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쯤 오늘동물병원에서 당뇨를 이렇게 관리한다면서 이런저런 자랑을 블로그에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당뇨 환자가 없었던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게으름 때문에) 이제서야 실제 케이스로 오늘동물병원에서는 당뇨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소개해볼까 합니다. 당뇨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접근법이 조금 다릅니다. 둘 다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건 동일하지만, 고양이의 경우 관해(remission)라는 개념이 있어서, 정상혈당에 가깝게 혈당이 잘 유지되면 당뇨가 사라지곤 합니다. 반면 강아지는 관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극히 드물기 때문에 고양이랑은 관리가 조금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강아지 당뇨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환자는 13살의 스피츠,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으로 안과 진료 때문에 내원하셨습니다. 며칠 정도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여행을 다녀오니 눈이 뿌옇던 게 심해졌고, 여행 전에는 안 그랬던 게 여행 후에는 아이가 앞을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병원을 찾으셨습니다. 백내장이 온 것 같다고요. 백내장이 있는 것 같다고 느끼신 건 한 2달 정도 됐고, 3달 전쯤에 다른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눈이나 다른 건강 상의 이상에 대해서는 얘기 들으신 게 따로 없었습니다.
환자는 양쪽 눈 모두 백내장(수정체가 하얗게 변성되는 병을 백내장이라고 합니다)이 확인됐고, 성숙 백내장(=수정체가 거의 전부 하얗게 변한 상태)으로 성숙 백내장에서는 빛이 수정체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보호자분의 말씀과 아이의 상태가 일치했습니다. 환자의 나이가 13살이니 노령성 백내장이 있을 법한 나이였지만, 히스토리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노령성 백내장은 보통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보호자분이 여행을 다녀온 며칠 사이, 조금 길게 본다 하더라도 2달 사이에 급격하게 백내장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보통 당뇨로 인한 백내장이 이런 특징을 갖기 때문에, 보호자분께 아이가 물을 얼마나 마시는지 여쭤봤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최근 들어서 물 먹는 양이 많이 늘었다고 하셨고요.
당뇨가 있는 강아지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백내장이 발생합니다. 오큐글로 같은 보조제들이 당뇨가 있는 강아지에서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백내장을 안 생기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백내장보다 당뇨가 먼저 확인된 강아지 환자들에게는 오큐글로 같은 보조제를 추천드립니다) 당뇨 때문에 혈당이 높아지게 되면, 넘치는 당이 효소(aldose reductase)에 의해서 소르비톨(sorbitol)로 바뀌게 되는데, 소르비톨은 삼투압을 높이는 역할을 해서 수정체 안쪽으로 물을 끌어당깁니다. 그러면서 수정체 내의 정상적인 구조가 파괴되면, 백내장으로 진행되죠. 고양이는 백내장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aldose reductase)가 상대적으로 개보다 적어서 당뇨가 백내장을 유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만, 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이 환자는 백내장으로 인한 급성의 시력 소실과 물을 마시고 오줌을 많이 싼다는 히스토리를 토대로 혈당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간이혈당계로 측정한 혈당은 549mg/dl로 정상 혈당을 훌쩍 넘는 수치가 확인됐습니다.
저 정도 혈당이 높으면 당뇨라고 생각할 수 있죠. 혈당이 높다는 게 확인된 이후, 앞으로 당뇨 관리를 진행할 것을 고려해 병발한 다른 질환(특히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질환)이 있지는 않은지, MDB 검사(Minimum Database)를 진행했고,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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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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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 |
3.2 g/dl |
2.2 –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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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KP |
102 U/L |
23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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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
55 U/L |
10 –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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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19 mg/dl |
7 –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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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
8.6 mg/dl |
7.9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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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L |
270 mg/dl |
110 – 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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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
1 mg/dl |
0.5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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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T |
1 U/L |
0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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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 |
3.1 g/dl |
2.5 –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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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 |
▲ 519 mg/dl |
74 – 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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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3.7 mg/dl |
2.5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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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IL |
0.3 mg/dl |
0 –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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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 |
6.3 g/dl |
5.2 –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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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
▼ 136 mmol/L |
144 –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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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4.2 mmol/L |
3.5 – 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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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
▼ 97 mmol/L |
109 –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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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MA |
6 ug/dL |
0 – 14 |
생화학 검사 장비에서 혈당이 높은 게 다시 한 번 확인되고, 나트륨 수치가 조금 낮은 게 확인됩니다. 나트륨 수치가 낮은 건 혈당이 높기 때문인데, 당뇨 환자에서 혈당이 매우 높은 경우, 당 자체가 삼투압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나트륨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걸 가성 저나트륨혈증(pseudohyponatremia)라고 하는데, 당뇨 때문이니까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죠.
