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신우신염(=신장에 세균이 감염된 것)은 흔하게 자주 보는 케이스는 아닙니다. 고양이는 요로계(신장이나 방광) 감염이 드문 편이고, 그렇다보니 신우신염을 볼 일이 그리 많진 않죠. 이번에 소개할 환자는 그런 신우신염 케이스입니다만, 흔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진단을 놓칠뻔했던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소변 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도록 교훈을 준 케이스랄까요.
환자는 14살의 터키쉬 앙고라, 중성화된 암컷 고양이로 기존에도 오늘동물병원에서 신부전을 관리하고 있던 환자였습니다. 신부전 단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정기적으로 신장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환자였죠. 크레아티닌 2.5, BUN 32로 처방사료 급여 정도를 할뿐 신부전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했던 환자는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이 환자가 갑작스레 혈뇨를 보고 바닥에 소변을 흘리고 다니는 배뇨곤란 증상을 보인다며 보호자분께서 아이를 오늘동물병원에 데리고 오셨습니다. 혈뇨와 배뇨곤란 증상은 전형적인 하부요로계(방광이나 요도) 증상이기 때문에 방광염이나 방광 결석 정도를 의심하고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방광 내에 소량의 슬러지 정도가 있었을뿐 커다란 돌덩이가 있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내원 당시 보호자분이 개인사정으로 집에 없는 경우가 잦았다는 얘기가 있어,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특발성 방광염(FIC, Feline Idiopathic Cystitis)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원칙적으로 특발성 방광염을 진단하고자 하면, 다른 질환(예컨대 세균성 방광염이나 방광 결석) 같은 것들이 모두 배제가 되어야 하나, 고양이 방광염의 절대다수가 특발성이다보니, 방광 결석 아니면 특발성 방광염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죠.
이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특발성 방광염은 이렇다할 약이 따로 없고, 보통은 시간이 병을 치료해줍니다. 오늘동물병원은 그래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특발성 방광염 환자에게 별도로 약을 처방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간혹 만성화되는 경우가 있어서 7-10일 이후에도 계속 동일한 증상을 보이면 그 때 다시 병원에 오시라고 말씀드릴 뿐이죠.
그렇게 집에 갔던 환자였는데, 2주쯤 지나서 보호자분이 다시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혈뇨와 배뇨곤란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점점 밥을 잘 안 먹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하셨죠. 보통 방광염 때문에 밥을 안 먹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건 이 때였습니다. 신부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환자였으니, 방광염이랑은 별개로 운 나쁘게 신부전이 악화된 건 아닌가 싶었죠. 보호자분께 말씀드리고 혈액 검사를 진행했고,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
ALB |
3.1 g/dl |
2.3 -3.9 |
|
ALKP |
24 U/L |
14 -111 |
|
ALT |
27 U/L |
12 – 130 |
|
BUN |
▲ 69 mg/dl |
16 – 36 |
|
Ca |
9.6 mg/dl |
7.8 – 11.3 |
|
CHOL |
82 mg/dl |
65 – 225 |
|
CREA |
▲3.6 mg/dl |
0.8 – 2.4 |
|
GGT |
0 U/L |
0 – 4 |
|
GLOB |
▲ 5.4 g/dl |
2.8 – 5.1 |
|
GLU |
148 mg/dl |
74 – 159 |
|
PHOS |
7.1 mg/dl |
3.1 – 7.5 |
|
TBIL |
0.3 mg/dl |
0 – 0.9 |
|
TP |
8.5 g/dl |
5.7 – 8.9 |
|
Na+ |
166 mmol/L |
150 -165 |
|
K+ |
▼ 3.2 mmol/L |
3.5 – 5.8 |
|
Cl- |
120 mmol/L |
112 – 129 |
평소 정기 검진 때의 혈액 수치와 비교했을 때, 신장과 관련된 수치들(CRE, BUN, Phos)이 전부 상승한 걸 볼 수 있었죠. 신장과 관련해서 특이했던 건 또 있습니다.
