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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강아지 고양이 스케일링(COHAT)

강아지와 고양이의 스케일링(치과 치료)에 대해서는 개원 초에 한 번 썼던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블로그의 컨셉이라던가 하는 게 명확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짜잔~ 스케일링했더니 치아가 깨끗해졌어요” 수준 정도로만 썼던듯 싶어 오늘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 고양이의 스케일링을 어떤식으로 하는지 조금 더 자세하게 써볼까 합니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조금 하자면, 최근 수의사들은 스케일링(미국에서는 dental)이라고 하기보다는 COHAT(Complete Oral Health Assessment and Treatment)이라는 표현을 조금 더 선호합니다(혹은 COAPT이라고도 합니다. Complete Oral Assessment, Prevention, Treatment). 이 술기가 단순히 스케일링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환자의 구강 질환을 진단하고, 때로는 치료까지 한번에 하는 개념이라는 걸 명확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강아지 고양이의 치과 치료는 반드시 마취가 필요한데, 마취를 했을 때, 할 수 있는 걸 가급적이면 다한다는 개념이죠.

예전에 무마취로 하는 스케일링은 어느 곳에서도 추천되지 않는 잘못된 치료라고 포스팅을 했던 적이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개념으로 최근에는 치과 방사선 촬영을 하지 않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 치료라고 봅니다. 2019년 AAHA(미국동물병원협회)에 올라온 Dental care 가이드라인을 보면, 치과 방사선 촬영을 하지 않으면 COHAT을 제대로 한 게 아니라는 코멘트가 나옵니다.

육안 검사에서 정상처럼 보였던 강아지의 28%가 치과 방사선 촬영을 했을 때, 치아에 임상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됐고, 멀쩡해보이는 고양이의 42%가 치과 방사선 촬영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죠. 마지막 문장에서는 치과 방사선 촬영을 하지 못한다면, 완전한(complete, comprehesive) 검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고지해야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만큼 동물의 치과 치료에서 치과 방사선 촬영은 제대로된 COHAT을 하기 위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진단 검사라는 얘기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가이드라인을 따라 치과 치료를 하기 때문에 아이의 스케일링을 원하시는 모든 보호자분들께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 사항으로) 반드시 치과 방사선 촬영을 해야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전체적인 치료 비용이 올라가고, 마취 시간도 조금 더 길어지지만 그만큼 필수적인 진단 검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옵션으로 두지 않죠.

그럼 오늘동물병원에 내원한 환자를 예시로 이렇게 가이드라인에 맞춰 스케일링… 아니 COHAT을 한다는 게 어떤 개념인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환자는 7살의 스피츠로 치아에 치석이 많이 낀 것 같고, 최근 입냄새가 나는듯해 치과치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보통 이렇게 내원하면 치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아이인지 구강 상태를 마취 전에 평가합니다. 마취 없이 입 안 쪽을 자세하게 살펴보기는 어렵지만, 잇몸에 붉게 염증이 있지는 않은지, 치석은 얼마나 끼었는지, 부러진 이빨은 없는지 같은 것들을 살피죠. 사람과 달리 충치가 생기는 경우보다는 치주 질환(치아의 주변 조직에 병이 생기는 것)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치주 질환의 초기 증상인 치은염 같은 것들을 주로 살피게 됩니다. 환자는 심하진 않았지만, 경미하게 치은염(잇몸 염증)이 있었고, 치석도 확인이 됐습니다.

치은염은 치주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은염이 확인되면 그때는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치과 치료가 추천됩니다. 치주 질환에서 치석은 그 자체로는 병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염증을 유발하는 것은 구강 내의 세균이죠. 구강 내의 세균이 침이나 음식물 등과 섞이면 일종의 세균막(biofilm)으로 플라그(plaque)라는 걸 만들어내는데, 이 플라그가 지속적으로 치아 주위에서 염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간혹 치석이 엄청 많은데, 막상 치과 치료를 해보면 치주 질환이 심하지 않은 환자가 있고, 어떤 경우엔 치석이 별로 없는데, 치과 치료를 해보면 치주 질환이 심한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엔 치석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이미 잇몸에 염증이 있으니 치주 질환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죠.

치주 질환은 크게 4가지 단계로 구분합니다. 치주 질환을 영어로 Periodontal Disease라고 하는데, 첫 글자를 따서 PD라고 하고 스테이지(기수)를 구분하죠. 부착 소실(attachement loss)라는 걸 토대로 몇 기인지 구분하는데, 쉽게 생각해서 치아 뿌리를 기준으로 주변의 조직(잇몸이나 치아 주변의 뼈)이 얼마나 내려앉았느냐를 기준으로 봅니다.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정상(PD0): 임상적으로 정상인 환자

  • Stage 1(PD1): 치아에 부착된 잇몸이나 뼈가 내려앉지 않고 정상적이나 잇몸에 염증(=치은염)이 있는 경우

  • Stage 2(PD2): 초기 치주염이 있는 경우, 치아 뿌리를 기준으로 25% 미만의 부착 소실(attachement loss)이 있는 경우.

