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사 입장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내과 질환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 수의사마다 다른 답을 내놓겠지만, 답변 후보 중에 빠지지 않을 질환이 있으니, 바로 케톤산증(DKA)입니다. 케톤산증은 수의사에게 꽤 많은 능력을 요구합니다. 당뇨의 합병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당뇨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산염기 불균형을 이해하는 능력, 수액을 제대로 쓰는 방법, 중환자를 관리해본 경험, 환자에게 식욕부진을 유발한 기저 질환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능력까지 요구하죠. 무엇보다 지속적인 환자 모니터링과 끊임없는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 외에도 상당한 수준의 노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실제 예후를 보면, 관리를 잘 한다 하더라도 10마리 중 3마리는 생존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이죠.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에 내원한 환자는 10살의 중성화한 수컷 푸들로 식욕부진과 기력저하를 주증으로 내원했습니다. 평상시 10kg 정도 나가던 체중이 최근 몇 달 사이에 7.5kg까지 빠졌고, 닭가슴살 같은 맛있는 것만 먹으려고 하고, 사료를 먹지 않아서 아이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환자는 기본적인 MDB(Minimum database)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
ALB |
4 g/dl |
2.3 – 4 |
|
ALKP |
▲ 1,992 U/L |
23 -212 |
|
ALT |
108 U/L |
10 – 125 |
|
BUN |
▲ 38 mg/dl |
7 – 27 |
|
Ca |
▼ 7.7 mg/dl |
7.9 – 12 |
|
CHOL |
222 mg/dl |
110 – 320 |
|
CREA |
1.5 mg/dl |
0.5 – 1.8 |
|
GGT |
4 U/L |
0 – 11 |
|
GLOB |
2.8 g/dl |
2.5 – 4.5 |
|
GLU |
▲ 523 mg/dl |
74 – 143 |
|
PHOS |
2.9 mg/dl |
2.5 – 6.8 |
|
TBIL |
0.6 mg/dl |
0 – 0.9 |
|
TP |
6.8 g/dl |
5.2 – 8.2 |
간수치 중의 하나인 ALKP 수치가 매우 높고, CRE와 BUN 수치가 소폭 증가한 질소혈증이 확인되고, 혈당이 523mg/dL로 상당히 높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혈당이 저 정도로 높게 나오면 일시적인 스트레스성 고혈당 같은 가능성을 고려하기보다는 바로 당뇨라고 진단이 가능합니다. 당뇨인 환자가 밥을 안 먹으면 케톤산증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해야하는데, 그래서 이 환자의 경우, 혈액가스 검사와 소변 검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이 또한 MDB 검사에 포함이 됩니다). 소변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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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
BIL |
neg |
|
BLD |
250 |
|
Clarity |
Sl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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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on |
Cystocentesis |
|
Color |
Straw |
|
GLU |
1,000 |
|
KET |
50 |
|
LEU |
neg |
|
pH |
6.5 |
|
PRO |
100 |
|
SG |
1.022 |
|
UBG |
norm |
혈당이 500을 넘어가니, 요당이 나오는 건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케톤(KET)이 매우 높게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케톤뇨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병 이름이 케톤산증이니, 산증(acidosis)가 있는지는 혈액가스 검사를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환자의 혈액가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
Cl |
▼ 96 mmol/L |
109 -122 |
|
K |
3.5 mmol/L |
3.5 – 5.8 |
|
Na |
▼ 129 mmol/L |
144 – 160 |
|
PCO2 |
▼ 19 mmHg |
32 – 49 |
|
pH |
▼ 7.13 |
7.31 – 7.42 |
|
AnGap |
30 mmol/L |
|
|
HCO3 |
▼ 5.9 mmol/L |
20 – 29 |
|
TCO2 |
▼ 6.5 mmol/L |
21 – 31 |
환자 혈액의 pH 수치는 7.13으로 정상 하한치인 7.31보다 낮은 걸 볼 수 있습니다. 당뇨인 환자가 밥을 안 먹는데, 소변에서 케톤이 나오고, 혈액의 pH가 낮다면, 케톤산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죠. 환자가 중환자로 분류된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케톤산증은 왜 생길까요? 케톤산증이 생기기 위해서는 먼저 인슐린이 부족한 상황(=당뇨)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케톤산증을 당뇨의 합병증이라고 하죠. 인슐린이 부족하면, 혈당이 높아지게 되는데, 혈당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세포 내로 당이 들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당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인데, 세포 내로 당이 들어가지 못하니 세포는 굶주리게 됩니다. 그래서 세포가 대안으로 쓰게 되는 에너지원이 지방입니다. 세포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triglyceride를 분해해서 free fatty acids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케톤체(ketone bodies)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케톤체는 강한 산성을 띄는데, 이게 많아지면 체내에서 pH를 조절하는 능력(buffering)을 넘어서게 되고, 대사성 산증이 유발됩니다.
