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담도계는 강아지든 고양이든 (특히 강아지에서) 재밌는 점이 있습니다. 보통 진단과 치료에서 걸림돌이 되는 게 병원의 실력이나 장비가 아니라 보호자분의 의지라는 거죠. 상당수의 보호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수 있겠지만, 간담도계 질환에서 진단이 명확하게 나지 않는다거나, 무언가 명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그건 보통 수의사가 아니라 보호자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간담도계의 질환이 대부분은 기승전”생검”으로 간 생검 없이 진단이 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보호자분들이 간 생검을 하지 않는 이유는 보통은 검사 비용의 문제이거나, 혹은 (비용보다는) 마취와 침습적인 검사의 문제 때문입니다. 간 생검을 하려면 개복을 한다든가, 아주 굵은 바늘이 들어간다든가… 어쨌든 무언가 날카로운 게 복벽을 뚫고 들어가야 하죠. 치료도 아니고 진단을 위해서 전신 마취를 하고, 강아지 고양이의 몸에 칼(이나 굵은 바늘)을 대야 한다면, 어떻게든 마취와 침습적인 진단 검사를 피하는 쪽을 선택하게 되는 게 보통의 보호자분 선택이고, 간담도계 질환은 그런 선택을 하면 보통은 진단과 치료가 모두 미궁에 빠집니다.
모든 간담도계 질환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의 간담도계 질환에서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건, 간이 안 좋아 보인다 정도 뿐입니다(혹은 뭔지 모르지만 간에 문제가 있다 정도까지를 알게 되죠). 그럼 최종적인 확정 진단을 위해서 간 생검을 하고, 생검 결과(=조직 검사 결과)에 맞춰서 적합한 치료를 해야하는데, 보통은 간 생검을 생략하게 되니, 질환에 알맞은 치료를 하지 못하고, 그냥 간 보조제(=SAMe, 실리마린, 우루사)를 먹이면서 간 수치만 모니터링하는 늪에 빠지죠.
SAMe(=새밀린, 젠토닐, 사메탑, 데나마린 같은 보조제들), 실리마린, UDCA(=우루사)가 실제 간에 도움이 되는 약(이면서 보조제)인 건 맞지만, 이 약들만으로 간 질환이 해결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 약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만 할뿐 간질환에서 주인공은 될 수 없는 약들입니다. 생검을 하지 않은 간 질환이란, 진단이 뭔지도 모른 채 그냥 이런 약이나 보조제만 먹이면서 간수치가 조금 좋아지면 기뻐하고, 나빠지면 슬퍼하게 되는 일희일비와 동의어에 가깝습니다.
이번 케이스는 그런 간질환에 대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케이스 소개 이전에, 간 질환의 일반론(?)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한 건, 이번에 만난 보호자분이 일반적인 보호자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난 보호자분은 (한 다리 건넌 보호자이긴 하지만) 수의사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진료실에서 만나는 보호자분과는 달리, 아무래도 수의사다보니 마취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었고, 어떤 진단 검사를 진료의가 권할 때 진단 검사의 리스크/베네핏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호자분이였죠. (환자를 데리고 오신 분은 따로 있었는데, 실제 보호자분의 조카분이 개원을 앞둔 수의사였습니다.)
그러니까 (약간 과장 보태면) 이 포스팅은 마취를 겁내지 않는 보호자의 빠른 의사 결정이 간담도계 질환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환자는 14살의 미니어쳐 슈나우저로 구토와 기력 저하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전날 저녁까지 간식은 조금 받아먹었던 정도로 식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게 3-4일 정도 됐다는 보호자분의 얘기가 있었습니다. 약하지만 그래도 자발 식욕이 있다고 하셔서 (대증처치만 하고 보낼까 잠깐 고민했지만) 조카분이 수의사라서 그런지 강아지가 나이도 있고해서 검사를 했으면 한다고 하셔서, 기본적인 MDB(minimum database)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대증처치만 하고 보냈으면 큰일날뻔한 수치였죠. 먼저 CBC(전혈구검사) 결과는 이렇습니다.
