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소개/고양이 원인불명 근병증
케이스

고양이 원인불명 근병증

고양이 보호자라면 최근 뉴스에도 언급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됐던 고양이 원인불명 근병증(혹은 근육신경병증)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 이런 병이 생겼는가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고, 어쩐지 앞으로도 원인을 알기란 어려울듯 싶지만, 오늘동물병원에도 해당 질환을 앓는 고양이가 내원했던 적이 있어, 이 병에 대해서 수의사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양이에서 원인 불명의 근병증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식적으로 언급이 된 것은 지난 4월 11일이었습니다. 대한수의사회에서는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이 다수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며, 유력한 원인으로는 원충성 질환과 사료 혹은 모래가 의심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죠.

근육병증은 동물병원에서 자주 보게 되는 질환은 아니긴 하지만, 이 때만 해도 대한수의사회에서 아직 밝혀진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보도자료를 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감염성 질환이나 사료 같은 것들은 (원인이라는 게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는) 불필요하게 공포를 확산시킬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던 와중에 오늘동물병원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내원했습니다. 첫 내원 날짜가 4월 25일이니 보도자료가 나온지 대략 2주가 지난 후였습니다. 환자는 13살의 페르시안 고양이로 며칠 전부터 식욕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내원 전날부터 식욕이 없어졌다는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기력이 조금 쳐진 것 같지만, 그 외에 이렇다할 다른 증상은 없다고 하셨죠. 상의 후, 이런저런 검사들을 진행했고, 환자의 혈액 검사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ALB

2.8 g/dl

2.3 -3.9

ALKP

▼ 12 U/L

14 -111

ALT

72 U/L

12 – 130

BUN

16 mg/dl

16 – 36

Ca

8.1 mg/dl

7.8 – 11.3

CHOL

140 mg/dl

65 – 225

CREA

0.8 mg/dl​

0.8 – 2.4

GGT

0 U/L

0 – 4

GLOB

5 g/dl

2.8 – 5.1

GLU

180 mg/dl​

74 – 159

PHOS

4.8 mg/dl

3.1 – 7.5

TBIL

0.2 mg/dl​

0 – 0.9

TP

7.8 g/dl

5.7 – 8.9

Na+

158 mmol/L

150 -165

K+

3.8 mmol/L

3.5 – 5.8

Cl-

115 mmol/L

112 – 129

혈당(GLU)이 조금 높은 편이지만, 병원 내원시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인 고혈당이 나타나는 경우는 고양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니, 혈액 검사만으로는 식욕부진의 원인을 찾기가 조금 어려웠죠. 그렇다고 환자가 멀쩡했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CBC(전혈구검사)를 보면 경미한 빈혈이 있었고, 염증을 시사하는 백혈구 수치도 꽤나 높게 확인이 됐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Hct

▼ 28.2 %

30.3 – 52.3

Hgb

▼ 9.7 g/dL

9.8 – 16.2

RETIC

8.1 K/uL​

3- 50

WBC

34.71 K/uL

2.87 – 17.02

NEU

▲ 28.28 K/uL

2.3 – 10.29

LYM

5.96 K/uL

0.92 – 6.88

MONO

0.43 K/uL

0.05 – 0.67

EOS

0.01 K/uL

0.17 – 1.57

BASO

0.03 K/uL

0.01 – 0.26

PLT

320 K/uL

151 – 600

가장 특이했던 건 소변 검사 결과였습니다. 방광 천자를 해서 뽑아낸 환자의 소변색은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노란 소변과는 색깔이 많이 달랐습니다.

