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소개/고양이 특발성 고칼슘혈증
케이스

고양이 특발성 고칼슘혈증

실제 증상이 있어서 확인이 되는 경우보다는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하다가… 혹은 다른 이유로 혈액 검사를 하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 병이 있습니다. 고양이의 특발성 고칼슘혈증 이야기입니다. 고칼슘혈증(hypercalcemia)이라는 얘기는 칼슘 수치가 높다는 뜻이고, 특발성(idiopathic)이라는 얘기는 왜 그렇게 됐는지 원인을 잘 모른다는 뜻이니, 쉽게 설명하면 원인을 알 수 없게 혈중 칼슘 수치가 높아지는 병을 뜻합니다.

환자는 13살의 중성화한 암컷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였습니다. 어디가 아팠던 건 아니었는데, 오늘동물병원에는 건강 검진을 하기 위해 내원했습니다.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ALB

3.3 g/dL

2.3 – 3.9

ALKP

40 U/L

14 – 111

ALT

68 U/L​

12 – 130

BUN

31 mg/dL​

16 – 36

Ca

▲ 11.5 mg/dL

7.8 – 11.3

CHOL

▲ 226 mg/dL

65 – 225

CREA

2.4 mg/dL

0.8 – 2.4

GGT

0 U/L

0 – 4

GLOB

4.2 g/dL

2.8 – 5.1

GLU

111 mg/dL

71- 159

PHOS

4.3 mg/dL

3.1 – 7.5

TBIL

0.2 mg/dL

0 – 0.9

TP

7.5 g/dL

5.7 – 8.9

Na

151 mmol/L

150 – 165

K

4 mmol/L

3.5 – 5.8

Cl

115 mmol/L

112 – 129

SDMA

12 ug/dL

0 – 14​

Total T4

1.8 ug/dL

0.8 – 4.7

다른 부분은 특이사항이 없는데, 칼슘(Ca) 수치가 11.5 정도로 아주 조금 올라가 있는 게 확인됩니다. 고지혈증을 알려주는 콜레스테롤(CHOL) 수치도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고요.

이런 경우 다음으로 확인해봐야 하는 건 이온화 칼슘(ionzied Ca) 수치입니다. 이미 생화학 검사에서 칼슘(Ca) 수치가 높은데, 왜 또 이온화 칼슘을 확인해야하는 걸까요? 생화학 검사에서 알려주는 칼슘 수치는 흔히 토탈 칼슘(total Ca)이라는 것을 얘기합니다. 칼슘은 몸 안에서 대부분은 뼈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99% 이상이 뼈에 저장되어 있고, 그 외의 나머지 대부분은 세포 내에 존재합니다. 실제 세포 밖(extracellar)에 존재하는 칼슘은 전체 칼슘 양의 0.1%가 채 되지 않는데, 이 세포 밖의 칼슘(extracellular Ca)을 통틀어서 토탈 칼슘(total Ca)이라고 합니다. 이 토탈 칼슘 안에는 이온화 되어 있는 칼슘(=이온화 칼슘)이 있는데, 이 이온화 칼슘이 실제 생리적인 작용을 하는 칼슘입니다. 고칼슘혈증 혹은 저칼슘혈증이라고 얘기 할 때는 토탈 칼슘이 아니라 이온화 칼슘을 기준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환자의 토탈 칼슘 수치가 높으면, 정말 이온화 칼슘도 높은지 확인을 해서 환자가 정말 고칼슘혈증이 맞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환자의 이온화 칼슘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ionized Ca (Ca++)

▲ 1.43 mmol/L

1.13 – 1.38

정상범위가 1.38까지인데, 1.43이니 아주 높지는 않지만, 어쨌든 정상 범위보다 높기 때문에 정말 환자에게 고칼슘혈증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간혹 병원에 따라서는 이온화 칼슘이 원내에서 측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토탈 칼슘을 토대로는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걸까요? 안타깝지만 아주 심한 고칼슘혈증이 아니라면 토탈 칼슘만으로는 고칼슘혈증을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토탈 칼슘과 이온화 칼슘의 상관 관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논문을 보면 토탈 칼슘을 이용해서 정말 이온화 칼슘이 높을지 예측하고자 할 때, 예측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토탈 칼슘이 높은 경우에도 이온화 칼슘이 정상으로 나올 수가 있고, 토탈 칼슘은 정상이어도 이온화 칼슘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죠. (최근에는 그래서 칼슘 수치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때, 토탈 칼슘이 정상이어도, 이온화 칼슘을 별도로 확인해야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환자는 토탈 칼슘과 이온화 칼슘이 모두 높은 고칼슘혈증 환자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서 칼슘 수치를 높이는 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고칼슘혈증의 감별 진단 목록을 고려할 때 수의사들은 첫글자를 딴 mnemonic(발음은 니모닉, 한국어로는 기억술)을 떠올립니다. 조금 어렵게 가자면 GOSH DARNIT으로 외우고, 쉽게 가자면 SHIRT라고 외웁니다. GOSH DARNIT은 다음 질환들의 첫글자를 딴 것입니다.

