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자분들에게 조금 가혹한 질문을 하나 해보죠. 치료를 하지 않으면 기껏해야 3-4주 정도를 살고, 치료를 해도 치료 반응이 있는 환자가 대략 50% 정도인데, 치료 반응이 있는 50%의 경우에도 평균 1년 정도를 산다고 하면, (심지어 비용도 비싼) 치료를 선뜻 고양이에게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내새끼를 위해서는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는 보호자분들이 많은 요즘에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긴 했습니다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보호자분들이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하는 상황을 마주치고 싶지 않으신 것처럼, 수의사도 이런 질문을 보호자에게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야만 하는 병이 있으니, 그게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하는 고양이의 소화기 림프종(HGAL, High-grade alimentary lymphoma)입니다. 예후가 불량하기로 유명하고, 통상 항암 치료에 잘 반응하는 림프종답지 않게, 항암 치료를 해도 잘 안 낫는 경우가 많은 종류의 림프종이죠. 진단이 어렵지는 않지만, 치료가 잘 안될 수도 있다는 얘기에 많은 보호자분들이 치료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병이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이런 가혹한 질문에 당연하게 치료를 하겠다고 대답한 보호자분의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다행히 치료 반응이 좋았던 케이스죠. 환자는 7살의 샴 고양이인데, 이 케이스로 (혹여나 같은 질문을 맞닥뜨려야 하는 보호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양이 High grade 소화기 림프종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얘기를 해보죠.
환자의 보호자분이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건 이미 종양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집 근처 병원에서 들으신 이후였습니다. 평소와 달리 구토가 조금 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 근처 동물병원을 찾았는데, 검사를 해보니 위에 종양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길 들으신 상태였죠. 조금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주신 경우였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한 검사를 보면, 혈액 검사 결과에는 이상한 점이 전혀 없었지만, 초음파 검사에서 위 벽이 국소적으로 두꺼워져 있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종양으로 의심한 병변을 오늘동물병원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고, 환자의 초음파 위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벽의 일부가 두꺼워져 있고(화살표), 위에 인접한 림프절의 크기도 커져 있는게 초음파에서 확인됩니다. 동영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고양이의 위에 생길 수 있는 종양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흔한 종양은 아무래도 림프종입니다. 이렇게 종양이 의심되면 다음 진단 검사는 몹시 단순합니다. 세침 검사(FNA, Fine Needle Aspiration)를 하죠. 거의 대부분의 종양은 늘 현미경으로 진단됩니다. 세포학 검사가 됐든, 조직 검사가 됐든 현미경으로 확정 진단을 내리게 되죠.
고양이의 소화기에 생길 수 있는 림프종은 크게 2가지 카테고리로 구분이 됩니다. 조직학적인 용어가 계속 바뀌는 부분이 있어, 텍스트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쉽게 small cell lymphoma와 intermediate-to-large cell lymphoma로 구분을 합니다. 어떤 림프종이냐에 따라서 세침검사(=세포학 검사)로 진단이 되기도 하고, 때론 반드시 조직 검사를 해야만 진단이 되기도 하죠. 용어가 조금 복잡한데, (엄밀하면 복잡하니까) 대충 간략하게 뭉뚱그려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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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침 검사만으로도 진단이 되는 소화기 림프종(=무서운 림프종) |
조직 검사를 해야지만 진단이 되는 소화기 림프종(=덜 무서운 림프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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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AL(High Grade Alimentary Lymphoma) |
LGAL (Low Grade Alimentary Lymphoma, 최근의 ACVIM 가이드라인에서는 LGITL(Low Grade Intestinal T-cell Lymphoma)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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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mediate-to-Large cell Lymphoma |
Small cell Lymph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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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L(Enteropathy Associated T-cell Lymphoma) type 1 |
EATL(Enteropathy Associated T-cell Lymphoma) type 2 |
표를 기준으로 왼쪽이 무서운 거, 오른쪽이 조금 덜 무서운 겁니다. 이 포스팅에서 얘기하는 건 세침 검사만으로 진단이 되는 소화기 림프종(=가혹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무서운 림프종)이죠. 이 림프종은 세포학 검사에서 특징적인 중대형 림프구가 주로 확인되기 때문에 종양 부위에 바늘을 찔렀다 빼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환자의 세포학 검사 사진과 결과 리포트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INTERPRETATION: Most compatible with lymphoma-please see comments
COMMENTS: This marked expansion of intermediate to large lymphocytes is most compatible with lymphoma. There are some focal areas with small, mature lymphocytes and there is a high degree of cell lysis with prominent hemodilution (causing cellular distortion). While it is considered highly unlikely, I cannot entirely exclude the possibility of marked reactive lymphoid hyperplasia. Interpret in light of the entire clinical picture, other laboratory data and imaging findings. If lymphoma does not fit with your clinical impression, consider PARR (with submission of one more highly cellular slide) or surgical biopsy and histopathologic examination for further assessment. Please feel free to contact me with any questions.
