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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세균성 피부염(MRSP, 항생제 내성균)

강아지 피부 진료는 동물병원에서 아마 단연 제일 많이 보는 진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귀나 피부가 안 좋아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동물병원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케이스들 중 하나입니다. 이번 케이스는 그런 피부 진료들 중에서 다소 특이한(?) 케이스를 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환자는 11살의 애교많은 미니어쳐 불테리어로 몇 년 동안 피부 문제로 고생을 했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검사와 치료들을 했었고, 한번도 깨끗하게 좋아진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을 내원했을 때는 피부의 염증 관리를 위해 먹은 스테로이드 때문에 이미 간수치(ALKP)가 3500 이상이었고, 이미 항생제를 세게 쓰는 병원도 갔다오셔서 히스토리만으로도 내성균에 대한 우려가 되는 상태였습니다. (보호자분께서 그나마 항생제 세게 쓴 병원에서 가장 피부가 좋았던 것 같다는 히스토리를 얘기해주셔서, 초진때부터 항생제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첫 내원 당시 환자의 피부 상태는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발가락 사이에서는 진물이 나오고 있었고, 가슴 쪽에도 피부가 안 좋아서 생긴 상처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첫 내원 당시 육안 병변만으로도 세균성 피부염이 강력하게 의심됐던 상황이지만, 진단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피부 병변에서 압착 도말을 해서 세포학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세포학 검사 결과는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세포학 검사에서는 다수의 염증 세포(호중구, neutrophil)가 확인됐고, 호중구 중간중간에 퇴행성 호중구(degenerative neutrophil)도 확인됐습니다. 피부 병변에서 퇴행성 호중구는 세균 감염의 증거가 됩니다. 2차적으로 세균 감염이 됐을 수도 있지만, 당장의 원인은 세균성 피부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피부 환자는 첫 내원 시, 시시콜콜 이런저런 내용들을 보호자분들에게 여쭤보는데, 이 환자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언제 처음 피부가 안 좋아졌는지”, “심장사상충 예방은 잘 해주고 있으신지”, “예방을 한다면 어떤 약으로 예방을 하고 있으신지”, “사료는 어떤 걸 먹이시는지”, “이전에 피부 관련해서 어떤 치료를 시도해보셨는지”, “아이가 1년 내내 피부가 안 좋은지”, “특별히 피부가 더 안 좋아지는 계절이 있는지” 같은 것들을 다양하게 여쭤보고, 아이가 왜 만성적인 피부병을 앓게 됐는지에 대한 퍼즐을 맞춰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만성적인 피부염을 앓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첫 발증이 언제였는지는 기저 질환이 알러지 질환인지, 혹은 호르몬 질환인지를 감별해볼 수 있는 좋은 힌트가 됩니다. 심장사상충 예방을 매달 진드기(Mites)까지 커버하는 제품으로 해주셨다면, 모낭충에 대한 걸 배제하고 가도 괜찮을지, 계절적으로 피부가 더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기저 질환으로 아토피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닌지 같은 것들을 고려해볼 수가 있습니다.

환자는 11살이었지만, 피부가 처음 안 좋아진 건 5살 즈음부터였고, 이미 타원에서 모낭충에 효과적인 브라벡토를 먹여봤지만, 효과는 없었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아이를 위해 피부와 관련해서 병원에서 추천하는 것들은 거의 다 해본 상황이었습니다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식이 제한을 해서 푸드 알러지를 배제하기는 (여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웠지만, 히스토리 상으로 봤을 때 기저 질환으로 아토피 피부염이 강력하게 의심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첫날의 피부 상태를 보면 염증 관리를 위해서라도 스테로이드 처방이 추천됐지만, 이미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이전 병원의 검사에서 간수치(ALKP, GGT)가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 첫날 환자에게 처방한 약은 아포퀠이라는 아토피 치료제였습니다. 아포퀠은 소양감(간지러움)을 컨트롤하는 것이 일차 목표인 약물이지만, 염증 관리에도 어느정도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사용이 부담스러울 때 사용할 수 있는 약입니다.

동시에 세균 감염 관리를 위해서 약욕 샴푸를 추천드렸습니다. 이미 항생제 내성균이 강력하게 의심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복약으로 바로 항생제를 처방하지는 않았고, 샴푸 같은 외용제로 감염을 컨트롤하는 것을 먼저 시도했습니다.