케톤은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성이 늘어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cortisol이나 epinephrine 같은 것들)이 많아지면, 이 호르몬들이 인슐린의 저항성을 늘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케톤산증은 환자가 당뇨 이외에 다른 병발 질환이 있을 때 나타납니다. 환자가 어딘가 아파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케톤산증이 발생할 수 있죠.
케톤산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늘리는 것이 포인트이기 때문인데, 단순한 소화기 자극(GI upset)이나 감염(방광염 등), 췌장염, 신부전, 쿠싱 같은 병발 질환들이 있죠. 이 중 가장 흔하게 병발하는 질환은 췌장염입니다. 실제 이 환자의 경우 CBC 검사와 초음파 검사, 췌장염 키트(cPL) 검사에서 췌장염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검사 결과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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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검사 결과 |
정상 범위 |
|
HCT |
45.2 % |
37.3 – 61.7 |
|
WBC |
▲ 34.89 K/uL |
5.05 – 16.76 |
|
NEU |
▲ 27.34 K/uL |
2.95 – 11.64 |
|
EOS |
▼ 0.01 K/uL |
0.06 – 1.23 |
|
LYM |
3.08 K/uL |
1.05 – 5.1 |
|
MONO |
▲ 4.4 K/uL |
0.16 – 1.12 |
|
BASO |
0.06 K/uL |
0 – 0.1 |
|
PLT |
346 K/uL |
148 – 484 |
몸에 염증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백혈구(WBC) 수치가 상당히 높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검사 항목 |
검사 결과 |
|
cPL |
abnormal |
췌장염 키트 검사에서는 cPL이 비정상이라고 결과가 나옵니다. 과거에는 아밀라아제(AMYL)와 리파아제(LIPA)를 이용해서 췌장염이 있느냐 아니냐를 보기도 했는데,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의 경우는 거의 가치가 없는 검사에 가까워서 최근에는 췌장염을 확인하고자 할 때, cPL 검사를 좀 더 선호합니다. cPL 검사도 위양성이나 위음성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검사라 췌장염을 진단하고자 할 때는 임상증상과 cPL 키트 검사, 환자의 염증 수치, 영상 검사들을 토대로 종합적인 진단을 하죠. 이 환자의 췌장 초음파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췌장은 십이지장 옆에 붙어있는데, 초음파 사진을 보면, 췌장 자체는 약간 어둡게 확인되고, 췌장 주변의 지방 에코가 올라가서 하얗게 보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췌장염이 정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케톤산증은 병발 질환을 알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내원 시에 영상 검사까지 상당히 많은 검사를 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췌장염 외에도 초음파에서 담낭점액종(간수치인 ALKP 수치를 늘린 주범이죠)이 확인됐습니다. (담낭점액종의 경우, 수술로 해결을 하는데, 이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케톤산증과 췌장염이기 때문에 담낭점액종은 케톤산증 해소된 상태 이후로 치료가 미뤄집니다. 우선순위에서 더 중한 병을 먼저 케어하는거죠.)
