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에 쓴 글이 200개를 넘어가니까 점점 포스팅 소재가 사라집니다. 애매하거나 논란이 되는 것들은 거의 다 주제로 다룬지라 소개할만한 진료 케이스가 없나만 보게 되네요(그래서 포스팅이 점점 뜸해집니다). 이번 포스팅에 다룰 케이스는 고양이 세동이염입니다. 영어로 Triaditis라고 하는데, Triad와 itis가 붙은 말이죠. Triad는 번역했을 때 세동이라는 것으로 숫자 3을 뜻하고, itis는 염증을 뜻하는 접미사입니다. 직역하면 염증이 3개라는 뜻이죠. 고양이의 소장과 췌장, 간담도계에 염증이 동시에 생기는 걸 Triaditis, 즉 세동이염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세 곳에서나 염증이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고양이의 특이한 해부학적인 구조가 세동이염의 원인이 아닌가…라는 얘기들이 있을 뿐이죠.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소장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인데, 그래서 십이지장에 염증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장내 세균의 수가 단위 면적 대비 상당히 많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고양이는 췌관(pancreatic duct)이 십이지장에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총담관(담낭에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관, common bile duct)과 합류해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됩니다. 십이지장에 바로 연결되는 부췌관(accessory pancreatic duct)이 있긴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부췌관을 갖는 건 아니고 대략 20% 정도의 고양이만 부췌관을 갖죠.
어려운 해부학 얘기를 풀어쓰자면, 십이지장이 안 좋으면 세균이 과하게 많아지기 쉬운 구조인데, 거기에 연결된 담낭과 췌장이 같은 구멍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십이지장의 세균이 구멍을 타고 담낭(간)과 췌장으로 퍼져 나가기 쉬운 구조인 셈이죠.
그래서 세동이염은 (아마도) 십이지장의 염증(우린 이걸 있어보이게 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라고 하기로 했습니다)이 간담도계와 췌장으로 파급되는 것을 얘기합니다. 간담도계에 생기는 염증은 (담낭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담관간염(cholangiohepatitis)라고 하기로 했고, 췌장에 생기는 염증은 췌장염이라고 하기로 했죠.
IBD와 담관간염, 췌장염은 모두 비슷한 임상 증상을 갖습니다. 셋 모두 식욕부진, 구토, 설사, 체중 감소, 무기력증, 복통을 유발할 수 있죠. 증상이 세 질환 모두 똑같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병을 진단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구토나 식욕부진 같은 미묘한 증상이 있는 고양이에서는 개별 질환을 모두 의심하되, 동시에 3개가 모두 터진 세동이염을 모두 고려해야한다는 얘기와 같죠. 실제 확정진단도 매우 까다로운데, IBD는 확정진단을 위해서 조직 검사(=개복이나 내시경을 이용한 장생검)가 필요하고, 담관간염도 간에 대한 조직 검사(=개복이나 복강경, 초음파 가이드 간생검)가 필요합니다. 췌장염의 경우는 fPL 검사 같은 혈액 검사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확정 진단 검사는 (실제 그렇게는 잘 하지 않지만) 조직 검사가 필요합니다.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비용이 몹시 많이 든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마취와 (개복 수술 같은) 침습적인 시술 필요하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이 질환들을 조직 검사로 진단하게 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고양이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얘기(=고양이의 병은 교과서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현실 또한 교과서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소개하는 케이스에서는 실제 현실에서 조직 검사 없이(=확정진단 없이) 어떤식으로 세동이염을 가진단하는지에 대한 얘길 해볼까 합니다.
환자는 8살의 중성화한 수컷 페르시안 고양이로 구토를 주증으로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고양이가 구토를 할 때마다 사료가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싶으셔서, 구토를 할 때마다 사료를 지속적으로 다른 걸로 바꿔주시고, 너무 많이 먹는 게 문제인가 싶어서 먹는 양을 조금씩 조절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토 빈도를 조절하셨기 때문에 사실 고양이가 어디가 아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오셨다기보다는, 건강검진을 하러 오셨었죠. 초진은 아니었고, 예전에도 치과 문제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을 왔던 적이 있는 환자였습니다. 만성적으로 구토를 한다는 히스토리도 문제였지만, 사실 검진 때 가장 우려됐던 건 환자의 체중이었습니다.
내원 전날 구토를 심하게 하고, 탈수 때문에 체중이 300g 가까이 빠졌던 것도 있었지만, 2022년에만 해도 5kg 후반에서 6kg 정도를 유지하던 환자가 1년만에 체중의 10%가 넘게 빠진 채로 온 거죠. 아이를 매일 보는 보호자분께서는 어쨌든 아이가 사료를 먹고 있으니, 큰 차이를 못 느끼셨지만, 병원에서 볼 때는 특별히 체중 관리를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체중이 많이 빠졌다는 건 어딘가 건강이 안 좋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와 같았습니다.