  • G: Granulomatous (육아종성)

  • O: Osteolytic (골 용해성)

  • S: Spurious (잘못된 검사 결과)

  • H: Hyperparathyroidism (부갑상선기능항진증)

  • D: Drugs, Vitamin D (약이나 비타민 D 과량 복용)

  • A: Addison’s disease (애디슨)

  • R: Renal disease (신부전)

  • N: Nutritional (영양학적인 문제, 때로는 이 N을 Neoplasia로 보기도 함)

  • I: Idiopathic (특발성)

  • T: Tumor (종양, 때로는 이 T를 Temperature, 체온으로 보기도 함)

이렇게 첫글자를 띄워놓고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거죠. GOSH DARNIT은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에서 떠올려볼 수 있는 감별진단 목록을 종합해놓은 mnemonic이라, 고양이에서 좀 더 흔하게 보게 되는 감별진단 목록만 따로 추리면 SHIRT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에 해당하는 Addison’s disease(애디슨)은 부신 질환이 드문 고양이에서 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SHIRT만 따로 빼보면 고양이 고칼슘혈증의 감별진단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S: Spurious (검사 장비 혹은 검사 방법의 에러)

  • H: Hyperparathyroidism (부갑상선기능항진증)

  • I: Idiopathic (특발성 고칼슘혈증)

  • R: Renal disease (신부전)

  • T: Tumor (종양)

경험적으로 경미한 고칼슘혈증이 확인되는 이런 케이스는 대부분 특발성 고칼슘혈증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확인을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고양이에서 고칼슘혈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텍스트에 따라 다른 얘기를 하기는 합니다만, 어떤 것이 흔하게 확인되고, 어떤 것이 드문지에 대해서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2차 병원에 온 고칼슘혈증 고양이 238마리를 살펴본 따끈따끈한 2023년 JVIM 논문이 있습니다.

중환자들이 주로 오는 2차 병원 기준으로 가장 흔했던 건 급성 신부전이었고, 그 다음이 악성 종양에 의한 고칼슘혈증, 그리고 특발성 고칼슘혈증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비타민 D 독성에 의한 고칼슘혈증은 드물다는 걸 알 수 있죠. 2016년에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 컨퍼런스에서 고양이 고칼슘혈증의 흔한 원인에 대해 살펴본 초록(abstract, 유료링크)을 보면, 조금 다른 통계를 보여주는데, 이 통계에서는 69마리의 고양이 중 48%가 특발성 고칼슘혈증 때문이었고, 만성 신부전에 의한 고칼슘혈증의 35%라고 얘기합니다. 2023년 논문에서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은 급성 신부전이 2차 병원에서나 보게 되는 질환이라는 걸 감안하면, 특발성 고칼슘혈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시 환자로 돌아가서, 이 환자에서 제일 먼저 고려한 건 장비 에러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걸 보면 검사 당시 약간의 고지혈증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고지혈증은 칼슘 수치를 잘못 측정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이온화 칼슘은 그 자체로 수치가 잘못 측정되기 좋은 검사 항목 중 하나라, 고칼슘혈증을 토대로 당장 뭘 하지는 않고, 2주쯤 후에 재검을 해보기로 했죠. 2주 후에 다시 검사했을 때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ionized Ca (Ca++)

▲ 2.23 mmol/L

1.13 – 1.38

total Ca

10.8 mg/dL

7.8 – 11.3

토탈 칼슘 수치는 정상으로 확인되지만, 이온화 칼슘 수치는 오히려 2주 전에 비해서 더 높게 나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토탈 칼슘이 이온화 칼슘 수치를 예측해주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죠. 이런 경우라면 토탈 칼슘이 정상이어도 이온화 칼슘 수치가 높기 때문에 고칼슘혈증이라고 판단합니다.

반복 검사에서도 고칼슘혈증이 확인됐으니, 검사 결과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SHIRT에서 S(Spurious)가 배제된 거죠. 다른 건 어떨까요? 건강 검진을 했을 때, 크레아티닌(CRE) 수치와 SDMA 수치가 모두 정상이었고, 소변 비중도 1.041로 정상이었으니, 신부전도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R을 배제한 겁니다). 또 한가지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한 것 중에 종양(Tumor)도 있습니다. 신체검사와 방사선 검사,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뚜렷하게 확인되는 종양이 없었으니, 악성 종양에 의한 고칼슘혈증도 가능성이 높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죠.

