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고양이 환자의 상처 사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피가 나는 상처를 잘 보지 못하시는 분들은 보지 말아주세요.
이번에 소개할 환자는 7살의 암컷 고양이로 다른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서 수술 후에 봉합한 피부가 붙지 않아서 내원했습니다. 보호자분의 댁이 오늘동물병원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꽤 먼 거리였는데도 아이가 계속 고생하는 것 같아 빨리 낫게 해주시고자 하는 마음에 찾아오셨다고 하셨습니다. 히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서 피부가 붙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이후에 수술을 한 병원에서 재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피부가 붙지 않고, 오히려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 수술하고 한 달 정도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 처음 내원을 했을 때의 피부 상태는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외상이 있는 경우 sugar therapy라고 설탕을 상처 부위에 뿌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설탕은 그 자체로 상처 부위의 고삼투압을 유지해서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항생효과가 있습니다. 상처 부위의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debridement)해주기도 하고, 상처의 부종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어 많은 동물병원에서 설탕을 상처 치료에 사용합니다만, 최근에는 설탕보다 더 좋은 드레싱들이 많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설탕은 상처를 깨끗하게 관리하기 어렵고, 주변 부위까지 끈적해지는 문제가 있어 깔끔한 상처 관리를 어렵게 만듭니다.
수술 후에 피부가 붙지 않는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고려할 수 있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술 부위에 과도하게 장력(tension)이 걸리는 경우
– 부적합한 봉합사나 봉합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
– 너무 이른 시기에 봉합을 제거하는 경우
– 수술 중 조직을 과도하게 조작해서 수술 부위 근처의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긴 경우
– 외상으로 인한 괴사 때문에 점진적으로 혈액 관류에 문제가 생긴 경우
– 수술 부위가 과도하게 습하게 관리되어서 조직이 짓무른(maceration) 경우
– 감염이나 괴사 조직, 이물, 종양 , 혹은 과도한 삼출물 축적이 있는 경우
– 봉합사가 장력을 유지할 수 없는 조직에 봉합이 된 경우
– 유합 부전을 유발할만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 수술 이후에 수술 부위를 너무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수술 부위 보호가 제대로 안된 경우
이런 다양한 원인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수술 부위 감염입니다. 그래서 이 환자의 경우는 내원 첫날 상처 부위의 세균 배양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며칠 후에 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균 배양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수술 부위 감염 때문에 유합 부전이 생긴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항생제를 쓸 필요도 없고요. 삼출물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장액종 등의 원인으로 수술 부위 아래쪽에서 삼출물 때문에 유합 부전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런 상처를 봉합해서 닫아놓고 관리하려고 하면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삼출물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태이기 때문에 삼출물이 계속해서 배액되고 흡수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 계획은 그래서 봉합사를 완전히 제거하고 상처를 열어놓은채로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원 첫 날 한 일은 상처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괴사한 조직들을 외과적으로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봉합사가 남아있는 피부가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어차피 저런 상태에서는 피부가 붙지 않기 때문에 봉합사를 완전히 제거하고, 삼출물을 충분히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상처 부위를 열어놓은 상태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세척이 끝난 후의 상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전히 하얗게 죽은 조직들이 남아있긴 합니다. 앞으로는 드레싱으로 저 하얀 조직들을 깨끗이 제거하고, 새 살(육아조직)이 생기게 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 됩니다. 예전 강아지 케이스에서 했던 것과 비슷하게, 상처의 사이즈를 조금 더 빠르게 작게 만들기 위해서 상처의 양 옆으로는 스텐트를 달아서 매일 조금씩 상처 상태에 따라서 피부를 당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삼출물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상처였기 때문에 상처 위에는 칼슘 알지네이트에 의료용 마누카 꿀이 함께 섞여있는 드레싱을 사용했습니다. 칼슘 알지네이트는 삼출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고, 상처 부위를 습윤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에 상처의 회복을 촉진합니다. 마누카 꿀은 설탕과 마찬가지로 삼투압 효과를 이용해서 상처에 있을 수 있는 세균 증식을 억제합니다.
