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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바베시아 감염증

안녕하세요.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처음엔 안타까웠지만, 좋은 보호자분을 만나 결국엔 해피엔딩이 된 어린 믹스견입니다. 보호자분께서는 여행을 가셨다가 길을 방황하는 아이를 만나 구조를 하셨고, 기본적인 것들을 케어해주기 위해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으셨습니다. 아직 유치도 다 빠지지 않은 어린 강아지였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암컷 강아지였기 때문에 보호자분과 상의 후, 날짜를 잡아 중성화 수술과 잔존 유치 발치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예정된 수술 당일, 마취 전 검사를 위해 혈액 검사를 진행했는데, 혈액 검사 상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부분이 확인됐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CBC(Complete Blood Count, 전혈구검사) 결과입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RBC

▼ 4.45 M/uL

5.65 – 8.87

HCT

▼ 25.4%

37.3 – 61.7

HGB

▼ 8.2 g/dL

13.1 – 20.5

MCV

▼ 57.1 fL

61.6 – 73.5

MCH

18.4 pg

21.2 – 25.9

MCHC

32.3 g/dL

32 – 37.9

RDW

▲ 12.9 %

13.6 – 21.7

RETIC

▲ 391.6 K/uL

10 – 110

WBC

8.83 K/uL

5.05 – 16.76

NEU

3.93 K/uL

2.95 – 11.64

LYM

3.96 K/uL

1.05 – 5.1

MONO

0.77 K/uL

0.16 – 1.12

EOS

0.26 K/uL

0.06 – 1.23

BASO

0.01 K/uL

0 – 0.1

PLT

▼ 115 K/uL

148 – 484

MPV

▲ 16.7 fL

8.7 – 13.2

RETHGB

▼ 21.1

22.3 – 29.6

혈액 검사 상에서 Hct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낮은 경미한 빈혈이 확인됐고, 특이한 것은 혈소판 수치도 정상보다 조금 낮게 확인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빈혈수치(Hct)와 혈소판 수치가 모두 어떤 임상 증상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성화를 하러 온 건강한 아이의 혈액수치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운 수치였죠.

환자에게서 빈혈이 확인되는 경우,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혈액이 만들어지는 빈혈인지, 혈액이 안 만들어지는 빈혈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전문용어로는 재생성 빈혈인지, 비재생성 빈혈인지를 구분한다고 얘기합니다. 혈액의 재생 반응이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보는 것이 RETIC라고 하는 지표입니다. Reticulocyte(세망적혈구)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저 수치가 정상보다 크게 올라가 있는 경우에는 재생 반응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잠깐 오늘동물병원의 혈액 검사 장비 자랑을 하자면, 빈혈의 재생반응을 평가하는 RETIC 수치를 알려주는 CBC 검사 장비가 있고, 알려주지 않는 CBC 검사 장비가 있습니다. (알려주지 않는 검사 장비의 경우는 혈액의 도말 표본을 NMB 염색액으로 염색해서 세망적혈구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직접 사람이 매뉴얼로 세어봐야 합니다.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이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죠.) 오늘동물병원은 세망적혈구의 수를 측정해주고, 백혈구의 종류에 따른 카운팅을 더 정확하게 해주는 IDEXX사의 Procyte Dx라는 CBC 검사 장비를 사용합니다. (CBC도 다 똑같은 CBC 검사 장비가 아닙니다. 결과값으로 나오는 숫자를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같을 수 있지만, 장비의 정확도는 더 좋은 장비가 따로 있습니다.)

이 환자의 생화학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ALB

3.3 g/dl

2.3 – 4

ALKP

163 U/L

23 – 212

ALT

10 U/L

10 – 125

BUN

15 mg/dl

7 – 27

CREA

1 mg/dl

0.5 – 1.8

GLOB

4.2 g/dl

2.5 – 4.5

GLU

108 mg/dl

74 – 143

TBIL

0.3 mg/dl

0 – 0.9

TP

7.5 g/dl

5.2 – 8.2

보통 이 환자처럼 재생성 빈혈을 보이는 경우, 이 빈혈이 출혈로 인한 것인지, 용혈로 인한 것인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출혈이 크게 의심되는 환자는 아니었고, 용혈이 의심될 때 좀 더 명확하게 확인을 위해서 보게 되는 수치가 황달 수치(TBIL, Total Bilirubin)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 황달 수치는 크게 올라가 있지 않았습니다.