신장의 모양이 쭈글쭈글해보이는 거야 신부전 때문에 원래도 그랬던 환자이지만, 이상하게 신장을 둘러싼 주변의 지방(=전문용어로 perinephric fat이라고 합니다)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조금 더 하얗게 보이는 게 확인이 됐죠. 보통 염증이 있으면 주변부의 지방이 하얗게 보이게 되는데, 평상시 신부전 정기검진을 할 때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하얗게 보인다는 느낌이 있었죠. 게다가 좌측 신장의 경우, 명확한 신우 확장이 있었습니다. 신우 확장은 여러가지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데, 신부전이 아주 심할 때도 나타날 수 있고, 요관이 막혀서 수신증이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이런 변화들의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변화들이다 보니 신부전이랑 방광염이 같이 터졌나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죠. (관성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수의사…)
어쨌든 환자가 밥을 먹지 않았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입원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수액 치료를 해서 신장 수치를 떨어뜨려주고 임상 증상이 개선되는가를 보고자 했죠. 하지만 입원을 시켜놓고보니 평소 보던(?) 환자들이랑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일단 화장실을 정말 자주 갔습니다. 혈뇨를 보는거야 보호자분 얘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초음파에서의 방광 상태를 볼 때, 이렇게까지 배뇨곤란 증상을 보일 일인가 싶었죠. 게다가 BUN 수치가 기껏해야 69 정도인데 밥을 안 먹는다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고양이들은 BUN 69 정도면 입이 짧아져서 깨작대기는 해도, 식욕이 아예 없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요. 이 때 떠오른게 이런 증상을 모두 보일 수 있는 신우신염이었습니다. 요로계에 세균이 감염되면, 염증 때문에 BUN 수치와는 크게 상관없이 식욕이 떨어질 수 있고, 세균 감염이 방광까지 이어지면 방광염 증상을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방광염이 먼저냐 신장의 세균 감염이 먼저냐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어쨌든 세균이 둘 다 감염되면 신부전 증상과 방광염 증상 모두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걸 확인하기 위한 검사는 소변 검사입니다. 단순한 소변 스틱 검사가 아니라, 소변을 원심분리해서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요침사 검사가 필요했죠. 이 환자의 요침사 검사 결과 사진은 아래와 같습니다.
화살표로 표시해둔 곳은 세균, 동그라미로 표시해둔 곳은 백혈구입니다. 정상적으로 소변에서는 이렇게 많은 백혈구가 관찰되어서도 안되지만, 세균이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환자의 임상증상과 초음파에서의 신장 모습(신장 주변의 지방이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나, 신우 확장이 있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이렇게 소변에서 세균이 확인될 때, 신우신염이라고 가진단을 내릴 수 있죠. 이렇게 일단 가진단을 내린 후에는, 소변에서 현미경으로 본 세균이 정말 세균이 확실하다는 걸 알기 위해 세균 배양 검사 결과를 의뢰합니다. 세균 배양 검사 결과에서 세균의 확인되면 그 때는 신우신염이라고 확정 진단을 내릴 수 있죠.
통상적인 고양이 신부전이나 특발성 방광염에서는 항생제를 처방하는 일이 없지만, 신우신염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항생제가 환자를 살리는 약이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소변으로 세균 배양 검사를 의뢰해놓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신우신염에서 루틴하게 처방하는 항생제를 주사하기로 했습니다.
신우신염은 같은 요로계 감염이지만, 방광염처럼 소변에서 고농도로 유지되는 항생제가 아니라 혈중에서 고농도로 유지되는 항생제를 써야하는데, 그래서 방광염과는 처방하는 항생제가 다릅니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광염의 경우 보통 아목시실린을 퍼스트 초이스로 쓰지만, 신우신염이라면 마보플록사신을 퍼스트 초이스로 처방하죠.
