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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고양이 당뇨: 먹는 약을 이용한 당뇨 관리

고양이의 당뇨는 대부분이 2형 당뇨(체내에서 인슐린이 부족한게 아니라, 인슐린에 대한 신체의 저항성이 늘어나는 경우)지만, 전통적으로 고양이의 당뇨 관리는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강아지의 1형 당뇨와 마찬가지로 인슐린 주사에 의존해왔습니다. 사람은 그렇지 않았죠. 2형 당뇨의 경우에는 인슐린이 아닌 당뇨약을 이용해서 관리를 하는 식의 치료를 했습니다. 이런 사람에서의 치료 방식과 당뇨를 본인이 직접 겪어보신 보호자분들의 경험 때문에 간혹 진료실에서 먹는 약으로 당뇨를 관리할 수 없냐는 질문을 받습니다만, 여태까지는 동물은 인슐린 주사로만 당뇨를 관리한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죠.

이번 포스팅은 이런 동물의 당뇨 관리를 사람과 마찬가지로 먹는 약을 이용해서 한 케이스에 대한 얘기입니다. 글을 쓰는 현시점(24년 10월)엔 아직 한국에서 루틴하게 할 수 없는 치료이지만, 어쩌다보니 외국에 출시된 새로운 약을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그에 대한 경험을 얘기하는 일종의 파일럿(?) 포스팅이랄까요. (안타깝지만 이 포스팅을 보고 병원에 연락을 주셔도 현 시점에서는 처방할 수 있는 먹는 당뇨약이 병원에 없습니다.) 직접 약을 처방해보고 케이스를 경험해보니, 고양이 당뇨 관리의 게임 체인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경험을 나누는 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환자는 6살의 코리안 숏헤어로 오늘동물병원에 내원하기 전에 이미 다른 병원에서 죽을 고비(=DKA)를 넘긴 상태였습니다. 당뇨만이 아니라 신부전이 함께 있는 환자였는데,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의 입원 관리가 대략 마무리 될 때쯤 앞으로의 장기 관리를 위해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오신 케이스였습니다. DKA가 있었던 상황이라 오늘동물병원을 왔을 땐 이미 인슐린을 이용한 당뇨 관리를 하고 있었던 상황인데, 인슐린 용량을 정해놓은 상태는 아니었고, 이제 막 장기적인 당뇨 관리를 시작해야하는 상황이었죠.

일반적인 경우라면 아마 CGMS(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System, 연속혈당측정기)를 장착하고, 하루하루의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하다 싶은 인슐린 용량을 찾는 과정을 거쳤을 겁니다. 하지만 저의 얼리어답터(?) 성향 탓에 때마침 병원에 먹는 당뇨약이 있었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에 통상적인 인슐린을 이용한 관리가 아니라 신약을 이용한 당뇨 관리를 해보기로 했죠. 이 케이스를 위해 사용한 약은 SGLT-2 억제제(SGLT-2 inhibitor)입니다.


케이스를 직접 살펴보기 전에 일단 SGLT-2 inhibitor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고 넘어가죠. SGLT-2 inhibitor는 보통 무슨무슨 글리플로진(ㅇㅇ글리플로진)이라는 접미어가 붙는 약들을 통칭하는 하나의 카테고리입니다. 사람에서는 2013년 즈음부터 2형 당뇨 관리를 위해 처방되기 시작한 약이죠. 대표적인 약이라면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카나글리플로진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동물은 여태까지 SGLT-2 inhibitor를 이용한 당뇨관리가 스탠다드한 치료로 추천되지 않았는데, 최근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용 SGLT-2 inhibitor가 FDA의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먹는 약을 이용한 당뇨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혹시나 싶어 말하자면, 고양이 한정입니다. 강아지는 1형 당뇨이기 때문에 SGLT-2 inhibitor를 이용한 당뇨 관리는 금기입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SGLT-2 inhibitor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엘랑코에서 출시한 벡사캣(성분명은 벡사글리플로진)이고, 다른 하나는 베링거 인겔하임에서 출시한 센벨고(성분명은 벨라글리플로진)입니다. 둘 중에 뭐가 더 좋은 약인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둘 다 같은 SGLT-2 inhibitor에 속하는 약으로 체내에서 작용하는 기전이 동일하죠.

이 약들이 작용하는 방식은 개념적으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SGLT-2는 신장에서 당이 신체로 재흡수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약을 이용해서 SGLT-2의 작용을 억제하고, 신장에서 당을 재흡수하지 못하게 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체내에 있는 여분의 당이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다 빠져나가게 하는 역할을 하죠. 소변으로 더 많은 당을 빠져나가게 해서 혈당은 정상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겁니다. 인슐린은 당을 조절하는 역할 외에도 체내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형 당뇨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고양이처럼 2형 당뇨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약입니다.