출혈에 의한 재생성 빈혈인지, 용혈에 의한 재생성 빈혈인지 혈액 검사만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떤 진단을 할 때는 환자의 나이와 품종(이런 걸 시그날먼트라고 합니다), 히스토리가 중요한 법입니다. 이 환자는 아주 어린 1살 미만의 환자였기 때문에 면역매개성질환(예를 들면 IMHA, 혹은 IMT)은 가능성이 낮았고, 길에 유기되어서 산에서 구조한 아이라는 히스토리가 있어, 감염성 질환에 대한 확인이 우선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빈혈과 혈소판감소증을 모두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진드기에 물렸을 때 감염될 수 있는 바베시아(Babesia)가 있었고요.

의심되는 바베시아를 원내에서 바로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바베시아 항체 검사가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양성을 뜻하는 T 아래에 희미한 선이 하나 더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항체 검사에서 weak positive가 떴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환자가 현재 바베시아 감염 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어쨌든 과거에 바베시아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항체가 아닌 항원 자체를 검사해주는 PCR 검사가 추천됩니다. 보호자분과 상의 후, 당일에 예정되어있던 중성화 수술은 취소가 됐고, 환자의 혈액을 외부 실험실에 의뢰해 정말 바베시아에 감염이 되어있는지 확인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PCR 검사에서 바베시아 양성이 확인됐고, 그로 인해 빈혈과 혈소판감소증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길에 유기되었을 때,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람이니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만) 외부기생충 예방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로 유기가 되었고, 이리저리 떠도는 중에 진드기에 물려 바베시아에 감염이 됐을 거라고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가 새 보호자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떠돌아 다니다가 빈혈 때문에 죽었을 겁니다.)

어쨌든 진단은 나왔고, 다음은 치료를 할 차례입니다. 바베시아는 Babesia canis, Babesia gibsoni, Babesia conradae, Babesia microti로 분류가 됩니다. 이 중에 conradae와 microti는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이고, 한국의 바베시아는 canis와 gibsoni가 확인되곤 합니다. canis냐 gibsoni냐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canis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이미도캅(Imidocarb dipropionate)를 구할 수가 없어 이 둘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동일한 치료법을 선택하곤 합니다.

강아지의 바베시아를 치료할 때 수의사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논문은 2018년 Veterinary Parasitology에 나온 “Antiprotozoal treatment of canine babesiosis”라는 논문입니다.

바베시아 치료에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앞서 언급했던 이미도캅 주사, 두번째는 디미나젠 주사(국내에서는 아자딘이라는 상품명으로 유통이 되는 주사제), 세번째는 아토바쿠온과 아지스로마이신을 함께 복용하는 방법, 네번째는 항생제 3가지(클린다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메트로니다졸)을 조합해서 복용하는 방법입니다.

각각의 치료는 장단점이 있는데, 첫번째 옵션인 이미도캅 주사는 국내에서 구하기가 어려워서 적용이 어려워 보통 한국에서는 크게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치료합니다. 디미나젠(아자딘) 주사 같은 경우는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으로 드물게 심각한 신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역이 좁은 약이라 용량이 조금만 과해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드물다고는 하지만, 신경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주사 용량과는 관련이 없어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입니다.

아토바쿠온과 아지스로마이신을 조합해서 치료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토바쿠온의 경우 단일제제가 한국에서는 유통되지 않아, 프로구아닐이라는 약과 합제로 유통되는 말라론이라는 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단일제제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프루구아닐과 아토바쿠온의 합제인 말라론을 사용하면 소화기 부작용이 나타나, 약을 먹고 나면 환자가 식욕이 떨어지거나 구토나 설사를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생제 3개를 조합해서 치료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에서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치료 기간이 아주 깁니다. 최소 1달에서 3달 정도 약을 꾸준히 먹어야한다는 게 이 치료법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보호자분과 상의 후, 아토바쿠온과 아지스로마이신을 조합하는 치료법을 선택했습니다. 디미나젠 주사보다는 먹는 약으로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를 고려했는데, 첫 발정 이전에 중성화 수술을 해야했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짧은 아토바쿠온과 아지스로마이신 조합이 환자에게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총 10일 간 보호자분께서 약을 먹이셨고, 빈혈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수혈 등의 중환자 관리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치료는 통원으로 진행됐습니다. 보통 치료가 시작되면 치료 3-10일 정도에 개선을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4일차에 CBC 검사를 한 번 더 해서 혹여나 치료 중간에 수혈이 필요한 상황까지 진행되지는 않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4일차의 CBC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첫 날 결과

