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환자는 9살의 요크셔 테리어로 내원 전날 밤부터 귀가 많이 부어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평상시에도 귀가 많이 안 좋았고, 어릴 때부터 귀를 긁었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아이가 발이 간지러워서 발을 계속 핥았던(흔히 발사탕이라고 합니다) 증상도 자주 있다고 하셨습니다. 신체 검사를 해보니 우측 귀(외이개) 쪽으로 안에 액체가 찬듯한 부어있는 병변이 확인됐습니다. 입체감이 잘 표현되지는 않지만, 사진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귀의 연골과 귀의 피부 사이에 혈액이 고이는 것을 이개 혈종(aural hematoma)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혈액이 고여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만지면 부드럽고, 물주머니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딱딱하게 변하곤 합니다. 보통 한쪽에만 발생하는 경우가 좀 더 흔하지만, 양측성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개혈종이 생기느냐는 수의사들도 완전히 알지 못합니다. 몇가지 가설이 있을 뿐인데,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머리를 흔들거나, 귀를 터는 동작을 하다가 연골이 미세하게 깨지거나, 혈관이 터지면서 혈종이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보통 이개 혈종이 있는 환자들은 외이염이 함께 병발해있지 않은지, 알러지 때문에 귀를 자주 간지러워하고 터는 것은 아닌지 여쭤보게 됩니다. (어떤 환자들은 외이염 같은 것이 전혀 없이 이개혈종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서, 이 가설이 모든 환자의 이개혈종 발생 원인을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이개혈종이 확인되면 섬유화가 진행되기 전에 가능한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일단 섬유화가 진행되면 내과적 치료든 외과적 치료든 치료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이개혈종의 재밌는 점은 수의사 셋을 모아놓고, 치료법에 대해 물으면, 4가지 치료법이 나올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수술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고, 내과적인 약물 치료도 해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과적인 치료로 방향을 잡는 경우에도 안에 국소적으로 주사를 하는지, 고여있는 혈액을 빼내는지 등등 수의사마다 치료 방법이 세세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이개 혈종을 치료할 때 당장의 수술을 권유하기보다는 내과적인 치료법을 우선시합니다. 내과적인 치료법의 장점은 불필요한 마취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부담이 덜 된다는 것입니다. 배액을 하거나, 이개혈종 부위에 국소 주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동물병원은 이개 혈종을 치료할 때 약물만 단독으로 처방합니다. 어디까지나 경험적인 얘기이지만, 보통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면 약물만으로도 이개혈종이 사라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물론 내과 관리만으로 해결이 안되는 케이스들도 있어서, 그런 경우에는 수술까지 진행합니다)
이 환자는 스테로이드를 먼저 시도해보기로 했고, 스테로이드를 2주 동안 먹었습니다. 보호자분께 2주 이내에 약물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수술이 더 깔끔하다고 안내를 드렸고요. 2주 후에 다시 내원하셨을 때 다행히 이개혈종은 사라진 상태였고,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여가면서(tapering한다고 합니다) 4주 후에는 약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현재는 다행히 다시 재발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과거엔 이개혈종이 외과 질환이었습니다만, 약물 치료가 생각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바로 환자를 수술대 위에 눕히기보다는 약물 관리를 우선하는 수의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도 무리해서 수술을 권유하기보다는 비침습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면, 비침습적인 방법을 우선시하고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