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신부전과 관련해서 FGF-23이라는 새로운 검사가 나왔고, 이 검사를 이용한 관리 방법이 IRIS(International Renal Interest Society, 국제 신장 학회)의 2023년 최신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얘기했던 FGF-23에 대한 간략한 소개만 그대로 복붙해보도록 하죠.
만성 신부전이 있는 환자들은 신장에서 인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서 혈중의 인 농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변화가 생기면 뼈에서 FGF-23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FGF-23은 신장에서 인이 배출되는 걸 촉진하고, 칼시트리올의 생성을 억제해서 결과적으로는 체내에서 인이 줄어들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바꿔 말해 초기 신부전 환자에서 FGF-23이 올라갔다면, 체내에서 인이 정체되고 배출되지 않아 신체가 보상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지난 번 포스팅
칼슘과 인, 칼시트리올, FGF-23에 대한 기초 생리는 수의사도 공부하고 돌아서면 바로 까먹을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대충 저 정도 내용으로만 간단하게 이해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 어떤식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한 얘길 케이스로 살펴보려 합니다. 국내에서 검사가 가능해진지 이제 한 반 년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오늘동물병원에서 그동안 어떤 식으로 활용했는지를 보는 거죠.
모두 3마리의 환자를 살펴보려 합니다. 첫번째 환자는 14살의 코숏로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에서는 특이사항이 전혀 없었는데 초음파 검사에서 신장의 모양이 안 좋았던 환자입니다. 두번째 환자는 9살의 코숏으로 혈액 검사에서 신장 수치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건강검진 중에 소변의 비중이 정상보다 낮게 나온 환자입니다. 세번째 환자는 7살의 페르시안으로 타원에서 다낭성 신장병증(PKD, Polycystic Kidney Disease)를 진단받은 환자입니다. 이 세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와 영상 검사를 토대로 FGF-23이 어떻게 신부전 관리에 활용되는지를 한 번 보도록 하죠.
먼저 초기 신부전이 어떤 신부전을 얘기하는지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밥을 잘 안 먹고, 임상 증상이 뚜렷한 신부전은 보통 이미 3기나 4기 정도의 신부전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고, 실제 1,2기의 초기 신부전에서는 환자에게서 어떤 뚜렷한 임상 증상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습니다. IRIS에서는 초기 신부전을 이런식으로 정의하죠.
영어를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 4가지 조건 중 하나(혹은 하나 이상)이 충족되면 신부전 1기(혹은 2기 초)라고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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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범위 내에서 크레아티닌이나 SDMA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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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MA 수치가 지속적으로 14ug/dL 이상 나오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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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검사에서 신장의 모양이나 크기가 이상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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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신장에서 단백뇨가 나오는 경우(고양이의 경우, UPC 0.4 이상)
여기에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다른 것들이 멀쩡한데, 신장 이외의 문제가 배제된 채 비중이 낮은 소변을 보는 환자도 신부전 1기라고 봅니다. 신장에서 소변을 잘 농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FGF-23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은 이미 임상증상이 두드러지는 3기나 4기의 환자가 아니라 이런 무증상의 1기 혹은 2기 초반의 환자들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세 환자 모두 이런 환자들이죠. FGF-23은 체내에서 인이 잘 배출되지 않을 때 올라가게 되는데, FGF-23이 많이 분비되면 인은 배출이 촉진됩니다. 일종의 보상 과정인거죠. FGF-23을 검사하는 이유는 혈액 검사에서 인이 그렇게 높지 않은데, 혹시 FGF-23이 이미 많이 분비되는 바람에 인이 혈액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이미 혈액 검사에서 인이 높게 나오는 환자들은 신부전 초기더라도 FGF-23 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첫번째 환자가 그랬습니다. 첫번째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와 소변 검사 결과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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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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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30 mg/dL |
16 –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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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
1.7 mg/dL |
0.8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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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5.1 mg/dL |
3.1 –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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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MA |
5 ug/dL |
0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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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 (소변검사) |
1.036 |
> 1.035 |