보호자분께 아이 상태에 관한 얘기를 말씀드렸고, 입원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솔직고백하자면, 케톤산증은 24시 입원케어가 거의 필수적인 병이라 사실 24시 케어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원을 받는 건 (수의사가 갈려들어가기 때문에) 보호자분께 추천드리지 않습니다만, 이 환자의 경우 보호자분께서 오늘동물병원에서 치료를 원하셨기 때문에 24시 케어를 하지 못했을 때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린 후, 어느 정도 보호자분께서 일정 부분을 감수하시고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장착하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DKA 환자에서 반복적으로 채혈을 해서 혈당 곡선을 그려가며 치료를 했지만, 최근에는 연속혈당측정기라는 신문물(?)이 나와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합니다. 입원 중에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바늘을 찌르지 않아도 되고, 혈당 추세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모두 편해집니다. 비용적인 면에 있어서도 혈당곡선을 그리는 것보다 부담이 덜해지고요.
이렇게 연속혈당측정기를 장착해두고,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인슐린을 주기보다는 탈수를 교정하는 일입니다. DKA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에 하나가 수액을 쓰는 일입니다. 케톤산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수액을 쓰는 일을 흡사 약을 쓰듯이 용량을 매우 정교하게 사용해야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소변량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소변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환자가 소변을 보면 입원장에 넣어준 패드의 무게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소변줄을 달아서 소변을 얼마나 보는지 일정 시간마다 측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소변줄을 이용했습니다.
매 4-6시간 마다 환자의 소변량을 측정해서 4-6시간마다 수액 속도를 바꿔줍니다. In and out fluid therapy라는 방법으로 환자의 몸에 들어가는 수액의 양과 나오는 양을 계산해서 환자가 탈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거죠. 당뇨인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소변을 보기 때문에 대충 이쯤이면 되겠다는 식으로 수액 치료를 하지 않고, 이렇게 정확한 계산을 통해 수액치료를 합니다.
수액만 달아놓는다고 끝나는 건 아닙니다. 수액은 탈수를 교정하면서, 동시에 인슐린도 들어가야 하고, 이 환자의 경우엔 췌장염이 있기 때문에 췌장염을 케어하기 위한 진통 처치도 필요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췌장염 환자에서는 내장 진통을 관리하기 위해서 케타민과 리도카인, 펜타닐을 이용한 진통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환자 몸에 달리는 수액줄들이 꽤 많아지죠.
케톤산증 환자에게 들어가는 인슐린은 보통의 당뇨 환자처럼 하루 2번 주사하는 인슐린이 아니라 속효성 인슐린(Regular insulin)이 들어갑니다. 케톤산증 환자의 혈당을 정상치로 맞추는 인슐린 치료 프로토콜은 꽤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만, 오늘동물병원에서 이번에 선택한 치료 방법은 인슐린 CRI(Constant Rate Infusion)입니다. 수액에 속효성 인슐린을 섞어서 정맥으로 끊임없이 인슐린을 주는 거죠. 이렇게 인슐린을 주면 인슐린 자체가 혈당만 낮추는 게 아니라 인과 칼륨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혈액 검사를 해서 인슐린 때문에 저칼륨혈증이 생기지는 않는지, 혹은 저인혈증이 생기지는 않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저칼륨혈증과 저인혈증은 케톤산증 치료에서 거의 반드시 보게 되는 문제 중에 하나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과 칼륨을 수액에 섞어서 계속해서 보충해줍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케어하다보면 환자는 주렁주렁 정말 많은 것을 달고 있게 됩니다. 사진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치료가 들어간 이후 환자의 수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산증이 해소가 되는가를 봅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1일차 |
