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케이스로 포스팅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언젠간 포스팅을 해야지 했던 것 중에 하나가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에 대한 얘기였는데, (나중에 특발성 방광염 자체를 어떻게 케어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글을 쓰기는 하겠지만) 이번에는 마침 함께 보면 좋을만한 케이스가 있어서,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으로 인해 요도 폐색이 온 케이스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환자는 며칠 전에 닭뼈를 먹었는데, 그 이후로 구토를 하고, 화장실의 감자 사이즈가 작아졌다는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5살의 러시안 블루, 중성화한 수컷 고양이였습니다.
환자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용어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병을 가지고 수의사마다, 병원마다 조금씩 이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의 하부요로계 질환은 과거에는 FLUTD(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 고양이 하부요로계 질환)라고 하다가, 최근에는 FIC(Feline Idiopathic Cystitis,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이라고 하다가, 조금 더 최근에는 Pandora syndrome(판도라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모두 다 같은 질환을 뜻하는 용어로, 엄밀하게 따지자면 아주 조금씩 지칭하는 바가 다르기는 합니다만, 큰 틀에서는 거의 같은 질환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조금 더 엄밀하게 가자면, FLUTD는 방광 결석 같은 병까지 포괄하는 개념이고, Pandora syndrome은 좀 더 전신적인 증상을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는 FIC(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이라는 용어를 좀 더 선호하는데, 판도라 증후군은 약간 뜬구름 잡는 느낌이고, FLUTD는 너무 포괄적인 개념인 것 같다는 느-낌-때문에 FIC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FIC는 고양이 방광염이 사람에서의 interstitial cystitis와 비슷하다고 해서 Feline Interstitial Cystitis의 약자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환자의 경우, 처음 보호자분의 얘기를 들었을 때는 닭뼈 이물 때문에 식욕부진과 구토가 온 건가 했는데, 닭뼈를 먹은 시점이 3,4일 전이었고(보통 닭뼈는 웬만해서는 위에서 다 녹습니다), 신체 검사를 했을 때, 방광이 단단하게 만져지는 게 확인이 되어서 화장실 감자 사이즈가 작아진 게 더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방광이 벽돌처럼 단단하게 만져지면, 요도 폐색으로 인해 소변을 못 보고 있는 건 아닌가를 의심하게 됩니다)
이물 가능성과 요도 폐색 가능성 둘 모두를 확인하기에 가장 적합한 검사는 방사선 검사라고 생각했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방사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가 비어있는 걸로 봐서 (보호자분은 먹었는지 아닌지 잘 모른다고 하셨지만) 오전 중에 식욕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닭뼈 이물은 방사선 상에서 뚜렷하게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물 케이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확장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방사선 상에서 결석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일단 환자가 요도 직경이 암컷에 비해 좁은 수컷 고양이였기 때문에 폐색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었고, 보호자분께 말씀드린 후, 방사선 상에서 확인된 바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방광 초음파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광 내에 다량의 슬러지와 혈괴들이 있는 것이 확인되고, 방광에 가까운 근위 요도가 확장되어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근위 요도 근처로는 방광의 세포벽 사이로 스며나온 소변들도 소량 확인됩니다. 방광염으로 인해 생긴 혈괴나 슬러지가 요도 어딘가를 막고 있다는 얘기이고, 환자가 배뇨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해줘야 하는 것이 요도 폐색을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소변을 못 싼다는 얘기는 몸에서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한다는 얘기이고, 즉, 응급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요도 폐색을 개통할 때는 전신 마취 혹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아주 헤비한 진정을 하고 요도 카테터를 장착합니다. 따라서 마취를 해도 괜찮은지, 요도 폐색 때문에 신장 수치가 상승하거나, 칼륨 수치가 상승해서 마취가 위험한 상태는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혈액 검사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