CYTOPATHOLOGIC DESCRIPTION: One highly cellular slide is evaluated. The background is markedly hemodiluted. There is a high density of lymphocytes that are often poorly preserved. There are significant numbers of intact cells for evaluation, however. There does appear to be a prominent expansion of intermediate to large lymphocytes. These lymphocytes have nuclei that are 1-1.5 times the size of a neutrophil. The nuclei are irregularly round they have clumped chromatin with indistinct nucleoli. A low number of small, mature lymphocytes are seen, often present in focal areas.
PATHOLOGIST:
Rachael Holicky, DVM
Diplomate,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Pathologists
IDEXX 세포학 검사 결과
병리학자가 낮은 가능성의 반응성 림프증식(reacitve lymphoid hyperplasia)일 수도 있다며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초음파 검사의 위벽 비후를 고려하면 이 리포트만으로 Intermediate-to-large intestinal lymphoma(=HGAL)이라고 확정진단이 가능합니다.
강아지의 림프종과 다르게 고양이의 림프종은 스테이징(staging)을 하지 않습니다. 림프종이 몸에서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를 보고 스테이징을 하면서, 동시에 임상증상이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substaging까지 하는 게 일반적인 강아지 림프종입니다만, 고양이의 경우는 대부분 임상증상이 있는 상태(substage b)로 내원합니다. 강아지처럼 체표 림프절이 커져서 병원갔다가 다른 증상은 없는데 림프종 진단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이 케이스처럼 구토를 하든, 밥을 잘 안 먹든, 어딘가 안 좋아서 병원에 갔다가 진단이 나죠. 스테이징을 하지 않으니, 다른 암 환자들 케이스에서 루틴하게 하는 것처럼 CT 검사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에서 중요하게 보는 cell typing(B cell 림프종인지, T cell 림프종인지 구분하는 것)도 잘 하지 않습니다. 강아지는 이 둘의 구분이 예후 평가나 항암제의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고양이는 cell typing보다는 small cell lymphoma인지, large cell lymphoma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림프구의 종류보다는 림프구의 크기가 더 결정적이라는 얘깁니다. 강아지에서 cell typing을 하기 위해 진행하는 PARR이나 flow cytometry 같은 검사를 잘 안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이런 검사는 small cell lymphoma를 염증성 변화와 구분하고자 할 때는 합니다만, 그런 다른 질환 얘기이니 이 포스팅에서 다룰 건 아니고요).
어쨌든 이렇게 진단이 되고 나면 다음은 치료를 하느냐 마느냐, 처음의 가혹했던 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치료는 강아지의 림프종과 마찬가지로 CHOP 혹은 독소루비신을 제외한 COP 프로토콜을 씁니다. CHOP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독소루비신(Hydroxydaunorubicin), 빈크리스틴(Oncovin),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을 사용한 림프종 치료 프로토콜을 얘기합니다. 이 4가지(COP의 경우에는 3가지)의 약을 가지고 정해진 순서를 두고 1-2주에 한 번 꼴로 주사를 하죠.
이 환자는 독소루비신이 포함된 CHOP 프로토콜로 치료를 진행했는데, 보통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라가려해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프로토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환자도 그랬고요. 강아지와 달리 항암제 반응성(=항암 주사 맞고 좋아지는 비율)이 50-6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 항암을 완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CHOP 프로토콜을 어떻게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환자에 맞춰나갈 것이냐는 교과서적인 내용보다는 수의사의 개인적인 임상 경험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오늘동물병원은 고양이 림프종에서 CHOP를 할 때는 일반적으로 첫 주사로 쓰는 빈크리스틴 대신 빈블라스틴을 씁니다.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은 같은 계통에 속하는 항암제이지만, 빈블라스틴이 고양이에서 소화기 부작용이 조금 더 적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2013년 JVIM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둘 사이의 예후 차이는 딱히 없지만, 빈블라스틴이 소화기 독성이 더 적은 것 같다는 말을 하죠.