항생제를 주사하기 시작한 이후, 환자의 혈액 수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1일차 |
입원 2일차 |
입원 3일차(퇴원) |
정상 범위 |
|
BUN |
▲ 69 mg/dl |
▲ 62 |
▲ 45 |
16 – 36 |
|
CREA |
▲3.6 mg/dl |
▲ 2.9 |
▲ 2.5 |
0.8 – 2.4 |
|
PHOS |
7.1 mg/dl |
4.5 |
▼ 2.8 |
3.1 – 7.5 |
수액 치료를 병행하면서 항생제를 줬으니, 온전히 항생제만의 덕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신장 수치가 조금씩 개선되는 걸 볼 수 있었죠. 수치 상의 변화보다 반가웠던 건 환자가 다시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환자가 항생제를 먹는 약으로 처방받아 집에 가고 얼마 안 있어 배양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변에서 대장균(Escherichia coli)가 확인됐고, 다행히 대부분의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이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죠. 환자에게 퇴원약으로 처방한 마보플록사신과 같은 퀴놀론 계통에 속한 엔로플록사신에 아주 괜찮은 감수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기에, 굳이 약을 바꾸지는 않고 동일하게 마보플록사신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마보플록사신 투약 중에 환자의 임상 증상이 점진적으로 개선이 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신우신염으로 진단되면 항생제는 얼마나 오래 먹어야할까요? 과거는 4-6주 정도는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사람에서 이렇게 긴 기간까지 먹지 않아도 된다더라…라는 얘기 때문에 수의학에서도 항생제의 처방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통상 7-14일 정도의 항생제 복용이면 세균을 사멸시키는데 충분하다고 얘길하죠.
그래서 이 환자는 총 14일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고, 상태 확인을 위해 다시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혈뇨와 배뇨곤란 증상은 완전히 사라졌고, 밥도 잘 먹는다고 하셨습니다. 2주 간의 항생제 치료를 완료했을 때 환자의 초음파 검사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전히 신장 주변의 지방이 조금 하얀가 싶기도 하지만, 신우신염을 진단받았던 날만큼은 아니었고, 신우 확장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혈액 수치는 어떨까요?
|
검사 항목 |
퇴원한 날 |
항생제 투약 2주 |
정상 범위 |
|
BUN |
▲ 45 mg/dL |
▲ 48 |
16 – 36 |
|
CREA |
▲ 2.5 mg/dL |
▲ 2.6 |
0.8 – 2.4 |
|
PHOS |
▼ 2.8 mg/dL |
5.9 |
3.1 – 7.5 |
퇴원한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만약 혈액 수치나 초음파 상의 모습이 완전히 정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세균이 완전히 사멸한 게 맞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소변 검사를 진행합니다. 요침사 검사를 해서 세균이 현미경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걸 한 번 확인하고, 배양 검사까지 해서 음성이 나오는지도 한 번 더 확인하죠.
다행히 배양 검사에서 세균이 확인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신우신염은 치료가 끝났다고 얘기할 수 있고, 환자의 초음파 상 신장의 모양 변화나 신장 수치 상승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부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케이스가 주는 교훈은 루틴한 소변 검사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소변 검사라고 한다면, 보통 흔하게 하는 소변 스틱 검사와 비중계를 이용한 소변의 비중 검사 정도를 얘기합니다만, 실제로 완전한 소변검사를 했다고 말하려면, 여기에 요 침사(urine sediment) 검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합니다. 요 침사를 하지 않는 소변 검사는 반쪽짜리 소변 검사죠.
이 내용을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알고 있습니다만, 요침사 검사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며,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루틴하게 잘 하지 않습니다. (굳이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요침사 검사를 하기보다는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루틴한 케이스를 토대로 내과 지식을 가지고 검사의 필요성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밀어버리거나, 곧바로 상위 진단 검사(=예컨대 배양)를 해서 요침사가 없어도 되는 검사라고 생각해버리죠.
하지만 요침사를 루틴하게 해보면, 요침사 자체가 결정적인 검사(=최종적인 진단을 내려주는 검사)는 아닐지 몰라도, 상위 진단 검사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검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케이스에서는 요로계의 세균 감염이 드문 고양이임에도 배양 검사를 해봐야한다는 근거를 갖게 해줬고, 배양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항생제를 선제적으로 투약할 수 있는 근거 또한 마련해줬습니다. 수의사 입장에서 보자면 조금 더 체계적인 진료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검사고, 보호자분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상위 진단 검사로의 진행을 막아주는 경우가 있으니 전체적인 의료비용을 아껴주는 검사랄까요.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이 케이스 이후로 과거의 귀차니즘을 뒤로하고, 모든 소변 검사에서 요침사 검사를 반드시 함께 진행합니다. 신이 소변을 황금색으로 만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 있죠. 이 포스팅은 건방진 인간이 황금을 몰라본 죄를 속죄하는 반성의 포스팅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