입원 2일차 오전 |
입원 2일차 오후 |
입원 3일차 |
정상 범위 |
|
Cl |
▼ 96 mmol/L |
110 |
109 |
115 |
109 -122 |
|
K |
3.5 mmol/L |
▼ 1.8 |
3.9 |
3.6 |
3.5 – 5.8 |
|
Na |
▼ 129 mmol/L |
150 |
144 |
152 |
144 – 160 |
|
PCO2 |
▼ 19 mmHg |
▼ 20 |
▼ 25 |
▼ 22 |
32 – 49 |
|
pH |
▼ 7.13 |
▼ 7.16 |
7.33 |
7.37 |
7.31 – 7.42 |
|
AnGap |
30 mmol/L |
35 |
27 |
28 |
|
|
HCO3 |
▼ 5.9 mmol/L |
▼ 6.7 |
▼ 11.9 |
▼ 11.8 |
20 – 29 |
|
TCO2 |
▼ 6.5 mmol/L |
▼ 7.3 |
▼ 12.6 |
▼ 12.5 |
21 – 31 |
환자의 pH는 치료가 진행되고 나서 점차 개선되는 걸 볼 수 있고, 인슐린 치료가 시작된 이후 입원 2일차 오전에는 인슐린 때문에 저칼륨혈증이 생겨서 칼륨 수치가 1.8까지 떨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떨어진 게 확인되면 수액으로 칼륨을 보충해주죠. 칼륨이 보충된 이후에는 다시 정상 칼륨 수치로 회복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생화학 검사 수치는 어떨까요? 매번 모든 검사를 다 하는 건 아니고, DKA에서 치료에 따라 문제가 될 소인이 있는 수치만 반복해서 검사를 합니다. 인 수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1일차 |
입원 2일차 오전 |
입원 2일차 오후 |
입원 3일차 |
입원 4일차 |
정상 범위 |
|
PHOS |
2.9 mg/dl |
▼ 2 |
▼ 2.4 |
▼ 2.2 |
2.9 |
2.5 – 6.8 |
환자의 혈당 변화에 따라서 인슐린 용량을 수시로 조절하게 되는데, 인을 수액으로 보충해줘도 인슐린 용량이 늘어난다든가 하면 인 수치가 다시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DKA는 그래서 입원 중에 혈액 검사도 자주 하게 되고, 수시로 수의사가 환자의 변해가는 상태에 맞춰서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인을 보충해주기 위해 수액에 섞어주는 포스텐(인산이수소칼륨)은 인만 보충해주는 게 아니라 칼륨도 보충해주기 때문에 저칼륨혈증을 보충해주기 위해 수액에 섞어주는 KCl(염화칼륨)과 함께 들어갈 때 엄밀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환자에게 들어가는 총 칼륨의 양과 인의 양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계산해서 수액에 섞어줘야 하죠. 인이나 칼륨 수치가 너무 많이 올라갔다 싶으면 들어가는 수액의 속도를 줄이기도 하지만, 새로 계산해서 수액을 바꿔 달아주기도 합니다. (이게 DKA가 수의사를 갈아넣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당뇨에 의한 합병증이니만큼 혈당을 보면서 인슐린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서 얘기했던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해서 혈당 모니터링을 하면서, 혈당이 너무 높으면 인슐린 양을 늘리고, 혈당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저혈당이 생기지 않게 포도당이 들어간 수액을 달아서 환자가 정상혈당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들어가는 수액을 나열해보면, 1) 인슐린 탄 수액, 2) 인이랑 칼륨 보충해주는 수액, 3) 탈수 교정을 위한 수액, 4) 진통제가 들어간 수액, 5) 포도당 수액이 있습니다. 인슐린이 들어간 수액은 환자의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속도를 지속적으로 바꿔줘야 하고, 인슐린의 속도와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에 따라서 인이랑 칼륨이 들어간 수액도 속도를 지속적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탈수 교정과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는 수액은 환자의 소변량을 모니터링하면서 계속 속도를 바꿔줘야 하고, 포도당이 들어간 수액도 환자의 혈당에 따라 들어갔다 안 들어갔다를 반복합니다. 여기에 함께 섞으면 안되는 수액이 겹치면 더 골치가 아파집니다. 인슐린 들어간 수액은 당수액과 섞이면 안되기 때문에 따로 달아놔야 하고, 인이나 칼륨은 탈수 교정을 할 때 사용하는 수액(하트만이나 플라즈마라이트)과 섞이면 안되기 때문에 다른 라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니 환자의 팔에 라인도 최소 2개가 필요하고, 정맥 라인 하나에 여러가지 다른 수액줄이 (서로 섞이면 안되는 것들을 고려해서) 연결되어야 하죠.