ALB |
3.6 g/dL |
2.2 – 4 |
|
ALKP |
18 U/L |
14 – 111 |
|
ALT |
80 U/L |
12 – 130 |
|
BUN |
▲100 mg/dL |
16 – 36 |
|
Ca |
9.2 mg/dL |
7.8 – 11.3 |
|
CHOL |
182 mg/dL |
65 – 225 |
|
CREA |
▲9 mg/dL |
0.8 – 2.4 |
|
GGT |
0 U/L |
0 – 4 |
|
GLOB |
4 g/dL |
2.8 – 5.1 |
|
GLU |
▲260 mg/dL |
71- 159 |
|
PHOS |
3.4 mg/dL |
3.1 – 7.5 |
|
TBIL |
0.3 mg/dL |
0 – 0.9 |
|
TP |
7.8 g/dL |
5.7 – 8.9 |
|
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
Cl |
115 mmol/L |
112 -129 |
|
K |
4.3 mmol/L |
3.5 – 5.8 |
|
Na |
152 mmol/L |
150 – 165 |
|
PCO2 |
38 mmHg |
34 – 38 |
|
pH |
7.3 |
7.24 – 7.4 |
|
AnGap |
24 mmol/L |
|
|
HCO3 |
▼ 17.3 mmol/L |
22 – 24 |
|
TCO2 |
▼ 18.4 mmol/L |
27 – 31 |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 얼마나 환자를 병원에 빨리 데려오느냐에 따라서 혈액 수치 변화가 없는 케이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환자가 칼륨 수치와 신장 수치가 올라가고, 이미 절반쯤은 의식 불명 상태로 내원하기도 하지만, 이 케이스의 경우, 신장 수치는 아주 많이 올라갔지만, 다행히 생명활동에 위협이 되는 칼륨 수치는 거의 올라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환자도 (아프고 확장된 방광 때문에 배 만지는 걸 싫어하기는 했지만) 의식은 명료한 편이였고요.
요도 폐색 개통을 위해 사용하는 카테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은 장착했을 때, (낭창낭창한 느낌 덕분에) 환자가 가장 편안해 하는 폴리우레탄 카테터(MILA 제품)를 사용합니다. 개통이 된 이후 얼마나 카테터를 장착한 상태로 있어야 하느냐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2013년 JAVMA(Journal of the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논문에 따르면 24-36시간 정도를 장착하고 있어야 재폐색이 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얘기가 있어서,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최소 24시간 정도는 카테터를 장착하고 있어야 된다고 보호자분께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서 요도 폐색 환자는 혈액 수치에 상관없이 최소 하루 정도는 입원 치료를 권유드리고요.)
이렇게 요도 폐색을 해소해주고, 소변줄을 달아준 다음에는 소변줄에 소변백을 달아서 환자에게서 소변이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하게 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이렇게 소변백을 달 때도 항상 소변백 전용으로 나온 멸균 제품을 사용합니다. 일부 병원들이, 사용하고 비어있는 수액팩을 소변백으로 사용하는데, 이렇게 소변백을 환자에게 달아줄 때는 요도 카테터 때문에 세균 감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멸균이 상당히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하게 되고, 오늘동물병원은 사용하고 남은 수액팩을 재사용하는 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오늘동물병원은 조금 비싸더라도 환자를 위해 최선인 일회용 전용 멸균 소변백을 사용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의 요도 폐색 환자 관리는 자랑할거리가 많은데, 다른 병원과 다른 점이라면, 진통을 더 확실하게 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고양이 방광염은 딱히 약이 없는 병이고, 급성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진통에 관한 부분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부프레놀핀 같은 아편류의 진통제를 사용하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부프레놀핀 주사제가 유통되지 않아, 많은 수의사들이 진통을 아예 하지 않거나, 진통을 하더라도 부토파놀 같은 진통 효과가 미미한 진통제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동물병원은 가장 강력한 진통제 중 하나인 펜타닐을 방광염 환자에게 사용해서, 환자가 즉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늘 진통에 진심인 편이기 때문에 펜타닐 하나로만 만족하지 않고, 케타민을 연속으로 주사(CRI)해서 추가적인 진통 효과를 노립니다. 진통을 할 때, 전신약물에만 의존하지도 않습니다. 경막외 마취를 해서 환자가 통증 자체를 아예 느끼지 못하도록 하고, 요도 경련(Urethral spasm)을 막기도 합니다.