인슐린과 달리 이 약을 처방할 수 없는 몇 가지 상황들이 있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이 약들은 인슐린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장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일반적인 인슐린 주사가 하루 2번의 주사를 필요로 한다는 것과 달리, SGLT-2 inhibitor들은 먹는 약이고, 보통 하루 1번만 투약을 해주면 된다는 점입니다. 주사보다 약을 먹이는 게 더 힘들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약물 관리의 횟수가 줄어든다는 건 고양이 인슐린 주사 놓는 일 때문에 사회생활이 사라진 보호자분들에게는 아주 큰 메리트가 되죠.

두번째 장점은 저혈당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인슐린의 경우, 과량 투여시 저혈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고혈당 상태로 지내게 하는 걸 선택하고, 당 관리를 너무 타이트하게 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SGLT-2 inhibitor는 “여분의” 당을 신장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당뇨 관리 중에 저혈당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세번째 장점은 두번째 장점과 연결됩니다만, 저혈당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연속혈당측정기나 간이혈당계를 이용한 혈당 모니터링을 잘 하지 않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가 하는 역할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혈당의 바닥점(Nadir)을 알고 저혈당이 오지 않도록 인슐린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는 점이 가장 큰데, SGLT-2 inhibitor의 경우 약 자체가 저혈당을 유발하지 않으니 연속혈당측정기로 혈당을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확연히 줄어드는 거죠.

마지막 장점은 식이 관리를 딱히 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입니다. 인슐린을 이용한 당뇨 관리를 할 경우, 밥 먹는 시간이나 먹는 양, 간식 주는 타이밍 같은 것들이 매일매일 가급적이면 일정해야 당 관리를 하기가 수월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수의사들이 늘 강조합니다. 혹은 밥을 잘 먹는 걸 보고 혈당이 조금 오를만한 때에 인슐린 주사를 해서 저혈당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도 하죠. 하지만 SGLT-2 inhibitor는 식이 때문에 혈당이 올라가면 알아서 신장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굳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뇨 관리에서 자율 급식은 재앙같은 일이라 꼭 제한 급식을 하라고 강조했던 부분이 이제는 자율 급식을 하면서도 당뇨 관리가 가능해진 거죠.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부작용으로 설사 증상이나 췌장염이 생길 수 있다는 부분은 단점입니다. 센벨고를 고양이 당뇨 환자들에게 먹여보고, 환자들의 예후와 약의 부작용에 대해 살펴본 논문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잘 나와있습니다. 이 약들은 신장에서 SGLT-2만 억제하는 게 아니라 소화기에 있는 SGLT-1도 부분적으로 억제하는데, 소화기에서 SGLT-1이 억제되면 설사를 하거나 연변을 볼 가능성이 생깁니다. (보통 약 먹고 1주일차쯤에 설사 조금 하다가 별 문제 없이 회복하는 게 일반적이기는 합니다만, 약을 먹으면 설사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합니다).

설사가 조금 가벼운 부작용이라면, 췌장염은 조금 큰 부작용입니다. SGLT-2 inhibitor를 투약한 고양이들 중 일부는 췌장염이 발생했습니다. 252마리 중에 8마리니까 아주 많은 비율은 아닙니다만, 그래서 현재 진행형의 췌장염이 있는(=spec fPL 기준 8.8 이상) 고양이들은 SGLT-2 inhibitor를 투약하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무서운 부작용이라면 케톤산증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약의 기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고양이의 당뇨가 2형 당뇨일거라고 가정하고 SGLT-2 inhibitor를 투약하는건데, 만약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형 당뇨라면 SGLT-2 inhibitor는 인슐린을 대체해주지 않으니까 SGLT-2 inhibitor만으로 당뇨를 관리하는 건 케톤산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케톤산증(DKA)는 환자가 밥을 안 먹는 상황에서 인슐린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데, SGLT-2 inhibitor는 몸에서 조금이나마 인슐린이 어쨌든 분비되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투약하는 약이니까, 만약 환자의 몸에서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인슐린 대신 SGLT-2 inhibitor를 투약하는 건 몹시 위험한 일이 되는거죠.

