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아주 어린 환자였습니다. 작년 12월 말에 첫 내원을 했는데, 그 때만 해도 겨우 3개월을 조금 넘은 아주 작은 고양이 환자였습니다. 아직 중성화도 안 했을 시기였지만, 이미 탈장 때문에 수술을 한 번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서혜부 쪽에 선천적으로 근육이 없어서 탈장이 생겼고, 외과적인 교정을 시도했지만, 근육 결손 부위가 너무 커서 교정이 어렵다는 얘길 들었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처음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을 때는 좌측 넙적다리 쪽으로 탈장이 된 부위가 확인이 됐었고, 초음파로 확인했을 때, 단순히 복강 내의 지방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 장이 튀어나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원 첫 날 배뇨 곤란과 관련한 방광 결석도 확인됐지만, 이 포스팅에서는 외상성 탈장 위주로만 서술하겠습니다.)

탈장이 확인되면, 바로 응급 수술을 해야되는 케이스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습니다. 탈장(hernia)이 있을 때, 탈장된 장기가 탈장의 링(hernia ring) 때문에 혈액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괴사하고 있으면 괴사된 부분을 제거하고, 빠르게 다시 혈류 흐름을 회복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응급 수술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탈장 부위가 넓어서 탈장과 관련된 임상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급하게 수술을 해야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장이 복강 내에서 넙적다리 쪽의 피부 아래로 튀어나와있는게 확인됐지만, 소화기 증상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고, 내원 전에도 이미 탈장과 관련해서는 임상 증상이 없었던지라 급하게 응급 수술을 해야하는 환자는 아니었습니다.

이 환자의 히스토리를 잠깐 돌이켜보자면, 보호자분께서 길에 있는 아이를 구조하신 거였고, 처음 구조를 했을 때는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서 병원에 바로 입원을 시키셨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구조하셨을 때는 간수치가 높았고, 탈수가 아주 심했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카라에 환자의 이야기를 보호자분께서 올려주셨더군요.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많이 위험한 상황에서 보호자분이 아이를 구조해주신듯 싶습니다.

어쨌든 (아이의 상태가 안정적이었고, 보호자분의 사정으로) 당장은 수술을 하지 못하고, 조금 시간을 두고, 처음 아이를 만나고 2달 정도가 지난 3월 2일 탈장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탈장 교정을 시도했다가 하지 못한 히스토리가 있었고, 선천적인 근육 결손의 얘기까지 들었던지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수술에 임하게 됐습니다. 탈장은 많은 경우, 별다른 보형물 없이 봉합만으로 수복이 가능하지만, 결손 부위가 정말 큰 경우에는 메쉬(mesh)를 대서 복벽에 너무 많은 장력(tension)이 가해지지 않도록 합니다. 미리 메쉬도 준비해두고,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포스팅에서는 탈장에 대한 얘기만 있지만, 중성화 수술과 탈장 교정술, 방광 결석 제거 수술을 한 번에 하는 큰 수술이었습니다.)

보통 허벅지 안쪽에 탈장이 있는 경우, 수의사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서혜부 탈장(inguinal hernia)입니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서혜부에도 약간의 지방 탈장이 있었지만, 장이 허벅지 안쪽으로 튀어나오게 된 큰 이유는 위 사진에 보이는 것 같은 복벽의 결손 부위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근육 결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선천적이라기엔 양쪽 모두의 결손이 아닌, 좌측에만 결손이 있었고, 히스토리 상으로 처음 구조를 했을 때 간수치가 크게 올라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었기에 조금 더 의심이 되는 건 선천적인 근육 결손보다는 외상으로 인한 복벽 파열이었습니다. 외상이 있어서 근육에 손상을 입는 경우, 간에는 별 손상이 없어도 간수치인 ALT가 크게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ALT는 근육에서도 만들어지는 효소라서 간이 멀쩡해도 외상으로 근육에 손상을 입으면 ALT 수치가 올라갑니다),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의심이 됐습니다.

(사족이지만, 수술 이후에 보호자님이 기고한 카라 포스팅을 봤습니다. 당시 사진을 보면 탈장 부위에 크게 멍이 들어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아마 외상의 가능성을 좀 더 높이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인이 어떻든 결손 부위가 크기는 했지만, 봉합을 했을 때 장력이 크게 가해지는 부위는 아니었고, 결손 부위를 봉합사로 봉합했습니다.

탈장을 교정하는 수술을 할 땐 두가지 방식으로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탈장이 된 부위 바로 위를 절개해서 밖에서 안으로 탈장된 장기를 밀어넣는 방법이 있고, 개복을 해서 복벽의 안쪽에서 탈장된 장기를 끄집어 당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느 수술법을 선택하느냐는 수의사의 재량이지만, 결손 부위가 좁아서 혈관을 조이는 바람에 혈류 흐름이 손상받았을 가능성이 있거나, 결손 부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복강 안쪽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조금 더 선호될 수 있습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에는 중성화와 방광 결석 때문에 어차피 개복을 해야하는 케이스였고, 결손 부위가 커서 수복을 하지 못했다는 히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하게 안쪽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절개면이 커지기는 했지만, 밖에서 접근하는 것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복벽의 결손 부위를 수복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애초에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메쉬를 댈 필요 없이 탈장을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탈장 부위가 클 경우 사용하는 메쉬는 인공적인 보형물이기 때문에 복벽에 고정해놓는 경우, 감염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복벽에 장력이 세게 걸리지 않게 도와준다는 면에서는 탁월하지만, 어쨌든 인공적인 것이라는 단점 때문에 가능하면 메쉬를 사용하지 않고 탈장을 교정하는 것이 메쉬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낫습니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메쉬는 비싸기 때문에, 메쉬 없이 수술을 하는 것이 더 좋고요.)

최근 JFMS(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서는 리뷰 논문으로 외상으로 인한 복벽이 파열된 경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하고, 어떤 식으로 치료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복벽 결손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바로 수술을 하는 걸 추천하지 않고, 먼저 환자의 전신 상태를 평가해서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가 있으면 이를 먼저 교정하고, 그 후에 물리적인 결손 부위를 교정하는 쪽을 추천하는 내용이 다시 한 번 리뷰됐습니다.

환자는 수술 후 진통 관리와 (방광 결석 수술 때문에) 배뇨 여부를 확인한 후, 다음날 퇴원했고, 수술 후 2주차가 됐을 때, 봉합을 제거했습니다. 6개월이 되기도 전에 수술을 2번이나 한 환자라 얼마 안되는 묘생을 아주 파란만장하게 보냈지만, 수술 예후도 좋고, 좋은 보호자님을 만나 앞으로의 묘생에 꽃길만 있는 것 같으니… 의료진들도 보람을 느꼈달까요. 앞으로는 다시 몸에 칼을 대는 일 없이 평생 꽃길… 아니 츄르길만 걷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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