평상시 구토가 잦은 편이고, 많이 먹지 않는 편인데다가 체중이 빠졌습니다. 검진 당일에는 전날밤 심하게 했던 구토 때문에 탈수까지 있었고, 그래서인지 기력도 많이 쳐져 있었죠. 이 환자의 혈액 검사(생화학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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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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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 |
3.4 g/dl |
2.2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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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KP |
30 U/L |
14 -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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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
77 U/L |
12 – 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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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 15 mg/dl |
16 –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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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
9.5 mg/dl |
7.8 – 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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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L |
213 mg/dl |
65 –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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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
1.1 mg/dl |
0.8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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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T |
0 U/L |
0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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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 |
▲ 5.2 g/dl |
2.8 –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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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 |
▲ 161 mg/dl |
74 – 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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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3.7mg/dl |
3.1 –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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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IL |
0.3 mg/dl |
0 –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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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 |
8.6 g/dl |
5.7 – 8.9 |
무언가 하나 문제가 뚜렷한 수치가 보인다면 수의사 입장에서는 진료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좋겠지만, 이 환자는 혈액 검사 결과에서 이렇다할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BUN 수치가 좀 낮았지만, 잘 못 먹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고, 글로불린(GLOB) 수치는 이전에 치과 문제가 있었던 환자이니 그래서인가 보다 했고, 혈당(GLU)은 일시적인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보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죠.
이렇게 혈액 검사에서 문제가 확인되지 않으면 영상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환자는 방사선 검사에서는 특이사항이 확인되지 않았고,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미묘하게 이상한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환자의 초음파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담낭이 저런식으로 스머프 모자 모양(프리기아 모자)처럼 보이는 건 고양이에서 정상이라고 보지만, 담낭의 벽이 깔끔하지 못하고 미묘하게 지저분해져 있는게 확인됐고, 췌장 주변의 지방이 경미하게 하얗게 보이면서 염증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됐죠. 소장의 벽은 이렇다하게 크게 두꺼워진 부분은 없었지만, 담낭과 췌장이 초음파 검사에서 안 좋게 보이니 구토와 식욕부진, 체중 감소라는 히스토리를 고려했을 때 세동이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보호자분에게 확정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를 권유하게 됩니다. 세동이염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확정 진단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조직검사니까요. 하지만 보통 안그래도 쇠약해져 있는 고양이를 마취해야 한다는 부분이나, 비용적인 부분 때문에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이 조직 검사를 꺼리시죠.
그러면 이제 수의사도 꼼수를 찾아야 합니다. 이상적이진 않지만, 차선으로라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죠. 이 환자의 경우엔 그게 담낭 천자와 소화기 패널 검사였습니다. 세동이염이 이미 초음파 상에서 의심되는 상황이면 그냥 세동이염이라고 보고 약을 주면 되지 않냐…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각각의 질환에 어떤 치료약을 쓰느냐를 보면 세동이염이라고 다 똑같은 세동이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먼저 세동이염의 시작점이 되는 염증성 장 질환(IBD)는 약의 선택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전에 IBD에 관한 케이스 소개에서도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보통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게 됩니다. 이 환자는 초음파 검사에서 장이 그리 두꺼워지지는 않아서, IBD가 맞는지, 혹은 뜬금없이 담관간염과 췌장염만 있는 게 아닌지(이렇게 염증이 2개면 Biaditis라고도 합니다) 알 수 없었지만, 만약 IBD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임상증상 개선여부를 볼 수 있었죠.
췌장염은 더 쉽습니다. 췌장염은 약이 없으니까요. 강아지와 달리 식이가 큰 의미를 갖지도 않습니다. 췌장염 때문에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대증적인 치료를 하죠. 구토를 하면 항구토제를 주고, 식욕이 떨어지면 식욕촉진제를 주는 식으로요. 이런 약들은 크게 부작용이 있는 약들도 아니니 처방이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어려운 건 담관간염입니다. 담관간염은 담관간염 안에 4개의 하위 분류가 있는데, 각각의 하위 분류에 따라서 치료약이 달라집니다. 이전에 다른 글에서도 한 번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WSAVA International Liver Standardization Group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1) Neutrophilic cholangitis, acute and chronic forms
2) Lymphocytic cholangitis
3) Cholangitis associated with liver flukes
4) Lymphocytic portal hepatitis
이 중에 4번째 Lymphocytic portal hepatitis는 노령성 변화라고 보기 때문에 치료하지 않고, 나머지 3가지를 치료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첫번째 Neutrophilic cholangitis는 보통 세균 감염이 원인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를 하고, 2번째 lymphocytic cholangitis는 면역매개성 질환이라고 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합니다. 3번째 liver flukes에 의한 담관간염은 기생충 감염이 원인이기 때문에 구충제로 관리합니다. 3번째 기생충성 담관간염은 보통 열대 지방에서 날 생선을 먹을 때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니 한국에서 사료 먹는 집 고양이들에게선 보기가 쉽지 않고, 보통 첫번째 세균성과 두번째 면역매개성 담관간염을 고민하게 되죠.