SGLT-2 inhibitor 투약과 케톤산증에 대한 부분은 수의사들에게 여태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그동안의 케톤산증이 인슐린이 주사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이니, 여태까지의 케톤산증 고양이들은 고혈당 상태로 내원을 했습니다만, SGLT-2 inhibitor를 투약하는 고양이들은 여분의 혈당이 신장으로 어쨌든 배출은 되는데, 인슐린이 부족해서 케톤산증이 나타나는 거니까 정상 혈당 상태에서 케톤산증을 겪게 됩니다. 이런 걸 euglycemic DKA(eDKA)라고 하는데, 치료 자체는 기존의 DKA와 마찬가지로 인슐린을 이용합니다만, 어쩐지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 혈액 검사 결과를 보게 되는 거죠.


어쨌든 이런 약에 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보호자분과 상의 후, 환자에게 투약하기로 한 약은 베링거의 센벨고(벨라글리플로진)입니다. SGLT-2 inhibitor를 투약하고자 할 때는 몇 가지 투약하면 안되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쭉 나열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 spec fPL 8.8ug/L 이상이면 췌장염 리스크 때문에 투약이 추천되지 않습니다.

  • 혈중 케톤 농도가 2.4mmol/L 이상이면 투약 후 DKA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약이 추천되지 않습니다.

  • 환자가 무기력하거나 식욕이 없는 상황에서도 투약이 추천되지 않습니다.

  • 탈수가 심하거나, 구토, 설사가 심하게 있는 상황에서도 투약이 추천되지 않습니다.

  • 신부전이 심한 경우(IRIS Stage 3이나 4)에도 투약 여부를 고민해야합니다(안되는 건 아닌데, 알 수 없는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합니다).

  • 고칼슘혈증이 있는 경우에도 투약 여부를 고민해야합니다(SGLT-2 inhibitor가 고칼슘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케이스의 환자는 fPL은 3ug/L 정도였고, 신부전이 있기는 했지만, IRIS stage 2 정도의 신부전이었기 때문에 보호자분과 상의 후에 투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신부전과 관련된 얘기를 조금 하자면, 사람에서는 SGLT-2 inhibitor가 신장에도 도움이 된다더라는 얘기가 있어서 이런 약들을 신부전에서도 사용합니다. 조금 복잡한 개념(?)이지만, 이 약들이 사구체내압(intraglomerular pressure)을 줄여준다는 얘기가 있어서 이 약을 신부전일 때도 쓰는 건데, 이는 바꿔 말하면 사구체여과율(GFR)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라(=신장 수치 올라간다는 얘기) 신부전이 있을 때는 아무래도 처방이 조심스럽죠. (사람의 경우는 투약 30일차에 신장 수치를 체크해서 수치가 너무 많이 올라가면(=30% 이상 증가하면) 약을 중단하기도 한다더군요. 이런 부분이 있다보니 이미 수치가 꽤 높은 3기나 4기 신부전에서는 가급적이면 SGLT-2 inhibitor의 처방을 피하려고 하고, 조금 올라가더라도 버텨볼만한 1기나 2기에서는 투약을 고려하는 거죠.

처음 투약을 하기 전 환자의 혈액 수치들은 이렇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fPL

3.0 ug/L

0.0 – 4.4

Ketone

0.1mmol/L

0.0 – 2.4

CRE

2.6 mg/dl

0.8 – 2.4

BUN

43 mg/dl

16 – 36

Phos

3.2 mg/dl

3.1 – 7.5

SDMA

23 ug/dl

0 – 14

앞서 얘기했듯, CGMS(=프리스타일 리브레)를 장착하지도, 인슐린 주사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하지도 않고, 하루 한 번 정해진 용량만큼 센벨고를 투약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기존의 당뇨 관리와 달리 센벨고를 시작하고 유심히 봐야하는 건 2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임상 증상이 잘 관리가 되고 있는가(다음/다뇨/다식, 체중 감소 증상이 사라지는지)이고, 두번째는 DKA가 나타나지 않는지 입니다. 이 부분은 케톤미터기를 이용해서 모니터링하게 됩니다. 투약 시작 후 2,3일차에 케톤을 측정하고, 7일차에 한 번, 14일차에 한 번, 28일차에 한 번 케톤을 모니터링하죠. 이렇게 첫 한 달 동안 케톤 수치를 모니터링하면서 환자의 체중이 순조롭게 잘 늘어나는지(=당뇨 관리가 잘 되는지)도 보게 됩니다. 이 환자의 투약 기간 동안 케톤 수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사 항목

투약 시작 전 결과

투약 2일차

투약 3일차

투약 7일차

투약 14일차

투약 28일차

정상 범위

Ketone

(β-hydroxybutyrate)

0.1mmol/L

0.3

0.2

0.1

0.1

0.1

0.0 – 2.4

다행히 센벨고 투약 중에 케톤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만약 이 기간동안 케톤 수치가 상승한다면 센벨고를 지속적으로 투약하기는 어렵고, 바로 다시 인슐린으로 당뇨 관리를 전환하게 됩니다. 체중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신부전이 있는 환자라 다음/다뇨 증상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건 아니지만, 당 관리가 되면서 다음/다뇨 증상도 줄었다고 하셨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체중도 늘어났습니다.