|
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
BAND |
Suspec |
|
|
Hct |
▼ 35 % |
37.3 – 61.7 |
|
RETIC |
20.2 K/uL |
10 – 110 |
|
WBC |
▲ 21.37 K/uL |
5.05 – 16.76 |
|
NEU |
▲ 18.68 K/uL |
2.95 – 11.64 |
|
LYM |
1.95 K/uL |
1.05 – 5.1 |
|
MONO |
0.71 K/uL |
0.16 – 1.12 |
|
EOS |
▼ 0.02 K /uL |
0.06 – 1.23 |
|
BASO |
0.01 K/uL |
0 – 0.1 |
|
PLT |
323 K/uL |
148 – 484 |
염증 수치(WBC나 NEU)가 올라간게 확인되고, 탈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임에도 Hct 수치가 떨어져 있는, 경미한 빈혈이 확인됐죠. 생화학 검사 결과는 이렇습니다.
|
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
ALB |
2.7 g/dL |
2.2 – 3.9 |
|
ALKP |
▲ 1,950 U/L |
23 – 212 |
|
ALT |
▲ 1,913 U/L |
10 – 125 |
|
BUN |
8 mg/dL |
7 – 27 |
|
Ca |
9.1 mg/dL |
7.9 – 12 |
|
CHOL |
▲ 432 mg/dL |
110 – 320 |
|
TRIG |
▲ 375 mg/dL |
10 – 100 |
|
CREA |
1 mg/dL |
0.5 – 1.8 |
|
GGT |
▲ 27 U/L |
0 – 11 |
|
GLOB |
▲ 5.2 g/dL |
2.5 – 4.5 |
|
GLU |
82 mg/dL |
74 – 143 |
|
PHOS |
3.5 mg/dL |
2.5 – 6.8 |
|
TBIL |
▲ 2.4 mg/dL |
0 – 0.9 |
|
TP |
7.9 g/dL |
5.2 – 8.2 |
간 수치(ALKP, ALT, GGT)가 전반적으로 크게 올라가 있었고, 황달도 확인됐죠. 흔히 황달 수치라고 하는 빌리루빈(TBIL, total bilirubin)은 간이 제 기능을 하지 않을 때 올라가게 되는 혈액 수치 중 하나입니다. 황달의 원인도 세분하면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이 환자의 경우는 다른 간 수치들도 올라가 있는 상황이니 아무래도 간담도계의 문제 때문에 황달이 생겼겠거니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혈액 검사 상에서 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정도의 데이터를 얻게 되면, 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하죠. 이 때 상위 진단 검사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 복부 초음파 검사입니다. 복부 초음파를 보면 간에 어떤 이상이 있는 건지를 (역시나) 대략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죠. 영상 검사를 통해 알게 되는 건 종양성 변화가 있지는 않은지, 담낭의 문제인지, 간의 문제인지… 혹은 담도계에 폐색이 유발되어서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탓인지 같은 것들을 추측해볼 수 있게 됩니다.
환자의 간담도계 초음파는 총담관 확장 같은 문제가 없었으니, 담도계 폐색은 가능성이 떨어져 보였고, 간에는 결절성 변화(nodular change)가 보였습니다. 노령견에서는 건강 검진 중에도 종종 보게 되는 변화인데, 이게 알려주는 건 간에 뭐가 있구나… 정도까지죠. 이게 양성적인 변화인지, 악성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적어도 영상 검사만으로는) 없습니다. 이 환자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던 건 담낭입니다. 담낭이 담낭점액종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담낭 내에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슬러지들이 꽉 차 있었고, 담낭도 꽤 크게 커져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환자가 안 좋아진 건 간담도계의 문제… 그것도 굳이 꼽자면 담낭쪽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싶었던 상황이었죠. 오늘동물병원에 처음 내원하기 전에도 간수치는 원래 조금 높았다는 히스토리가 있기는 했지만, 황달이 생겼다는 건 어쨌든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간과 관련된 수치 중에서 Total Bilirubin은 다른 간 수치(ALT,AST, ALKP, GGT)와 달리 간의 기능적 지표(functional marker)라고 합니다. 다른 간 수치는 biologic marker로 그냥 간에 손상을 받으면 올라갈 수 있지만, total bilirubin은 간이 제 기능을 못해야 올라가죠.