그러면 SHIRT에서 S(Spurious)와 R(Renal Disease), T(Tumor)를 배제했으니, 남은 건 H(Hyperparathyroidism, 부갑상선기능항진증)과 I(Idiopathic, 특발성) 뿐입니다.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PTH(부갑상선호르몬) 검사를 해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분께 이런 내용들을 말씀드렸고, 환자의 부갑상선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의뢰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PTH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PTH-intact

5.70 pg/mL

0 – 38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은 칼슘 수치와 상관 없이 부갑상선호르몬이 과하게 많이 분비되는 병입니다. 만약 이 환자에게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었다면, 칼슘 수치가 높더라도 PTH 수치가 정상이거나 높게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이온화 칼슘 수치가 2.23mmol/L일 때, PTH는 정상 하한에 가까운 값이 나왔으니, 부갑상선이 정상 기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남는 질환은 하나입니다. 특발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부분의 질환들이 그렇듯, 다른 가능성 있는 질환들을 다 배제했으니, 이 환자의 경우도 특발성이라고 진단할 수 있는 거죠.


고칼슘혈증을 왜 치료해야할까요? 고칼슘혈증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 때문입니다. 고칼슘혈증의 임상증상에 대해서라면 이 환자처럼 전혀 임상 증상이 없다가 건강검진에서 확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임상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고칼슘혈증의 정도에 따라서 다릅니다만, 경미한 경우에는 소화기 증상(보통 구토, 설사, 변비나 경미한 식욕부진)이나 요로계 결석을 유발하고, 중등도의 수준에서는 조직의 석회화를 유발하고, 위 궤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의식 수준을 떨어지게 만들어버립니다.

고양이에서 고칼슘혈증을 관리해야하는 필요성에 대해 얘기할 때 중요하게 말하게 되는 것이 칼슘과 인을 곱한 값입니다. 칼슘 수치와 인 수치를 곱한 값이 60 혹은 70 정도가 넘어가면 조직의 석회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렇게 석회 침착이 생기면 신장의 세뇨관에 손상을 일으켜서 결국 신부전으로 발전한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를 예로 들자면, 건강 검진 당시 인 수치(4.3)와 토탈 칼슘 수치(11.5)를 곱한 값이 49.45였는데, 60을 넘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수치가 60을 넘어서면 그 자체로 고칼슘혈증이 환자 신장의 세뇨관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무증상인 고칼슘혈증 환자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요로 결석의 생성을 예방하고, 신장의 손상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관리를 추천하곤 합니다. 경미한 경우엔 무시하기도 하지만, 이 환자처럼 이온화 칼슘이 2.23 정도까지 올라가는 걸 보게 되면 이걸 그냥 무시하기란 조금 어렵습니다.


어떻게 관리해야할까요? 보통 2가지 방법을 써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식이를 변경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약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식이를 변경하는 방법은 조금 애매한데, 특발성 고칼슘혈증 환자에 따라서 식이 반응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특발성 고칼슘혈증에서 추천되는 식이로는 신장 처방식, 결석 처방식, 소화기 처방식을 모두 고려해보게 됩니다. 신장 처방식의 경우, 인을 제한한 식이이기 때문에 칼시트리올의 합성을 촉진시켜서 칼슘 수치를 떨어뜨려줄 수 있다고 가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고칼슘혈증이 있는 경우 신장 처방식을 먹여 보고 칼슘 수치가 떨어지는지 모니터링을 해 볼 수 있죠.

결석 처방식은 원리가 조금 더 직관적입니다. 결석 처방식은 보통 칼슘 함량이 제한되어 있고, 나트륨 함량이 조금 높은 편인데, 나트륨이 많으면 소변을 많이 보니까, 소변으로 칼슘 배출이 촉진되면서 칼슘 수치를 떨어뜨려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칼슘을 덜 섭취하고, 많이 싸게 만드는 거죠.

소화기 처방식은 조금 뜬금없는데, 소화기 처방식들은 보통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소화기 내에서 식이섬유가 칼슘을 붙들고 변으로 나오게 한다는 개념입니다. 소화기 내에서의 칼슘 흡수를 줄여버리는 거죠.