당뇨 관리의 목적은 인슐린으로 관리하든, SGLT-2 inhibitor로 관리하든 임상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중이 늘어나는 걸 보면, 당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이렇게 SGLT-2 inhibitor를 이용해서 당뇨 관리를 할 때는 인슐린으로 관리할 때와 모니터링하는 지표들이 달라집니다. 당뇨 관리를 하는 경우에 수의사들이 종종 보는 몇 가지 지표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루틴하게 많이 보는 것 중 하나가 프룩토사민입니다. 프룩토사민은 2-3주 사이의 혈당을 평균낸 값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만, 인슐린 관리를 할 때 프룩토사민은 (좋은 검사이긴 하지만) 한계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을 내준다는 건 좋은 부분이지만, 평균값이다보니 혈당이 얼마나 요동치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프룩토사민이 수치가 좋더라도 만약 혈당이 요동치는 와중에 평균만 잘 나온 거라면 당 관리가 잘 되기는 어렵죠(이게 프룩토사민 검사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SGLT-2 inhibitor의 경우, 혈당이 요동치는 일 자체가 인슐린을 관리할 때에 비해 적기 때문에 프룩토사민이 의미를 갖습니다. 하루 중 혈당이 널뛰기를 하지 않으니, 평균값은 대표값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SGLT-2 inhibitor로 당뇨 관리를 하고 있는데, 프룩토사민 수치가 잘 나왔다면 평소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게 됩니다.

두번째로는 인슐린 관리를 할 때는 저혈당 확인 외에 거의 의미를 갖지 않는 순간 혈당(간이혈당계로 측정하는 혈당)이 SGLT-2 inhibitor로 관리할 때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 또한 혈당이 널뛰기를 하지 않는다는 SGLT-2 inhibitor의 장점 덕분인데, 순간 혈당이 정상이라면, 평상시 다른 때에도 정상 혈당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SGLT-2 inhibitor로 관리를 할 때에도, 순간 혈당보다는 평균값인 프룩토사민이 조금 더 유용합니다)

앞서 SGLT-2 inhibitor로 관리할 때에는 유용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얘기했던 CGMS는 어떨까요? 혈당 곡선은 여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만, 인슐린으로 관리할 때만큼은 아닙니다. 인슐린으로 관리하게 되는 경우에도 혈당 곡선은 보통 매일매일이 다릅니다만, SGLT-2 inhibitor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교적 일정한 혈당 곡선을 그릴 수 있죠. 어차피 일정한 혈당 곡선이 유지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CGMS의 유용성은 떨어지고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프룩토사민이 그 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임상 증상이 잘 관리가 되지 않을 때에는 CGMS를 모니터링 하면서 하루 중 혈당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겠죠.

이 환자의 모니터링 지표를 한 번 보죠. 얘기한 것처럼 프룩토사민을 토대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치료 한 달차에 프룩토사민과 소변 검사를 같이 했는데, 결과를 보면 이렇습니다.

검사 항목

결과

정상 범위

Fructosamine

283 umol/L

191 – 349

검사 항목

결과

BIL

neg

BLD

neg

Clarity

Clear

Collection

Cystocentesis

Color

Straw

GLU

1,000

KET

neg

pH

5

PRO

Trace

SG

1.026

UBG

norm

한 달 정도 거의 정상 혈당에 가까운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프룩토사민은 정상 범위 내의 수치로 확인됩니다. 반면 소변 검사 결과가 몹시 재미있는데, 여분의 혈당을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혈당이 정상인데, 요당은 꽤 높게 확인되는 걸로 알 수 있죠. 약 자체가 이런 효과를 노리는 약이기 때문에 요당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만, 공부한 걸 눈으로 직접 이렇게 보면 (수의사 입장에서는) 꽤나 재밌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다행히 약을 먹는 기간 내내 설사를 하지도 않았고, 약에 의한 부작용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하나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행스러운 부분이었죠.

마지막으로 고양이 당뇨 환자 보호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관해(Remission)에 관한 부분입니다. 당뇨가 터진지 얼마 안됐을 때, 혈당 관리를 잘 하면 당뇨가 사라지는(=관해된다고 합니다) 경우가 있는데, SGLT-2 inhibitor는 어떨까요? 인슐린으로 관리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느 순간 갑자기 동일한 인슐린을 주사했는데 환자가 저혈당을 겪는 일이 잦아지면 관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슐린을 중단하는 시도를 해봅니다. 인슐린을 중단한 이후에도 혈당이 올라가지 않으면 당뇨가 관해됐다고 판단하죠.