당뇨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소변 검사입니다. 당”뇨”란 말 그대로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병을 얘기하는 거니까, 소변 검사가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환자의 소변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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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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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 |
ne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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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D |
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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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ity |
Sl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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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on |
Cystocente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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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
Stra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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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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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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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U |
ne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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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 |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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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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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
1.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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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G |
norm |
예상했던 것처럼 요당(GLU)이 나오는게 확인되고, 케톤(KET)까지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당이 검출되는 건 혈당이 높으니 당연한 일인데, 케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당뇨 환자가 소변에서 케톤이 검출되는 건 아닌데, 이 환자의 경우 케톤이 검출이 됩니다. 소변에서 케톤이 검출된다는 건 케톤산증(DKA, Diabetic Ketoacidosis)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긴데, 케톤산증은 당뇨 환자에서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체내에서 인슐린이 부족한데, 밥을 먹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나타나는 합병증이 케톤산증입니다. 보통 입원과 중환자 관리가 필요한 병인데, 이 환자의 경우는 백내장과 다음/다뇨/다식을 제외하면 밥을 안 먹는 문제는 없었고, 이런 경우는 healthy DKA라고 해서 따로 입원 치료 없이 통원으로 관리가 가능합니다.
환자는 당뇨와 당뇨로 발생한 백내장을 관리하기로 했고, 내원 첫 날 인슐린과 안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백내장의 경우, 수술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인데,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 가능한 당 관리가 어느 정도 되는 상태로 수술을 하는 게 추천이 되고, 그 때까지 수정체에 의한 포도막염(Lens-induced uveitis)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염안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인슐린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강아지에서 어떤 인슐린이 가장 좋은가에 대해 근거는 없습니다. 수의사의 선호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인슐린은 NPH(휴물린N)와 캐니슐린입니다. 그 외 글라진(란투스)을 쓰는 수의사도 있고, 레버미어, 트레시바나 투제오 같은 인슐린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NPH(휴물린N)을 처방받았습니다. 캐니슐린이 유일한 동물용 인슐린이기 때문에 캐니슐린을 쓰는 것도 괜찮지만, 수급이 불안정했던 적이 있어서, 제 경우에는 NPH 처방을 더 선호합니다. 캐니슐린의 장점은 0.5U 단위로 조절이 가능한 펜타입 인슐린이 있어서 용량 조절이 좀 더 수월하다는 건데, 약을 구할 수 없으면 다른 인슐린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인슐린 주사와 안약 외에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중성화 수술입니다. 강아지의 당뇨는 대부분 1형 당뇨(인슐린의 분비가 부족한 당뇨)이기 때문에 관해(remission)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만, 예외가 있다면 심한 췌장염이 있거나, 중성화를 하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췌장염이 회복되면 강아지여도 당뇨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고, 당뇨가 확인되자마자 빠르게 중성화를 하면 역시나 당뇨가 사라지는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 환자는 중성화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 강아지들은 diestrus-induced diabetes mellitus(발정휴지기로 인해 유발된 당뇨)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강아지를 최대한 빨리 중성화를 하면 당뇨를 없앨 수 있는 거죠. 중성화 이후에 당뇨가 없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 관리를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중성화 수술이 추천됩니다. 당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빠르게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이 술후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이 경우에는 베네핏이 리스크를 압도하기 때문에 당 관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능한 빨리 중성화를 진행합니다.
환자는 3일후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고, 중성화 수술과 함께 연속혈당측정기(CGMS,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System)을 장착했습니다. CGMS 장착의 이유는 2가지인데, 하나는 중성화 이후에 관해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술후 합병증(당뇨의 경우 수술 부위 감염 리스크가 올라갑니다)을 줄이기 위해 당 관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에는 당뇨 관리를 위해서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두고, 하루 종일 혈당 곡선을 그렸습니다. 1-2시간에 한번씩 채혈을 해서 혈당을 측정하고, 측정한 혈당들을 토대로 환자의 하루 혈당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해보는 거죠. 이렇게 그린 혈당 곡선을 토대로 인슐린 용량을 조절해서 환자에게 적합한 인슐린 용량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단점이 있는데, 먼저 혈당 곡선의 재현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고, 반복적인 채혈을 해야한다는 점, 모니터링 가능한 기간이 12-24시간 정도로 짧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환자의 혈당 추이를 모니터링하고자 할 때는 혈당 곡선을 그리기보다는 CGMS를 장착해서 집에서 혈당이 모니터링되도록 합니다.
CGMS의 장점은 일회 장착으로 최대 14일까지 연속적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래서 좀 더 빠르게 인슐린 용량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옛날에는 혈당 곡선을 그리고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고, 용량 조절 이후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가 다시 한 번 혈당 곡선을 그리는 과정을 반복했는데, 이제는 한 번 CGMS를 장착해두고 용량 조절 이후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빠르게 인슐린 용량을 정할 수 있게 된 거죠. 반복적으로 피를 뽑지 않아도 되니 강아지 고양이를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장점입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다소 전문적인 얘기지만, CGMS는 혈액의 당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간질액의 당을 측정하는 거라서 혈당과 일대일 비교를 하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보통 간질액의 당 수치는 혈당보다 조금 느리게 변합니다. 시간차가 있는거죠) 하지만 CGMS의 장착 이유가 혈당이 변화하는 경향성을 보려는 것이고, 임상적인 결정(=인슐린 용량 조절)을 할 때는 경향성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CGMS가 간이 혈당계를 이용한 혈당 곡선에 비해 더 각광을 받습니다. 실제 이렇게 CGMS를 장착하면 집에서 보호자분이 센서 태깅만 잘해주시면 병원에서 원격으로 환자의 혈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는 NPH의 초기 용량인 0.5U/kg으로 총 2.5U의 휴물린N을 아침 저녁 하루 2번씩 주기로 했습니다. 강아지 당뇨 관리의 목적은 크게 4가지입니다.