이 환자는 그래서 빈블라스틴으로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항암을 시작할 때, 빠른 임상증상의 개선을 위해서 L-Asparaginase라는 주사를 더하는 경우도 있지만(이런 걸 L-CHOP이라고 합니다), 구토 외에 식욕이나 활력은 좋은 환자였기 때문에 굳이 L-Asparaginase를 추가하지는 않았습니다. (환자 상태가 안 좋다면, 초기의 빠른 개선을 위해 L-Asparaginase를 보통 빈블라스틴과 함께 주사합니다.)
프로토콜에 맞춰 1주차 빈블라스틴, 2주차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3주차 다시 빈블라스틴을 했죠. 그 기간 동안 항암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골수억압이 나타나지 않는지를 CBC 검사로 확인했습니다. 환자의 CBC 검사는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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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항암 시작 1주 후 (첫번째 빈블라스틴 주사 1주후) |
항암 시작 2주 후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주사 1주 후) |
항암 시작 3주 후 (두번째 빈블라스틴 주사 1주 후)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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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t |
▼ 30.1 % |
34.6 |
35.7 |
30.3 – 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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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
7.24 K/uL |
14.1 |
3.48 |
2.87 –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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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 |
4.54 K/uL |
▲ 12.49 |
▼ 1.61 |
2.3 – 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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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 |
355 K/uL |
356 |
328 |
151 – 600 |
두번째 빈블라스틴 주사를 맞고, 호중구(NEU) 수치가 낮아지는 골수 억압 부작용을 보이는 걸 알 수 있었죠. 이 날은 독소루비신 주사를 맞아야하는 날이었는데, 이렇게 호중구 수치가 1.0에서 2.0 사이(1,000개에서 2,000개/uL 사이)면 환자가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항암 주사는 가능하면 미루게 됩니다. 프로토콜대로 정해진 날짜에 주사하는 게 아니라 그 날 주사하는 항암제의 추가적인 골수 억압 부작용이 환자를 위험하게 만들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항암을 며칠 미루는 거죠. (이런 게 교과서대로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주사를 맞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골수 억압이 해소되면서 호중구 수치가 2.0 이상이 되면 그 때 항암제를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독소루비신 맞아야 하는 날에 호중구 감소증이 나타나서 조금 주사 시기가 늦춰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독소루비신까지 다 맞고 난 이후(=총 4사이클로 진행되는 CHOP에서 첫번째 사이클이 끝나고 난 후) 종양이 어떻게 됐는지 평가를 합니다. 한 사이클이 종료된 이후 환자의 초음파 사진은 이랬습니다.
첫 사이클이 종료된 이후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걸 볼 수 있었죠. Complete remission이 된 환자이니 일단 첫번째 고비(치료 반응률 50%의 벽)을 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종양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은 세 사이클을 마저 완주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항암을 하는 과정 중에 골수 억압이 상당히 자주 나타났었는데, 가장 심각했던 건 두번째 사이클의 시작(=빈블라스틴 주사)에서 나타났습니다. 두번째 사이클의 시작으로 빈블라스틴을 주사하고, 일주일 후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주사를 맞아야했던 날 환자의 CBC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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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두번째 사이클 빈블라스틴 주사 1주후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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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t |
▼ 29.9 % |
30.3 – 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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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
▼ 2.5 K/uL |
2.87 –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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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 |
▼ 0.37 K/uL |
2.3 – 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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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 |
513 K/uL |
151 – 600 |
호중구(NEU) 수치가 1.0 미만으로 나오는 걸 볼 수 있죠. 이러면 그 날 정해졌던 항암을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가 열이 나는 상태는 아닌지를 봅니다. 심한 면역결핍 상태라고 보기 때문에 환자가 이미 열이 나는 상태라면 전신적인 감염이 있다고 보고, 다시 호중구 수치가 올라올 때까지 수액과 항생제를 주면서 입원 치료를 합니다. 다행히 이 날 환자는 열이 나는 상태는 아니었고(체온 38.7도), 혹시나 있을 수 있는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예방적 항생제를 처방받아 집으로 갔습니다.