SGLT-2 inhibitor는 그런식의 접근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SGLT-2 inhibitor로는 저혈당이 유발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관해가 되어도 정상혈당 상태로만 있을뿐 약을 먹는 기간 동안에는 관해가 된건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그래서 관해 여부를 확인하고자 할 때는 약을 중단해보고 혈당이 다시 올라가는지 확인해보게 됩니다. 어느 정도 관해됐을 가능성을 알고 인슐린을 중단하는 과거와는 달리 관해 가능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복권을 긁어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이 환자의 경우, 센벨고로 치료한지 3개월차에 보호자분과 상의 후 조심스레 약을 중단해보기로 했습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기로 보호자분과 약속(?)하고 약을 중단했죠. 결과는 아주 환상적이었는데, 약을 중단한 이후에도 혈당이 정상 혈당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집에서 간이 혈당계를 이용해 순간 혈당을 반복 측정해주셨고, 약을 중단하고 일주일 동안 하루 한 번씩 혈당을 측정했을 때 일주일 내내 정상 혈당으로 확인됐습니다. 당뇨가 관해된다는 건, 완치라기보다는 향후 재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지만, 당장은 약을 완전히 끊을 수 있게 된거죠.


이 케이스에서 통상적인 인슐린을 이용한 관리 대신 센벨고를 이용한 덕에 누릴 수 있게 됐던 장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집에 환자 외에도 고양이가 여러마리라 식이 관리가 쉽지 않았는데 센벨고 덕에 제한 급식에 신경쓰지 않고, 당 관리를 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부전 환자였기 때문에 식이로는 당뇨 처방식보다는 신부전 처방식이 더 권유가 됐는데, 식후 고혈당이 어떻게 될지… 다른 고양이 밥을 훔쳐 먹고 중간에 혈당이 튀면 어떻게 하나… 같은 고민을 하지 않고 당뇨 관리를 할 수 있었죠. (저탄수화물 식이가 SGLT-2 inhibitor로 당뇨 관리를 할 때도 도움이 되느냐는 또 다른 주제입니다. 사람의 경우는 이렇게 하는 경우 DKA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 반면, 고양이에서는 이렇다할 데이터가 아직 없어서 향후 당뇨 관리 식이가 어떻게 변해갈지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또 하나는 신부전이 병발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당뇨의 임상 증상(다음/다뇨)과 신부전의 임상 증상이 겹치니 임상 증상을 토대로 당뇨 모니터링이 쉽지 않았는데, 그걸 쉽게 갈 수 있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다음다뇨가 있더라도 어쨌든 센벨고로 정상 혈당이 유지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증상이 조금 남아있더라도 신부전 때문이겠거니…라고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었죠.

한편으로는, 미국의 경우, SGLT-2 inhibitor를 이용한 당뇨 관리가 앞서 얘기한 편의적인 부분 외에 비용 면에 있어서도 유리하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한국에선 아직 판단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은 인슐린이 꽤 비싼데 한국은 인슐린이 몹시 저렴한 나라라 (이 약들이 보통은 한국에서 비싸게 출시되는 동물약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마 SGLT-2 inhibitor의 관리 비용이 조금 더 비싸지 않을까 싶습니다. CGMS 장착 비용이 빠지는 부분을 감안해볼 수 있겠지만, 드라마틱한 비용 절감 효과를 줄 것 같지는 않달까요. (근데 처방해보니, 조금 비싸더라도 별 부작용만 없으면 SGLT-2 inhibitor 쪽이 압도적으로 당관리가 수월하고 편합니다.)

SGLT-2 inhibitor는 고양이 당뇨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게임 체인저라고 얘기했던 건, 당 관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을 다 바꿔버리기 때문이죠. 당뇨 고양이를 관리하는 보호자분들이 편해지는 건 물론이고, 수의사 입장에서도 환자의 관리가 더 수월해집니다. 투약 시작 후, 몇 가지 조심해야되는 점들만 잘 확인하고 간다면 장기적으로 저혈당에 대한 걱정 없이 당뇨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SGLT-2 inhibitor를 처방할 수 없는 케이스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슐린을 이용한 당뇨 관리는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만, 이렇게 편하고 좋은 무기가 하나 더 생긴다는 건 어느쪽으로 보더라도 환영할만한 일이죠. (베링거, 엘랑코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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