이 환자의 경우는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더 있었는데, 위장관 출혈이 있었습니다. 입원 둘째날 아주 새까만 변을 봤는데, 새까만 흑변은 보통 상부 소화기의 출혈 때문이라고 봅니다. 실제 이 환자의 CBC 검사 결과를 보면 수액이 들어가고, 위장관 출혈이 진행되면서 빈혈이 나타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1일차 |
입원 2일차 |
입원 3일차 |
입원 4일차 |
정상 범위 |
|
HCT |
45.2 % |
▼ 35.8 |
▼ 28.2 |
▼ 23.6 |
37.3 – 61.7 |
|
WBC |
▲ 34.89 K/uL |
▲ 30.46 |
▲ 19.14 |
10.14 |
5.05 – 16.76 |
|
NEU |
▲ 27.34 K/uL |
▲ 21.17 |
10.39 |
1.78 |
2.95 – 11.64 |
|
EOS |
▼ 0.01 K/uL |
▼ 0.01 |
▼ 0.02 |
0.06 |
0.06 – 1.23 |
|
LYM |
3.08 K/uL |
4.14 |
3.74 |
3.02 |
1.05 – 5.1 |
|
MONO |
▲ 4.4 K/uL |
▲ 5.13 |
▲ 4.99 |
▲ 5.28 |
0.16 – 1.12 |
|
BASO |
0.06 K/uL |
0.01 |
0 |
0 |
0 – 0.1 |
|
PLT |
346 K/uL |
242 |
215 |
170 |
148 – 484 |
보통 DKA로 빈혈까지 나타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보니, 이 환자의 경우 임상증상을 토대로 출혈의 가능성을 높게 봤고, 실제 출혈의 가능성을 볼 때 함께 확인하게 되는 총단백질(Total protein) 수치를 보면, 이 환자가 출혈로 인해 빈혈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1일차 |
입원 4일차 |
정상 범위 |
|
TP |
6.8 g/dl |
▼ 5.1 |
5.2 – 8.2 |
중환자의 위장관 출혈을 컨트롤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이 환자에게 적용한 방법은 2019년 JVIM(미구수의내과학저널)에 올라온 파모티딘 CRI입니다. 보통의 경우, 에스오메프라졸이나 판토프라졸 같은 주사제를 씁니다만, 라인이 워낙 여러개가 들어가고, 들어가는 약이 많아서 다른 약과 상호작용이 잦은(라인에서 약이 뿌옇게 변해버립니다) 주사제를 쓰기보다는 파모티딘을 이용해서 처치를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썼습니다.
판토프라졸이나 에스오메프라졸 같은 경우, 약이 복잡해지면 함께 주사할 때 고려해야하는 점이 많아져 주사 처치가 덩달아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자주 쓰는 건 외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매번 해당 약이나 수액이 같이 섞여도 별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입원 환자 관리를 위해 어떤 약이 섞여도 되고, 어떤 약이 섞이면 안되는지 표를 만들어두고, 매번 확인을 합니다.
파모티딘은 상대적으로 다른 약과 섞이는 부분에 있어 자유롭죠. 판토프라졸 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약이랑 함께 섞이면 안되고요.