이 둘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간담도계에 세균 감염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야 합니다. 세균 감염이 있는지 없는지 감별하지 않고 그냥 항생제를 먹여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엔 세균 감염이 없다면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먹게 되는 셈이 되고, 세균 감염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항생제가 세균에 잘 듣는(=감수성이 있는) 항생제인지 모르고 약을 쓰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스테로이드가 필요할 가능성이 몹시 높은데, 항생제를 추가하느냐 마느냐, 추가한다면 어떤 항생제를 먹여야 하는냐가 세동이염에서 주요한 치료 포인트가 된달까요.
간담도계 쪽에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할 때 도움이 되는 검사가 담낭 천자입니다. 담낭 천자를 하면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다지만) 기생충 감염이 있는 케이스는 아닌지도 감별을 할 수 있고, 뽑아낸 담즙을 배양해서 세균 감염이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담낭 천자는 고양이가 맨정신에 하기는 어렵고, 헤비한 진정이 필요하지만, 검사를 할 수 있다면 환자에 대해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검사죠. 보호자분께서는 설명을 들으시고, 담낭 천자를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환자에게서 뽑아낸 담즙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보통은 우측같은 진한 담갈색의 담즙이 나오는게 일반적인데, 이 환자의 경우는 투명한 담즙이 나오더군요. 간단하게 세포학 검사를 진행하고,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여, 배양 검사까지 의뢰를 했습니다. 배양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담즙에서 대장균(Escherichia coli)가 확인됐고, (다행히) 대부분의 항생제에 감수성(sensitive)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죠. 세동이염이 있는 환자들에서 세균성 담관간염이 생기는 이유는 보통 소화기의 세균이 총담관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면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배양되는 세균들은 보통 장에 있는 세균들이 확인됩니다. 대장균이 대표적이지만, 연쇄상구균(streptococcus)이나 클로스트리디움, 살모넬라 같은 것들이 담즙에서 흔하게 배양되는 세균들이죠.
이렇게 결과가 나오면, 비록 조직 검사를 하지 못했지만, 이 환자가 세균성 담관간염(혹은 담관염)을 가지고 있다고 가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치료에는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환자의 경우는 여러가지 항생제 중에서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적은 세프포독심(Cefpodoxime)이라는 항생제를 처방했습니다.
반대로 만약 배양 검사에서 세균이 배양되지 않는다면, 항생제가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는 얘기가 됩니다. 조직 검사를 하지 못한다면 확정진단은 어렵지만, 배양이 음성임에도 여전히 담관간염이 강력하게 의심이 된다면 면역매개성인 lymphocytic cholangitis라고 생각할 수 있죠. 담낭 천자가 보호자분의 비용적인 부담 때문에 옵션이 아닌 케이스들에서는 환자의 나이, 증상이 급성으로 나타났느냐 아니냐를 토대로 감별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담낭 천자를 할 수 있다면, 좀 더 명확한 진단명을 가지고 진료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담관간염은 그렇다 치고 소화기 쪽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담낭까지 세균 감염이 되어 있었으니, 당연히 소화기 쪽에 세균 문제가 있을 거고, IBD는 그냥 깔고 가는 게 정답일까요? 이런 경우에도 조직 검사가 옵션이 아니라면, 근거로 삼아볼 수 있는 검사가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소화기 패널(GI Panel) 검사입니다. 외부 의뢰 검사로 진행되는 소화기 패널 검사는 크게 4가지 결과를 알려줍니다. 췌장염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fPL 수치와 췌장에서 소화 효소 분비가 잘 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fTLI, 소장에서의 소화흡수능력이 어떤지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해주는 Folate와 Cobalamin 수치를 알려주죠. 이 환자의 검사 결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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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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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 fPL |
▲ 4.6 ug/L |
0.0 –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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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I |
37.00 ug/L |
12.00 – 8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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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balamin |
994 ng/L |
276 – 1,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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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ate |
▼ 5.5 ug/L |
8.9 – 19.9 |
fPL 검사는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왔으니 췌장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3.5부터 5.3까지는 그레이존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 췌장염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초음파 상에서 췌장이 비정상적으로 보였다는 점이나, 환자의 임상증상, 담관간염까지 진행된 환자의 이력을 볼 때는 심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췌장염이 있을 거라고 얘기할 수 있죠. 췌장염의 진단은 골드 스탠다드가 조직검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보통 조직검사로 진단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췌장염을 의심할 수 있는 여러가지 근거들을 쌓아가면서 진단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특이사항은 Folate(엽산) 수치가 낮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보자면, folate는 정상보다 수치가 낮으면 근위 소장(보통 십이지장)의 소화 흡수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높게 나오면 장내 정상 세균총이 무너진 Dysbiosis 상태라고 봅니다. 이렇게 낮게 나오면 십이지장 쪽의 mucosal disease(IBD나 소화기 림프종 같은 병들)이 있다고 꽤나 가능성 높은 얘기를 할 수 있죠.