일반적인 소변보다는 소변색이 조금 진하게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었죠. 뽑아낸 소변으로 소변 검사를 했을 때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Collection

Cystocentesis

Color

Dark Yellow

Clarity

Very Cloudy

Specific Gravity

1.059

pH

7.0

Urine Protein

500

Glucose

100

Ketones

neg

Blood/Hemoglobin

250

Bilirubin

1

Urobilinogen

1

스틱 검사 결과만 보면, 단백뇨가 심하게 확인되고, (혈당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요당이 높게 확인되고, 혈뇨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소변색이 일반적인 색이 아니라면, (색 변화를 통해서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딥스틱 검사는 정확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단백뇨가 정말 맞는지는 정량 검사인 UPC 검사로 재확인을 해봐야할듯 싶었고, 소변에 당이 검출된다는 얘기는 (판코니 증후군이라고 혈당이 정상일 때, 요당이 뜨는 병이 있기는 하지만) 소변색 때문에 위양성이 나온게 아니가 싶었습니다. (실제 UPC는 0.44 미만으로 딥스틱 검사와는 달리 정상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소변 검사 패드의 Blood/Hemoglobin 부분이 비정상으로 나온 게 확인됐는데, 이렇게 나오면, 혈뇨일수도, 혈색소뇨일수, 혹은 근색소뇨일 수도 있습니다. 장비가 이 부분을 리딩해주지는 않지만, 딥스틱의 패드에 소변을 묻혔을 때, 색이 변화하는 양상을 보고 이 둘을 감별해볼 수 있죠. 패드의 색이 점을 찍으면서 변하면 적혈구, 전체적으로 변하면 혈색소뇨/근색소뇨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혹은 소변의 원심을 돌려봐도 됩니다. 혈뇨의 경우는 적혈구가 침전되지만, 혈색소뇨나 근색소뇨는 그렇지 않아서 상층액의 색이 여전히 이상해보이니까요). 이 환자의 경우는 혈뇨보다는 혈색소뇨나 근색소뇨일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빈혈이 있으니 용혈에 의한 혈색소뇨를 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웠지만,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근색소뇨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추가적으로 기본 생화학 패널 검사 외에 근육 손상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AST와 CK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AST, CK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AST

430 U/L

0 – 48

CK

10배 희석해도 결과 확인되지 않음

0 – 314

오늘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생화학 검사 장비인 IDEXX사의 카탈리스트는 혈액 검사 장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치를 넘어가는 수치가 나오면, 혈액을 희석해서 검사를 진행하고, 희석배수를 곱해 결과값을 알려주는데, 이 희석배수가 최대 10배입니다. 이 환자는 근육 손상을 시사하는 CK 수치가 10배를 희석했는데도 최대치를 넘어가서 측정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죠.

정석대로 접근하자면, 근육 손상이 의심되는 환자이니, 근생검 같은 추가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만, 이 환자의 경우는 문제가 됐던 사료를 급여했다는 히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최근 화제인 원인 불명의 근육병증이 증상의 원인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서 CK 수치가 크게 올라가고, 근색소뇨가 나오는 질환을 (clinical syndrome의 개념으로)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라고 합니다. 횡문근(striated muscle)이 괴사되는 것으로 원인으로는 꽤나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조금 오래된 논문이기는 하지만, 2004년 VCNA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이런 이유들을 얘기합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라면 재발하는 근색소뇨(recurrent myoglobinuria)는 아니고, 돌발적인 근색소뇨(Sporadic myoglobinuria)이니 환자에게 해당되는 게 있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죠. 이렇게 횡문근융해증이 의심되는 케이스에서의 진단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승전 근생검(muscle biopsy)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다행히 원인불명의 근병증이 화제가 되면서 (초기에 병에 걸린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부검이 이루어진 상황이라 이런 환자들의 근생검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미리 알 수 있었죠. 한국의 수의사들은 이 병이 왜 생겼는지,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 공유를 활발하게 했습니다. 대한수의사회를 통한 정보 취합 방법 이외에도 일선의 임상수의사 1,000여명이 온라인을 통해 발병 케이스를 공유하며 정보를 취합하는 노력을 했죠. 해당 동물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어떤 사료를 먹었는지, 어떤 임상증상으로 내원했는지, 검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등을 공유하고, 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울산의 이승진동물병원에서 수의사들에게 공유해준 부검 결과를 보면, “골격근 전반에 걸쳐 괴사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되었”고, “골격근 사이에 대식세포와 림프구로 추정되는 다수의 염증 세포 침윤이 특징적인 다발성근염(polymyositis)이 확인 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똑같이 횡문근(striated muscle)이 있는 심장에서도 “심장내막(endocardium) 근육 손상이 골격근에서 확인된 양상과 같이 심하게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횡문근융해증의 감별진단 목록 중에 동시다발적으로 별다른 관련성을 갖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고양이들이 갑작스레 안좋아질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요? 소거법으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고양이들이 갑작스레 동시다발적으로 집에서 과한 운동을 하지는 않았을테고, 실내에서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지는 않았을 거니까, 가능성이 낮은 것들을 감별진단목록의 우선순위에서 치워버리는 거죠. 이렇게 쳐내려 버릴 수 있는 감별진단 목록을 제외하면, 남는 건 감염(Infection)과 중독(Toxicosis) 뿐입니다.