당장 간 생검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간 생검 이전에 조금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간에 생긴 문제가 감염성인지 아닌지를 감별하기 위한 것으로 이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얘기했던 담낭 천자를 해볼 수 있죠. 이 환자의 경우는 초음파에서 간의 종양성 변화보다는 담낭의 이상이 조금 더 크게 의심됐기 때문에 담낭 천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담낭천자도 보통 진정이 필요하고, (흔하지는 않다지만) 담낭 천자 이후 담낭 파열이나 담즙성 복막염(bile peritonitis)의 리스크가 있을 수 있어 보호자분들이 잘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분이 아무래도 수의사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담낭 천자를 권유받았을 때 바로 해달라고 하셨고, 환자의 담즙 세포학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길쭉하게 생긴 세균(=막대 모양의 균, 간균)이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었죠. 균이 없어야 하는 담낭에 세균 감염이 있다는 얘기고, 현재의 간수치 상승과 황달이 세균성 담낭염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담낭 천자만으로 간 생검 없이도 몹시 간단하게 진단이 난 셈이죠. 일단 세균 감염이니까 항생제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라는 걸 알게 된 거고, 뽑아낸 담즙을 배양해서 향후 어떤 항생제가 환자를 살리는 항생제인지 감수성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찾을 수도 있게 됩니다.
보통 이런 환자들이 입원하면 간수치가 높으니 수액을 좀 맞는 게 좋겠다…라며 왜 간 수치가 올라갔는지를 알지 못한 채 수액 치료와 (세균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2-3종의 항생제 주사를 맞으면서 혈액 수치 모니터링만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적어도 오늘동물병원은 왜 항생제가 들어가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쓰지 않고, 입원을 할 때는 왜 입원을 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야만 입원 치료를 합니다. 어떤 근거 없이 산탄 처방을 통해 환자가 좋아지면, 좋아져도 얼마나 오래 치료해야하는지, 어떤 약 때문에 좋아졌는지를 알지 못하고, 환자가 안 좋아지면 역시나 왜 개선이 없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환자의 예후 판단도 할 수 없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해줄 수도 없죠.
담낭에 도대체 어떻게 세균이 감염되는 걸까요? 보통은 소화기에 있는 세균이 담낭으로 퍼지거나, 혈액을 통한 세균 감염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소화기에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세균성 담낭염이 있는 경우 대장균(E.coli)가 확인되는 케이스가 많죠. 게다가 담낭은 일반적인 호기성균 외에 혐기성균이 감염되는 케이스도 있어서, 배양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이 둘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환자의 담즙 세포학 검사에서 간균이 확인됐고, 대장균은 간균이니 가장 부담없이 처방해볼 수 있는 약은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이었습니다. 혐기성 균이 있을 수도 있으니 메트로니다졸을 같이 처방했고요. 일단 첫날은 이렇게 항생제 투약을 시작하고, 환자에게 수액을 주면서 탈수 교정을 진행했죠.
감염성 질환이 항생제 줬다고 하루만에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나름 적절한 치료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환자의 상태는 다음날 조금 더 나빠졌습니다. 그냥 보기에도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지만, 혈액 검사를 보면 염증수치나 간수치 모두 더 악화된 모습을 보였죠. 처방한 항생제에 세균이 내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양성적인 변화일 거라고 애써 생각했던 간의 결절성 변화가 사실은 간 자체의 또다른 질환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초음파 상으로는 명확치 않았지만, 세균 감염이 동반된 괴사성 담낭염(necrotizing cholangitis) 같은 것일 수도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항생제 반응을 조금 더 살펴볼 수 있는 2-3일 정도를 내과 관리로 조금 더 버텨볼까 하는 생각이 있기도 했는데, 보호자분이 수의사다보니 아주 적극적이시더군요.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 싶었는지 빠르게 외과적인 접근을 하고자 하셨습니다.
