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옛날에는 흔하게 봤는데, 최근에는 보기 힘든 것들이 있습니다. 동물병원에도 그런 게 있습니다. 옛날엔 범백이나 파보 같은 전염병을 어렵지 않게 봤지만, 요즘엔 백신 접종을 다들 잘 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케이스를 볼 일이 많이 줄었죠. 또 다른 예로는 제왕절개도 있습니다. 요즘엔 가정 교배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어쩌다 가정 교배를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집에서 자연 분만을 시키다보니 졸업한지 얼마 안된 수의사들은 제왕절개를 본 경험이 없는 경우도 많죠. 오늘 얘기하는 유선 증식 케이스도 그런 병 중 하나입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경우에 나타나는 질환이라 흔하게 보기가 어렵고, 어쩌다 보게 되는 경우에도 눈으로 보는 병변의 모습들이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어, 처음 볼 땐 이게 뭐지 싶은 병이죠.

환자는 10살의 페르시안, 중성화하지 않은 암컷 고양이였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새끼를 보려고 중성화를 하지 않은 건 아니셨고, PKD(Polycystic Kidney Disease, 다낭성 신장질환)가 있어서 어릴 때 다니던 병원에서 (마취 위험 때문에) 중성화를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얘기를 들으셨다고 했습니다. 그 사이에 교배를 하거나, 분만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주신 건 이틀 전부터 배에서 무언가 만져지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10살된 중성화 안 한 암컷 고양이가 배쪽(유선)에서 무언가 만져진다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아무래도 유선 종양입니다. 고양이 유선 종양은 악성이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후도 불량한 편이라 수의사나 보호자나 제일 걱정하게 되는 부분이죠. 그래서 환자의 경우, 유선 종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변을 살펴봤습니다. 배쪽의 털을 깨끗이 밀고, 만져진다고 하신 걸 살폈더니 이렇게 보이더군요.

뭔가 덩어리지듯 만져지기는 하는데, 보통은 딱딱하게 만져지는 일반적인 유선종양 같지는 않고, 모든 유선의 주변에서 흡사 멍이 든 것처럼 병변이 확인됐죠. 유선종양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일 먼저 한 건 세포학 검사입니다. 유선종양이 맞다면 종양 세포(보통은 상피세포를 확인하게 됩니다)를 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요. 세포학 검사 사진은 이렇습니다.


멍이 든 것 같은 부분을 주사 바늘로 찔렀더니, 갈색 액체가 빨려나오더군요. 이걸 슬라이드에 도말해서 봤더니 상당수는 탐식구(macrophage)와 소수의 호중구(neutrophil)로 염증성 병변이 의심이 됐습니다. 종양 세포를 확인하지는 못했죠. 그래서 유선 종양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유선염이 아닌가 싶어 보호자분께 뽑아낸 액체의 배양 검사를 의뢰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유선염은 흔하게 보는 질환은 아니지만, 보통은 세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뽑아낸 액체에서 세균이 확인된다면, 항생제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erobic culture and susceptibility

No growth for 2 days

헌데 며칠을 기다려서 받은 배양 검사 결과에선 세균이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이러면 유선염이 아니라는 얘기가 됩니다. 유선종양도 아닌 것 같고, 유선염도 아닌 것 같으니,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생각해야했죠. 그래서 보호자분께 말씀드린 건 병변의 조직 검사입니다. (수의사들은 진단을 모르겠으면 조직 검사를 권합니다.)

유선을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던 병변에서 일부를 떼어냈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 조직 검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INTERPRETATION:

Mammary lobular hyperplasia with duct ectasia.

COMMENTS:

Histopathological examination of the submitted biopsy specimen revealed mammary lobular hyperplasia and cystic ductal dilatation (ectasia). There is no evidence of neoplasia in the examined tissue.

Mammary lobular hyperplasia is found in bitches and queens and consists of hyperplastic lobules of secretory acini indistinguishable from normal lactating gland. Foci or nodules can be large, and either secretory epithelium or myoepithelium may dominate. Lobular hyperplasia is characterized by an extremely varied lesional picture: acinar and duct ectasia, sclerosis and secretion, with the presence of inflammatory or metaplastic cells. It most often occurs in intact, nonpregnant and nonlactating bitches and queens.

HISTOPATHOLOGIC DESCRIPTION:

The mammary gland is slightly expanded by a non-neoplastic proliferation of intralobular acinar cells associated with well-demarcated cystically dilated ducts lined by a single layer of cuboidal epithelium. There is minimal pleomorphism within the epithelial population and mitoses are uncommon. The cells lining the cystically dilated ducts often exhibit luminal apical blebbing and the lumina of the ducts and some acini contain abundant brightly eosinophilic, finely granular to homogenous material with occasional entrapped foamy macrophages. Small clusters of macrophages containing homogenous yellow intracytoplasmic material are noted at the margin of the cyst (presumptive former cystic ductular rupture site).