이 환자는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만 놓고 보면, 신부전 환자라고 보기 어렵지만, 초음파에서 신장의 모양을 토대로 신부전 1기 환자라고 진단이 가능합니다. 환자의 초음파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좌측 신장은 경미한 퇴행성 변화를 보이는 수준이고, 우측의 경우는 1.4cm 정도 크기의 물혹(=낭종, cyst)이 신장에서 확인됩니다. 신장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이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은 혈액, 소변 검사가 정상으로 확인되더라도 엄밀한 의미에서 신부전 1기라고 진단합니다. 과거에는 신부전 1기에서는 인 수치에 목표를 정해두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신부전 1기와 2기 모두 인 수치를 4.5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혈액 검사 상에서 인이 이미 5.1mg/dL가 나왔기 때문에 굳이 FGF-23을 검사하지 않고, 바로 인 제한 식이(=신부전 처방식)를 하는 게 추천됩니다. 이 환자에게 처방식(k/d early support나 Early Renal 같은 초기 신부전 처방식)을 먹이고, 한두달 후에 다시 재검을 했을 때 환자의 수치는 이렇게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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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처방식 변경하고 2달 후 재검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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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30 mg/dL |
27 |
16 –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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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
1.7 mg/dL |
1.6 |
0.8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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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5.1 mg/dL |
4.4 |
3.1 – 7.5 |
인수치는 5.1이나 4.4나 둘 다 정상 범위 이내지만, 목표치인 4.5 미만으로 수치가 떨어진 걸 확인할 수 있죠. 별도의 FGF-23 검사 없이 인이 이미 목표치보다 높은 환자들은 이렇게 혈액 수치만을 토대로 이런 식이적인 관리를 추천합니다.
두번째 환자는 혈액 검사는 다 멀쩡한데 소변 비중만 낮게 나온 환자입니다. 혈액 수치와 소변 검사를 바로 보죠. 초기 신부전 환자에서는 3기나 4기 같은 환자와 달리 CRE, BUN 수치가 아니라 인(PHOS) 수치를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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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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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16 mg/dL |
16 –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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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
1.6 mg/dL |
0.8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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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3.7 mg/dL |
3.1 –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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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MA |
5 ug/dL |
0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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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 (소변검사) |
▼ 1.018 |
> 1.035 |
비중이 낮게 나오고, 영상 검사에서는 신장의 경색(infarction)이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이런 경우도 신부전 1기라고 볼 수 있죠.
이 환자의 경우는 인 수치가 3.7로 목표치인 4.5보다 낮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는 이 인수치가 낮은 게 아직 신장이 그래도 거의 정상처럼 행동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혹은 FGF-23이 혈액 수치에서만 인을 낮게 보이게 만드는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FGF-23을 검사해서 FGF-23이 높아졌다면, 신장에서 인을 잘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FGF-23 덕에 인이 낮게 나온다고 알게 되는거죠. 그래서 이 환자는 FGF-23을 검사해볼만한 환자가 됩니다. 환자의 FGF-23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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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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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GF-23 |
Less than 300 pg/mL |
0 – 300 |
이렇게 수치가 300pg/mL 미만으로 나오면 아직 환자는 체내에 인이 과도하게 축적되지 않았고, 그럭저럭 신장이 인을 잘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부전 1기이기는 하지만, 굳이 처방식을 먹이면서 식이 조절을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 신부전 환자들이 단계에 상관없이 모두 그렇듯, 이런 환자들은 정기적(보통 3-6개월 간격)으로 FGF-23을 재검해서 이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이 수치가 올라가면 그 때부터는 체내에 인이 축적되고 있다는 얘기라서 인을 제한하는 식이가 추천될테니까요.
마지막 환자는 PKD(다낭성 신장병증) 환자입니다. 신장에 물혹(낭종, cyst)가 다수 생기는 유전병을 앓고 있는 환자죠. 이 환자는 이미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내원하셨는데, 그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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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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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
24 mg/dL |
15 –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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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 |
1.8 mg/dL |
0.7 –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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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S |
4.1 mg/dL |
2.6 –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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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MA |
▲ 18 ug/dL |
0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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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 (소변검사) |
1.046 |
> 1.035 |
오늘동물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 신장 모양은 이랬죠.