  • Stage 3(PD3): 중등도의 치주염이 있는 경우, 25-50%의 정도의 부착 소실이 있는 경우.

  • Stage 4(PD4): 심한 치주염이 있는 경우, 50% 이상의 부착 소실이 확인되는 경우.

환자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치주 질환 스테이지냐에 따라 마취 시간도 달라지게 되죠. 교과서(Veterinary Periodontology)에서는 각 단계에 따라 마취 시간을 대략 (최소)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얘기합니다.

강아지

고양이

Stage 1

60-75분

30분

Stage 2

75-90분

30-60분

Stage 3

90-120분

60-120분

Stage 4

120-180분

120-150분

20-30분 정도면 끝나는 사람의 스케일링과 달리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시간도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케이스의 환자는 마취 전 육안 검사에서 치은염과 가벼운 치석이 확인되는 Stage 1의 환자로 예상이 됐지만, 실제 환자가 정확히 몇 기의 치주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는 마취 후 구강 내 검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취 전 육안 검사로 대충 시간이 얼마나 걸릴거다 정도는 예상하고 들어갈 수 있는 거죠. (강아지가 고양이보다 마취 시간이 더 긴 이유는 강아지는 고양이보다 치아 크기가 더 크고,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치과 치료는 호흡 마취로 진행됩니다. 치과 치료를 호흡 마취로 진행하는 데에는 마취 시간이 짧지 않다는 점도 한 몫하지만, 그보다는 치과가 구강 내에서 물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술기라는 점이 조금 더 큽니다. AVDC(미국수의치과학회)는 치과 치료에서 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삽관을 한 호흡 마취가 추천된다는 얘길하죠(AAHA도 똑같은 얘길 가이드라인에서 합니다).

환자를 마취한 이후의 COHAT 순서는 병원에 따라, 환자의 치아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치과 방사선을 먼저 찍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 찍는 경우도 있죠. 그때그때 효율을 높여 마취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순서를 조금씩 다르게 할 수는 있지만, 모든 술기를 마취했을 때 생략하지 않고 다 한다는 데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 환자처럼 Stage 1 정도의 가벼운 치주 질환을 앓는 환자에서는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마지막 순서에 치과 방사선 촬영을 하지만, 발치나 치주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Stage 3나 4의 환자에서는 방사선 촬영을 순서의 앞쪽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Stage 1의 가벼운 치주 질환을 예로 들어보죠.

마취를 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소독약(클로르헥시딘)을 이용해서 구강 내를 전부 세척하는 일입니다. 보통 추천되는 게 0.12-0.2%짜리 클로르헥시딘입니다. 클로르헥시딘 원액을 희석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상용화된 제품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원액을 희석하는 경우에는 아주 쓴맛이 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상용화된 제품을 사용합니다(마취 깨고 나서 입에서 쓴 맛 나면 강아지 고양이도 기분이 썩 좋진 않을테니까요.)

지저분한 구강 내에서 치석이나 플라그를 제거하는 과정은 균혈증(bacteremia, 세균이 혈액 속으로 혼입되는 것)라는 걸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클로르헥시딘 세정 과정을 거치면 세균의 수(bacterial loading)을 줄이면서 균혈증이 생길 가능성을 낮춘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세정이 끝나면 그 다음에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스케일링을 시작합니다. 스케일링은 크게 2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하나는 잇몸의 위쪽(크라운)에 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치은연상 스케일링(supragingival cleaning)이 있고, 다른 하나는 잇몸의 아래쪽을 깨끗하게 해주는 치은연하 스케일링(subgingival cleaning)이 있습니다. 치아의 주변 조직에 손상을 가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 둘은 스케일러의 팁을 다르게 하기도 하고, 파워도 다르게, (핸드 스케일러를 병용한다면) 도구도 다르게 쓰죠. 그래서 일단은 눈에 보이는 치은연상의 스케일링을 우선적으로 진행합니다.