이미 세균성 담낭염이라는 가진단이 나온 상황입니다만, 이런 경우에도 내과적인 접근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이 지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낭 내에 결석이나 종양이 있는 경우, 기종성 담낭염(=담낭에 가스 찬 경우), 담낭 파열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술이 지시됩니다. 또한 항생제에 의한 치료 반응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담낭전적출 수술이 지시되죠.
보통의 경우 수의사가 수술을 권하고, 보호자가 마취를 피하려고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이 경우엔 어쨌든 반대였죠.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가 더 쇠약해지면 마취를 못할 수도 있다는 (어느 정도는 직업 덕분에 경험적인) 보호자분의 판단 때문이었지만, 입원 이틀차에 환자는 수술을 결정하고 담낭전적출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케이스에서 이미 세균성 담낭염으로 진단이 됐다고 담낭만 떼고 나오지는 않습니다. 배를 열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하죠. 담낭염에 의해 발생한 황달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이지만, 혹시나 초음파로 확인하지 못한 담도계 패색이 있지는 않은지도 직접 총담관에 카테터를 밀어넣어서 개통성을 확인해봐야했고, 초음파에서는 결절성 변화 외에 다른 특이사항이 있지는 않았지만, 간에는 어떤 병변이 있지는 않은지 간 생검도 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환자가 왜 이런 상태가 됐는지, 혹은 놓치고 있는 다른 추가적인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꽤 명확하게 그림을 그려볼 수 있죠.
실제 환자의 수술 사진을 보면 간에 뭘 한 게 아닌데, 간 표면에서 미세한 출혈 같은 게 있는 걸 볼 수 있었고, 정상적인 간이라기에는 마진도 날카롭지 못하고, 뭉툭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죠. 수술은 특별한 이벤트 없이 마무리됐고, 환자도 그리 힘들지 않게 마취에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수술까지 하고 난 이후에 남은 건 시간 싸움 뿐이었죠. 간 생검의 조직 검사 결과와 미리 외부 실험실에 의뢰해둔 배양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를 살려놓는 게 해야하는 일이었습니다. 배양 검사 결과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생제가 뭔지 알려줄 것이고, 조직 검사 결과는 항생제 외에 무언가를 더 해야하는 건 있는지를 알려줄테니(=확정 진단을 내려줄테니), 그걸 기다리는 거죠. 기껏해야 5-7일 정도의 시간이지만, 이런 중환자들은 5-7일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실제로 이 시간동안 환자는 항생제 투약에도 계속 혈액 수치가 나빠졌고, 중간에는 수혈까지 해야만 했습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첫째날 |
입원 둘째날 |
입원 셋째날 |
입원 넷째날 |
정상 범위 |
|
ALKP |
▲ 1,950 U/L |
▲ 1,995 |
▲ 3,833 |
▲ 6,007 |
23 – 212 |
|
ALT |
▲ 1,913 U/L |
▲ 2,693 |
▲ 1,868 |
▲ 1,631 |
10 – 125 |
|
AST |
|
▲ 360 U/L |
▲ 198 |
▲ 168 |
0 – 50 |
|
GGT |
▲ 27 U/L |
▲ 23 |
▲ 25 |
▲ 50 |
0 – 11 |
|
TBIL |
▲ 2.4 mg/dL |
▲ 4.9 |
▲ 9.7 |
▲ 10.6 |
0 – 0.9 |
첫날에 담낭천자하고, 둘째날에 수술하고, 셋째날에는 수혈을 했습니다. 보호자분의 결단으로 빠르게 움직인 덕에 다행히 3일차 저녁엔 배양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균인지만 알려주고,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하루이틀을 더 기다려야했던 상황이었습니다만, 당연히 대장균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배양 검사 결과에서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 확인되더군요.