1. 저혈당을 피할 것
2. 케톤산증(DKA)을 피할 것
3. 살이 너무 빠지는 것을 막을 것.
4. 다음/다뇨를 보호자분이 견딜만한 수준까지 줄일 것.
강아지 당뇨 관리에서 정상혈당(euglycemia)는 목표가 아닙니다. 고양이에서는 당뇨 관리 초반에 관해(remission)을 노리기 위해서 정상혈당까지 당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지만, 강아지는 관해가 되는 케이스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정상 혈당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CGMS를 장착하면 보호자분들께서 직접 당 수치를 모니터링하시기 때문에 혈당이 높으면 정상 혈당에 맞추고자 인슐린 용량을 임의로 조절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에서는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말씀드리고, 결코 임의로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당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예후를 보인다는 에비던스는 없습니다. 당뇨를 관리한다는 것은 삶의 질을 관리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강아지 당뇨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절대 정상 혈당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진 후, 수술 당일부터 2.5유닛이 주사됐을 때의 혈당 곡선은 다음과 같습니다(병원에서 모니터링한 자료입니다).
전반적으로 초기 인슐린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으나, 인슐린이 주사된 이후 저혈당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일한 패턴으로 생활을 했음에도 23일과 24일의 혈당 곡선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게 혈당 곡선의 문제입니다. 재현성이 굉장히 떨어지죠.) 강아지 당뇨 관리의 첫번째 목표가 저혈당을 피하는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인슐린 용량을 감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혈당 곡선에서 고혈당인 상태가 꽤 오래 유지가 되어도 그렇습니다) 보호자분께 전화로 연락을 드려서 인슐린 용량을 조금 줄이고, 다시 모니터링을 해봤습니다.
감량 후 첫 이틀은 나쁘지 않은 혈당 곡선을 보여줬습니다만, 며칠 후에 다시 저혈당이 나타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혈당이 나타났을 때의 혈당 곡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인슐린 용량을 감량했고, 이후 환자는 저혈당 이벤트 없이 적당한 수준에서 당의 유지가 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중성화 수술 부위 확인을 위해서 병원에 다시 오셨을 때, 환자의 다음/다뇨 증상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고, 체중도 첫 내원 당시 4.7kg이었던 게 5.15kg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중성화 수술 부위도 별다른 문제없이 깨끗하게 잘 아물었고요) CGMS 대신 간이 혈당계로 혈당 곡선을 그렸다면, 이렇게 단기간 내에 인슐린 용량을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CGMS를 장착해보면 혈당 곡선이 교과서처럼 이쁘게 그려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밥 먹고 나면 혈당이 올라가고, 인슐린이 주사되면 당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하고, 바닥점(nadir)를 찍고 나면 다시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혈당이 뒤죽박죽으로 나타납니다. 혈당 곡선의 이런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혈당 곡선을 가급적 적게 그리고, 환자의 임상 증상을 토대로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수의사마다 당뇨 관리가 달라지는 건 그래서입니다). 인슐린을 줬는데, 환자가 여전히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많이 싸고, 체중이 빠진다면 인슐린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혈당 곡선 없이 인슐린을 증량해버리는 식이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임상증상이 컨트롤된다 싶으면 저혈당 같은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 때서야 혈당 곡선을 한 번씩 보는 거고요.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도 당뇨를 관리할 때는 이쁜 교과서같은 혈당 곡선을 그리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거기에 목표를 두면, 수의사와 보호자분 모두가 피곤해집니다), 환자의 삶의 질이 얼마나 나아졌느나, 문제가 됐던 당뇨의 임상 증상은 얼마나 컨트롤 됐느냐에 목표를 둡니다. CGMS는 저혈당이 나타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용도에 조금 더 가깝고요.
중성화 이후에도 관해가 이루어지지는 않아서 이 환자의 경우, 앞으로 평생 인슐린 주사가 필요합니다. 정기적으로 3-6개월 정도의 텀을 두고 당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도 확인을 해야하고요(이 때는 CGMS를 다시 장착할 수도 있고, 프룩토사민 같은 혈액 검사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는 숲을 보고 치료해야하는 병인데, 혈당 수치에 집착하게 되면 숲을 보지 못하고 애꿎은 나무만 탓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는 이미 꽤 괜찮은 삶의 질을 달성했는데, 고혈당이 나온다는 점에 보호자분이 집착하면 오히려 환자를 저혈당이라는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병원에서 당뇨 관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보호자분께 명확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필요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