1주일 후

1주일 후 환자를 다시 만났을 때, 보호자분께서는 약욕을 시켜주고 나면 일시적으로 조금 깨끗해지는데, 아직 확연한 개선을 보기는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발가락 사이에 염증이 있었던 부분은 어느정도 개선이 있었지만, 속시원할 정도의 개선은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이 때 보호자분께 말씀드린 게 세균 배양 및 항생제 감수성 검사입니다. 그리고 간수치를 한 번 더 검사해서 스테로이드(PDS)를 쓸 수 있는 상황인지 체크했습니다. 본원 검사에서 ALKP 수치는 이전 병원에서 검사했던 것에 비해 많이 낮아진 881 정도의 수치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날은 염증 관리를 위해 아포퀠 대신 스테로이드를 처방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나온 세균 배양 및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세균이 2가지가 확인됐는데, 하나는 강아지 피부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였고, 다른 하나는 녹농균이라고 불리는 Pseudomonas aeruginosa였습니다. 배양 검사를 보면 조금 더 기가 막힌데,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의 경우 몇 가지 항생제를 제외하면 모두 R(Resistance, 저항성)이 있다고 떴고, 녹농균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병원 저 병원에서 다양한 항생제에 노출이 되면서 내성균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이 환자의 배양 검사 결과처럼 세파 계통의 항생제나 아목시실린 같은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으면 베타 락탐계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이런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를 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MRSP)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이런 내성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수의학계에서는 피부 관련으로는 꽤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MRSP인 것을 확인한 이후에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는 환자가 표층성 세균성 피부염(피부 바깥쪽에서만 세균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심층성 세균성 피부염(피부 안쪽까지 세균 감염이 있는 것)인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심층성 세균성 피부염(Deep pyoderma)인 경우에는 표층성과 달리 전신 항생제가 필수적입니다. 환자가 표층성 피부염인지 심층성 피부염인지는 육안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가장 피부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발을 보면 피부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을 draining tract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이 확인되면 심층성 세균성 피부염(deep pyoderma)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서, 이 환자는 세균 배양과 감수성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전신 항생제의 투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배양 검사에서 나온 2가지 세균을 모두 한 번에 커버할 수 있는 항생제로는 아미카신이라는 항생제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항생제로 2가지 세균을 컨트롤 할 수 있다니,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미카신의 단점은 신장 독성이 있어서, 항생제 사용 중에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입니다. 피부 때문에 죽지는 않지만, 신장이 망가지면 (장기적으로) 단명할 수 있으니 수의사와 보호자분 입장에서 모두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항생제인 셈이죠. 하지만 이 케이스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보호자분과 상의 후, 신장 수치를 모니터링하면서 아미카신을 전신 항생제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미카신만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기저 질환으로 의심되는 아토피 피부염을 관리하기 위해서 피부 상태에 따라 때로는 스테로이드를, 때로는 아포퀠을 사용했고, 소양감 컨트롤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동시에 외용제로 클로르헥시딘 약욕 샴푸를 유지하면서 국소적으로는 뮤피로신 같은 항생 연고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MRSP에 효과적이라는 치료를 모두 한꺼번에 같이 진행한 셈이죠.

심층성 농피증(deep pyoderma)의 경우 항생제를 4-6주 정도 사용해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신장수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습니다. 환자가 아미카신을 적용한지 5주차가 됐을 때 신장수치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고, 그 때부터는 바로 항생제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그 때도 경미하게 세균성 피부염이 발가락 사이에서 확인됐지만, 처음 확인됐던 draining tract은 사라진 상태였고, 이후로는 외용제만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싶어 전신 항생제를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아미카신을 중단한 날의 발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이 좋아진 것을 볼 수가 있었고, 일단 그 동안 진물과 피를 도장처럼 바닥에 찍고 다니던 아이가 그러지 않게 되었으니 보호자분의 만족도도 꽤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기저질환인 아토피를 관리하고, 외용제를 이용해서 더 나빠지지 않고, 아이가 발을 핥지 않게 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 됐습니다. 아미카신을 중단한 이후 전신 항생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고, 조금 심할 때는 뮤피로신이라는 항생 연고를 사용하고, 일상적으로는 클로르헥시딘 약욕 샴푸를 이용해 감염을 관리하는 식으로 MRSP에 대한 관리를 진행했습니다.

아미카신을 중단하고, 전신 항생제 없이 외용제와 아토피 관리만 한 이후 2달째가 됐을 때의 아이의 발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털이 없었던 부분은 털이 나기 시작했고, (아직 뒷발이 조금 안 좋긴 하지만) 앞발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거의 정상적인 수준에 가까워질 정도로 상당히 호전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지난 6년 동안 이렇게 피부가 좋았던 적이 없다고 하실 정도로 피부 상태의 개선이 명확했습니다. 아이가 더이상 발을 핥고 간지러워하지 않게 된 것을 당연했고요. 가슴 쪽에 세균 때문에 생겼던 상처들은 깨끗하게 치료됐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부에 세균성 피부염이 있으면 전신 항생제의 투약은 퍼스트 초이스였습니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전신 항생제를 처방했고, 그렇게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이 케이스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MRSP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더이상 전신 항생제를 퍼스트 초이스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케이스처럼 심층성 세균성 피부염이 아니라면 전신 항생제가 지시되지 않고, 외용제로 관리하는 걸 우선시합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에도 심층성 감염이 해소가 됐다고 판단된 이후에는 외용제로만 관리를 하고 있고요)

보호자분께서 오늘동물병원을 찾기 전에 가장 효과를 보셨던 병원은 항생제를 가장 세게 썼던 병원이라고 하셨고, 사실 어떤 항생제를 썼는지 정확한 기록을 알 수는 없지만, 오늘동물병원에서는 아미카신이라는 아주 강력한 항생제를 썼기 때문에 아미카신만큼 강력한 항생제를 썼을거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생제라는 것은 적절한 병에서 적절한 용량으로 적절한 기간만큼 써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강력하기로 유명한 항생제를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적절한 세균 배양 검사와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생제를 써야만 합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피부 때문에 몇 년씩 고생하는 케이스를 많이 보게 됩니다. 기저 질환을 제대로 관리하고, 진단이 명확하면 치료 방향 또한 명료해지기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에서는 몇 년 동안 고생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피부가 깨끗해지는 경우들이 꽤 많습니다. 이 케이스는 내성균 때문에 관리가 쉽지는 않았지만, 헌신적인 보호자분과 협조적인 환자 덕분에 결과가 아주 좋았던 경우였습니다. 항생제의 남용에 대한 경각심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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