 기능적인 부분에서 체중에 따른 예후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하지만, 실제 보행 분석(gait analysis)를 보면 25kg 이상의 대형견에서는 체중지지나 보행이 수술을 하지 않은 다리와 차이가 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수술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다리를 불편해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기능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더 오래걸리죠.
그래서 보통 FHNO는 17kg 정도 미만의 강아지(그리고 고양이)에서 추천되는 수술입니다. 그 이상에서도 예후가 좋을 수 있지만, 예후가 안 좋을 가능성도 있고,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Total Hip Replacement를 추천하죠(대퇴골두와 골목을 자르고, 골두 모양의 임플란트를 하는 수술입니다). 한국은 대형견이 거의 없고, 소형견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FHNO를 많이 하는 편이죠.
관절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전혀 단점이 없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보호자분들이 눈치채시긴 어렵지만) 다리 길이가 미세하게 짧아지는 것도 있고, 다리의 가동 범위가 미세하게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 관절을 없애고, 가관절을 만들어서 걷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한 다리의 생체 역학이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문제죠. 실제 이런 것들을 보호자분들이 눈으로 눈치채시기는 어렵지만, 보행 분석을 하면 이런 부분들을 확인하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수술의 목적 자체가 환자가 다리를 쓰고, 아프지 않게 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이런 단점들은 크게 중요하게 와닿지 않는 게 FHNO 수술입니다. 이 케이스의 영상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정말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기 때문이죠. 뼈를 자르고 관절을 없앤다고 하면, 보호자분들께서는 그래도 걸어다니냐고 되물으시지만, 실제 수술 이후에 잘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꽤 신기해하시기도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