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케이스 소개는 직접 병원에서 진료를 본 것들을 토대로 질환에 대해 설명을 드리는 포스팅이라 가급적이면 중복되지 않게 소개하려다 보니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고양이의 안검내반(눈꺼풀이 눈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증상)에 대한 내용입니다. 고양이의 안검내반은 치료법이 강아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아지의 안검내반이 보통 선천적인 문제나 품종적인 문제(리트리버나 차우차우, 불독 같은 품종) 때문에 나타나다보니 어릴 때 나타나는 것과 달리, 고양이는 나이가 들면서 안와의 부피(orbital volume)가 줄어들거나, 안와의 지방, 근육, 간질액이 소실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얘기하자면, 안검내반은 원발성(primary)과 속발성(secondary)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강아지처럼 선천적인 문제 때문에 생기는 경우를 원발성 안검내반이라고 하고, 고양이처럼 후천적으로 생기는 경우를 속발성이라고 합니다. 속발성 안검내반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안와의 지방이 소실되면서 나타나기도 하고, 만성적인 눈의 염증 같은 것 때문에 나타나는 것을 얘기합니다.
소개할 환자는 눈이 뿌옇게 변한 문제 때문에 이미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봤었는데, 개선이 더뎌서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내원 당시의 눈 상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눈이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고, 각막 위로 신생 혈관들이 잔뜩 들어와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약은 항생 안약, 스테로이드와 항생제가 함께 들어가 있는 안약, 인공 눈물이었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의 눈 질환 중에 가장 흔한 것은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이고, 그래서 고양이는 스테로이드 안약을 사용할 때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안약 자체가 눈에서 면역을 억압하면 잠복 감염 상태의 허피스가 눈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미 허피스 때문에 안 좋아진 눈이라면 스테로이드 때문에 더 악화가 되고요)
더군다나 각막 안쪽으로 밀고 들어온 신생 혈관은 각막 궤양을 의심하게 만든 상황이었는데, 각막 궤양이 있는 경우에는 개와 고양이 모두 스테로이드 안약의 사용이 금기시됩니다. 스테로이드가 각막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각막의 세균 감염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환자는 각막 궤양이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형광 염색 검사를 진행했고, 명확하게 염색이 되는 각막 궤양 병변이 확인됐습니다. (정상적인 눈은 염색이 되지 않지만, 각막 궤양이 있으면 염색이 되는 부분이 확인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 안약 중에서도 포러스라는 제품(네오마이신, 폴리믹신B, 덱사메타손이 섞여있는 안약)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스테로이드 자체가 각막 궤양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것과 별개로 포러스는 최근 고양이에서는 사용이 추천되지 않는 안약입니다. 2011년 JFMS(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올라온 Karen M Hume-Smith의 논문에 따르면, 포러스에 들어가는 폴리믹신B라는 항생제가 드물지만 고양이에서 아나필락틱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낮은 가능성이라고는 하나 최악의 경우, 안약 넣고 환자가 4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보니, 최근에는 고양이에서 스테로이드 안약을 써야하는 일이 있더라도 포러스(혹은 동일성분의 오리지널 제품인 맥시트롤)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비슷하게 똑같이 폴리믹신B가 포함된 테라마이신 안연고도 최근에는 고양이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테라마이신 안연고는 옥시테트라사이클린과 폴리믹신B의 합제인데, 옥시테트라사이클린이 고양이 결막염에서 효과적이라 자주 쓰이던 안연고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쨌든 환자는 각막 궤양 때문에 스테로이드 안약이 들어가면 안됐던 것도 있고, 포러스는 더욱 고양이에서 피해야하는 안약이기에 각막 궤양을 치료하기 위해 안약을 바꿨습니다.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 안약은 유지하고, 고양이 각막 궤양의 대부분이 허피스 감염증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감안해서 항바이러스제 안약도 처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환자의 눈은 다음과 같이 개선됩니다.
첫 내원 시에 비해서 눈이 많이 맑아지고 좋아진 것을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하안검(아랫 눈꺼풀)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면서 하안검의 털들이 눈을 계속 찌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각막 궤양과 결막염으로 인해 속발성 안검내반이 생긴 것이죠.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눈꺼풀 때문에 털이 각막을 계속 자극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눈도 완전히 깨끗하게 맑아지지 않고, 약간은 혼탁한 각막 상태를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안약만으로는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털이 각막을 계속 물리적으로 자극해서 완전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털이 각막을 자극하지 못하도록 안검내반 자체를 해결해줘야 합니다.
고양이에서 안검내반을 교정하는 방법은 크게 수술적인 방법과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수술적인 방법이 더 추천되고, 예후도 비수술적인 방법에 비해서는 좀 더 균일하게 좋은 편이지만, 수술이다 보니 전신 마취가 필요하고, 전신 마취를 하지 못하는 노령묘들에서는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안검내반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고양이의 안검내반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속발성 안검내반이 더 흔한 편이고, 신부전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신부전 때문에 안와 내의 지방이나 간질액이 소실되면서 2차적으로 안검내반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마취가 환자에게 큰 부담일 수 있어 비수술적인 방법을 추천드리곤 합니다.
비수술적인 방법은 비교적 최근에 소개된 방법으로 사람에서 사용하는 필러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히알루론산이 들어간 필러를 안검에 주사해서 안검내반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피부를 절개하는 게 아니라 주사를 놓는 거니까 전신 마취 없이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2018년 Veterinary Ophthalmology에 올라온 Jessica E. McDonald의 논문으로, 논문에는 필러를 이용해 안검내반을 해결한 케이스들이 다수 소개됩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환자의 경우는 8살의 비교적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고양이였고, 전신 마취가 딱히 부담이 되는 환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예후가 좀 더 확실하게 보장되는 수술적인 방법으로 안검내반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이 때 사용되는 수술법은 (여러가지 다른 방법들이 있지만) 보통 Hotz-Celsus 테크닉입니다.
눈꺼풀 아래의 피부를 일부 제거하고, 봉합을 해서 안쪽으로 뒤집혀진 안검을 다시 바깥쪽으로 펴지게 하는 수술 방법입니다. 이 테크닉을 기본으로 안검내반의 정도에 따라서 심한 환자들은 눈의 바깥쪽을 웨지 모양으로 자르는 수술법을 함께 적용하곤 합니다. 환자의 수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술 자체가 어렵거나, 절개면이 큰 수술이 아니고, 피부를 절개한 후에 봉합해 주는 성형 수술이기 때문에 환자는 입원 없이 당일에 퇴원했습니다. 수술 후 10일차에 수술 부위 확인을 위해 보호자분이 아이를 데리고 내원하셨고, 환자의 예후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있던 눈꺼풀이 다시 밖으로 이쁜 아이라인을 보여주고 있고, 털도 눈을 찌르지 않으니, 약간 혼탁했던 각막이 다시 맑아진 걸 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분께서도 아이가 미모를 되찾았다며 좋아하셨고요.
안검내반의 외과적 교정은 보통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간혹 반대쪽 눈에서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예방적으로 반대쪽 눈까지 교정하지는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