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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신부전 상담(타 병원의 오진)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4살짜리 아직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고양이로, 올해 4월 건강검진에서 신부전 2기로 진단받고 5개월째 신부전 관리를 받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병원에서 처방약을 먹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신장에 좋다는 보조제랑 식이를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신부전 관리를 좀 더 잘 해주고 싶어서 병원을 옮기고자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한 검사를 보면 신장수치(크레아티닌, BUN, 인 수치)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고, 크레아티닌 수치만 정상 범위보다 아주 조금 높은 정도였습니다. 4월에 했던 혈액 검사에서는 혈액 검사 장비의 크레아티닌 정상 상한 수치가 1.8인데, 아이는 2.07이 나왔고, 8월에 했던 검사에서는 혈액 검사 장비의 정상 상한 수치가 2.4인데, 2.64가 나왔습니다. 혈액 검사 장비는 장비에 따라 정상 상한 수치가 다를 수 있어, 동일한 장비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추천되지만, 어쨌든 두 종류의 혈액 검사 장비에서 모두 정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으니, 일찍부터 신부전을 관리해주고자 하는 보호자분의 마음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팅의 제목에도 나와있듯, 이 케이스의 문제는 이 환자가 신부전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케이스지만, 간혹 이렇게 신부전이 아닌데 신부전으로 관리받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 신부전 진단과 관련된 포스팅을 해보려 합니다.

먼저 크레아티닌 수치와 BUN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의학 용어로 질소혈증(azotemia)라고 합니다. 질소혈증이 생기는 원인은 많은 보호자분들이 잘 알고 있으신 것처럼 신부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부전이 아닌 원인으로도 질소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질소혈증이 생기는 다양한 원인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리적으로 신장 이전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는지, 신장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는지, 신장 이후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는지에 따라 구분합니다.

1. 신전성 질소혈증(Pre-renal azotemia)

신장 이전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 고단백 사료를 먹거나, 위장관 출혈이 있는 경우(보통 BUN 수치가 올라감), 혹은 탈수가 있는 경우.

2. 신성 질소혈증(Renal azotemia)

신장의 문제가 있는 경우. 신부전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66-75% 이상 소실된 경우, 크레아티닌 수치와 BUN 수치가 함께 증가함.

3. 신후성 질소혈증(Post-renal azotemia)

신장 이후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 배출되는 소변의 양이 줄어드는 경우로, 결석이나 방광염 같은 이유로 요관 혹은 요도의 폐색이 있는 경우.

이 셋 중 어떤 질소혈증이 있는가를 확인하는 건 신체검사와 문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변 검사를 통해서 합니다. 그래서 이 환자가 정말 신부전인지 알기 위해 소변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소변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Urobilinogen

negative

Bilirubin

negative

Glucose

negative

Leukocytes

+3 positive

Protein

negative

USG

1.043

> 1.035

Blood

negative

Ketone

negative

pH

6

소변 검사에서 중요하게 봐야할 수치는 USG(Urine Specific Gravity, 요비중)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의 경우 요비중이 1.035 미만이면 신성 질소혈증(=신부전)이 있다고 평가하고, 1.035 이상이면 신전성, 혹은 신후성 질소혈증이라고 평가합니다. 수의학 교과서에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관련 논문도 있습니다. 2014년 JFMS에 올라온 Mark Rishniw의 논문입니다.

건강한 고양이들은 식이 등에 큰 상관없이 대부분 1.035 이상의 요비중을 가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환자는 사실 소변 검사만으로도 최소 신성 질소혈증(=신부전)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조금 높기는 하지만, 소변을 잘 보는 요도 폐색이 없는 환자이니 크레아티닌 수치가 조금 높은 건 신후성이 아닌, 신전성 질소혈증이라고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신전성 질소혈증은 탈수나 고단백 식이, 위장관 출혈, 혹은 근육량 증가를 원인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위장관 출혈이나 고단백 사료 때문에 신전성 질소혈증이 발생하면 보통 크레아티닌 수치보다는 BUN 수치가 올라가고, 아이는 이미 신부전이라는 얘길 들으셔서 저단백 식이를 하는 중이었으니 고단백 사료 때문에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갔을 가능성은 떨어졌습니다. 위장관 출혈의 경우도 관련 임상 증상은 전혀 없었고, 역시나 BUN이 아닌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가능성은 떨어졌습니다. 그럼 남는 가능성은 평상시의 음수량 부족으로 인한 경미한 탈수나 근육량 증가가 남습니다.

이렇게 근육량에 의한 간섭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보는 신장 관련 검사가 SDMA입니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신장 기능 외에 근육량에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SDMA는 근육량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환자 또한 SDMA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SDMA

7ug/dL

0 – 14​

4살짜리 고양이에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역시나 SDMA는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근육량이라는 요인을 배제하고 보면 신장 수치는 지극히 정상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즉, 이 환자가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은 건 근육량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거나, 혹은 검사 당시 물을 조금 덜 마시고 검사를 해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병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걱정할 부분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크레아티닌 수치가 조금 찝찝해서 아이에게 신경을 쓴다면 평상시 물 마시는 양을 늘려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물그릇을 집안 곳곳에 둘 수도 있고, 습식캔 위주로 식이를 바꿔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부전을 진단하거나 관리한다고 하면, 소변 검사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신부전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때도 필수적인 요소고, 신부전으로 진단이 된 이후에도 단백뇨나 비뇨기계 감염을 평가하기 위해서 소변 검사는 뺄 수 없는 검사입니다. 소변 검사 없이 혈액 검사만으로 신부전을 진단하려고 하면, 이 케이스와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신부전이 아닌데, 신부전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보호자분을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거죠. 오늘동물병원은 정확한 진단으로 보호자분께서 불필요하게 아이를 고생시키지 않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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