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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쿠싱 증후군 상담(타 병원의 오진)

예전에도 비슷한 케이스를 올렸던 적이 있지만, 이미 어떤 질병으로 관리를 받고 있다가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에서는 이전 병원의 진단이 확실치 않거나, 잘못된 경우들이 있습니다. 신부전처럼 다소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한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는데, 보통 강아지의 호르몬 질환(쿠싱 증후군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명확하게 구분이 어려운 질환에 속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환자는 이미 타원에서 쿠싱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고, 쿠싱약(트릴로스탄)을 먹고 있던 환자입니다.

환자는 10살의 포메라니안 중성화한 암컷으로 독특한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절 문제 때문에 병원에서 슬개골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길 들으셨고, 슬개골 수술을 했는데, 수술이 끝나고 재활을 하는 도중에 췌장염이 터져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합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쿠싱 증후군을 확인하는 검사인 ACTH 자극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를 통해 쿠싱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환자는 그 이후로 쿠싱약을 아침저녁으로 계속 먹고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다니던 병원이 거리가 있어 오늘동물병원을 찾으셨고, 가능하면 병원을 옮겨서 약을 받아가고자 하셨습니다. 환자는 귀여운 포메라니안이었는데, 착하지만 병원에서는 겁을 많이 먹는 아이였습니다.

이전 처방 내역을 토대로 동일하게 약을 지어드리는 것도 방법이었겠으나, 문진 중에 다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쿠싱 증후군은 다른 말로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라고도 하며, 부신에서 코티솔이라고 하는 내인성 스테로이드를 과하게 만들어내는 병을 얘기합니다. 쿠싱을 앓는 환자들은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많이 싸는 증상(Polydipsia/Polyuria)을 보이고, 배가 나와 있거나(Pot-belly), 근육량이 줄고, 헥헥대는(panting)을 증상을 보입니다. 식탐이 많아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쿠싱약을 먹이고 있었기 때문에 보호자분께서는 쿠싱이 어떤 병인지 잘 알고 있으셨으나, 이상했던 점은 진단이 나기 전과 후 모두, 환자에게서 쿠싱과 관련된 증상을 보호자분께서 보신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쿠싱을 확인하는 진단 검사인 ACTH 자극 검사에서 쿠싱 양성인 것으로 확인이 됐으니, 쿠싱이 맞지 않겠느냐고 볼 수도 있지만, 강아지의 호르몬 질환은 그렇게 쉽게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쿠싱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만도 ACTH 자극 검사 외에 UCCR(Urine cortisol creatinine ratio), LDDST(Low dose dexamethansone suppression test) 같은 스크리닝 검사와 HDDST(High-dose dexamethasone suppression test), Endogeneous ACTH 같은 감별 검사(differential test)가 있습니다. 호르몬 질환을 진단할 때는 이런 개별적인 검사의 특징과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여러가지 쿠싱 검사들 중에 국내에서 많이 하는 검사는 ACTH 자극 검사와 LDDST 검사가 있습니다. ACTH 자극 검사는 시낙텐이라고 하는 합성 ACTH를 주사해서 1시간이 지난 후 코티솔 농도의 변화를 확인하는 검사고, LDDST 검사는 덱사메타손이라고 하는 스테로이드를 주사해서 주사 후 4시간째와 8시간째의 코티솔 농도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ACTH 자극 검사는 1시간이면 검사를 끝낼 수 있고, LDDST는 총 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간편하다는 이유로 ACTH 자극 검사가 좀 더 빈번하게 이루어지곤 하지만, 둘 중에 쿠싱을 진단할 때 조금 더 추천되는 검사는 LDDST 검사입니다.

ACTH 자극 검사는 LDDST 검사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져서 위음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ACTH 자극 검사에서 쿠싱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쿠싱이 아니라고 배제하고 가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면 특이도는 높아서 위양성이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ACTH 자극 검사에서 쿠싱이라고 확인이 되면 정말 쿠싱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됩니다. 쿠싱인지 아닌지 스크리닝을 할 때는 LDDST 검사가 더 추천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ACTH 자극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위양성일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쿠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상 증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혹시 가능성은 낮지만, 이것조차도 위양성은 아닐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전문의들은 ACTH 자극 검사에서 오류가 날 수 있는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습니다.