감염이라면, 이미 대한수의사회에서 얘기했던 원충성 질환(Protozoa)이 있습니다. 흔하게 보는 질환은 아니지만, 톡소플라즈마(Toxoplasmosis)나 네오스포라(Neosporosis) 감염 같은 경우엔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수 있죠. 이 병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에 클린다마이신을 치료약으로 쓴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클린다마이신이 이런 톡소플라즈마나 네오스포라를 사멸시키는 항생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감염성 질환들은 PCR 검사를 통해서 확인이 됩니다. 같은 질환을 앓는 고양이들의 부검 소견에서나 감염병 PCR 검사에서나 이런 질환들은 음성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이미 초기에 알려졌다는 걸 고려하면 감염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반면 감염과 달리 중독은 꽤나 신빙성이 있습니다. 비슷한 사료를 먹은 고양이들에서 발생한다는 보고가 질환 발생 초기부터 있었고, 사료에 의한 것이라면 동시다발적인 발병이 비교적 그럴듯하게 설명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정확히 어떤 독성물질인지는 모르지만, 질병에 이환된 고양이들의 공통점을 찾다보니 먹는 것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니까 사료를 원인으로 의심하게 된 것은 이런저런 감별진단 목록들을 배제하고, 공통점을 찾다보니 남는 게 사료밖에 없더라…라는 추론에 의한 것입니다.

중독이라면, 어떤 것에 중독됐을 때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까요?

이런 것들이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독성물질들입니다. 수의사들은 이 중에서도 모넨신(Monensin)이나 살리노마이신(Salinomycin) 포함되어 있는 ionophore 계통의 항생제를 가장 강력하게 의심했었습니다. 부검소견을 조금 더 참고하자면, 횡문근융해증이 생긴 원인이 다발성 근염(polymyositis) 때문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다발성 근염의 원인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염증성 근육병증(Inflammatory myopathies)에 관해 리뷰한 2004년 VCNA의 또다른 논문을 보면, 염증성 근육병증은 크게 2가지 카테고리로 구분을 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아마도 면역매개성으로) 생기는 특발성 근염과 어떤 다른 원인이 이유가 되어서 생기는 속발성(secondary) 근염으로요. 논문에서는 감별질환 목록으로 이런 것들을 살펴보라고 합니다.

갑작스레 동시다발적으로 면역매개성 질환이 생기지는 않았을듯 싶고, 아마 다른 원인에 의해 속발적인 근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여기서도 감염성 요인이나 약물에 의한 중독을 고려해보라고 얘기하죠. 하지만, 실제 최종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를 보면 의심됐던 사료에서도, 부검된 고양이의 사체에서도 독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황 증거는 감염이거나 중독인데, 실제 검사 결과는 감염도 중독도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오늘동물병원에 환자가 내원했을 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종 발표가 나오기 전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런 추론 과정을 통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원인은 중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중독이라면 (해독제라는 개념이 있기 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환자가 독성물질을 대사해버리거나, 몸 밖으로 배출이 될 때까지 환자가 사망하지 않게 버티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해독제가 있는 독성 물질은 많지 않으니, 대부분은 Supportive care라는 걸 하게 되는 거죠. (환자가 독을 스스로 이겨낼 때까지 도와주는 치료를 하는 겁니다).