입 안쪽까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치석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일단 육안상으로는 치아가 완저히 깨끗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COHAT은 구강 내를 완전하게 깨끗하게 하는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 이렇게 눈에 보이는 치석을 다 제거하고 나면, 이번에는 스케일러의 파워를 조금 낮춰서 치은연하의 스케일링을 진행합니다. 잇몸이 덮고 있는 이빨의 표면(periodontal pocket)을 깨끗하게 하는 거죠. 실제 치주 질환은 이빨의 크라운에 붙은 치석보다는 잇몸과 맞닿는 부분, 혹은 잇몸의 안쪽(pocket)에 있는 치석이나 플라그가 염증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깔끔하게 잘 해줘야하는 거죠.

상황에 따라 초음파 스케일러와 핸드 스케일러를 병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깨끗하게 치석과 플라그를 제거해줍니다. 이렇게 치은연하 스케일링을 하는 건 강아지 고양이가 맨정신일 때는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모든 치과 치료를 전신 마취 후에 진행하게 되는 거죠. 마취 없이 하는 스케일링이 제대로 하는 스케일링일 수 없는 이유가 되는 술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치은연상과 치은연하의 스케일링을 모두 끝내고 나면, 혹시나 눈에 잘 안 보이는 남아있는 치석이나 플라그가 남아있지 않은지 한 번 더 확인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에는 치태 착색제(disclosing solution)을 이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그가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사진을 보면 깨끗하게 신경쓴다고 했지만, 치태(=플라그)가 염색되어 남아있는 모습들이 확인되죠. 이렇게 착색제를 이용해서 혹시나 놓쳤을 수 있는 플라그까지 확인하고, 확인되는 것들을 한 번 더 확실하게 제거해줍니다.

스케일링을 하고 나면 치아 표면을 스케일러가 긁으면서 지나가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마모가 치아 표면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미세 마모(microabrasion)는 치아 표면을 까끌하게 만들기 때문에 스케일링이 끝나고 나서 플라그나 치석이 더 잘 생기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죠. (간혹 스케일링하고 나니까 치석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하시는 보호자분들이 있는데, 스케일링 이후에 깨끗해진 치아를 양치로 관리해주지 않으셔서 그런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런 미세 마모가 원인이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미세 마모를 다시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술기가 연마 작업(polishing)입니다. 연마제를 이용해서 스케일링이 끝나고 마모가 생긴 치아를 다시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거죠. 사람 치과에서는 이런 폴리싱이 치아의 표면층인 법랑질(enamel)을 손상시킨다고 해서 추천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동물의 경우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고, 전신마취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사람만큼 자주 스케일링을 하지 않고, 사람처럼 양치를 잘 하기도 쉽지가 않아서 여전히 폴리싱이 추천됩니다.

이렇게 폴리싱까지 하고 나면, 이후에는 진단을 위한 검사들을 합니다. 보통 루틴하게 2가지를 병행하는데, 하나는 프로브(probe)를 이용해서 periodontal pocket이 몇 mm나 되는지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과정(probing이라고 합니다)이 있고, 다른 하나는 앞서 언급했던 치과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서 프로빙으로 알 수 없는 병변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보는 과정을 거치죠.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프로빙을 우선합니다. 보통 강아지는 크기에 따라서 정상적인 깊이(sulcal depth)가 0-3mm 정도라고 보고, 고양이는 0-0.5mm 정도라고 봅니다. 이 이상으로 프로브가 깊숙히 들어가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는 거죠.

보통 소형견에서는 이 깊이가 2mm를 넘어가면 이미 부착 소실(attachement loss)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치주 질환이 조금 더 진행이 되고 있다는 얘기죠. 이 환자의 경우에는 좌측 하악의 송곳니에서 3mm 정도의 치주낭 깊이(pocket depth)가 확인됐는데, 이 부분의 치주 질환이 조금 더 진행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측정된 깊이들은 차트에 하나하나 기록을 해둡니다.

이렇게 프로빙을 다 하고나면 그 다음에는 치과 방사선을 촬영합니다. 치과 방사선과 프로빙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갖는데, 둘 중 하나만 해서는 완벽하게 치아 상태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치주 질환의 초기에는 아직 치조골 소실(bone loss)가 심하지 않을 수 있는데, 뼈의 미네랄이 30-50% 이상 소실되기 전에는 방사선 상에서는 멀쩡하게 보이기 때문에 치주 질환의 심각성을 확인할 때는 반드시 프로빙과 방사선이 병행되어야만 합니다(반대로 프로빙만 해서는 뿌리 쪽의 프로브가 닿지 않는 부분을 평가할 수가 없죠). 간혹 밖에서 볼 때는 멀쩡해보였는데, 방사선 찍어보면 이빨이 부러져 있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보호자분도 전혀 모르셨던 걸 치과 방사선 촬영하고 알게 되는 경우죠. 다행히 이 환자의 방사선 사진은 모두 멀쩡했습니다.