IDEXX 조직 검사 결과

유선의 증식(mammary lobular hyperplasia)으로 인해 유관의 확장(duct ectasia)이 확인된다는 진단이 나왔죠. 의뢰된 조직에서는 다행히 종양은 의심되지 않는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선 증식 혹은 유선 섬유선종성 증식(Mammary Fibroadenomatous Hyperplasia, MFAH)이라고 하는 이 질환은 강아지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고양이에서 보게 되는 것으로 보통은 호르몬(프로게스테론)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조직 검사 결과에도 쓰여져 있지만) 육안 병변의 모습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서, 유선 종양으로 쉽게 오인되곤 하는 질환이죠. 보통은 발정기가 온 어린 고양이에게서 보게 되지만, 이 환자처럼 나이가 들어서 생기기도 하고, 혹은 중성화를 한 줄 알았는데, 난소가 중성화 때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경우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케이스에서는 유선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선 증식이 원인이 되어 유선염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호르몬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는 호르몬의 영향을 없애는 식으로 관리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 제일 먼저 해야하는 건 중성화 수술이었죠. 보호자분께서는 PKD 때문에 마취가 부담스러워서 중성화 수술을 미루셨던 경우였습니다만, 이미 조직 검사 때 수월하게 마취 회복을 하는 모습을 보셨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중성화 수술 결정을 내리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유선 증식 환자에서 재밌는 건, 중성화 수술을 일반적인 방법과 다르게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암컷의 중성화 수술에 대한 포스팅을 쓸 때, 수술법이 2가지가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배의 정중앙을 절개해서 접근하는 방법(정중절개)이 있고, 옆구리 쪽에서 절개하는 방법(옆구리 절개)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중성화의 경우엔 둘 중에 어떤 방법이 더 우월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환자에선 옆구리 절개가 환자에게 조금 더 친화적입니다. 정중 절개를 하고자 한다면, 이미 부어있는 유선 근방에 칼을 대야하기 때문에 수술 부위가 지저분해지거나, 유선에 추가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옆구리 절개를 해서 유선을 피해 칼을 댈 수 있다면, 수술 이후에 유선의 변화를 확인하기도 좋고, 수술도 더 깔끔하게 할 수 있죠. (이런 환자 말고도 젖을 먹여야 하는 출산 후의 고양이 같은 경우엔 젖을 먹는 새끼들이 수술 부위를 건드리지 않도록 옆구리 절개로 중성화를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보호자분께 옆구리 절개로 수술을 진행할 거라고 말씀드렸고, 옆구리 절개로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사진을 보면 난소에 낭종(cyst)이 생긴 걸 볼 수 있죠. 이런 난소 낭종들은 때론 호르몬 분비(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를 과하게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유선 증식이 프로게스테론에 영향을 받는 질환이라는 걸 감안하면 난소 낭종이 유선 증식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는 어렵지 않게 수술에서 회복했고, 이후에는 (보호자분 댁이 먼 관계로) 유선 증식 부위가 괜찮아지는지 집에서 보호자분이 확인해보고 팔로우업을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수술 후 2주차 때 중성화 수술 부위는 잘 아물었다고 해주셨고, 유선에 물 찬 것처럼 보이던 부분은 물 찬 게 거의 사라지고, 덩어리지듯 만져지는 것만 살짝 만져지는 수준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 비해서는 크기가 확연히 줄었다고 하셨고요. 중성화 수술만으로 해결이 된 케이스니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죠.

모든 유선 증식 케이스가 이렇게 중성화 수술만으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중성화 수술을 한 이후에도 추가적인 호르몬 치료를 해야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프로게스테론에 의해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막기 위해 (progesterone receptor blocker)인 아글레프리스톤(Aglepristone)이라는 주사제를 쓰기도 하고, 혹은 젖 분비를 마르게 하기 위해서 카베르골린(Cabergoline)이라는 약을 먹이기도 합니다.

강아지에서 보기는 어렵고, 고양이에서 보게 되는 병인데, 한국의 고양이 보호자분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중성화를 시켜주시다보니 보기가 어렵스니다. 강아지 보호자와 고양이 보호자의 성향 차이이지 않나 싶은데, 고양이 보호자분들 중에 (이 케이스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면, 중성화를 안 해주시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중성화 안한 암컷 고양이도 보기가 쉽지 않은데, 거기에 유선 증식까지 생긴 케이스를 보기는 조금 어렵죠.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병인데, 육안 병변까지 케이스마다 제각각이니 (제가 그랬던 것처럼) 수의사도 처음 보면 이게 뭐지 싶어 당황하게 된달까요. 이 케이스의 경우엔 다행히 보호자분이 진단 과정을 잘 이해해주신 덕에 어렵지 않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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