다시 케이스 얘기로 돌아가면 환자는 요도 카테터를 장착해둔 채로 진통제와 수액 치료를 받았습니다. 요도 폐색 환자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수액 치료입니다. 요도 폐색으로 인해 신장 수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변을 많이 보게 되는 문제가 생기지만, 폐색후 이뇨(post-obstructive diuresis)라는 현상 때문에 요도 폐색 환자들은 경우에 따라 폐색 후에 배뇨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이를 수액으로 보충해주지 않으면 배뇨량은 많은데, 수분 보충량이 적어져서 심각한 탈수 상태에 빠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요도 폐색을 겪은 환자들은 소변량을 면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4-6시간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소변백의 무게를 측정해서 시간당 배뇨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고, 배뇨량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수액량을 바꿔가며 환자가 탈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합니다. 보통 2ml/kg/hr 이상의 배뇨량을 보이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이 환자의 경우 시간당 4ml/kg/hr 정도의 배뇨량을 보였고, 그에 맞춰 수액이 들어가는 속도를 지속적으로 조절했습니다.
입원 3일째 되는 날(소변줄을 단지 36시간째 됐을 때) 혈액 수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검사 항목 |
입원 1일차 결과 |
입원 3일차 결과 |
정상 범위 |
|
BUN |
▲100 mg/dL |
34 mg/dL |
16 – 36 |
|
CREA |
▲9 mg/dL |
▲ 2.9 mg/dL |
0.8 – 2.4 |
|
GLU |
▲260 mg/dL |
139 mg/dL |
71- 159 |
|
PHOS |
3.4 mg/dL |
4.2 mg/dL |
3.1 – 7.5 |
높아졌던 신장 수치가 좋아진 게 확인되고, 다량의 소변 때문에 함께 칼륨이 배출되어 오히려 저칼륨혈증이 나타났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혈액 수치를 확인한 후, 저칼륨혈증은 수액을 교체해서 교정을 시작했고, 충분히 신장 수치가 내려갔다가 판단되어 소변줄을 제거했습니다. 소변줄을 제거하고 병원에서 스스로 배뇨를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했고, 다행히 썩 괜찮아 보이는 감자를 생산해낸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집에서 두부모래를 쓴다고 해서 두부 모래를 사용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가능한 환자가 집과 유사한 환경에서 배변과 배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벤토나이트, 두부모래, 크리스탈 등의 다양한 고양이 모래를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자발 배뇨를 확인하고, 환자는 그 날 저녁에 퇴원을 했습니다. 방광염 자체가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기 때문에 재폐색 가능성에 대한 안내를 보호자분께 드렸습니다. 종종 소변이 완전히 맑아진 이후(=방광염이 완전히 좋아진 후) 퇴원을 시키는 병원도 있지만, 오늘동물병원은 반드시 병원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가능하면 집에서 환자를 케어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 자체가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익숙한 환경에 있어야 환자가 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요도 폐색 환자의 경우, 단순하게 개통만 해주면 되는 환자부터, 의식 불명으로 내원해서 사는 게 기적이다 싶은 환자까지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의 환자를 만나보게 됩니다(제가 치료한 환자 중 가장 어려웠던 환자가 요도 폐색 환자였는데, 입원하고 3일 정도를 식물고양이처럼 의식불명 상태로 옆으로 누워만 있었습니다). 이 환자들은 수의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는 게 환자한테 해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글이 조금 길어지는 것 같지만) 조금 전문적인 얘기를 하자면, 이런 환자들에서는 결코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주거나 항생제를 주는 일입니다. 사람이나 개에서 방광염은 세균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방광염에서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고양이 방광염이 세균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주는 경우, 오히려 방광 내에 세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의 요도폐색 케이스는 요도 개통을 한 이후 환자에게 진통제를 제외한 어떤 약도 투약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치료입니다.
최종적인 결과만 놓고 보자면, 가장 주요한 치료가 되는 것은 막혀있는 요도를 개통해주는 것이고, 요도만 개통되면 사실 항생제를 주든, 스테로이드를 주든 환자는 어쨌든 치료가 되어서 퇴원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티가 나지는 않더라도 좀 더 바람직한 치료와 바람직하지 않은 치료가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디테일 속에 숨은 악마를 신봉하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이 몰라주셔도, 환자가 티를 내는 임상 증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늘 에비던스대로, 교과서대로 진료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과 요도 폐색은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라서 자랑하고 싶은 케이스이기도 하고요.
환자는 어쨌든 잘 회복해서 집으로 갔습니다. 입원장 안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표정도 한결 좋아보이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