이렇게 진단을 모두 끝마치면, 이 환자의 경우는 크게 뭘 더 할게 많지 않았지만, 치주 질환 혹은 치아의 다른 병변에 따라서 치료 플랜을 세우고, 치료를 진행하죠. 발치까지 필요하면 발치를 해주고, 치주 치료만으로 해결이 될 것 같으면 치주 치료를 합니다. 똑같은 병변이 있어도 보호자분의 홈케어(=양치) 정도에 따라 추천되는 치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안내된 내용들을 토대로 보호자분께 어떤 치료가 추천된다고 연락을 드리죠. 보통 대략적인 내용을 마취 전에 안내하고 진행합니다만, 이렇게 방사선까지 촬영하고 나면 마취 전 상태로 설명드렸던 내용과는 달라지거나, 추가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부분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단하게 전화 연락을 드려서 아이 상태를 말씀드리곤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1기 정도의 치주 질환이었기 때문에 굳이 뭘 더 헤비하게 할 건 따로 없었죠. 여기까지 하면 거의 다 끝난 것입니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합니다. 스케일링과 폴리싱 과정에서 치주낭 내에 지저분한 것들(연마제 같은 것들이나, 미세한 치석들)이 다시 들어갔을 가능성을 고려해 치주낭 안쪽을 클로르헥시딘으로 다시 한 번 세척해주죠. 끝이 무딘 바늘(캐뉼라 혹은 irrigation needle이라고 합니다)을 이용해서 치주낭 안쪽에 클로르헥시딘을 쏴줍니다. (이런 과정을 sucal lavage라고 합니다)

특별하게 치주 질환이 심하지 않은 케이스들은 여기까지 하고 치료를 종료합니다만, 이 환자의 경우는 3mm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조금 깊게 치주낭 깊이(pocket depth)가 확인된 치아에 항생제가 들어간 연고까지 도포를 해줬습니다. 보통 미노사이클린이라고 하는 연고제를 치주낭 안쪽에 도포해줘서, 세균이 치주 질환을 악화시키는 걸 막습니다. 미노사이클린 같은 연고제는 단순히 세균을 죽여주는 효과 외에도 소염효과(조금 더 정확하게는 anticollagenase로 작용)가 있고, 염증으로 인해 생긴 상처 회복을 돕습니다. 그리고 뼈를 녹이는 효과를 억제(osteoclastogensis를 inhibition한다고 표현합니다)하는 효과도 있어서 치조골 소실(bone loss)를 막아주기도 하죠.

이렇게 치과 치료를 완전히 끝내고 나면, 보호자분께 양치의 중요성을 설명드립니다. 집에서 홈케어까지 해야, 강아지 고양이의 치과 치료가 제대로 완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치가 동반되지 않는 치과 치료는 별 의미가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병원에서의 치과 치료가 반이라면, 집에서 하는 양치가 나머지 절반을 담당합니다. 홈케어가 동반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입냄새가 개선되고, 환자의 치아가 깨끗해질 수는 있지만, 금방 다시 플라그와 치석이 생기면서 치주 질환이 진행되기 시작하죠.

이렇게 모든 과정을 다 끝낸 이후의 환자 치아는 아래 사진처럼 깨끗해집니다. “스케일링 했더니 깨끗해졌어요 짜잔~”이라는 문장 속에 숨겨져 있는 하나하나의 과정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생각보다 꽤 여러가지가 있지만, 어쨌든 결과물은 기분이 참 좋죠.

강아지 고양이의 치과 치료는 사람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전신 마취를 동반하고,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강아지 고양이가 호소하지 못하는 치아 문제까지 잡아내기 위해서 치과 방사선 촬영 같은 추가적인 진단 검사를 합니다. 사람처럼 밥먹고 바로 양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불편함에 대해서 사람처럼 미리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 사람처럼 맨정신에 가만히 입을 벌리고 있을 수 없다는 점 같은 것들이 동물에서의 치과 치료를 사람과 다르게 만드는 부분이죠. 누구나 한 번쯤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아본 적이 있으니, 기억을 되살려 동물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셈입니다. 일전에 스케일링을 다른 수술과 함께 하는 게 추천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가벼운 치주 질환에서도 제대로 한다면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다른 수술과 함께 하지 않는 게 추천되는 건 당연합니다. 균혈증 같은 것에 의한 감염 리스크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단순 계산해서 마취 시간을 1시간은 늘리는 일이 되니까요.

수의치과전문의들이 스케일링이라는 단어를 싫어하고, COHAT(혹은 COAPT)이라는 단어를 미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하는데, 단순히 스케일링이라고 퉁쳐지는 건 어쩐지 썩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특히 여기에 다른 추가 치료까지 하게 된다면 더욱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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