부랴부랴 항생제를 변경했죠.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은 대장균을 치료할 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녹농균은 이런 페니실린 계통의 항생제에 저항성을 보이니까요. (혐기성균 배양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메트로니다졸을 유지하되, 항생제를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에서 녹농균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퀴놀론 계통의 항생제(=마보플로사신)로 변경했습니다. 2-3일 후에 나올 감수성 검사 결과에서 이 녹농균이 다재내성균(MDR bacteria)이 아니길 기도하면서요.
3일차에 항생제를 바꾸고, 4일차는 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 상태로 지나갔습니다. 5일차엔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기도가 통했는지 바꾼 항생제에 감수성이 있는 균으로 확인됐고, 혐기성균은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것에 맞춰서 환자의 활력과 혈액 수치가 모두 좋아진 것도 볼 수 있었고요. 아직 스스로 밥을 먹지는 않아서 하루 정도 병원에서 자발 식욕을 찾는지 보기로 했고, 혐기성균은 없는 걸로 나왔으니 메트로니다졸은 항생제에서 빼버렸죠.
입원 6일차엔 자발 식욕을 찾아서 스스로 무언가를 먹으려고 했고, 여전히 황달이 미약하게 있긴 했지만, 입원을 연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어 통원으로 관리를 전환했습니다. 전체적인 혈액 수치 변화를 보면 이렇습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첫째날 |
입원 둘째날 |
입원 셋째날 |
입원 넷째날 |
입원 다섯째날 |
입원 여섯째날 (퇴원일) |
정상 범위 |
|
ALKP |
▲ 1,950 U/L |
▲ 1,995 |
▲ 3,833 |
▲ 6,007 |
▲ 5,211 |
▲ 5,206 |
23 – 212 |
|
ALT |
▲ 1,913 U/L |
▲ 2,693 |
▲ 1,868 |
▲ 1,631 |
▲ 1,597 |
▲ 1,521 |
10 – 125 |
|
AST |
|
▲ 360 U/L |
▲ 198 |
▲ 168 |
▲ 180 |
▲ 119 |
0 – 50 |
|
GGT |
▲ 27 U/L |
▲ 23 |
▲ 25 |
▲ 50 |
▲ 71 |
▲ 83 |
0 – 11 |
|
TBIL |
▲ 2.4 mg/dL |
▲ 4.9 |
▲ 9.7 |
▲ 10.6 |
▲ 3.7 |
▲ 1.4 |
0 – 0.9 |
환자가 퇴원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확정 진단을 위해서 떼어낸 담낭과 간 생검 조직을 모두 보냈는데, 둘 모두에 대해 아주 명확한 얘기를 해주더군요. 결과는 이렇습니다.
INTERPRETATION:
Site 1, gallbladder: Moderate-to-marked, predominantly chronic mixed cholecystitis, with polypoid adenomatous mucosal hyperplasia
Site 2, liver: Mild-to-moderate, suppurative to chronic mixed portal to random hepatitis, with mild to moderate cholestasis and scattered lipid/pigment granulomas – please see comment below
COMMENTS:
1. Histology is compatible with the clinically diagnosed cholecystitis, associated with evidence of polypoid adenomatous mucosal hyperplasia, potentially representing the consequence of previous bouts of significant inflammation, and potentially contributing to the clinical picture. Cholecystitis is usually caused by bacterial infections, that are either intestinal in origin and ascend up the common bile duct or are arise from hematogenous spread. The infection can remain within the gallbladder, resulting in either necrotizing or emphysematous cholecystitis. With necrotizing cholecystitis, the wall of the gallbladder is compromised, and bile leaks into the abdomen causing a severe septic peritonitis, which can be lethal. If the bile that leaks is inspissated, then peritonitis will be local. Anorexia, abdominal pain, icterus, fever, and vomiting are common clinical signs.