이 세 가지 사료 중에 적당한 하나를 골라서 환자에게 먹여보게 됩니다. 뭐가 가장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는데, 환자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트라이얼을 해보면서 반응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 처방식은 보통 칼슘 함량이 적지 않은 편인데, 칼슘 함량이 많아도 식이섬유 때문에 고칼슘혈증을 해소해주기도 하니, 단순히 칼슘을 덜 먹이자는 쪽으로 접근하기도 쉽지가 않죠. 환자에 따라 가장 칼슘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려주는 사료가 다를 수 있어서, 세 가지 사료를 하나하나 먹여보면서 칼슘 수치를 모니터링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결석 처방식을 선택해서 식이 관리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리가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인 걸 좋아합니다.) 식이 변경 이후 환자의 칼슘 수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식이 변경 전 결과

식이 변경 후

정상 범위

ionized Ca (Ca++)

▲ 2.23 mmol/L

1.29

1.13 – 1.38

total Ca

10.8 mg/dL

9.5

7.8 – 11.3

다행히 첫 트라이얼에서 성공적으로 칼슘 수치가 떨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면 굳이 다른 사료를 시도하지 않고, 결석 처방식으로 유지하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식이 변경으로 고칼슘혈증이 해소되지 않아서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칼슘혈증을 컨트롤하기 위한 약 중 대표적인 것이 스테로이드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칼슘이 소화기에서 흡수되는 걸 줄여주고, 신장에서 칼슘이 더 많이 빠져나가게 만듭니다. 다만 스테로이드의 문제는 효과가 일관적이지 않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양이에서는 당뇨나 비뇨기계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죠. 약을 처방했을 때 베네핏이 명확해야 하는데, 고칼슘혈증에서 스테로이드는 베네핏이 명확하지 않은 반면, 부작용의 가능성은 명확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스테로이드 대신 비스포스포네이트(Biphosphonates)라는 계통의 약을 먹이기도 합니다. 이 계통에 속하는 약으로는 알렌드로네이트라는 약과 파미드로네이트라는 약이 있습니다. 파미드로네이트는 주사제이기 때문에 통상 알렌드로네이트라는 먹는 약을 처방하게 됩니다. 반감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투약합니다만, 이 약도 칼슘을 떨어뜨리는 데 일관된 효과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약 먹고 칼슘 수치가 좋아지는 고양이도 있고, 아닌 고양이도 있죠). 2015년 JVIM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이런 점이 확인됩니다.

알렌드로네이트를 먹인 고양이 중에 이온화 칼슘 수치가 45.8%나 떨어진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1.5% 증가한 케이스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18% 정도의 수치 하락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알렌드로네이트도 이렇듯 효과를 확실히 담보하기가 다소 애매한 반면, 부작용이 있는 약입니다. 고양이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식도 손상입니다. 이 약이 식도 점막에서 녹아버리면 심각한 식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에서는 알렌드로네이트를 복용한 이후에 30분 정도는 눕지 않고, 앉아있거나 서 있어야 하고, 복용 후에 반드시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는 지침이 있죠. 고양이에서는 물을 주거나, 코에 버터를 발라서 핥아먹으면서 계속 삼키게 하라는 권고를 하기도 합니다(이게 부작용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수의사들도 잘 모르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특발성 고칼슘혈증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어떻게든 약을 먹이지 않고, 식이 조절로 컨트롤을 해보려고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관리 중인 특발성 고칼슘혈증 환자 중에 약으로 컨트롤 하는 케이스도 있기는 합니다. 이 환자는 식이 조절을 병행하기는 했습니다만, 천식이 있는 환자라 스테로이드를 어차피 먹어야만 했던 환자였습니다. 천식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피할 수 없으니, 겸사겸사 스테로이드로 고칼슘혈증도 좀 잡아보자는 생각이었죠. 환자는 7살의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로 환자의 폐 방사선 사진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만 먹은 건 아니고, 식이 조절을 병행했기 때문에 약만의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수치 변화를 보면 꽤나 성공적으로 수치가 낮아진 걸 볼 수 있습니다.

검사 항목

식이 변경 전 결과

식이 변경 및 스테로이드 투약 후

정상 범위

ionized Ca (Ca++)

▲ 1.58 mmol/L

1.29

1.13 – 1.38

total Ca

12.1 mg/dL

10.5

7.8 – 11.3


특발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질환들은 하나같이 기저 원인을 치료하는 게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원인이 뭔지 몰라서 “특발성”이라는 병명이 붙은 거니까요. ‘수의사들도 왜 생겼는지 모른다’는 얘기를 있어보이게 하는 방법이 병명 앞에 “특발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겁니다. 특발성 발작의 경우, 발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발작을 그냥 하지 못하도록 대증적으로 항경련제를 먹이듯, 특발성 고칼슘혈증도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칼슘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방법들을 총동원한다고 보면 됩니다. 식이를 변경하고 나서,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려면 최소 4-6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재검을 해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식이를 변경한지 2-3달 정도가 지나야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분과 수의사의 인내가 필요하기도 하죠.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중간에 팔로우업이 잘 안되는 케이스가 많은 질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관리가 잘 된다면, 수의사에게는 어쩐지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환자를 잘 케어하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병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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