치료 4일차

정상 범위

HCT

▼ 25.4%

24.1 %

37.3 – 61.7

RETIC

▲ 391.6 K/uL

282.9 K/uL

10 – 110

PLT

▼ 115 K/uL

306 K/uL

148 – 484

빈혈 수치(Hct)는 조금 떨어졌지만, 혈소판 수치(PLT)는 정상으로 돌아간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약을 다 먹은 10일차가 됐을 때 다시 한 번 CBC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검사 항목

첫 날 결과

치료 4일차

치료 10일차

정상 범위

HCT

▼ 25.4%

24.1 %

33.4 %

37.3 – 61.7

RETIC

▲ 391.6 K/uL

282.9 K/uL

49.6 K/uL

10 – 110

PLT

▼ 115 K/uL

306 K/uL

321 K/uL

148 – 484

여전히 정상범위보다 조금 낮기는 하지만, 빈혈 수치가 개선이 있었고, 환자의 활력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약 먹는 중간에 설사를 하기는 했지만, 말라론의 프로구아닐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약을 중단한 이후에 설사는 개선이 됐고요.

바베시아는 치료가 어렵지는 않지만, 재발이 잦은 병이라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이 환자처럼 수혈까지 가지 않고 약만 먹고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혈까지 가게 되면 수혈비용과 입원비용이 만만치 않게 나옵니다. 이 환자의 경우, 바베시아 치료가 종료되고 다시 날을 잡아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중성화 수술 당일의 CBC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첫 날 결과

치료 4일차

치료 10일차

중성화 수술한 날

정상 범위

HCT

▼ 25.4%

24.1 %

33.4 %

38 %

37.3 – 61.7

RETIC

▲ 391.6 K/uL

282.9 K/uL

49.6 K/uL

14.6 K/uL

10 – 110

PLT

▼ 115 K/uL

306 K/uL

321 K/uL

288 K/uL

148 – 484

중성화 수술은 무탈히 진행됐고, 수술 후 환자의 회복도 좋았습니다. 바베시아에 의한 임상증상은 전혀 없는 상태였고, 혈액 검사 상으로도 바베시아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 상태였지만, 재발 가능성이나 현재 환자가 보균자 상태로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완치가 됐는지 알기 위해서 치료가 종료되고 60일차와 90일차에 PCR 검사를 다시 합니다. PCR 검사는 상당히 민감한 검사지만, 민감도가 100%는 아니기 때문에 두 번 검사해서 두 번 모두 음성이 나오면 바베시아가 없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의 60일차와 90일차 PCR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60일차와 90일차의 PCR 검사 결과에서 모두 Babesia spp. 음성이 나온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완벽하게 바베시아가 사라졌다고 평가하려면, 비장을 떼서 확인해보거나, 치료된 환자의 혈액을 비장이 없는 다른 강아지에게 넣어봐야 합니다. 실험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PCR 검사로 이를 대신하는 거죠. (PCR 자체가 완벽한 건 아니기 때문에 낮은 가능성으로 보균자 상태일 수 있다고 보호자분에게 고지를 드리기는 합니다.)

바베시아는 진드기 예방(외부기생충 구충)을 잘 한다면 예방이 가능한 병입니다. 강아지들끼리 싸우는 경우에 감염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바베시아에 걸렸던 환자들은 다른 강아지와 싸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고요. 보균자 상태로 살게 되는 경우, 임상증상이 평상시에는 없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아플 때, 다시 바베시아의 임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게 이 질환의 어려운 부분 중 하나고요. 이런 문제 때문에 치료보다는 예방이 최선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환자는 어린 나이에 주인에게 버림받고, 길거리를 떠돌다가 진드기에 물려 바베시아에 감염이 됐습니다. 견생의 첫 시작이 매우 험난했던 셈인데, 다행히 좋은 보호자분을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예후도 아주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병원 다시 오지 말고, 아이가 꽃길만 걷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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