일단 제일 먼저 해야하는 건 수액치료입니다. 횡문근융해증이 있는 환자들은 근색소뇨(=코코아색의 소변)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는데, 근색소뇨의 원인이 되는 myoglobin은 신장에 독성을 보입니다. 그냥 두면 신장에 데미지를 주면서 급성 신부전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죠. 그래서 근색소뇨를 보는 환자는 수액 치료를 통해 체내의 myoglobin을 최대한 몸 밖으로 배출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치료를 합니다. 식욕이 있고, 활력이 그리 나쁘지 않은 케이스에서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이유죠.

실제로 케이스에 소개된 고양이는 동거묘가 2마리 더 있었는데, 그 고양이들을 검사했을 때, 동일하게 AST와 CK 수치가 높아져 있는 걸 볼 수 있었고, 소변도 근색소뇨라는 걸 알 수 있었고요. 이 고양이들은 임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서 보호자분께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셨었지만, 근색소뇨가 확인됐기 때문에 병원에 똑같이 입원을 했습니다.

수액 치료 이외에 해야되는 건 또 뭐가 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환자의 임상 증상에 따라, 혹은 수의사의 재량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오늘동물병원에 내원한 근병증 환자들은 약간의 근육 쇠약(muscle weakness)과 식욕 감소 같은 심하지 않은 임상 증상을 보여서 myoglobin에 의한 신장 손상을 최소화하는데 포인트를 맞췄지만, 근병증(혹은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해 다른 합병증이 생겼다면, 그에 맞는 치료를 하게 되죠.

예컨대 오늘동물병원에 입원한 3마리 중 1마리는 입원 중에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증상을 보였는데, 환자의 흉부 방사선 사진을 찍었을 때 폐수종이 확인됐습니다.

횡문근(striated muscle)은 심장 근육에서도 확인이 되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 심장쪽으로 오게된다면 심장의 수축능이나 이완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맥 같은 문제가 유발되면서 이 환자처럼 심인성 폐수종이 발생할 수 있게 되죠. 이런 환자들에서는 통상적인 심장병을 관리하듯이 이뇨제 같은 치료가 필수적이게 됩니다.

또 다른 환자의 경우에는 치료 과정 중에 고칼륨혈증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환자의 입원 기간 중 전해질 수치를 보면 이렇습니다.

검사 항목

4월 27일

4월 29일

5월 2일

정상 범위

Cl

124 mmol/L

128

121

112 – 129

K

5.2 mmol/L​

▲ 6.2

▲ 7.1

3.5 – 5.8

Na

▲ 169 mmol/L

165

161

150 – 165

근육이 괴사되는 질환이니 괴사된 근육 세포 내의 칼륨이 흘러나오면 고칼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환자가 딱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고칼륨혈증은 그 자체로 부정맥을 유발하고 심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정이 필요합니다.

개별 환자에 따라 손쓸 수 없는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supportive care를 해서 환자가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면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가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욕이 전혀 없는 환자라면 자발 식욕이 돌아올 때까지 콧줄(=비식도관) 같은 걸로 유동식을 강급해주고, 혈압이 떨어지면 수액이나 승압제로 다시 혈압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식의 치료를 하는거죠. 횡문근융해증을 리뷰한 VCNA 논문에서는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어떤 치료를 해야하는지 요약해놓은 표가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케이스도 그랬지만, 수의사들이 함께 공유한 비슷한 케이스들을 보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급성기의 합병증들을 supportive care를 통해 견뎌준다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통상 2-3주) 안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한 환자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급성 증상을 보이고, 회복도 빠른 시일 내에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중독이 원인이 아니냐는 얘기의 근거가 되기도 하죠.)

