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소개/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
케이스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

치료가 어렵다고 생각됐던 병이 정복되는 것을 보는 일은 수의사에게 매우 즐겁고 기쁜 일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죽지 않으면 진단이 잘못됐다고 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았던 FIP(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가 그렇습니다. 치사율이 거의 99%에 달할 정도로 손을 쓸 방법이 없는 불치병이었지만, 최근에는 임상 시험 중인 신약 덕분에 FIP를 앓았다가 낫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내용도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케이스에 대한 내용입니다.

환자는 7개월령의 러시안블루로 식욕이 떨어지고, 눈이 뿌옇게 보인다는 문제로 내원했습니다. 활력도 떨어졌고, 내원 이틀전부터 사료를 아예 먹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체 검사 상에서 우측 눈과 좌측 눈의 눈동자 크기가 달랐고, 좌안의 전안방에 염증 물질이 떠다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의학 용어를 써서 말하자면, 좌안이 축동되어 있었고, 전안방 flare가 확인됐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전안방에 부유물이 떠다니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포도막염이라고 진단이 가능합니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포도막염이 있을 경우, 전신 질환에 대한 고려를 반드시 해야합니다. 그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이 FIP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제 3안검이 다소 창백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식욕도 없고 점막 창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FIP의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집니다. 빈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분과 상담 후 혈액 검사를 진행했고, 환자의 혈구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BAND

Suspec

RBC

▼ 4.81 M/uL

6.54 – 12.2

HCT

16.4%

30.3 – 52.3

HGB

6 g/dL

9.8 – 16.2

MCV

34.1 fL

35.9 – 53.1

MCH

12.5 pg

11.8 – 17.3

MCHC

36.6 g/dL

28.1 – 35.8

RDW

32 %

15 – 27

RETIC

11.1 K/uL

3 – 50

WBC

14.66 K/uL

2.87 – 17.02

NEU

▼ 1.79 K/uL

2.3 – 10.29

LYM

11.88 K/uL

0.92 – 6.88

MONO

▲ 0.96 K/uL

0.05 – 0.67

EOS

0.01 K/uL

0.17 – 1.57

BASO

0.02 K/uL

0.01 – 0.26

PLT

55 K/uL

151 – 600

MPV

▲ 22.4 fL

11.4 – 21.6

RETHGB

13.8

13.2 – 20.8

빈혈을 확인할 때 중요하게 보는 HCT 수치를 보면 16.4% 정도로 정상 범위에 비해서 한참 낮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생성을 확인하는 RETIC(세망적혈구) 수치가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비재생성 빈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FIP는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 검사나 RT-PCR 검사가 필요한데, 보통 침습적인 진단법이기 때문에 FIP를 뒷받침하는 임상 증거들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경험적인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어린 고양이에서 포도막염이 나타났고, 비재생성 빈혈이 나타났으니 FIP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셈입니다만, 이것만으로 진단을 하지는 않고, 생화학 검사와 영상 검사를 함께 진행합니다. 이 환자의 생화학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ALB

2.6 g/dl

2.2 – 4

ALKP

14 U/L

14 -111

ALT

15 U/L

12 – 130

BUN

▲56 mg/dl

16 – 36

Ca

9 mg/dl

7.8 – 11.3

CHOL

128 mg/dl

65 – 225

CREA

0.9 mg/dl

0.8 – 2.4

GGT

0 U/L

0 – 4

GLOB

▲6.8 g/dl

2.8 – 5.1

GLU

146 mg/dl

74 – 159

PHOS

7.2 mg/dl

3.1 – 7.5

TBIL

2.1 mg/dl

0 – 0.9

TP

9.4 g/dl

5.7 – 8.9

ALB/GL

0.4

FIP에서 수의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수치는 ALB과 GLOB 수치입니다. ALB을 GLOB으로 나눈 값을 A/G ratio라고 하는데, 이 값이 0.4 미만이면 FIP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A/G ratio가 0.4로 FIP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FIP가 의심이 되면 영상 검사도 같이 병행합니다. FIP는 복수가 차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wet type(복수가 차는 타입)과 dry type(복수가 안 차는 타입)으로 구분하는데,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 복수가 찼는지 아닌지 알 수 있고, wet type이냐 dry type이냐에 따라서 신약의 치료 반응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초음파 검사에서 복수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양측 신장의 모양이 좋지 않게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복수가 차지 않는 건식(dry type) 복막염의 경우에는 복막염을 유발하는 변이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장에서 육아종성 혈관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건식 복막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항상 신장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신장에 병변이 있는 것이 확인됐고, 실제 혈액 검사 상으로도 BUN 수치가 증가해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케이스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혈액 검사 결과에서 Total Bilirubin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FIP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가 간에 병변을 만들면서 간수치와 함께 황달 수치(total bilirubin)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긴한데, 이 환자의 경우는 간수치는 전혀 올라가지 않고 total bilirubin 수치만 올라갔습니다. 이런 경우 간 때문이 아닌 간 이외의 문제 때문에 황달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간 이외의 문제 때문에 황달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우로는 용혈성 빈혈이 있습니다.