영상으로 보면 신장 곳곳에 검은 구멍이 여럿 보이는 걸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는 초기 신장 기능 손상을 의미하는 SDMA 수치도 경미하게 올라가 있지만, 신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매우 명확했기에 (SDMA 수치를 기준으로 볼 때) 신부전 1기 말에서 2기 초라고 볼 수 있죠. 이 환자의 인 수치를 보면 4.1로 목표치인 4.5보다 낮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환자도 FGF-23 검사가 추천되는 환자인데, 이 환자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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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항목 |
결과 |
정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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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GF-23 |
▲ 323 pg/mL |
0 – 300 |
정상 범위보다 높은 걸 볼 수 있죠. FGF-23이 300부터 400 사이는 gray zone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보호자분과 상의 후, 인 제한 식이(=처방식)를 시작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3-6개월 후에 다시 한 번 검사를 해서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는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PKD라는 기저질환이 아주 명확했기 때문에 신부전 처방식을 시작하기로 했죠.
이런 내용들을 검사를 진행하는 IDEXX에서는 알고리즘으로 정리해서 수의사들이 진료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수의사들이 뭐 대단한 거 하는 게 아니라 이런 거 나오면 일단 시키는대로 하면서 데이터를 쌓는 겁니다.)
케이스에서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FGF-23이 400pg/mL 이상이 나왔다면 이미 체내에 인이 축적되고 있고, 그걸 FGF-23으로 안간힘을 다해 내리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인을 적게 먹여서(=인 제한 식이) 신체가 무리하지 않아도 인 조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죠.
이런 개념은 2019년에 나왔던 IRIS 가이드라인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내용입니다(아마도 당시에는 FGF-23을 루틴하게 검사하기 어려웠기 때문). 새로 업데이트된 2023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신부전 1기나 2기 초의 신부전에서 FGF-23을 활용해서 인 제한 식이를 언제부터 할 것인가를 확인하는 걸 권고합니다. 신부전에서 처방식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하면 입아플 정도이기 때문에 처방식의 적용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결정하는데에 조금 더 디테일한 객관적인 지표를 도입했달까요.
인 제한을 위해 처방식은 어떤 걸 먹일까요? 신장 처방식에는 로얄캐닌 레날(혹은 힐스 k/d) 같은 기존의 신장 처방식도 있지만, 최근에는 로얄캐닌 얼리 레날이나, 힐스 k/d early support 같은 초기 신부전을 위한 처방식도 있습니다. “얼리”라는 이름이 붙은 초기 신부전 처방식들은 기존의 처방식에 비해서 인이나 단백질 제한을 조금 덜 해놓은 사료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통상 FGF-23 검사 결과, 혹은 인 수치를 토대로 초기 신부전에서 처방식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이런 사료들을 추천합니다. 아직 에비던스가 아주 탄탄한 수준은 아니지만, 초기부터 인이나 단백질 제한을 너무 많이 하면(=3,4단계 환자들이 먹는 처방식을 먹이면) 칼슘 수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 때문입니다. (좀 덜 제한하면 괜찮다는 논문도 있죠)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인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환자에게 인 제한을 시작하면 첫번째 환자에서 본 것처럼 인 수치가 떨어지기도 하고, FGF-23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2013년 JVIM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처방식을 시작했을 때, FGF-23이 수치 하락을 보인다는 얘길 합니다. (아직 검사 자체가 루틴하게 가능해진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팔로우업 검사까지 한 케이스는 없었는데, 앞서 소개한 환자들 중에서는 팔로우업 검사로 FGF-23 수치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봐야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초기 신부전은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호자분의 관심이 없이는 관리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환자의 임상증상이나 컨디션과는 사실 크게 상관이 없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렇게 초기부터 관리를 했을 때 진행 속도를 늦추고, 장기적인 예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신부전의 관리입니다. 그동안 초기 신부전에서는 사실 할 게 없는 게 아니냐(심지어 1기에서는 처방식도 추천되지 않았었죠)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환자들까지도 좀 더 관심을 쏟는다면 세심하게 챙겨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