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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DCM(확장성 심근병증)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는 다른 동물병원에서 흉수가 차서 입원 치료를 받고, 심장병을 진단받은 케이스였습니다. 10살의 터키쉬 앙고라로 proBNP 키트 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장병이 있다는 건 확인이 됐는데, 보호자분께서 심장병이라는 것만 알고 계시고, 정확한 진단명을 모르셨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검사 받았던 자료를 가지고 오셨고, 오늘동물병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검사를 더 하고, 아이의 진단명과 새롭게 처방된 약을 받아가셨습니다.

고양이의 심근병증은 크게 네가지 정도로 구분합니다. 가장 흔한 HCM(비대성 심근병증)이 있고, RCM(제한성 심근병증), DCM(확장성 심근병증), UCM(미분류 심근병증)이 그것입니다. 드물게 나타나는 심근병증으로는 ARVC(부정맥유발성 우심실 심근병증), LVNC(좌심실 noncompaction)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HCM의 경우는 가장 흔하기도 하고, 심근의 두께와 이완능을 토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진단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다른 심근병증의 경우는 수의사들도 흔하게 보는 게 아니다 보니 간혹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한 번 심인성 폐수종(심장병 때문에 폐에 물이 차는 병)을 겪은 아이기 때문에 심장병이 있는 건 확실했고, 이런 경우엔 심장 초음파를 통해서 정확히 어떤 심근병증이 확진을 내리게 됩니다. 심장초음파 상에서 아이의 심장은 다음과 같은 상태였습니다.


심장초음파 상에서 HCM처럼 심근벽이 두꺼워져 있지는 않았지만, 좌심방과 좌심실, 우심방과 우심실이 모두 크게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이러면 일단 HCM이 아니라 다른 병을 생각하게 됩니다. “HCM 다음으로 흔한 RCM은 아닐까?”라고 생각해볼 수 있지만, RCM의 특징은 이완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경우는 이완능보다는 심장의 수축력이 떨어진 걸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심장초음파 상에서 수축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FS(Fractional Shortening) 값이 정상보다 감소해 있고, 수축기 좌심실 내경(LVIDs)의 값도 건강한 고양이에 비해 증가해 있습니다. 이렇게 수축력이 떨어지는 고양이 심장병 중 대표적인 것이 DCM입니다. DCM은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한글 병명을 갖지만, 실제로는 심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수축력이 부족해지는 병이고, 수축력이 부족하다보니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심장의 크기가 점점 확장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DCM은 옛날에는 식이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과거엔 고양이 사료에 타우린이 부족해서 타우린 결핍 때문에 DCM이 생기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사료들은 타우린이 부족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요즘 DCM에 걸린 고양이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타우린 결핍 때문에 DCM이 생겼던 시절은 1987년 이전이니, 정말 옛날입니다) 간혹 고양이한테 채식을 시키거나 생식으로 닭고기만 주게 되는 경우 타우린 결핍성 DCM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최근에 확인되는 고양이의 DCM은 타우린 비의존성 DCM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운 좋게(?) 타우린 결핍으로 DCM이 발생했다면, 타우린을 보충해주면서 DCM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우린 결핍이 원인이 아닌 경우 DCM의 예후는 매우 나쁜 편입니다. 심장약으로 관리를 해도, 수주에서 길어야 수개월 정도를 살게 됩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최근에는 그레인 프리 사료가 개에서 DCM을 유발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양이에서도 그런가는 현재 조사 중이고요)

환자는 이미 타원에서 처방받은 이뇨제가 들어간 심장약을 먹고 있었는데, 약을 먹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신부전이 의심됐습니다. 이뇨제를 그리 길지 않게 먹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쉽게 이해가 안되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고용량의 이뇨제도 아니었고, 푸로세마이드 2mg/kg/day를 먹다가 최근에 폐에 물이 차는 일이 한 번 더 생겨서 3mg/kg/day로 늘린 상황이는데, 신장 수치가 흡사 이뇨제 먹은지 꽤 오래된 것처럼 증가해있었습니다. 물론 나이가 10살이었기 때문에 신부전도 같이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몇 가지 검사를 더 진행해서 신부전은 심장 때문에 생긴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관류 상태(혈액이 얼마나 전신으로 잘 흐르는지)를 보는 혈액 검사 지표 중에 락테이트 수치가 있습니다. 심장병이 있는 환자에서 심장이 제대로 혈액을 펌핑하지 못해 전신으로 혈액 관류가 잘 안되는 환자가 있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심장의 수축력이 부족한 병이니까) 이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락테이트 수치를 확인해봤고,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Lactate