오늘동물병원에 내원한 3마리의 경우는 개별 환자에 맞춰 합병증에 대한 필요한 처치를 했고, 병 자체에 대한 접근으로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했습니다. 감염성 요인은 배제가 됐다고 보고, 항생제를 투약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테로이드 처방도 근거 자체는 매우 빈약합니다만, 2021년 JFMS에 비슷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근병증에 대한 케이스 리포트가 있었고, 이 케이스에서 스테로이드 처방 이후 환자가 개선을 보였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만병통치약) 스테로이드를 먹였더니 좋아지더라…는 얘기가 담긴 논문이죠. 스테로이드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을지는 애매합니다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눈 앞에 아른거리는 유일한 약이었달까요.


이 포스팅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고양이 부검 소견과 사료 분석 결과를 모두 종합했을 때,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발표가 나온 상황이고, (추측건대) 아마 앞으로도 원인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증은 중독인 것 같지만, 확증이 없는 상황이랄까요. 사료가 의심된다는 상관 관계는 있지만, 사료가 원인이라는 인과 관계가 확인이 되지 않은 겁니다. 수의사들끼리 공유한 190여 케이스 중, N1(이니셜) 사료를 먹은 환자가 80마리, N2가 22마리, D 사료는 65마리, 그 외 기타 다른 사료를 먹은 케이스가 23마리였습니다. 병에 걸린 환자들이 먹었던 사료의 비율이 일반적인 국내 사료 판매 점유율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건 아무래도 사료에 대한 의심을 안하기가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죠.

사료가 의심되지만, 사료가 정확하게 원인인지는 모르겠다는 결론이 나온 건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몇 번 있었던 일들입니다. 대표적인 게 블로그에서도 소개했던 적이 있는 그레인프리 사료와 DCM(확장성 심근병증)에 관한 사건입니다. 그레인 프리 사료들을 먹은 강아지들에서 (DCM 호발 품종이 아님에도) DCM이 생기더라…는 문제였고, FDA가 어떤 사료에서 그런 일이 제일 많았는지 발표까지 했었는데, 결국에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흐지부지 케이스가 종결되긴 했지만, 언급됐던 사료회사들은 Grain-Free라는 말 대신 Grain-inclusive라고 스리슬쩍 사료를 바꾸든가하는 식으로 문제가 될만한 요인을 없애버렸죠. 미국에서 수의영양학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는 수의사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내용을 보면, 이 외에도 호주와 라트비아에서 특정 사료를 먹은 강아지들이 거대식도증에 걸렸던 적도 있습니다. 이 케이스에서도 상관관계만 의심됐을 뿐,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하지는 못했고요. 호주와 라트비아의 케이스는 JAVMA에도 논문으로 퍼블리쉬됐던 적이 있죠.

이 케이스의 경우, 사료와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사료 때문이 아니겠냐는 상관 관계 때문에 사료회사에서 자발적으로 리콜을 진행했습니다.


결론이 명확하게 나지 않는다는 건 답답한 일입니다. 호주와 라트비아의 사례가 그랬듯, 한가지 요인만이 아닌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 부검 소견이나 사료 분석 검사에서 원인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개별 환자의 민감성에 따라 병의 이환률이 달라질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양이의 몸 안에서 근병증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이런 건 검사로 알기가 어렵죠.)

사료 협회에서는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상관 관계만으로 추측성 문제 제기를 하지 말라는 얘길하지만, 상관 관계가 뚜렷하다면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더하더라도, 호주에서 그랬듯 초기에 대응해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라트비아는 초기 대응을 잘 하지 못해서 병에 이환된 케이스들이 호주보다 더 많았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수의학에서도 이런 식의 접근을 택합니다. 확정진단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확정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진단을 토대로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배제하고, 가능성 높은 것들을 토대로 치료해나가는 식으로요(이 글에 소개된 것처럼 근병증에 대해 한국의 수의사들이 접근하는 방식과 동일합니다). 개별 환자만의 얘기가 아니라, 다수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접근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는 얘기일테고요.

+) 이번 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들의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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