1. 사람이나 장비의 오류: 말 그대로 시낙텐 주사가 잘 안됐거나, 검사 장비의 오류, 검체가 다른 환자의 것과 혼동되는 경우를 얘기합니다.

2. ACTH 자극 검사 전에 스테로이드 복용: PDS나 MPSS, 하이드로코티손 같은 스테로이드제가 12-24시간 전에 투약됐다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3.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복용: 외용제로 쓰는 안약이나 피부 연고에 포함된 스테로이드조차 ACTH 자극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4. 만성적인 스트레스: 쿠싱 이외의 다른 병 때문에 환자가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경우입니다.

5. 항견련제 복용: 페노바비탈 같은 항경련제를 복용한 경우입니다.

6. 원내 코티솔 검사: 외부 레퍼런스 실험실이 아닌 원내 혈액 검사 장비를 이용한 코티솔 검사의 경우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7. 중환자: 중환자는 질병으로 인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ACTH 자극 검사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환자가 이전 병원에서 ACTH 자극 검사를 했을 때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결과

Pre-cortisol

2.8 ug/dL

Post-cortisol

25 ug/dL

Post-cortisol 수치가 22 ug/dL를 넘으면 쿠싱이라고 보기 때문에 결과만 놓고 보면 쿠싱입니다. 하지만 환자가 췌장염 때문에 병원에서 입원 중이었던 스트레스 상황이었다는 점, 원내 혈액 검사 장비를 이용한 검사였다는 점, 임상증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보호자분과 상의 후 LDDST 검사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LDDST 검사를 할 때 필요한 총 3번의 채혈 타이밍에 보호자분이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시기로 했습니다. (보통 하루 정도 주간 입원을 하고 검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환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채혈을 할 때가 아니면 집에 데리고 가는 식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LDDST 검사 당시 환자는 식욕이나 컨디션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고, 원내 검사의 오차 가능성을 고려해서 검사는 IDEXX 랩으로 의뢰되었습니다. 이전에 복용 중이었던 쿠싱약(트릴로스탄)은 4주 정도를 휴약하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LDDST 검사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판독은 어렵지 않습니다. 8시간 째의 코티솔 농도를 보고 8시간 째 코티솔 농도가 낮게 나오면(=억압이 되어 있으면), 쿠싱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이 환자의 8시간째 코티솔 농도는 0.2ug/dL로 보통 쿠싱이라고 판단하는 기준 수치인 1.5ug/dL보다 낮게 나옵니다. 그럼 4시간째의 수치는 큰 의미가 없고, 그냥 쿠싱이 아니라고 진단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LDDST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ACTH 자극 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왔으니, 아직 쿠싱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판단이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가 임상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가 임상 증상이 있었다면, 시간을 두고 재검사를 해서 좀 더 엄밀하게 확인을 해볼 수도 있지만, 임상 증상이 없는 경우엔 설사 정말로 쿠싱 증후군이라 하더라도 약을 먹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환자는 임상 증상도 없었고, 좀 더 엄밀하게 시행한 LDDST 검사에서 음성이 떴으니, ACTH 자극 검사가 위양성이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원내 검사 장비가 때로는 잘못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는 2018년 JAVMA(Journal of American Veterinay Medical Association)에 나옵니다. 검사 방식의 차이 때문에 원내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레퍼런스 랩의 검사 결과와 다를 수 있고, 이게 진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환자는 덕분에 불필요한 약을 먹지 않아도 됐고, 보호자분도 불필요하게 병원비를 쓸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쿠싱을 치료하는 트릴로스탄이라는 약은 상당히 고가의 약물이고, 약값과 정기적인 모니터링 비용 같은 것을 고려하면, 쿠싱은 상당히 병원비가 많이 나오는 병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불필요하게 트릴로스탄을 지속적으로 먹게 되는 경우, 트릴로스탄 자체가 부작용이 없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인도 있습니다. (다행히 이 경우는 트릴로스탄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었던 케이스였습니다)

병원에 다시 올 일이 없어졌지만, 보호자분께서 얼마 전 오늘동물병원을 찾아 감사하다고 하시며 맛있는 쿠키를 선물로 주고 가셨습니다. 병원의 의료진들도 이런 케이스를 볼 때면 뿌듯하기도 하고,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마 그래서 보호자분이 주신 쿠키가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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