이 때 고민하게 된 것 중 하나가 항암 프로토콜을 조금 바꾸는 부분이었습니다. 통상 고양이의 경우, (강아지가 15주, 19주, 25주 프로토콜 중에 내키는 걸 선택하는 것과 달리) 25주 CHOP 프로토콜(UW-25)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이 환자는 빈블라스틴 주사만 맞으면 호중구 수치가 떨어지면서 골수 억압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죠. 특히 이번처럼 1,000개(NEU 1.0) 미만의 호중구 수치는 환자를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빈블라스틴을 주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19주나 25주 프로토콜에서는 빈블라스틴이 한 사이클에 두 번 주사되지만, 15주 프로토콜에서는 한번만 주사됩니다. 그래서 처음의 계획과 달리 빈블라스틴의 주사 횟수를 사이클당 1번으로 (15주 프로토콜처럼) 줄이기로 했죠. 여기에 빈블라스틴의 경우, (앞서 얘기했듯) 소화기 부작용이 빈크리스틴보다 적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골수 억압의 가능성은 빈크리스틴보다 높다고 봅니다. 이렇게 빈블라스틴에서 골수 억압이 두드러진다면, 소화기 부작용을 우려했던 처음과 달리 골수 억압에 조금 더 포인트를 두고 빈블라스틴 대신 빈크리스틴으로 주사를 바꿔볼 수 있습니다.
빈크리스틴으로 약을 변경하고, 주사 횟수를 줄인 이후에도 빈크리스틴 주사 이후엔 늘 골수 억압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항암 기간 내내 호중구 수치가 1.0K/uL 밑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CHOP를 개별 환자에 맞춰서 조금씩 바꾼다는 것은 이런 것을 얘기합니다. 환자의 약물 반응을 보고, 조금 더 부작용이 덜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체되는 약을 선택하는 거죠. 혹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암 일정을 연기한다든가 하는 것도 해당이 됩니다. 이 환자는 그렇지 않았지만, 신부전이 함께 있는 고양이에게는 신장 독성을 보일 수 있는 독소루비신 대신, 같은 계통에 속하는 미톡산트론 같은 주사로 바꾼다던가 하는 것도 CHOP를 개별 환자에 맞춰 modify하는 일이죠.
일단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이후에는 숙제를 하듯, 지루하게 계속 병원을 왔다갔다 하며 남은 주사를 마저 완주하는 일뿐이지만, 이 케이스의 고양이와 고양이의 보호자분께서는 그 과정을 다 이겨내셨습니다(처음 츄르 잘 받아먹던 고양이가 나중에는 잘 안 받아먹었다는 건 비밀). 이렇게 좋은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은 대략 1년 정도의 기대 수명을 갖게 됩니다(흔한 일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2년을 넘게 살기도 합니다.)
CHOP를 한 림프종 환자의 평균 수명을 보통 6개월 정도라고 얘기하는데, 이 중에는 약물 반응이 없어서 항암 치료 이후에도 1-2개월만에 사망하는 환자들이 한 그룹, 약물 반응이 있어서 10-12개월을 사는 환자들이 또 한 그룹 있습니다. 이 둘을 평균내면 대충 6개월 정도 기대수명을 갖는다고 얘기하는 거죠.
고양이 림프종 환자의 보호자는 두 번의 가혹한 질문을 받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얘기했듯,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치료 반응이 좋은 경우에도 아주 오래 산다고는 할 수 없는데, 항암 치료를 시작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는 게 첫번째 가혹한 질문이라면, 치료해서 완전히 종양이 사라지는 경우에도 언젠가는 재발을 하는데, 그 때 또 항암을 할 것인지가 두번째 가혹한 질문입니다. 오히려 항암 자체의 부작용보다는 이 두 번의 순간이 보호자분들을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게 만들죠. 재발 때 하는 항암은 프로토콜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다른 프로토콜을 선택해도 치료 반응이 더 좋지 않기 때문에 선택을 더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그래서인지 수의사 입장에서 볼 때, 고양이 high grade 소화기 림프종에서 항암 치료를 선택하는 보호자분들은 아이를 아끼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단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큰 병에 걸렸다는 것에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 보호자는 없겠지만,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들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