3.97 mmol/L

0.6 – 2.5

CRE

2.8 mg/dL

0.8 – 2.4

BUN

56 mg/dL

16 – 36

PHOS

5.7 mg/dL

3.1 – 7.5

Sodium

▼144 mmol/L

150 -165

Ppotassium

2.8 mmol/L

3.5 – 5.8

Chloride

111 mmol/L

112 – 129

정상범위보다 락테이트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볼 때, 관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얘기가 되고, 그러면 혈액 관류가 중요한 신장 같은 장기는 손상을 받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심장에서 혈액을 충분히 전신으로 돌리지 못해서 신장이 망가지는 것을 전문 용어로 심신 증후군(Cardiorenal syndrome)이라고 얘기합니다. 기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심장의 수축력 부족으로 천천히 심장이 망가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분류를 하자면 Type 2 cardiorenal syndrome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이뇨제를 쓸 때 신장에 더 많은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뇨제 증량을 할 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고양이 DCM은 보통 어떤 약들을 먹여야 할까요? 고양이 DCM은 (타우린 비의존성 DCM의 경우) 케이스 자체가 흔하지 않다보니 심장약 사용에 대한 데이터가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냥 두면 폐에 물이 차니 이뇨제는 당연히 먹여야 하고, 고양이 심장병은 심장이 커지면서 혈액이 심장 내에서 속도가 느려지면 혈전이 생성될 수 있으니 항혈전제도 먹게 됩니다. 문제는 심장의 수축력을 증가시키는 약을 먹어야 하는가입니다. 수축력이 부족한 병이니 당연히 수축력을 증가시키는 강심제를 먹어야 하지만, 고양이의 경우 개와는 달리 이렇다할 마땅한 강심제가 없습니다. 보통 피모벤단이라는 약을 강심제로 쓰는데, 고양이에서는 수축력 증가 효과가 다소 애매한지라 일반적으로 고양이 심장병에서는 피모벤단을 잘 먹이지 않습니다(사족을 붙이자면, 고양이 심장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HCM은 수축력이 부족한 병이 아니라 이완이 잘 안되는 병이기 때문에 보통 피모벤단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먹이지 않습니다).

다행히 고양이 DCM에서 피모벤단 사용에 관한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DCM을 앓고 있는 고양이에게 피모벤단을 먹였을 때 예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본 논문이죠. 2011년 JFMS에 올라온 논문입니다.

이 논문을 보면, 피모벤단을 먹은 고양이가 먹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서 4배 정도를 더 오래 살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평균생존기간이 피모벤단을 먹지 않은 고양이는 12일이었고, 피모벤단을 먹은 고양이는 49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피모벤단이 고양이에서 루틴하게 쓰는 약이 아니라 할지라도 피모벤단을 먹이는 것이 (별 부작용이 없다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심장약을 처방할 때 한 가지 다른 환자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는데, 고양이 심장병 환자들이 꼭 먹어야 하는 항혈전제 중 클로피도그렐이라는 약을 먹었을 때 설사를 했다는 부분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클로피도그렐을 먹으면 소화기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약을 사료와 함께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위장관 자극을 줄이는 것을 먼저 시도해보지만, 이 환자는 그렇게 해도 설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양이 심장병 환자에서 항혈전제를 먹이는 이유는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FATE(Feline Aortic Thromboembolism, 고양이 대동맥혈전색전증)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이라서 항혈전제를 끊을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선택하게 된 것이 (약값은 조금 비싸지만) 리바록사반이라는 약입니다. 리바록사반은 항응고제로 최근 고양이 심장병에서 클로피도그렐보다 효과가 더 좋은가를 확인 중인 약물입니다. (SUPERCAT study라는 것으로 2022년 말까지 클로피도그렐과 리바록사반의 효과를 비교하는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연구가 있습니다.) 현재 리바록사반이 클로피도그렐보다 더 효과가 좋은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에비던스가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이 환자처럼 클로피도그렐을 먹일 수 없는 경우에는 고려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약을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은 분명 아닙니다.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산재된 데이터들을 하나로 모아서 정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근거를 토대로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보호자들이 현재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게 돕고, 예후가 불량하다는 것이 명확한 병이라 하더라도 남은 시간을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하실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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