2. There was no evidence of hepatic neoplasia or fibrosis. Histology reveals the presence of significant inflammatory/reactive changes, potentially/likely representing the extension/consequence of the significant gallbladder pathology (reactive hepatitis). Additionally, the presence of random pockets of inflammation and cholestasis are suggestive of a septic process (potentially/likely also representing the consequence of the cholecystitis).
If you have any questions regarding this case,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me (direct phone number and email address are listed below).
HISTOPATHOLOGIC DESCRIPTION:
Site 1, gallbladder: The propria contains area of moderate to marked, predominantly chronic mixed occasionally subacute inflammation associated with areas of variably prominent edema, congestion, erosion/ulceration, and fibroplasia. Areas of mucosal hyperplasia are also noted, associated with focal adenomatous polyp formation.
Site 2, liver: The lobular architecture is preserved. Most portal regions contain evidence of mild to moderate suppurative to chronic mixed inflammation, associated with occasional random pockets of necrosuppurative inflammation. Mild to moderate cholestasis is noted. Numerous small scattered lipid/pigment granulomas are also detected.
IDEXX 조직 검사 결과
담낭은 만성적인 염증이 의심되는 담낭염(cholecystitis)로 확인됐고, 간은 다행히 종양은 아니고 담낭염에 의한 염증성 변화를 덩달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담낭염에 의한 담즙정체(cholestasis)가 있다는 얘기가 있으니, 염증에 의한 간세포 손상과 담즙정체가 간 수치를 크게 오르게 만들었고, 황달을 유발했겠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일반적인 담낭염 환자에 준해서 환자는 임상 증상이 완전히 개선된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총 8주) 항생제를 복용했고, 8주 이후에는 간수치가 여전히 조금 높은 부분이 있었지만, 항생제를 중단했습니다. 항생제를 중단한 이후에도 특별히 증상이 재발하거나 하는 일 없이 잘 지내고 있고요. (담낭염 다 치료하고, 담낭염 때문에 확인이 어려웠던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확인되어서 갑기저 약을 꾸준히 먹게 된 건 비밀…)
간담도계 환자가 내과적인 부분과 외과적인 부분, 중환자 관리까지 이렇게 깔끔하게 진료가 떨어지는 경우는 사실 아주 많진 않습니다. 보통 중간에 어딘가에서 브레이크가 걸리죠. 애초에 담낭 천자를 보호자분이 오케이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간보조제 정도만 먹이면서 입원장 앞에서 물 떠놓고 살아달라고 기도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수술 결정이 늦어져서 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쇠약해져가는 환자를 보며, 케이스를 깔고 앉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환자 같은 경우는 수혈 결정도 꽤나 빠르게 진행되어서 거의 모든 진단과 치료가 (보호자분이 예후 불량 가능성을 인지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살릴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이루어졌죠. 이렇게 되기가 사실 쉽지는 않은 게,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은 어떤 진단 검사와 치료 방법의 리스크/베네핏을 잘 계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의학이 그렇듯, 수의학도 어느 정도는 정보비대칭성 때문에 명확한 리스크/베네핏 계산을 하는 게 (전문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해서입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에는 보호자분이 수의사였기 때문에 리스크/베네핏에 대한 계산을 아주 정확하게 할 수 있었던 덕이 크죠.
간담도계 환자가 시름시름 앓는 상태로 병원에 왔는데, 검사를 한 수의사가 대뜸 치료도 아니고 진단을 위해서 환자를 진정시키거나 마취해야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은 거부감을 갖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애가 안 좋은데, 진정마취를 했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니까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의사들은 이럴 때 잘못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고, 운 나쁘게 잘못되면 그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합니다. 수의학은 결국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관한 얘기이기 때문에 낮은 확률에 걸린다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 낮은 확률을 피하려다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높은 확률을 포기하게 되면, 결국 그런 타협이 하나둘 쌓여서 환자가 살 확률 자체를 전반적으로 낮추게 되죠. 안타깝게도 간담도계 질환은 그런 경우가 특히 많은 편이고요. 이 케이스는 확률 싸움을 이해하는 보호자분 덕분에 아주 이상적으로 잘 풀린 케이스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