그 다음 한 일은 매일 드레싱을 교체하면서 죽은 조직들이 제거되고, 새로운 조직들이 생기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둘째날부터의 5일차까지의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 죽은 조직들이 사라지고, 깨끗한 빨간 조직(육아 조직)들이 조금씩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상처도 훨씬 깨끗하게 관리가 되고요. 5일차에는 괴사조직도 많이 사라지고, 육아조직도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미리 장착해둔 스텐트를 조금씩 당겨서 상처를 작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6일차에는 더 확연하게 육아조직이 올라온 걸 볼 수 있고, 상처 주변의 피부도 훨씬 깨끗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부터는 삼출물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칼슘 알지네이트 드레싱 대신 다른 드레싱으로 변경합니다. 투명하게 상처 위에 덮어둔 드레싱은 하이드로겔 드레싱으로 하이드로겔 드레싱은 칼슘 알지네이트 드레싱과 달리 삼출물을 흡수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칼슘 알지네이트가 상처 부위에서 수분을 너무 빨아들여서 상처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는 것과 달리, 하이드로겔 드레싱은 상처와 드레싱 사이의 수분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 상처를 건조하지 않고 습윤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6일차부터는 삼출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드레싱 간격을 이틀에 한 번으로 늘립니다.
저 정도로 육아조직이 이쁘게 잘 차오른 상처는 삼출물이 없으면 직접 봉합을 해도 됩니다. 저런 상처는 봉합을 해도 보통 피부가 붙기 때문입니다. 봉합을 해서 붙으면 상처 흔적도 작아지고, 유합도 더 깔끔하게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라면 저 정도에서 봉합을 추천드립니다만, 이 케이스의 경우는 보호자분께서 이미 봉합이 되지 않은 경험 때문에 봉합을 하는 걸 꺼리셨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그냥 열어놓고 상처가 자연스레 조금씩 작아지는 걸 기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피부를 붙이는 걸 2기 유합이라고 합니다.
12일차 사진을 보면, 이미 육아조직 위로 피부가 조금씩 밀고 들어오는 걸 볼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스텐트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이 되어서 피부에 걸어뒀던 스텐트를 제거했습니다. 제거한 이후의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직 상처가 꽤 커보이지만, 빨간 육아조직들이 이쁘게 올라왔고, 곳곳에는 하얗게 피부가 생기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분과 상의 후 이틀에 한 번도 드레싱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보고, 5일 후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보기로 했습니다. 하이드로겔 드레싱을 유지했고, 5일 후의 상처는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정상 피부와는 확실히 조금 구분이 되지만, 상처가 스텐트 없이도 상당히 많이 작아져있었고, 육아조직 위를 피부가 덮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상처의 크기도 많이 작아졌고, 육아 조직은 그 자체로 감염에 저항성을 갖기 때문에 이런 상태라면 굳이 반복적이 드레싱이 필요 없어집니다.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상처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죠. 보호자분께는 집에서 상처를 습윤하게 관리할 수 있는 연고를 처방해드렸고, 먼 거리를 다시 오실 필요 없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처음 오늘동물병원을 내원해서 병원에 다시 올 필요가 없다고 치료 종료라고 말씀드리기까 총 16일이 걸렸습니다. 대략 보름 정도만에 한 달 동안 낫지 않았던 상처가 나은 셈이죠.
사실 이런 상처에서 수의사가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이가 혼자 잘 나을 수 있도록 옆에서 조금 거들어주는 정도면 상처는 생명의 신비가 낫게 해준달까요. 상황에 따라 적절한 드레싱을 선택하고,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세정해주고, 죽은 조직들을 잘 제거해주면 상처는 자연스레 좋아집니다. 단순한 중성화 수술에서 문제가 생겨서 아이도 고생하고, 보호자분도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텐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빠르게 회복이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케이스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