어쨌든 이렇게 위장관 출혈에 대한 치료를 시작한 이후 환자의 빈혈 수치는 하락을 멈췄습니다. 이 때 같이 보게 되는 것이 혈액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한 세망적혈구(Reticulocyte)의 수인데, 보통 출혈로 인해 빈혈이 나타나고 4-5일이 지나야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4일차 |
입원 6일차 |
입원 7일차 |
입원 8일차 |
입원 9일차 |
정상 범위 |
|
HCT |
▼ 23.6 % |
▼ 22.1 |
▼ 23.8 |
▼ 25.7 |
▼ 24 |
37.3 – 61.7 |
|
RETIC |
▼ 5.3 K/uL |
14 |
21.3 |
78.5 |
▲ 132.4 |
0 – 110 |
실제로 이 환자의 경우, 조금씩 RETIC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입원 9일차가 되어서는 췌장염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조금씩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완전한 재생 반응(=RETIC 수치가 정상 범위 이상이 나옵니다)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입원 2일차 오후에 이미 산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 확인되지만, 입원 4일차 때는 소변 검사에서도 케톤이 확인되지 않아, 케톤산증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걸 알 수 있었죠.
환자는 케톤산증과는 별개로 위장관 출혈과 췌장염에 대한 케어 때문에 실제로 9일차가 되어서야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췌장염과 당뇨가 겹치면 저지방식이를 해야 하는 췌장염과 저탄수화물 식이가 추천되는 당뇨가 양립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저지방식이를 우선합니다. 당뇨에서 저탄수화물 식이는 당 관리를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수준이지만, 췌장염에서 저지방식이는 췌장염을 낫게 해주냐 아니냐를 결정하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췌장염에 있습니다. 췌장염은 보통 처방식으로 나오는 로우팻을 먹이게 되는데, 로우팻의 경우 지방 함량이 적으니 탄수화물 양을 늘려서 열량을 맞추게 됩니다. 그래서 당뇨환자에게 로우팻을 먹이면 식후 고혈당이 빠르게 나타나서 당 관리가 까다로워집니다. 다행히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하면 환자의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인슐린 용량을 융통성있게 조절해가며 대응이 가능합니다. 향후 췌장염이 다 나은 이후라면 식이 변경이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임기응변으로 대응이 가능한거죠.
모든 수치가 정상화된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자발 식욕을 어느정도 찾고 통원 관리가 가능하겠다 싶은 상황이 됐을 때, 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장착한 채로 퇴원했습니다. 인슐린도 속효성 인슐린을 수액으로 달아놓는 대신 통상적인 당뇨 환자가 그렇듯, 하루 두 번 주사를 하는 인슐린을 처방받았고요.
케톤산증은 입원 환자 관리에 있어서, 의료진의 노동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내과 질환 중 하나입니다. 앞서 말했듯, 수의사들끼리는 수의사 하나가 갈려들어간다고 하죠(개인적으로는 내과 지식과 중환자 관리 지식을 총동원해야하니 재밌어라 하지만, 갈려들어갈 땐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후회하게 되는 병 중 하나입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병인만큼, 가능하다면 예방이 최선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케톤산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당뇨를 관리 중이라면, 그게 강아지든 고양이든 밥을 안 먹는 것을 민감하게 볼 수 있어야 하고, 공복 상태라도 환자의 혈당을 감안하고 인슐린을 절반 정도는 주사할 수 있어야 하죠. 최근들어서는 연속혈당측정기 덕분에 당뇨는 관리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 병이 됐지만, 케톤산증이 터져서 병원에 중환자로 입원하게 되면 그 때는 의료비도 어마어마하게 나옵니다(내과 질환 중에서는 하루 입원비가 거의 제일 많이 나오는 병 중 하나이고, 어지간한 수술비보다 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병입니다.) 수의사 입장에서나 보호자분 입장에서나 가능하면 보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병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