이러면 초음파 검사 상에서 십이지장이 두꺼워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높은 확률로 십이지장 쪽의 IBD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확정 진단은 아니지만, IBD 관리를 위해 식이를 조절한다든가,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는 걸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얘기죠.
여기까지 알게 되면 조직 검사를 통해 좀 더 확실한 진단을 할 수는 있지만, 조직 검사가 약 처방을 달라지게 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가 필요한 환자라는 것이 명확해진 셈이니까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우선적으로 투약하되, 임상 증상이 완전히 컨트롤되지 않으면, 췌장염에 의한 영향이 있다고 보고 대증적인 처치(항구토제나 식욕촉진제)까지 처방을 고려해볼 수 있는 환자라는 얘기가 됩니다.
수의사가 대범하다면, 이런 케이스에서는 IBD를 식이만으로 컨트롤하되, 항생제만 투약하면서 임상 증상 개선 여부를 볼 수도 있겠지만, 저같은 소심한 수의사는 초반에는 환자의 증상 개선이 더딜 것을 우려해 약을 적극적으로 처방합니다. 내원 당시 환자의 식욕도 좋지 않았고, 기력도 많이 떨어진 상황(거의 진정 없이 담낭천자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진단이 난 이후에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항구토제를 모두 처방했죠. 이후 환자가 점진적으로 식욕과 활력을 되찾는 걸 보고,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약(이 경우엔 항구토제)부터 하나씩 빼기 시작했습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에는 다행히 항구토제를 제외하고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만 처방했을 때도 구토 없이 식욕이 유지가 됐죠. 약을 먹기 시작하고 1달쯤 됐을 때 5.08kg까지 떨어졌던 환자의 체중은 다시 5.5kg까지 늘었고, 환자의 담낭도 초음파 상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동이염은 이 케이스처럼 혈액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병 중 하나입니다. 세동이염에 대해 자세하게 리뷰한 2020년 JFMS의 논문을 보면 이런 세동이염의 특징이 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임상증상도 췌장염, 담관간염, IBD가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고, 혈액 검사 상에서도 간 손상이나 염증을 의심할 수 있는 지표들이 모두 정상(Normal)으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죠. 혈액 검사가 전부가 아니고, 임상 증상과 환자의 상태, 보호자분과의 문진 내용을 토대로 수의사가 의심해나가야 하는 질환이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2015년 JSAP에 올라온 세동이염에 관한 리뷰 논문을 보면, 췌장염으로 진단된 고양이의 대략 절반(50-56%) 정도가 세동이염으로 보이고, 담관간염 환자 3마리 중 1마리(32-50%) 정도가 세동이염 환자로 추측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드문 병이 아니면서도 동시에 고양이가 췌장염이나 담관간염이 의심되면 항상 따라오는 나머지 질환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한다는 얘기가 되죠.
이런 질환은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별 질환에 대해서만 접근을 하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다른 병을 놓치게 되죠. 예를 들어 병원에서 원내 검사(fPL 검사)로 췌장염이 확인됐는데, 세동이염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췌장염에 대해서만 대증적으로 접근하면 환자는 개선이 더디고, 관리되지 않는 담관간염이나 IBD 때문에 지속적으로 임상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담낭이 안 좋아 보여서 담낭 천자를 했는데, IBD를 놓치면 세균이 배양됐다한들 항생제만 투약하게 될테니 환자의 임상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서 수의사 입장에서 세동이염은 흡사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진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에도 소화기가 좋지 않은 환자였는데 보호자분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 아닌지 문진을 통해 퍼즐을 하나 찾고, 혈액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또 하나의 퍼즐을 찾습니다. 조직 검사 같은 큰 퍼즐을 한 번에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담낭 천자나 소화기 패널 같은 작은 퍼즐을 찾아서 세동이염이라는 큰 그림을 맞춰나간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