FIP가 있는 경우, 염증으로 인한 비재생성 빈혈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드물게 2차적으로 secondary IMHA(속발성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그 부분이 크게 의심됐습니다. IMHA가 있는 경우, 혈액의 응집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보는 게 진단에 상당히 중요한데, 환자의 혈액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혈액이 작은 알갱이처럼 뭉쳐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혈액의 자가응집반응이라고 합니다. 용혈이 의심되는데, 빈혈이 있고, 자가응집 반응까지 있다고 하면 secondary IMHA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primary IMHA(원발성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가 드물기 때문에 FIP로 인한 용혈성 빈혈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FIP로 진단이 된 경우 스테로이드제나 펜톡시필린 같은 약을 처방했는데, 최근에는 FIP로 진단되면 GS-441524라는 약을 씁니다. 아직 정식 허가를 받은 약이 아니라 보호자분께 약이 아직 임상 실험 단계에 있다는 걸 충분히 말씀드린 후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건식 복막염의 경우 습식 복막염에 비해 약물 반응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치료약은 GS-441524가 유일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보호자분께서 고민 끝에 신약 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수혈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IMHA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유지하면서, 정기적인 혈구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중간에 수혈이 필요한 수준까지 갔지만, 수혈없이 다행히 회복이 되었습니다. 환자의 혈액 수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8/19 결과

8/21 결과

8/26 결과

9/2 결과

9/18 결과

정상 범위

BAND

Suspec

Suspec

RBC

▼ 4.81 M/uL

4.25

3.54

4.73

7.32

6.54 – 12.2

HCT

16.4%

14.5

12.2

19.7

30.4

30.3 – 52.3

HGB

6 g/dL

5.2

4.3

5.9

9.1

9.8 – 16.2

MCV

34.1 fL

34.1

34.5

41.6

41.5

35.9 – 53.1

MCH

12.5 pg

12.2

12.1

12.5

12.4

11.8 – 17.3

MCHC

36.6 g/dL

35.9

35.2

29.9

29.9

28.1 – 35.8

RDW

32 %

31.7

33.5

36

28.6

15 – 27

RETIC

11.1 K/uL

18.3

24.8

▲ 218.5

11.7

3 – 50

WBC

14.66 K/uL

12.46

10.4

16.78

32

2.87 – 17.02

NEU

▼ 1.79 K/uL

1.72

1.11

▲ 12.81

27.63

2.3 – 10.29

LYM

11.88 K/uL

9.56

7.85

2.48

3.05

0.92 – 6.88

MONO

▲ 0.96 K/uL

1.09

1.38

1.36

0.82

0.05 – 0.67

EOS

0.01 K/uL

0.02

0.02

0.08

0.4

0.17 – 1.57

BASO

0.02 K/uL

0.07

0.04

0.05

0.1

0.01 – 0.26

PLT

55 K/uL

57

155

60

441

151 – 600

MPV

▲ 22.4 fL

23

19.2

18.4

16.1

11.4 – 21.6

RETHGB

13.8

13.2

14.5

12.3

14.3

13.2 – 20.8

Hct 수치를 보면, 점점 떨어지다가 8월 26일에 12.2%로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해서 9월 2일에는 19.7%까지 올라간 걸 볼 수 있습니다. 9월 2일 검사 결과를 보면 재생성 지표인 세망적혈구의 갯수(RETIC)도 218.5로 크게 증가해있습니다. 혈액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12.2%까지 Hct 수치가 떨어지게 되면 수혈을 생각해야하지만,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수혈 없이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환자가 잘 견뎌주어 수혈 없이 빈혈이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재생 반응이 생겼다는 얘기는 FIP로 인한 비재생성 빈혈이 해소되었다는 얘기고, FIP가 개선되면서 2차적인 IMHA도 개선된다는 얘기입니다. IMHA가 개선되는 것은 Total bilirubin 수치가 감소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검사 항목

8/19 결과

8/26 결과

9/2 결과

정상 범위

ALB

2.6 g/dl

2.9

2.2 – 4

ALKP

14 U/L

14 -111

ALT

15 U/L

12 – 130

BUN

▲56 mg/dl

32

16 – 36

Ca

9 mg/dl

7.8 – 11.3

CHOL

128 mg/dl

65 – 225

CREA

0.9 mg/dl

0.8

0.8 – 2.4

GGT

0 U/L

0 – 4

GLOB

▲6.8 g/dl

7.5

2.8 – 5.1

GLU

146 mg/dl

74 – 159

PHOS

7.2 mg/dl

4.7

3.1 – 7.5

TBIL

2.1 mg/dl

1.8

0.9

0 – 0.9

TP

9.4 g/dl

10.4

5.7 – 8.9

ALB/GL

0.4

0.4

시간이 지나면서 용혈이 해소되니 T.Bil 수치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A/G ratio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환자의 임상 증상부터가 활력이 돌아오고, 식욕이 느는 것을 보게됐기 때문에 수치 상의 변화는 나중에 잘 나았는지 확인하는 정도로 검사해보게 됩니다.

보통 12주 정도의 치료 기간이 필요하고, FIP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치료 비용이나 예후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건식 복막염이었지만, 치료 반응도 좋은 편이었고, 다행히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여전히 치료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병이지만, 그래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안정기에 접어들면 GS-441524를 꾸준히 주사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초기에 식욕이 없고, 상태가 안 좋을 때를 어떻게 넘기느냐는 다른 중환자가 그렇듯 FIP 환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신약이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 환자가 버틸 시간을 벌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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