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소개할 케이스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보게되고, 치료가 그리 까다롭지는 않지만, 재발하는 경우가 잦아서, 재발까지 막고자 하면 조금 머리 아파지는 호산구성 육아종에 대한 얘기입니다. (고양이 호산구성 육아종이라고 소개했지만, 강아지에서도 볼 수 있는 질환입니다. 강아지에서는 조금 양상이 다르지만요).
환자는 3살의 중성화한 수컷 고양이(코숏)로 왼쪽 뒷발의 발바닥 패드가 많이 부었다는 이유로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환자의 발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발가락은 해부학적으로 번호를 매길 때 가장 안쪽부터 번호를 순차적으로 매기는데, 뒷발은 가장 첫번째인 엄지발가락 없이 4개의 발가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안쪽부터 2,3,4,5번으로 번호를 매깁니다. 이 환자는 3번 발가락의 패드가 꽤 부어있는 걸 볼 수 있고, 4번 발가락 일부도 패드의 피부 발적이 확인됩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부어있는 부분으로는 약간 진물처럼 끈적이는 삼출물도 일부 확인이 됩니다.
발이기 때문에 집에서 뭘 밟은 건 아닐까 의심해볼 수도 있지만, 보호자분께서 집에서 뭘 밟았을 가능성은 많이 떨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물에 의한 문제라면 피부에 구멍이 나 있는 게 확인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환자는 그런 병변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해봄직한 검사는 세포학 검사입니다. 바늘을 찔러서 확인하는 FNA(세침 흡인 검사)를 해볼 수도 있겠지만, 마침 환자의 발에서 진물이 나오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슬라이드 글라스를 피부 병변에 꾹 눌러서 확인하는 임프린팅(imprinting) 방법으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세포학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환자의 세포학 사진에서는 일반적으로는 다수 보이지 않는 호산구(사진에서의 화살표)라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확인됐습니다(동글동글하게 생긴 구균도 일부 확인됐고요).
이럴 경우 수의사들이 의심하게 되는 질환은 호산구성 육아종입니다. Eosinophilic Granuloma Complex(EGC)라고 불리며, 육아종처럼 동그랗게 혹처럼 생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길게 일직성 상으로 피부에 생긴 병변, 혹은 그냥 혹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병으로 호산구를 포함하는 병변들을 총칭합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 검사가 필요하지만, (비용이나 조직 검사 부위가 아물기 어려운 부분인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보통 조직 검사까지는 잘 하지 않고, 세포학 검사와 육안 병변의 모습을 통해서 진단을 내립니다. 이 환자도 조직 검사까지는 진행하지 않고 세포학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렸습니다.
보통 가장 흔하게 생기는 부위는 턱이나 입술 주변이지만, 아랫배나 허벅지 안쪽, 혹은 이 케이스처럼 발바닥 패드에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술이나 발바닥에 생기는 병변은 그냥 두면 터져서 피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포학 사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2차적인 세균 감염이 있는 경우도 흔하고요. (호산구성 육아종에서 세균의 역할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보통 치료제로 스테로이드를 쓰지만, 어떤 경우 항생제만으로도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균이 어떤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죠.)
치료는 어렵지 않습니다. 보통 알러지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러지를 컨트롤 해줄 수 있는 약을 쓰면 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약은 스테로이드(보통 PDS라는 약)입니다. 혹은 사이클로스포린이라고 하는 면역억제제를 쓰는 경우에도 호산구성 육아종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약을 얼마나 오래 먹여야 하는가는 다른데, 약을 끊으면 바로 금방 재발하는 경우에는 재발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꽤 장시간(혹은 평생) 약을 먹이기도 하고, 호산구성 육아종이 없어지고 나서 약을 끊어도 재발하지 않는 경우에는 약 없이도 그냥 재발하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곤 합니다.
호산구성 육아종이 진단됐을 때, 보호자분과 수의사가 모두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이게 알러지의 한 증상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고양이의 아토피 증후군(FAS, Feline Atopic Syndrome)에 관한 Veterinary Dermatology(수의 피부학 저널)의 논문을 보면, 호산구성 육아종이 아토피의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길 합니다.
논문을 보면 피부에 생기는 EGC(호산구성 육아종)이 벼룩이나, 음식, 혹은 주변 환경에 의한 무언가에 알러지가 생겨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에서 피부 알러지가 의심될 때, 흔하게 보게 되는 패턴들은 크게 4가지인데, 좁쌀 피부염(miliary dermatitis), 긁으면서 생긴 탈모(Self-induced alopecia), 얼굴과 머리, 목 쪽의 소양감(Face, head, neck pruritus)와 함께 마지막으로 호산구성 육아종(EGC)를 꼽습니다.
만약 호산구성 육아종이 지속적으로 재발한다면, 이런 FAS(고양이 아토피 증후군)이 있지 않은지 식이 제한(elimination diet) 같은 것을 통해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런 환자들은 히스토리도 상당히 중요한데, 이 케이스에 소개된 환자도 히스토리를 자세히 보면, 어렸을 때부터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끌고 다니는 습관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Scooting(한국말로 똥스키)이라고 하는데, 고양이한테서 흔히 보기 힘든 증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상시의 소양감을 의심해볼 수 있는 지점이죠.
이렇게 호산구성 육아종을 유발하는 기저 질환이 알러지로 확인되면, 케이스에 따라서는 알러지 관리를 위해서 평생 식이 관리를 한다든가,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약을 평생 먹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호산구성 육아종을 없애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알러지 자체를 관리해서 호산구성 육아종의 재발을 막으면서, 동시에 평상시 삶의 질을 올려주는 치료를 하는거죠. 그래서 호산구성 육아종은 다른 질환의 증상이진 않은지 늘 확인이 필요합니다. 육아종을 없애는 것보다는 기저 질환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게 더 어려운 부분일 수 있는 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